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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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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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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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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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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은정이가 떠나간지 정확히 3주가 지나갔다.

지난 3주 사이에 있었던 특이사항이라면, 내가 어느새 벽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금방 다시 이승으로 내려올 줄 알았던 은정이가 아직 우리에게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주 동안의 퇴마임무는 7번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처럼 어떤 우여곡절 없이 말로만 잘 타일러 쉽게 저승길로 안내해 주었다.


귀신을 볼 수 있게 된지도 벌써 2개월 차.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귀신을 보게 된 이후에도 하루 일과가 엄청나게 바뀌진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재수생이라는 일상이 평범하게 전개되고 있으니까!


뭐, 좋다.

이 일은 생의 업적 포인트에 대한 욕심으로 출발한 것이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기에 죽은 뒤에나 받을 혜택에 연연해 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긴 해도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임무를 하러 나갔을 때 최대한의 포인트를 얻어 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일 것이다.

게다가 난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에 상관없이 무적의 상태이기 때문에 강한 상대로 많은 포인트를 한번에 따 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런데 한 두 번을 제외하고 계속 30포인트 수배자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실제로 살을 날리며 공격해온 수배자는 폐 정신병원의 귀신뿐이었는데, 그도 30포인트라니!

하긴,,, 그 건은 사실 내가 먼저 도발을 했기 때문이니까.


어찌됐건 내 말의 요점은, 제일 처음 팀장이 나에게 제안했던 것과는 달리, 수배자들의 포인트가 예상보다 한결 같이 낮고, 또 만나보고 나면 실제 악당과 같은 자들은 없으며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을 뿐이다.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확실히 이에 대해서 팀장에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방가방가, 강찬?”


아, 팀장 뭐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오셨어요?”

“아, 맞다. 계모의 공판이 열린다 길래 갔다 왔거든?”

“오, 그래요?”

“15년 형이 유력할 것 같아.”

“하,,, 어떻게 해도 무기징역은 안 나오나 보네요.”

“뭐, 그 정도면 최고형인 셈이지.”


어느새 해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대화에 끼어들었다.


“흠, 계모의 나이에 비해 15년이면 너무 짧은 시간이네요. 그래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된 것에 만족 해야겠지요!”

“뭐, 그렇지!”


후후,,, 그래, 그건 그거고!

따질 건 따져야지!

사실 오래 참은 거다.

진작부터 따져야 할 것이었지만, 잘못 말했다가 팀 해체 이야기 같은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하지 못한 말이다.


생각을 마친 내가 심호흡을 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


“오늘 임무 장소는 어디예요, 팀장님?”


이라고 해진이가 팀장에게 물으며 나의 타이밍을 빼앗아 갔다.


“아아, 오늘은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게 아냐.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응? 뭐지?

팀장에게 임무 수행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포인트를 위해 사는 저 영혼이!?

내가 불만을 가진 걸 또 눈치채고 뭔가 선수 치려는 건가?


“오호! 무슨 중요한 일이기에 임무 날에 다른 곳을!?”

“아아, 그건 조금 있다가 말해 줄 테니, 일단 경복궁으로 와!”


경복궁?

뭐지? 해진이와 연관이 있는 건가?


“경복궁이요? 에이! 그럼 괜히 여기 왔잖아요!”

“아아,,, 해진이 거주지역이 종로구였지? 나도 갑자기 받은 연락이라!”


갑자기 받은 연락?

대체 누구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거야?


“자, 그럼 근정전 앞으로 늦지 않게 와라. 먼저 가 있으마!“

“네! 알겠어요!”


해진이의 경쾌한 대답과 함께 팀장이 사라졌다.


흠, 일단 가기야 가겠는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뭔가 좀 찜찜한데?


“찬아! 무슨 생각해!? 나 먼저 차로 가 있는다!?”

“어어! 바로 출발할 테니까 차에 타 있어!”


뭐, 가보면 알겠지!



* * *



“팀장님?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여긴 대체 왜?”

“크크, 그럼 이야기해주지. 놀라지 마라! 염라대왕님께서 강찬 너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 그리고 이 근정전의 문이 바로 염라대왕님이 계시는 궁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는 저승의 문이지!”


