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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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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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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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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9화

DUMMY

신입 저승사자가 들려준 조항들을 듣고 나니, 이건 이승에 남지 말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조항이라면 저승으로 바로 가서 재판 받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가만,,, 이거 혹시, 영혼들이 최대한 남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인가!?

그래, 많은 영혼들이 이승에 남게 된다면 아무래도 관리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음, 팀장의 말대로 꽤 많은 영혼들이 이승에 체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화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자, 그럼 선택하십시오!”

“허허,,, 집중해서 들어보았는데, 이승에 남는 것은 소멸을 각오한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라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 같군요.”


아, 중년의 영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조항만을 들었을 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곳은 그 정도까지 위험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이건 죽은 자가 이승에 남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시키고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일종의 영업인 것 같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사기의 일종인 거 아닌가?

이거 이쯤 되니까, 저승에 있는 높으신 분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중년의 영혼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 말 없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그가 저승사자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질문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들은 보통 어느 정도의 비율로 이승에 체류하고 있지요?”

“보통 20%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릴수록 많이 남는 편이지요.”


아, 이것도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하긴 뭐, 딱 봐도 어린 영혼들이 많이 보이니까!

어릴수록 많이 남는다는 것을 굳이 말한 이유는 이 영혼이 중년의 나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신입 저승사자가 중년의 영혼에게 더 이상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뭐, 특별히 죄가 없는 분이라면 그냥 저승에 가서 재판을 받는 것이 속편 할 것입니다.”


오호,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유도하는구나?


“죄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딱히 나쁜 짓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데,,,”


중년의 영혼이 말 끝을 흐리고는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진 듯 말이 없어졌다.

이 모습에 독촉할 줄 알았던 신입 저승사자가 이번에는 그 모습을 그냥 잠자코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럼, 저승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중년 영혼이 저승으로 간다는 말이 들려왔다.

신입 저승사자는 그 말을 듣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 좋습니다. 아주 잘 결정하신 겁니다. 하하하!”


후,,, 완급조절이 끝내주는군.

이거 뭐, 이런 식으로 영업하며 생의 업보를 받는 거냐!?


신입 저승사자가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지은 채로 나를 쳐다보았다.


“강찬님! 짧았지만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네!”


내 나이 또래는 아닌 것 같지만, 팀장보다는 어려 보이는 신입 저승사자.

후임이라니까 아무래도 팀장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그래, 앞으로 팀장에 대한 정보는 이 신입 저승사자에게 제공 받으면 될 것 같다.

비록, 죽은 자들의 세상일지라도 비밀은 없는 거다.

수호 형사님, 다음 검증 대상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 그나저나!

보통 내가 병원에 오면 은정이가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 왔는데, 오늘은 왜 안 나타나는 거야?

후,,, 이 넓은 병원을 찾아봐야 하는 건가?



* * *



병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으나 은정이는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없다면 아지트 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경회루로 발길을 재촉했다.


설마, 어제 해진이가 이야기 하려던 것이 은정이가 소멸 되었다는 것인가?

아니지,,, 그럴 리가 없다.

은정이가 소멸을 시키면 시켰지 절대 소멸 당할 애는 아닐 것이다.


생각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의 불안했던 그 마음은 곧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경복궁의 근정전 서쪽의 입구를 통과 한 뒤 보이는 경회루.

그 2층에 여자아이 둘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휴! 그럼 그렇지!

경복궁은 아직 개장하지 않은 시간이기에 저 둘은 틀림없이 해진이와 은정이 일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둘은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는 듯 했다.


후,,, 아침부터 사람을 숨 조리게 해 놓고는 정작 자기들끼리는 해맑게 웃고 있다니!

대체 무슨 이야기 중이길래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거야?


나는 둘의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다시 근정전의 안쪽으로 크게 돌아 경회루의 뒤쪽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바로 아래층까지 몰래 접근하는 데 성공.


그래,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내가 엿들어 주지!


그렇게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때, 은정이의 큰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에휴! 진짜!!!”


응? 뭐지?

갑자기 왜 큰소리가 나는 거지?

둘이 싸우기라도 하는 건가?


“야! 너, 밑에서 뭐해? 엿듣기라도 하려고? 빨리 안 나와!?”


응? 날 말하는 건가?

