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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702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7 19:10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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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이프의 신화

DUMMY

이프의 신화는 진혁이 알던 지구의 신화와는 본질부터가 달랐다.


지구의 신화는 보통 누군가가 기록을 하였거나,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프의 신화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당연한 상식인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부터 알 수 있었는지 모르는, 이프의 신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문제는 그 기록이, 모두 동일하게 빈틈이 많다는 것이었다.


신화가 비현실적일지언정, 이야기 중간에 누락된 부분은 없어야 정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프의 신화를 기록하고 보니 누락된 부분이 많았다.


그 때문에 몇몇 이들은 이프의 신화를 완전히 복원시키기 위해 탐험을 시작했다.


복원 작업이 시작된 것은 3백 년 전.


3백 년 동안 노력하였으나 많은 정보를 복원하지는 못 했다. 그래도 적지 않은 정보를 복원시켰기에 최초에 기록된 신화보다는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그런데 이프의 신화를 다룬 책은 다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이프의 신화에서 누락된 부분을 작자에 따라 다르게 기록하기도 하고, 왜 이 부분이 누락되었는지 추측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추측은 내 생각을 방해할 뿐이지.’


문제는 작자들이 중구난방으로 해놓았다 보니, 어디까지가 공통된 신화인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작자는 다른 작자가 쓴 것을 보고, 그게 창작인지도 모른 채 자기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난감하지만 어쩔 수는 없는 상황.


별 수 없이 진혁은 대조해가면서 공통된 신화를 추려야 했다.


추리고 보니 확실히 누락된 부분은 많았다.


하지만 다른 누락된 부분은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는데.


‘이게 누락이 되었다고?’


영웅의 최후는 대부분이 비극적이다.

희망을 다룬다고 해도 비극 속에서 희망이 보이는 것일 뿐.

어찌되었든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은 결말이 적혀져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프는 결말이 없었다.


‘식탐의 악마를 죽이지 못했다···에서 끊겼어.’


다른 부분들만 누락되었으면 지금처럼 열심히 조사를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프의 최후가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이프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프의 친구인 에리나는?


식탐의 악마나 잔혹한 자에게 죽었다면 그에 따른 기록이 있어야 마땅한데.


그러한 기록조차 없으니 온갖 음모론이 날뛰고, 어떻게든 진상을 밝혀내려는 이들이 많았다.


‘음모론 중에는··· 사실 잔혹한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었지.’


잔혹한 자가 이프에게 죽었는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 최후를 누락시킨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틀림없다···라는 내용의 음모론.


‘그런데 잔혹한 자가 진짜 죽었으면, 악령이나 악마는 왜 자꾸 생겨나?’


주변에서 악령이나 악마가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적은 음모론이 틀림없다.


진혁은 직접 악령이나 악마가 된 모습을 보았었다. 그래서 이 음모론은 헛소리 중에 제일 심한 헛소리라고 여겼다.


‘아무튼···’


이프의 신화를 대충 간추려보자면 내용은 이렇다.


이프는 이프로 태어나기 전에, 다른 세상에서 아주 강력한 검사였었다.


그런데 환생했더니, 이 세상에는 검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라고는 식칼뿐.


왜인지 이프는 한참을 몰랐으나, 언젠가 그것이 잔혹한 자의 행각임을 알게 된다.


원래 이 세상에는 검이라는 개념이 있었으나, 잔혹한 자는 다른 수단으로는 죽지 않아도 검으로는 죽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일단 그렇다니 믿을 수밖에 없다.


이프는 전생의 힘이 모두 기억의 형태로 전수되었기 때문에, 진짜 검을 붙잡지 않는 이상 원래의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검술의 기억 때문에 다른 재능을 손에 넣을 수도 없었고, 결국 이프는 별 수 없이 식칼을 들었다.


당연하지만 식칼은 검이라고 보기에 애매했기에 전생의 힘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인 이프에게 불가능이 무엇이랴?


최고신 메리스의 은총 아래에서 새로운 힘을 연마하여 마침내 악마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런 이프의 곁을 지키는 자는 에리나.


최고신 메리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자이며, 그에 따라 창세에 사용되었다는 혼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였다.


식칼의 이프와 혼돈의 에리나에게 두려운 것이라고는 없었으나.


그들조차도 식탐의 악마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좌절하였다 한다.


이것으로 신화는 끝.


‘악마를 무찌르는 내용만 쓸데없이 장황하게 적어놨어.’


악마 하나당 전투 묘사만 150페이지 정도 적혀있다. 토가 나올 정도다.


‘확실히 음모론이 나올 만한 내용이기는 해.’


잔혹한 자는 검에 취약하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검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잔혹한 자의 목소리는 들었어도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이상할 수밖에 없으니 음모론이 생기는 것.


‘게다가 이프의 최후는 적혀있지 않아.’


어쩌면 이프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오래 전 사람이니 나이를 먹어 죽었을 수도 있지만, 최고신 메리스의 은총 때문에 죽지 않는 몸을 얻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프의 친구인 에리나 또한···’


그 에리나가, 진혁 자신이 아는 에리나랑 동일인물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대체 왜 그것을 숨기려고 하는 걸까.’


너무 생각이 앞선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신화 속 에리나와 이 에리나는 다른 에리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혁의 촉은 에리나가 신화 속 에리나인 것만 같았다.


‘이프의 정보를 추적하다보면, 알 수 있을까?’


3백 년 동안 조사했는데도 알아낸 것은 없다.

진혁 자신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


게다가 또 알아내고 싶은 정보가 있었다.


‘무의식의 영역.’


악마와의 전투 장면 묘사를 보면, 이프는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개념을 두고 전투를 한다.


