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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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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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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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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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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8화

DUMMY

팀장이 떠나고 잠시 후, 해진이의 혼잣말이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흠, 여기까지 온 김에 동물원이나 구경하고 가야겠다.”


응? 가야겠다, 라고?

분명히 겠다, 라고 말했다.

이거 뭐지?

혹시, 같이 가자는 걸 이렇게 돌려 말하는 건가?

그래, 혼자 가려고 했다면, 그냥 ‘갈게’ 정도로 이야기 했을 것이다.


훗, 그렇다면 뭐 별수 있나!

믿을 수 있는 동료인 해진이가 이렇게 나온다면 어울려 주는 수 밖에!


“오~! 해진이 너도 동물 좋아하는구나? 나도 마침 동물원 구경가려고 했는데!”

“흠! 그냥 조용히 혼자 구경하려고 했는데! 게다가 너랑 가려면 뱅뱅 돌아서 가야 하잖아!?”


큭! 뭐야!?

같이 가자는 뜻이 아니었나!?

아니면, 한번 정도는 튕기는 건가?

그렇다면!


“아하하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

“풉! 뭐야, 그 말이 지금 상황에서 왜 나오니?”


해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지나쳐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런! 같이 가자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던 건가?

아니 이거, 나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면, 뭔가 내 쪽에서 차인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그래, 이건 항상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해진이의 말하는 방식이 잘 못 된 것이다!

어쨌든, 두 번이나 의도치 않게 까인 지금 이 상태에서 괜히 더 말했다가는 정말 찝쩍대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한 내가 그만 가 보겠다고 말을 하려는 그 순간, 앞장서서 걸어가던 해진이가 뒤를 돌아 보며 말했다.


“뭐해? 안 갈 거면 혼자 간다?”


뭐지? 해진이가 날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아니, 사실 해진이는 아무 생각이 없이 하는 행동인데,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실수로 뽀뽀한 사건 이후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해진이에게 빠져들고 있다.

이런! 정신 차리자, 강찬!

해진이는 그저 믿을 수 있는 동료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응? 어! 가자고!”


놀이동산을 빠져 나가기 위해 출구로 가는 길.

여전히 군데군데 커플들이 걷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조금 이상했다.

대부분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평범한 커플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몇몇 커플들은 마치 소개팅이라도 나온 것 같은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음,,, 해진이가 아까 말했었던 그 대부분의 케이스에 포함되지 않는 커플들도 있는 듯하다.

하긴 뭐, 생각해 보니 나와 해진이도 다른 커플들의 눈에는 딱 저렇게 보일 것 같다.


아? 잠깐?

그래서 저들도 계속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였나?

난 또 선남선녀가 걸어가는 모습에 눈길을 주는 건 줄 알았네!?


이런 시선들에 흥미로움을 느끼며 걷고 있는데 해진이가 말을 걸어 왔다.


“아 참! 너 알고 있어?”

“응? 뭐를!?”

“은정이 말이야!”

“응? 은정이가 왜?”


막 질문을 마친 그 순간, 갑자기 내 몸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뭐지? 임무중이라 폰은 분명히 꺼 두었고, 아직 정신력은 충분한 것 같은데!?


“은정이,,,”


응? 뭐지?

어어어어!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나의 시야에는 더 이상 해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

나는 육체가 있는 차 안으로 돌아와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육체로 돌아온 이유는,


“오, 일어났구먼! 자고 있었던 겐가? 혹시나 기절한 게 아닌가 하고 깨웠다네!”


주차요원 할아버지가 내 육체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깜빡 잠들었었네요. 아하하하!”

“주차장이라고 해도 밤에는 인적이 드물어서 창문을 열어 놓으면 오히려 더 위험 할 수 있어. 조심하게나!”

“아하하하,,, 봄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만 잠든 것 같네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허, 그럼 이만 가 보겠네!”

“네, 수고 하셔요!”


윽! 차에서 명상을 하면 이런 단점이 생기는 구나?

