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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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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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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558

작성
22.05.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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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6쪽

16. 하얀 황금

DUMMY

휴가에서 돌아온 이산을 보고 마음이 풀려 몸이 많이 회복된 제시카는 성탄절에도 쉬지 못하고 작전을 나간 이산이 걱정되어 창밖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겨울의 칸다하르는 황량한 이곳을 더욱 쓸쓸하고 삭막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아 무거운 제시카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들었다.


언제 작전이 끝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또 지난번 같이 위험해서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여러 상념들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흩뜨려 놓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고 이산이 동료들과 같이 들어왔다. 동료들만 아니면 달려가 기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좀 아쉬웠지만 이렇게 건강한 모습과 환한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제시카” 하며 다가온 이산이 자신을 꼭 안아주자 그동안 무거웠던 마음과 울적한 기분이 모두 씻은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당신도 메리크리스마스에요” 하는데 이산의 기습적인 키스 인사가 이마를 가볍게 터치하고 기분좋게 떨어졌고, 뒤어어 죠와 토니, 빌리의 성탄인사와 위로의 말들이 이어졌다.


“작전은 잘 끝났어요?”


환한 얼굴의 제시카가 웃으며 묻자 이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 걸리고 힘들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일찍 끝나고 힘도 생각보다 훨씬 덜들었어요” 하자 제시카가


“정말 잘됐네요, 그리고 모두들 고생 많았어요, 성탄절 연휴도 제대로 못쉬고”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그래서 오늘 저녁을 맛있는 곳에서 근사하게 보내려 합니다”


토니가 계획을 얘기하자


“그럼 어서가세요, 벌써 시간도 됐는데”하며 이산에게 같이 가라고 눈짓하자 죠가


“저희 불청객은 먼저 물러날 테니 두분이서 회포를 실컷 푸세요”라고 두사람을 놀리며 웃자 빌리와 토니도 같이 웃으며 세사람이 먼저 병실을 나가 휴게실로 행했다.


세 사람이 떠나자 이산과 제시카는 누구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달콤하고 진한 키스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나누었다.


“또 부상당해 올까 봐 걱정 많이 했어요”


“사실 나도 처음에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쉽지 않겠다고 나름 걱정을 했었는데 동료들이 워낙 잘해줬고 운도 따라줘서 쉽게 해낼 수 있었어요”


“그럼 이제 당분간은 작전이 없겠네요?”


“아마 특별한 비상사태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은 정비 기간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며 이산이 제시카의 두 볼을 감싸쥐며 웃자 제시카도 따라 웃으며


“약속했어요?” 하고 입술을 쭉 내밀었고 이산이 입술도장을 찐하게 찍어주었다.


이산의 찐한 도장을 받은 제시카가


“어서 가봐요 동료들이 기다리니” 라며 걱정하자


“갈땐 가더라도 당신 진맥이나 하고” 하며 제시카의 손목맥과 눈, 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때요” 라는 제시카의 물음에 안심해도 된다는듯 밝은 미소를 보이며


“이제 거의 다 회복된거 같으니 몇일만 더 푹 쉬면 퇴원해도 될거예요” 라고 말하자 제시카가 놀라며


“담당의사도 2,3일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하자 이산이 제시카의 코를 장난스럽게 잡아 비틀며


“제시카, 당신 남자친구도 의사예요, 그것도 족집게 의사”하고 웃자 제시카도 따라 웃으며


“그걸 자꾸 까먹네요” 하고 혀를 낼름 내밀었다.


제시카가 팀원들이 기다린다고 빨리 가라고 밀어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휴게실로 온 이산은 동료들과 같이 다운타운으로 가는 트럭에 몸을 실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다운타운에 약간은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어디에서 한턱 낼거야? 캡틴” 하고 토니가 묻자 죠가


“역시 음식은 아프가니스탄의 맛 아냐?”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빌리가


“분위기 괜찮고 음식 맛과 와인은 완전 굿이지”하며 동의하자 토니도


“오케이” 하여 점심을 건너뛴 일행의 점심 겸 저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맛으로 갔다. 올때마다 즐겨먹는 탈라우 등 서너가지 요리와 와인을 주문한 후 한잔 씩 따르고 잔을 들고


“지난번 차만작전과 이번 작전을 무사히 임무 완성하고 맞이한 즐거운 성탄을 위하여” 라는 토니의 말에 건배를 하고 잔을 비웠다. 그리고 두번의 작전을 하면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지난번 차만과 이번 작전을 하면서 이 전쟁과 군생활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


토니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화두를 던지자 죠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래, 차만이 더블트랙이란 것을 알고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어, 전쟁을 정치로 하는 인간들에게 우린 그냥 아무 때나 버릴 수 있는 패라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와 비참하고 충격이었어” 하고 마음에 있던 말을 꺼내 놓자


“이젠 군생활을 언제까지 할지 진지하게 얘기했으면 해” 라고 토니가 모두의 얼굴을 보며 작자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빌리! 어떻게 생각해?”라는 토니의 물음에


“나는 어짜피 8년은 채워야 해 감방에 안가는 대신 8년 노예계약을 했거든” 하며 씁쓸하게 웃자


“그럼 앞으로 몇 년 남았는데?”라는 죠의 물음에


“3년 남았어, 정확히는 2년 5개월”


“캡틴은?”


