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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85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5 19:10
조회
152
추천
6
글자
12쪽

오크의 숲, 쿠발란 (4)

DUMMY

레이라는 슬픔의 악마로 타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상황을 우려하여 스테민은 헬가르 교관에게 부탁하여 슬픔의 힘을 봉인시켰다.


그로 인해 레이라는 마력의 사용에 제한이 크고, 강해지는 속도가 많이 느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레이라 본인도 동의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덜 강해지더라도 좋으니, 슬픔의 악마가 되어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싫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면.’


슬픔의 마력 때문인지 레이라는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향상되어있었다.


그런 레이라에게 정예오크 동족간의 싸움은 보여주기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 근거로 레이라에게서 자꾸만 슬픔이 올라오고 있었다. 헬가르 교관의 봉인은 완벽한 것이 아니기에, 레이라가 격한 감정을 느끼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막아야 해.’


스테민은 이 싸움을 최대한 빠르게, 죽는 오크 없이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킹 오크 군단은 퇴치해야 마땅한 괴물들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죽고 죽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로 타락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되니까.


‘킹 오크를 제압하겠어.’


스테민은 마력을 마을 전체에 퍼트렸다. 오래 지속할 수 없을 만큼 무리하는 것이었지만 해내야 했다.


“배움의 규칙.”


배움의 규칙, 더 이상 배우는 것을 포기한 자들이 아무런 힘도 사용할 수 없는 규칙이다.


배움의 규칙이 적용되자 수많은 오크들이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규칙은 강하게 적용되었다.


하지만 정작 킹 오크인 쿠라단은 멀쩡하게 서있었다.


“너의 정보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교관.”


“아.”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미 식탐의 악마는 킹 네크로맨서를 스테민 때문에 잃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스테민의 능력이 무엇인지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보냈다. 다르게 말하면 대책이 있으니까 보냈다는 것이다.


“배움과 성장을 포기한 자는 힘을 쓸 수 없는 규칙? 어리석기는, 나는 강해지기 위해 식탐님께 영혼을 바쳤다! 그러고도 더 강해지기 위해 매일 수련을 하는데, 그딴 규칙이 통할 것 같으냐?”


“그렇다면···”


스테민은 배움의 규칙을 그만두고 주입식교육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붙잡아서 마력을 주입하여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능력.


하지만,


“얕보였나보군. 네놈 따위가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나?”


파악!


쿠라단의 거대한 주먹을 맞고 스테민은 날아갔다.

스테민이 아무리 교관이고, 스터디 마스터로서 강하다고 해도 킹 오크의 완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쿠라단의 거대한 주먹 앞에서 스테민은 종이인형에 불과했다.


‘크윽···’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만에 하나 정신을 놓친다면, 킹 오크 군단과 정예오크들은 결국 서로 죽이게 된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본 레이라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악마로 타락한다.


그게 식탐의 목적이다.


‘식탐의 악마가 원하는 대로 되면 안 돼···’


특히.


특히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가 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스테민은 레이라의 입학 면담을 해줬었다. 그때부터 레이라가 마음에 들었었다.


학생으로서 마음에 드는 것일까? 스테민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 교관직은 처음이고, 학생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학생이든 인간이든 또래의 이성이든, 레이라가 마음에 든다는 감정만큼은 확실하다.


선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레이라는 스테민이 봤을 때 심각하게 선하다. 만약 스테민이 레이라와 동일한 증상을 겪게 되었다면, 오히려 냉정하게 잔혹한 자의 마력으로 강함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왜 그것을 참는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그런 걱정보다는 자기가 약하다는 것에 분노하게 되지 않나?


스테민은 본인부터가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잔혹한 자의 마력을 억누르려고 하는 레이라가 이상했다. 이해할 수 없고 신비로웠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스테민 본인과 똑같은 특이체질이라서 쉽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레이라는 순식간에 강해졌으니까.

날마다 강해져가는 레이라를 보며 스테민은 기뻤다.


하지만 슬픔의 악마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알던 레이라가 아니게 된다.


지금의 레이라는 타인의 슬픔조차 느끼고, 이 세상의 슬픔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잔혹한 자의 힘이라도 빌릴 자세가 되어있다.


그러면 레이라는 스테민이 알던 레이라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잔혹한 자의 힘을 안 쓰려고 하던 레이라는 죽는 것이다.


‘싫다.’


스테민은 자신이 선하지 않기에, 아니, 이 세상에 그 정도로 선한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기에.

레이라가 계속해서 선한 사람이기를 원했다. 새하얀 백지에 슬픔의 악마라는 흑색이 물드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러니까.’


괴롭지만, 그 수를 쓰는 수밖에 없다.


쾅!


생각이 끝나면서 스테민은 나무에 부딪쳤다. 쿠라단은 힘없이 나무에 부딪친 스테민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약해빠졌군. 이러니 스터디 마스터고 뭐고 범생이들은 안 되는 거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모두 경악에 빠졌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며 멋있게 활약하던 스테민 교관이 힘없이 나가떨어졌으니까.


우리는 이대로 죽는 것일까?

정예오크들을 믿어야 하나?

저들이 과연 킹 오크를 이길 수 있을까?

스테민 교관님도 졌는데······


그러한 불안감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으로 이어졌다.


동족상잔의 비극, 아직 무엇 하나 이뤄보지 못했는데 죽을지도 모른다는 슬픔.


그러한 감정들이 레이라의 몸과 마음을 적셔가며 봉인의 균열을 깨트려갔다.