다른 사람이 날 흔들어 깨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필 중요한 타이밍에 이런 일이!


해진이가 은정이 이야기를 하려던 것 같은데?

혹시 은정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해진이에게 지금 다시 가봐야 하나!?


후,,, 아니다.

다시 가려면 한참 걸릴 것이고, 해진이가 그걸 기다려 줄 성격은 아니니 길이 엇갈려 못 만날 확률이 높다.


은정이라고 말하는 걸 봐서는 그 아이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뭐, 내일 아침에 직접 병원에 가서 물어 봐도 괜찮겠지.



* * *



닷새 만에 다시 찾은 소은 대학병원.

오늘은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화장실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어제처럼 차 안에서 명상에 들면 되니까!


어제부터 차 안에서 명상에 드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명상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는 수고를 덜어주기에 편리한 것 같다.

물론, 어제 밤과 같이 누군가가 나를 깨우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병원의 지하주차장에 들어오니, 주차 된 차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아마도 가족들을 간병하는 사람들이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거겠지.

잘 됐다.

여기서는 문을 열고 자고 있다고 해서 깨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차 안에서 명상을 한 상태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지하주차장과 병원을 연결하는 통로를 걸어가는 그때, 당황한 표정을 하며 불안정하게 기웃거리고 있는 환자가 눈에 들어 왔다.


응? 저건?


내 의심은 그 환자가 사람을 통과해 버리는 걸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렇게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저승사자와 대면하지 않은 것 같다.

설마, 자기가 죽은 것도 모르고 배회하고 있는 건가?

후,,, 이거 말이라도 걸어 봐야 하나?

그래, 선배(?) 영혼이 되어서 이런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지나 갈 순 없지!


“저기요?”

“엇! 깜짝이야! 당신도 영혼이시군요?”


음,,, 일단 나를 보고 영혼이냐고 묻는 걸 보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굳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네,,, 혹시 죽은 지 얼마 안 되신 건가요?”

“네, 방금 전 죽은 제 모습을 확인하고 나왔습니다.”

“아, 그럼 아직 저승사자를 못 만나 보신 거예요?”

“저승사자요? 죽은 뒤에 이런 세상이 있는 것도 지금 당혹스러운데, 저승사자도 있단 말인가요?”


아, 모르는구나!

하긴, 보통은 이런 반응이 정상이긴 하지!


“네, 처음이라 믿기지 않겠지만,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승사자가 올 겁니다.”


내가 곁에 있어서 인지, 내내 초조하고 불안해하던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영혼의 표정이 조금은 진정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 구역은 원래 팀장이 맡던 곳이었는데,,,

후임이 따로 있는 거겠지?


혹시 저승사자가 중년 영혼을 못 찾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눈에 잘 띄는 공간으로 함께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뒤, 서쪽 복도의 끝 부분에서부터 검은 옷의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기 오는군요.”


다행히 장소를 옮기자마자 저승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저승사자.

어 잠깐, 이거?

한달 전 있었던 나와 팀장의 첫 만남이 떠 오르는데?


“휴우~! 와, 진짜 완전 욕 바가지로 얻어 먹을 뻔 했네! 아니, 욕이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 환생의 방으로 끌려가는 줄!”


응? 뭐지?

이 캐릭터는?

팀장도 내가 가지고 있던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깨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저승사자를 뽑는 기준은 대체 뭐인 거야!?


땀이 나지도 않을 텐데, 이마를 닦는 모션을 취하는 저승사자.

나는 팀장의 후임으로 보이는 이 저승사자를 빤히 쳐다 봤고, 곧, 나의 시선을 느낀 저승사자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근데, 왜 두 분이 계시지? 옆에 분은 누구시죠? 방금 사망 리스트에서 확인했던 몽타주가 아니 신 것 같은데?”


사망 리스트?

아, 거기에도 연필로 그린듯한 몽타주가 그려져 있나 보네?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너무 아날로그 적인데?


“아, 이분이 길을 잃고 헤매시는 것 같아서 제가 좀 도와드렸습니다.”

