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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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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558

작성
22.07.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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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9. 철수, 그리고 새로운 시작

DUMMY

사무실로 돌아와 죠와 토니에게 사령관과의 회의 결과를 알려주고 이제 철수협상을 시작으로 칸다하르에서의 철수가 현실화된다고 하자 죠와 토니는 이곳 전장에서의 일들이 생각나는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토니가 고개를 저으며


“씨발! 이런 전쟁을 왜 일으켰으며 이곳에서 희생당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고, 그들에게 무슨 보상을 해줄건데?” 하고 가슴속의 불을 토해내자 죠가


“죽은 사람이나 부상당한 친구들에게는 그나마 훈장 쪼가리와 몇푼 안되는 연금이라도 주지만 이곳에서 겪은 후유증으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골병들어 평생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전우들의 망가진 삶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받아야되고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되는지 정말 미치겠네” 하며 한숨을 쉬자 모두들 이곳을 곧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쁨보다는 전쟁의 상처들이 주는 무거움과 명분없는 전쟁이 주는 허탈함에 착잡한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떠나야할 땅이었다. 이곳의 주인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였고 그들의 삶의 방식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결코 결정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탈레반이 주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방식이 되었던, 미국식 자본 민주주의가 되었던, 또 다른 방식이 됬던 모든 결정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의 권리이고 그 결정의 결과 역시 오롯이 그들의 몫이고 숙명이었다.


하셈 부사령관과 통화로 지속적으로 만나왔던 기념품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마친 이산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1945년 해방과 1950년 6.25 전쟁의 아픔과 비극 그리고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더럽지 않은 전쟁은 없지만 그 더러운 전쟁에서 지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비참함과 끔찍한 비극들의 주인공이 되어 피폐하고 무너진 삶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전쟁이었다. 그래서 전쟁에서의 진리는 승리라고 이산은 생각했다. 그리고 국가간의 전쟁은 물론이거니와 개인간의 삶의 경쟁도 국가간 전쟁만큼이나 치열하고 위험해지고 있었다. 인간들의 통제되지 않는 끝없는 욕망이 세상을 그리고 삶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이산은 고향, 지리산이 그리워지고 할아버지들이 보고싶어졌다.


“그러니까, 마틴씨의 말은 미국이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하셈 부사령관의 말에 이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제 이곳에서 전쟁을 끝내고 철수하려고 합니다.” 수긍하자 이산을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셈 부사령관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이미 죽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는 구실로 남의 나라를 18년동안이나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민간인들을 희생시켜놓고 이제와서 본인들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철수한다. 물론 우리도 당신네들이 쌀을 지원해주고 마약을 팔아줄 때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소. 하지만 막상 당신네 미군들 입에서 직접 철수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니 정말 당신들 미국인들의 그 뻔뻔함과 비열함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오” 하며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이산을 죽일듯한 살기를 거침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하셈 부사령관의 살벌한 모습과 기세를 말없이 묵묵히 보고 있던 이산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사령관님! 저도 당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 조국인 한국 역시 일본에 45년간이나 강제로 나라를 빼앗겼었고, 동족끼리 전쟁을 치루어 엄청난 희생을 당했었기에 전쟁이 얼마나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지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희생을 당한 윗분들의 증언과 교육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사령관님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미국은 이 전쟁을 일방적으로 일으켰고 이 땅에 엄청난 고통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9.11 테러로 수많은 죄 없는 일반 시민들이 희생당했고 그 복수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산의 기를 쓴 변명에 하셈 부사령관이 조소를 머금은 냉소를 터뜨리며


“이것보시오, 마틴씨! 지금 당신 변명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9.11을 일으킨 빈 라덴은 이미 미국이 사살했으면서도 우리가 알카에다를 숨겨주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 전쟁을 일으켰오, 우리만 알카에다를 숨겨주었소? 그럼 파키스탄은 뭐고, 빈 라덴에게 돈을 대주고 있던 사우디는 뭐요? 결국 미국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만만한 우리로 정한 것 아니요? 파키스탄은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께름칙하고 사우디는 미국의 돈줄이니 건들 수 없고 그런데 테러로 희생된 죄없는 미국인들의 복수라? 그럼 당신들이 일으킨 이 더러운 전쟁에서 희생당한 우리 죄없는 수십만의 국민들 복수는 어떻게 되는거요?” 비수보다 더 날카로운 하셈 부사령관의 울분에 할말을 잃은 이산이 입을 닫고 묵묵히 듣기만 하자


“그리고 당신이 당신 조국인 한국이 겪은 아픔 때문에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고 했소? 그 점은 고맙고 나도 어느정도 수긍은 할 수 있소, 하지만 당신 한국인들의 상처는 70년 가까이 지나 이제는 어느정도 아물었겠지만 우리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오, 더구나 마틴씨 당신은 지금 한국인이 아니고 미국에서 살고 있고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CIA 에이전트 아니오?”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숨거나 도망갈 틈을 주지않고 이산의 귀에 그리고 가슴에 박혀들었다.