응? 뭐라고?

이거 무슨 의미지?

염라대왕이 나를 왜?


“네? 아하하하,,, 염라대왕님이 왜 죽지도 않은 저를 보고 싶어 하실까요?”

“뭐냐? 그 떨떠름한 반응은? 저승의 최고 관리자가 너를 보고 싶어 하는 거라고!”

“아하하하, 그러니까요. 최고 관리자가 재판하기도 바쁘실텐데 굳이 저를 왜 보고 싶어하실까요?”

“아, 네가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구나.”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신지?”

“사실, 재판을 담당하는 염라대왕은 여러 명이 계셔!”


응?


“아, 그러니까 이승의 예를 들면 대법관와 같은 거지. 대법관이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잖아?”

“아, 그런 거였어요?”

“내가 처음에 말했던 것 같은데? 염라대왕도 직책과 같은 거라고.”


아, 그래.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물론 그때 여러 명이라는 말은 안 했지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오늘 봴 분은 그 중에서도 최고 권한을 가진, 말하자면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대법원장라고 봐도 무방한 저승의 절대 일인자이신 염라대왕이시다. 이분의 허가가 없이는 천상에 발도 못 붙인다고 볼 수 있지.”


그러니까 그런 분이 나를 왜 만난다는 거지?

단지 살아 있는 상태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

뭔가 이상하다.

이거 정말 냄새가 난다.


혹시!?

설마!?


하,,, 그래, 그거였군!

팀장이 언젠가 내게 말 한적이 있었지.

엄청난 포인트를 한번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래, 이제야 알 것 같다.

팀장의 노림수.

간파했다!


마음껏 비웃어 주마 팀장!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흠? 얘는 또 왜 이럴까요? 팀장님?”


해진이는 아직 팀장의 검은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순진해서야!

역시 똑똑한 것과 눈치는 별개인 건가!

나와 눈이 마주친 팀장,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눈을 피하지 않고는 같이 웃기 시작한다.


후, 나에게 수를 간파 당했으면서도 여유 있는 척하며 웃어 보이다니,,,

그렇다면 나는 좀 더 악날하게 비웃어 주지!


“으하으하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와 팀장의 웃음 배틀을 듣고 있는 해진이가,


“이게 뭐람? 찬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팀장님은 왜 이런 거지?”


라고 말하며, 팀장과 나에게 한번씩 눈길을 주었다.


“으하하하하학학컥컥컥!”


이런!

해진이의 멍하니 바라보는 눈망울에 호흡이 엉켜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큭! 웃음배틀에서 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 정도 비웃어 줬으면 됐다.


“후,,, 팀장, 우리가 알게 된지도 오늘로 두 달 정도 된 것 같군요.”

“그래, 그 정도 되었지.”

“두 달이면 저를 속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셨나 보죠? 하지만 당신의 작전은 이미 저에게 간파 당해 버렸답니다.”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먼 곳으로 한번 시선을 주는 사이, 해진이가 나에게 질문해왔다.


“찬아? 너 또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러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해진아?”

“응? 대체 뭘?”

“팀장은 염라대왕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살아 있는 나를 저승으로 데려 가려고 한 거야.”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해진이.

이래서야 거친 이승의 세상을 영혼의 상태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뭐, 벌써 2년 넘게 살아 온 해진이겠지만!


“생각해 봐! 지금 저승에서 가장 골치 덩어리로 생각하는 게 누구일지!”

“골치 덩어리?”

“살아있으면서 죽은 영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바로 나! 지금의 나야말로 저승의 측면에서는 수배 1순위이자 끝판왕인 셈이지! 이제 이해가 되니, 해진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녀석이 아주 바보는 아니었구나! 그래 네놈은 확실히 우리 저승에 있어서는 아주 골치 덩어리이지.”

“후후후, 팀장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 군요. 하긴, 이렇게 간파 당했는데, 뭐라고 변명하실 수도 없겠지요.”

“흐흐흐, 확실히 골치 덩어리는 골치 덩어리야! 다만!”