“아하! 감사합니다. 제가 바로 찾아 간다고는 갔는데, 이미 죽은 자리에 안 계셔서요!”


딱 보니까 촐랑대는 성격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병실을 잘 못 찾아 간 것 같다.

그나저나, 저승사자가 실제로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옆에 있어도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럼 좀 지켜 볼까?


그렇게 나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아니었다.

그의 눈빛이 바뀌더니, 이내 목소리까지 바꾸며 나를 경계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이 구역에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원래 이 구역 분이 아니시군요?“


응? 뭐지, 이 저승사자?

길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신원조회를 하려는 경찰의 느낌이다.

특별히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왜 괜히 긴장이 되는 거지,,,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죽지도 않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항상 무서워하고 긴장하는 거야?

정녕 쫄보의 기질은 타고 나는 것이란 말인가!


“후후,,, 신입 분이라서 잘 모르시는 군요. 저는 굳이 말하자면 이 구역 출신이 맞습니다.”

“음? 굳이 말하자면 이라,,, 그 표현이 조금 애매하게 들리는데요?”


음,,, 이 저승사자, 의심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날 그냥 보내주려고 할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된 거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겠군!


“아하하하,,, 아무래도 저를 수상하게 여기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당신이 신입이라는 사실을 제가 어떻게 알고 있겠습니까? 저는 예전에 이 구역을 맡고 있던 저승사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몸 입니다.”


내 소개를 살짝 했을 뿐인데 갑자기 저승사자가 경계의 눈빛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눈빛이 이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뀌어져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때문이지?


“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퇴마 3팀의 무적의 사나이라고 불리 우는 강찬님 이시군요!”


응? 내 이름에다가 퇴마 3팀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네?

게다가 무적의 사나이라고 불리 우고 있다니!

나 저승에서 유명인이었던 거야?


“후,,, 저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시는군요.”

“당연하지요! 지금 저승의 사자들에게 퇴마 3팀은 그야말로 드림팀! 팀의 리더이신 수호 선배님의 자리를 물려 받고 싶어하는 저승의 사자들의 관심이 엄청나답니다! 물론, 저도 노리고 있구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뭐지? 수호 선배?

즉, 팀장의 이름이 수호 란 말인 건가?

이렇게 우연히 이름을 알아버리게 될 줄은 몰랐다.


수호라,,,

그래! 이름을 숨기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개명을 한 건지는 몰라도 형사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렇게 또 정보가 쌓여간다.


내가 팀장의 이름을 알아내 기뻐하고 있는 사이, 방황하던 중년의 영혼이 끼어들었다.


“오? 이분이 이곳의 실세인가 보죠? 저승사자가 이렇게 잘 보이려는 것을 보니?”


그의 말을 듣고는 신입 저승사자가 다시 방황하던 중년의 영혼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차차! 제가 너무 정신이 팔렸네요. 흠,,, 지금 제 앞에 계신 분, 성함이 김명수씨 맞으신 가요?”


음, 이제부터 죽은자가 어떤 식으로 저승, 혹은 이승에 남게 되는지 지켜봐야겠다.


“네, 맞습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바로 저승으로 가서 재판을 받으실지, 아니면 이승에 남으실지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저승사자가 이전에 보았던 A4 규격의 종이를 꺼내더니 읽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승에 남는 것에 대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죽은 뒤, 이승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3년을 기본으로 한다. 다음은 이승에 남게 되는 영혼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다. 첫 번째, 소멸의 위험성. 소멸은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나 라는 자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승에 남게 되는 영혼들은 자신이 소멸의 위험성에 노출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두 번째, 수배의 가능성. 이승에 체류하는 영혼이 사람들이나 영혼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수배에 걸리게 되며, 수배에 걸리게 된 영혼은 소멸 될 확률이 높아짐과 동시에 저승에서의 재판에 불리함을 초래할 수 있다. 셋 째 ······”


이후로, 열 번째의 주의사항이 끝나고 나서야 신입 저승사자의 입이 멈추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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