‘재능과 마력이 전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니까.’


무의식의 영역을 직접 이미지화하여, 그곳에서 힘을 뽑아내면 단순히 심상을 만드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는 방법은 지금 전수되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상황.


‘어쩌면 조나단이 보았다는 이프의 기억이 무의식의 영역과 관련되었을지도 몰라.’


결국 해답은 쿠발란에 있다.


‘쿠발란··· 정예 오크들의 영역이라고 하던데.’


정예 오크.


이름에 정예가 붙었지만, 오크라는 종족 안에서 서열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몬스터와 이종족을 구분해서 불렀었는데, 몬스터 중에서도 지능이 높아 인간들과 평화 협정을 맺고 살아가는 이들을 이종족으로 취급하였다.


결국 정예 오크라는 이름도 인간 기준에서 붙인 것일 뿐이지만, 정예 오크들 자기들도 긍지를 중요시하다보니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한다.


특히 정예 오크들은 마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 활용만으로 훌륭한 싸움을 해낸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마력의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는 것일 뿐이지만, 정예 오크의 전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진혁은 그리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평소 같았으면 리릴을 따라 수업을 들었을 테지만, 이프의 신화를 추려내기 위해서 그러지 않고 방에 혼자 남았었다.


뒤에서 로스트가 하품을 했다.


“정리는 끝냈어여?”


“그래, 누구누구가 도움이 전혀 안 되어서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이프의 신화 이후에 생긴 악마고, 잔혹한 자는 본 적도 없으니까요.”


신화에 따르면, 이프가 물리치지 못한 악마는 교만의 악마와 식탐의 악마 두 명이다.


교만의 악마는 따로 만나지를 못 했고, 식탐의 악마는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이프가 활동하던 시절의 색욕의 악마는 죽었다는 뜻.


로스트는 이프의 신화 이후에 생겨난 악마이며, 잔혹한 자의 목소리밖에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식탐의 악마, 탐욕의 악마, 교만의 악마 빼고는 다 알려드릴 수 있어요!”


“걔들이랑 너 빼면 3명밖에 안 남거든···”


나태, 질투, 분노, 이 3명 말고는 남지 않으니 로스트의 정보는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래도! 분노의 악마는 식탐의 악마 곁에서 오른팔 하고 있거든요. 적어도 걔랑 싸울 땐 도움이 되지 않을까여?”


“싸울 날이 언제 올지 알고···”


진혁이 한숨을 내쉬는데, 문이 열리며 리릴이 들어왔다.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지 녹초가 된 모습이다.


“너무 힘들었어요···”


몸을 가누기도 힘든지 침대에 털썩 누워버리는 리릴.


S급인데 소환수 강화도 완벽하게 못 해서 되겠느냐며, 오로리한테 달달 볶이며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리릴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배우려고 하는 것은, 오직 역소환뿐.


소환사로서 갖춰야 하는 능력은 최대한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


-진혁님, 이제부터 헌터의 힘은 최대한 쓰지 말도록 해요.


진혁이 다른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이 세상 사람이라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소환사가 싸우듯이, 소환사는 소환수를 강화시켜주고, 소환수는 강화된 자신의 힘으로 싸우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익스퍼트가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기는 해요.


리릴의 익스퍼트인 성진혁개론.


그것은 성진혁이 과거에 사용하던 힘을 더 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기록의 힘이다.


그런데 과거의 힘인 헌터를 포기한다면 익스퍼트─성진혁개론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진다.


-하지만, 언젠가 익스퍼트를 넘어서 마스터가 되고 싶으니까요. 헌터의 힘에는 심상이 없어서 마스터로 발전할 길이 안 보여요.


헌터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체기를 사용하려면,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킬과 관련된 이미지일 뿐, 자기 자신의 심상과는 별개.


그런 스킬을 아무리 써봤자 진혁이든 리릴이든 성장할 수 없다.


특히, 진혁의 과거만 읽어내는 성진혁개론이라면 더욱 더.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성장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지금 리릴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당연한 일.


“오늘도 많이 힘들었어?”


“네에··· 심지어 소환수가 하나뿐이니, 소환수 없이도 몸을 지켜야 한다고 이상한 전투법도 배웠어요···”


“이상한 전투법?”


“소환사가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소환수뿐만이 아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무기의 문.”


그 순간, 리릴의 마력이 허공에 문을 그리더니 화살을 쏘아냈다.


바닥에 화살이 살벌하게 꽂혔다.


“저는 하나가 한계지만··· 오로리 교관님은 한 번에 30개의 문을 여시더라고요.”


“마력의 양은 아가씨도 밀리지 않는데.”


“양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건 기술이 중요한 거거든요···”


소환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심상은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리릴은 진혁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제 겨우 세상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니 서먼 마스터인 오로리처럼 잘 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리릴은 주문을 중얼거렸다.

주문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진혁은 몸에 묘한 기운이 감싸지는 기분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신체가 강해지는 느낌보다는 축복이 걸리는 느낌이었다.


“봐요, 강화 주문을 쓰는데 마력 소모를 거의 안 하죠? 이 정도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 말하는 리릴의 머리를 진혁은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최고였는데, 어디까지 올라갈 생각이야?”


리릴은 홍조를 띠며 헤헤 웃었다.


“어디까지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때가 올 때까지요.”


그렇게 리릴이 강해져가는 나날이 계속되고, 쿠발란에 가는 여행 교양의 날이 찾아왔다.


작가의말

이게 그 게이트 오브 바빌론인지 뭔지 하는 그거입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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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3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1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 이프의 신화 20.11.17 227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2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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