그 균열은 마침내 깨지고 레이라는 슬픔의 악마로 타락할 것이었다.


만약, 그 소리가 들려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쿠──웅!!!


숲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다. 굉음과 함께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 만큼 거대한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그 마력이 느껴진 순간에 모두가 정적에 휩싸였다.

슬픔의 악마로 타락하기 직전이었던 레이라도, 자신의 강함에 도취했던 쿠라단도, 슬픔을 느끼던 정예오크들과 학생들도 모두.


조용했다.


마력이 너무 짙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약한 학생들은 이미 괴로워하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저벅, 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스테민이었다.


“뭐냐, 네놈,”


정적을 깨트린 것은 쿠라단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았던 마력이 스테민에게 느껴졌다.


과연 같은 사람이 맞는가?


마력 안에 깃든 깨달음의 본질조차도, 쿠라단이 아까까지 느끼던 범생이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미 한 번 이겼던 상대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쿠라단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스테민에게 다가갔다.


“범생이 주제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다니, 미친 것이냐?”


“범생이라. 내가 왜 그렇게 지식에 열중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


“그딴 거 내가 알게 뭐냐!”


쿠라단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

쿠라단의 거대한 주먹 앞에서 스테민은 개미처럼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


그 거대한 주먹이 스테민의 자그마한 손에 막혔다. 아까처럼 스테민은 날아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려주지.”


쿠라단의 주먹을 박고 있던 손바닥.

그 손바닥을 순간적으로 떼고, 주먹을 쥐어서 초단거리 펀치를 날린다.


“그 이유는─”


콰앙!


그러나 위력은 초단거리 펀치를 초월한 수준, 쿠라단은 주먹에 전해지는 힘을 버텨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그대로 연속해서 공격하면 끝낼 수 있음에도, 스테민은 그러지 않고 무방비하게 손을 내렸다.


“─어떡해야 더 강해질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내가 강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쿠라단은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밀렸다고?’


쿠라단은 식탐의 힘을 받은 것도 모자라, 끝없이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왔었다.


자신이 강해지는 감각은 하루하루 새롭게 느껴왔을 만큼, 단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밀렸다.

저렇게나 작은 놈에게.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그럴 리가 없다!’


쿠라단이 받은 정보는 기껏해야 배움의 규칙과 주입식교육의 규칙이었다. 그것만 조심하면 스터디 마스터 스테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잘못됐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쿠라단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스테민에게 달려들었다.


쿠라단이 살기를 드러내며 달려오든 말든, 스테민은 무방비하게 서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주먹을 들어올리더니, 마력을 한순간 끌어올리며 앞으로 내질렀다.


콰아아!


거대한 마력의 광선이 튀어나와 숲을 휩쓸었다. 광선이 지나간 곳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우연히 서있던 저능 오크 몇 마리가 덩달아 죽었다.


“이 정도 출력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역시 조절이 안 되니 위험하기도 해.”


쿠라단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날리지 않은 광선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방금 스테민의 말을 들어보자면,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서 힘을 억누르고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 저 정도의 출력을 낸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다. 인간 중에 최강이라고 불리는 황제조차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대체, 네놈은···”


전의를 잃은 쿠라단에게 스테민은 여유롭게 걸어가며 말을 꺼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한 적 없어? 고작 이론 마스터가 교관이 되고, 무슨 사건이 터질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학생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다니. 교장이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은 안 시키지.”


쿠라단의 코앞까지 온 스테민은 마력을 터트리며 말했다.


“꿇어.”


꿇었다.


명령을 듣고 꿇은 것은 아니다.


단지 스테민이 터트린 마력이 너무 무거워서 쿠라단이 버티지 못했을 뿐이다.


쿵, 쿵, 쿵···


쿠라단 말고도 뒤에 오크들이 덩달아 무릎을 꿇었다.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나는 강하고, 너는 약하다. 그 이유가 뭔지 아나?”


쿠라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선천적인 재능의 차이다.”


쿠라단은 오크지만 평범한 몸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스테민은 인간인데도 특이체질로 태어났다.


몸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마력이 저절로 보충을 해서 신체가 강화되어버리는 체질.


심지어 악령이 되면서 마력을 잃어버린 레이라와 다르게, 스테민은 마력이 멀쩡했기 때문에 신체가 강해지면서 마력도 덩달아 강해져갔다.


강해지는 방식은 무식한 주입식 교육에 단순한 신체 노동일 뿐이었지만, 특이체질이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단지, 그랬기에.


“그런데 선천적으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녀석들은, 성장을 하다 보면 막힌단 말이야.”


천재 또한 언젠가 성장의 벽을 느끼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스테민 또한 특이체질로 강해질 수 있는 한계가 있었기에, 13살이 되는 해에 성장이 멈추었다.


“더 강해질 수 없으니까 고민했어. 어떡해야 더 강해질 수 있을지. 그런데 혼자서 궁리해봤자 답은 안 나오더라고. 그러다 15살이 되는 해에.”


강해질 방법을 알 수 없을 만큼 강해져서, 더 강해질 방법을 교육 받고 싶었고.


그래서 교육의 재능을 얻은 채로 아카데미에 입학해.


여전히 더 강해지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이론 강의조차도 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서 나한테 붙여진 이명이 모든 교육의 정점, 스터디 마스터다. 이제 알겠나?”


─내가 범생이가 된 이유를.


그리 말하는 스테민의 표정은 불쾌해보였다.


주입식 교육을 받던 시절의 기억이 감정을 뒤덮었으니까.


작가의말

스테민 힘순찐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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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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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6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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