울분과 한이 서린 하셈 부사령관의 열변을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듣고 있던 이산이 가슴에 쌓인 답답함을 큰 숨으로 내보내며


“부사령관님의 말씀이 구구절절히 맞습니다. 지금의 저는 미국인이고 CIA 에이전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는 백인이 아니고 이 전쟁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하찮은 소모품일 뿐입니다.” 자조섞인 씁쓸함을 토로하자 이산의 말에 살짝 마음이 움직인 하셈 부사령관의 살벌한 기세가 한풀 꺾이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더러운 전쟁을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전쟁이 계속되어봤자 워싱턴의 정치하는 놈들과 무기만드는 놈들만 좋아할 뿐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 일반인들, 탈레반, 미군 모두 이 비극의 희생자일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사령관님!”


맞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이 전쟁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아니!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라를 새롭게 세워야했다. 하지만 너무 억울했다. 무려 18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이 울분을 어떻게 삭혀야 하는지 하셈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당장 눈앞에 앉아있는 이 미국놈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산 한명을 죽여봤자 이 울분은 풀리지 않을 거고 그 여파로 미국놈들은 또 수백명의 우리 탈레반과 일반인들을 희생시킬게 뻔하였다. 아니 수천명이 될 수도 있다. 하셈은 자신의 무기력함에 심한 허탈감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우! 마틴씨, 당신의 말이 맞소, 머리는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는데 가슴은 아직 준비가 안됬다고 하는군요. 하아···” 한풀 꺾인 하셈 부사령관의 반응에 이산이


“부사령관님! 이 전쟁은 미국 내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9.11사태 초기에는 미국 국민들이 분노에 휩싸여 냉철히 생각하지 못해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군산복합체의 삐뚤어진 더러운 욕망이 만들어낸 이 전쟁의 숨은 이면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미 언론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뭔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쟁의 승자는 결국 워싱턴 정치인들과 군산 복합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고 우리 모두는 그들의 음습한 욕망의 희생자인 거라는 것을 알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변하자 이번 철수 결정이 난 것이지요, 물론 중국의 패권 경쟁도 한 축이 됬습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 말없이 듣고 있던 하셈 부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정보 고맙소, 마틴씨 말대로 이제 이 전쟁을 끝내야지요, 하지만 우리측도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또 미국을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사령관님과 지도부와 회의를 하고 우리측 조건을 알려드리겠소, 오늘 내가 흥분해서 마틴씨에게 무례를 범했소. 미안하오, 당신이나 나나 모두 똑 같은 신세인데 흥분하니 당신이 미국 대표로 보여서 그랬소, 이해해주시오.” 하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표하자 이산도 같이 목례를 하며


“아닙니다, 저라면 더 했을 것입니다. 이정도로 참고 대우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저도 이 일을 끝으로 이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겁니다.” 라고 말하며 안도와 정신적 피로가 섞인 작은 한숨을 쉬자 하셈 부사령관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나누고 1차 협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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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9. 철수, 그리고 새로운 시작 +2 22.06.24 1,201 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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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2 22.06.20 1,145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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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1 22.06.03 1,454 40 10쪽
65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2 22.06.01 1,574 47 11쪽
64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3 22.05.30 1,614 48 9쪽
63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1 22.05.27 1,691 49 14쪽
62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3 22.05.25 1,692 49 12쪽
61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1 22.05.23 1,812 51 13쪽
60 18. 다운타운 ; 또다른 세상과 CIA 에이전트 +3 22.05.20 1,974 56 9쪽
59 17. 하얀 황금(2) +2 22.05.18 1,906 59 10쪽
58 17. 하얀 황금(2) +1 22.05.16 1,989 61 11쪽
57 17. 하얀 황금(2) +1 22.05.13 2,040 62 10쪽
56 17. 하얀 황금(2) +1 22.05.11 2,288 56 15쪽
55 16. 하얀 황금 ~ 17. 하얀 황금 (2) 22.05.09 2,404 57 15쪽
54 16. 하얀 황금 22.05.06 2,421 62 16쪽
53 16. 하얀 황금 22.05.04 2,454 6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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