훗, 다 끝난 마당에 다만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들어나 주지!


“오늘은 네 생각이 틀렸다.”

“응? 무슨 소리시죠? 본색까지 드러낸 마당에!?”

“나는 분명히 염라대왕님이 널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지, 만나러 가자고 하진 않았다.”

“응? 잠깐!? 대체 무슨 소리시죠? 그게 그 말 아닌가요?”

“흐흐흐, 귀여운 녀석! 마침 문이 열리는 군!”


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근정전 가운데 문에서 밝은 빛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 이건!

소은 대학병원에서 보았던 것 보다 사이즈가 훨씬 큰 저승의 문이다.

열리려는 것 같은데?

설마!?

문이 열리면서 강제로 빨려 들어가는 시스템인가!?


이미 멀어지기에는 문이 반 이상 열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긴장한 상태로 서 있는 자리에서 문 안쪽을 보고 있는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문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지는 않았다.

곧, 문이 완전히 열리고 누군가가 문 안쪽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염라대왕님 납시오!”


응? 이건 마치 대취타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제일 앞에는 호위병으로 보이는 영혼들이 창을 들고 있었다.

바로 그 다음 줄에는 태평소와 나발을 부는 영혼들이 있었고, 그 뒤에 가마꾼이 큰 가마를 짊어지고 문 밖으로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아, 팀장이 한 말이 이제 막 이해가 간다.

내가 저승으로 들어가 염라대왕을 만나는 게 아니라 염라대왕이 나를 만나러 온다는 뜻이었구나!!!


“오셨습니까? 염라대왕님!”


팀장의 인사와 함께 가마가 멈췄다.


“허허허! 이게 몇 년 만의 이승인가!”


뭐지? 가마에서 내려 우리들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염라대왕은 내가 예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외모이다.

뿔이 달린 악마와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인간의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옥황상제의 이미지와 더 비슷해 보인다.


“아! 이분이 염라대왕님!?”

“허허허, 자네가 강찬 군 이로구만! 만나게 되어 반갑네.”


“아,,, 네!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해진 양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무적의 퇴마팀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지! 허허허!”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앞서 들어온 호위병, 가마를 메고 있던 가마꾼, 그리고 뒤에 있는 신하들까지 약속이나 한 듯이 다 같이 웃고 있다.


뭐지? 이걸 듣고 웃는다고?

방금 그게 웃으라고 한 농담이었던 말인가?

지금 다들 염라대왕의 비위를 맟춰 주고 있는 거야??

저승이 이런 분위기였단 말이야!?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의 머릿속으로 궁금증 한가지가 떠올랐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가마꾼은 왜 필요 한 거야?

무게가 느껴지기는 하는 건가?

염라대왕 정도면 하루 종일 날아다닐 수 있는 거 아닌가?


헐,,, 이거 설마!

근정전의 문을 전용으로 쓰는 것도 가마를 타고 오기 위해 단지 큰 문이 필요 하기 때문인 건가!?


한 번의 농담과 분위기로 인해 나는 염라대왕에 대한 이런 저런 망상을 하게 되었다.


“아하하하,,, 그런데 저를 보고 싶어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 자네들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허허허!”


옛날 생각? 그 말은 이 염라대왕도 살아 있을 때, 나와 같은 능력자였다는 소리인가?


“아! 그렇다면 염라대왕님도 예전에 저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단 말씀이신가요?”

“그렇다네! 허허허! 내가 활동을 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 주변은 저승의 룰에 간섭 받지 않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였지.”


뭐? 그 말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악귀들이 있었다는 건가?


“그래서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즐거웠지. 지금의 한반도는 근대화가 진행되서 오래 되거나 강한 수배자는 없을 테니 조금 지루하기도 하겠구먼! 허허허!”


아아,,, 이게 오늘 내가 따지려고 했던 것들에 대한 정보잖아?


“아하!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영혼들이 사는 곳도 근대화되다니, 재미 있네요! 하하하!”


팀장 쪽을 슬쩍 쳐다보았는데,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팀장도 지금 막 안 것 같은 눈치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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