토니가 이산을 보며 묻자


“나도 3년 정도 남았어”하는 대답을 듣고 김빠진 소리로


“그럼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3년을 더 버텨야겠네”하며 툴툴거리자 죠가 피식 웃으며


“현무대사님에게 배운 무술이나 열심히 수련하자고? 안 그래도 이번에 사온 삼단봉 수련해야 하니 잘됐지 뭐” 하고 스스로 위한하듯 얘기하지 죠의 말을 들은 토니도


“그래, 까짓 것 6년을 버텼는데 3년쯤이야 거꾸로 매달려도 버틸 수 있지”하고 피식 웃었다.


“죠와 토니의 푸념 같은 넋두리를 들은 이산과 빌리는 빙그레 웃으며 건배를 하였다.


오랜만에 아프카니스탄의 맛에서 맛있는 저녁을 즐긴 일행은 이차 행선지를 두고 잠깐의 고민을 하였다.


“어디로 갈까”하는 토니의 말에 죠가


“글쎄! 어디가 좋을까? 음 방콕은 어때? 간만에 태국 꽃구경도 할겸”하고 제안하자 빌리가 이산을 보며


“캡틴은 어때?” 묻자 잠시 생각하던 이산이 싱긋 웃으며


“내 생각은 모나코인데” 하자 토니와 죠가 놀라며


“으잉! 모나코?”


토니가 되묻자 이산이 어깨를 살짝 들었다 내리고 두 손을 내보이며


“왜? 우리가 모나코 가는데 무슨 문제있어?”하며 일행을 바라보자 빌리는


“역시 우리 캡틴이야” 하고 웃자 죠와 토니도 잠시 멍하다 이내 깨달았는지


“그렇지 우리가 무슨 문제 있어? 전혀 없지, 클럽은 역시 모나코니 가자고”라며 토니가 앞장섰다.


전쟁도 주말엔 쉬는 미군이니 성탄절 연휴인 지금은 어떻겠는가? 모나코는 비싼 가격 때문에 평소에는 다른 클럽들과 달리 좀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오늘은 카지노는 물론 바에도 빈 테이블이 없어 일반석을 포기하고 VIP석이라 불리는 룸으로 자리를 잡은 일행은 어쩔 수 없이 한병에 천불이나 하는 글렌피딕 30년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PX에서 이백불 정도 하는 것을 다섯배 주고 마시려니 모두들 욕을 바가지로 쏟아냈다.


첫잔을 토니의


“이 비싼 바가지 술값을 우리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속보이는 건배사와 함께 웃으며 원샷하고 빈잔을 내려 놓으며 죠가


“어찌 사령관님이 주신 이백불짜리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네”하자 빌리가


“당연하지 천불짜리와 이백불짜리가 맛이 똑같으면 큰일나지”하며 한걸음 더 나가자


“무슨 천불이야 팁에 이것저것 합치면 천이백은 족히 나오지”하고 토니가 얹었다.


“그런데 홀덤 테이블 빈자리가 나와야 술값이 덜 나올텐데 이제 여덟시 밖에 안됐는데” 빌리가 걱정하자


“VIP룸 손님을 우선으로 홀덤 빈자리를 배정해 준다고 했으니 좀 기다리면 되겠지” 이산이 말을 받았다.


“그런데 처음 빈자리를 누가 가서 플레이 하지?” 토니가 묻자 죠와 빌리가 이산을 보며


“당연 캡틴이지, 실력이 우리들 중에 최고잖아”라는 죠의 말에 이산이 고개를 저으며


“난 맨 마지막으로 할 테니 처음은 토니가 나가서 기선을 제압해봐”라며 양보하자 빌리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 듯 엄지와 중지를 튕기며


“이렇게 하면 어때? 순서에다 가격을 매겨서 원하는 사람이 사는 걸로, 첫순서를 백오십불 두번째는 백불 세번째는 오십불 당연히 마지막은 없고, 그렇게 해서 그 돈을 술값에 사용하는 걸로” 하자 모두들 동의하고 순서를 판매한 결과 첫 순서는 의외로 죠가 샀고, 두번째는 토니가 그리고 세번째는 빌리가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오랜만의 술자리를 웃고 떠들며 즐기다 순서대로 홀덤 테이블로 나갔고, 천불짜리가 거의 비어 갈 때쯤 혼자 남아 제시카 생각을 하며 미소 짓던 이산도 남은 술을 홀덤 테이블에서 즐길수있다는 말에 그렇게 해 달라는 말과 함께 게임 테이블로 이동했다.


홀덤테이블에 앉은 이산은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VIP테이블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베팅 하한선이 십불부터 시작해 상한선이 삼백불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산이 앉은 VIP테이블에는 계급장이 없고 머리가 긴 이산을 뺀 다섯명중 두명은 영관급 장교였고, 세명은 민간인이였다.


계급장이 없는 이산을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오해한 웨이터가 천불짜리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VIP테이블로 안내한 것 같았다. 순간 당황하고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이산은 웨이터가 들고 있는 카드 단말기를 통해 이천불을 칩으로 환전하고 먼저 게임을 하고 있던 다섯사람과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각자의 테니블 머니를 보니 최소 삼천불에서 많게는 만불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의무병원 휴게실에서 하던 일불짜리 놀이가 아닌 진짜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오늘 자기 계좌가 다 털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속으로 심호흡을 하여 긴장을 풀며 게임을 하는 상대들의 변화를 느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상대에 대한 관찰이 부족해 자신의 패 위주로 안전한 플레이를 펼치며 많이 따는 사람둘을 집중적으로 관찰하였다. 한명은 안경을 낀 중령계급의 프랑스 군인이었고, 다른 한명은 약간 뚱뚱하고 앞머리가 거의 없는 민간인 복장의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배팅에서는 게임 운영 스타일을 읽을 수가 없고 표정이나 제스처 또한 포커페이스여서 미세한 기감의 변화나 자신도 모르는 작은 변화를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사람의 미세한 변화를 잡아냈고 계속 확인을 거듭하여 순간적인 속임수 즉 페이크가 아님을 알기까지 이산은 천불가량을 잃고 있었고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세사람은 별로 어렵지 않게 게임 패턴과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프랑스 중령과 대머리 민간인은 나머지 네 사람의 돈을 장군 멍군식으로 나눠 따고 두 사람 앞의 칩은 더욱 불어 있었다.


상대들을 파악한 이산이 조금씩 티나지 않게 배팅패턴을 상대방에 따라 바꿔가면서 잃었던 돈을 만회하기 시작하였고, 새벽 2시를 넘어서는 잃었던 돈을 다 만회하고 플러스로 돌아섰다.


프랑스 중령과 대머리 민간인 그리고 이산을 제외한 세 사람 중 두 명은 추가로 칩을 구입했으며 나머지 한명은 거의 다 잃은 상태였다.


다시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한명이 떨어져 나가고 다섯명이 남았고, 점점 게임은 이산을 포함한 세명으로 압축되어 가고 있었고, 그때서야 이산의 실력을 다시 보기 시작한 고수 두명의 견제가 시작되었다.


이산은 고수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차례로 올인 시키고 결국에는 두 사람이 최종 위너를 결정지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최종 배팅까지 가면 서로 무리를 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와중에 다른 두사람도 탈락됐고, 결국 새벽 4시경에는 이산을 포함한 세 사람이 남아 치열한 배팅싸움을 시작하였고 이산의 칩도 어느덧 만불을 넘었으며 두사람도 만불 이상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산을 거덜내기 위한 두사람의 베팅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배팅을 하고 이산이 받으면 다른 사람이 레이스를 하는 전형적인 협공 스타일의 배팅 레이스였고 두사람의 협공에 이산은 두사람의 변화를 살피며 기회를 노렸다. 좋은 패가 들어왔을 때 프랑스 중령은 안경너머 눈빛이 순간적으로 매섭게 번뜩이며 배팅을 할 때 먹이가 사정거리안에 들어올 때까지 절대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살쾡이 같이 상대가 덫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 한방에 거덜내는 스타일 이였고, 대머리 민간인은 항상 미소 띈 얼굴이었지만 좋은 패를 손에 쥐면 웃는 모습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웃음이 주는 느낌이 묘하게 달라졌다. 마치 먹음직한 먹이를 눈앞에 둔 뱀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먹이에 접근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두 사람을 잡으려면 두사람이 쓰는 블러핑을 몇번 잡아낸 다음 진짜패에서 한방에 거덜내야 한다고 행각한 이산이 두 사람의 블러핑을 몇번 잡아내자 두사람은 살짝 당혹스러워하며 진패가 들어왔을 때의 변화가 더 뚜렷해지며 배팅의 기세가 더 강해졌다.


세 사람이 호각지세로 티격태격하며 새벽 5시를 넘기자 대머리 사내가 딜러에게 배팅상한을 없앨것을 제안했고 딜러가 매니저를 호출해 손님의 제안을 얘기해주자 매니저가 이산과 중령을 보며


“저 손님께서 배팅상한을 없앨 것을 제안했는데 두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희 클럽은 오늘 VIP테이블에 한해서만 두분이 동의하신다면 배팅상한을 없애는데 동의합니다. 단, 이것은 손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니 혹 군 당국이나 당사자간에 문제가 생겨도 저희와는 상관없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세분 모두 동의하십니까?”하자 이산은 잠깐 고민을 하였다. 자신은 이렇게 큰 판은 처음이라 솔직히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이산이 잠깐 주춤하는 사이에 중령과 민간인은 서슴없이 동의하였고, 매니저는 이산을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물론 큰돈이었지만 어차피 잃어도 자신의 돈은 이천불이었고, 이런 경험도 색다르고 나쁘지 않고 흥미진진 했기에 이산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해 삼백불의 배팅상한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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