분명히 안보이게 몰래 왔는데 어떻게 알았지?

귀신 같은 사람,,,

아니, 귀신 같은 귀신이구나!


“풉! 처음 왔을 때부터 이미 다 보였는데! 밑에 있는 거 아니까 빨리 올라 와!”


뭐야? 그럼 그 즐거워 보이던 표정들도 사실 내가 몰래 접근하고 있는 걸 보며 비웃던 것인가?


“어! 좋은 아침이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니라 잠시 계단에 걸터앉아서 쉬려고 했던 것뿐이었어. 아하하하!”

“에휴! 핑계라도 좀 제대로 대던가! 그래, 뭐, 좋고 싫은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내가 이해 해줘야지!”


응? 해진이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100% 확실해졌다.

은정이는 내가 고백(?)한 일을 해진이에게 다 말해 버린 것 같다.


“마침 잘 왔어! 어차피 너도 미리 아는 게 상처를 덜 받게 되는 길일 테니까.”


응? 상처받는다니?

무슨 말이지?

어제 해진이가 이야기 하려던 그 내용인 것 같다.


“은정이 너, 무슨 일 있어?”

“나, 곧 열리게 될 천도재를 따라서 천상에 가려고! 즉, 이제 날 못 보게 된다는 말씀이지!”

“응? 아,,, 너 곧 3년이 다 되어 가지?”

“뭐야? 난 너한테 그런 걸 말한 적이 없는데? 하,,, 나에 대한 것은 세세하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정말 소름 끼친다!”


후,,, 얘가 진짜 자길 좋아하는 줄 아네!

그냥 무의식의 공간에 처음 들어 오게 된 그 충격적인 날에 있었던 대화는 모두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뿐이라고!

아, 근데 팀장에게 설명 듣기로는 천도재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아닐 텐데?

잘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


“근데 천도재가 열리게 될 줄은 어떻게 알아? 천도재는 덕이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 치르는 의식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대학병원에 임종을 기다리고 계신 덕 많은 분이 있으셔!”


응? 해진이의 대답도 좀 이상한데?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이지?

정확히 언제 돌아 가실지는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기다리다가 3년이 넘어 가면 어쩌려고!?

아니 잠깐? 그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은정이가 과연 천상의 문을 통과,,, 할 수 있을까?


“이제 날 보고 싶어도 얼마 못 보겠네? 에휴~! 벌써부터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너도 참, 딱하다 딱해!”


내가 지금 심각한 표정은 짓고 있는 이유는 은정이가 천상의 문을 통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괜히 얘기 꺼내서 자극 하지 않는 게 좋으려나?

음,,, 그래도 역시 말을 해줘야겠지?


“근데,,, 은정아! 너,,, 천도재에 참여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천상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하,,, 당연히 알고 있지!”

“아,,, 그래..?”

“야! 뭐야! 설마 내 생의 업보가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 죽을래!”


그래, 방금 네 모습으로 인해 100% 확신할 수 있게 됐어!


“아아,,, 그건 물론 아니지! 그런데 내가 들은 바로는 생의 업보가 마이너스인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하더라구,,,”

“하,,, 진짜! 마이너스인 사람이 훨씬 많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생의 업보는 지금까지 살아 온 내 행실로 평가 받는 건데!”


음,,, 그래서 문제가 될 거라는 건데,,,

이해를 못하는 건가?

아니면 자기 부정을 하는 건가?


“은정이가 죽기 전엔 어땠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잖아!? 지금까지 나에게 대하는 것을 보면, 은정이가 천상의 문을 통과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후,,, 해진아!

네가 그렇게 말해 놓으면, 은정이가 천상의 문을 통과 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민망하겠니!


“역시! 해진이가 뭘 좀 안다니까!”


아니, 너희들끼리 그렇게 말해 봤자, 통과 될 확률이 올라가는 건 절대 아니라고!


“아! 해진아! 그냥 이번에 나랑 같이 올라가자!”


응!? 해진이는 왜 갑자기 꼬시는 거야!?

이건, 막아야 한다.


“아!? 해진이가 빠지면 우리 팀에 전력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아직 올려 보내는 건 내가 반대야!”

“뭐!? 네가 뭔데 반대하네 마네야? 죽을래!!!”


큭! 목청 한번 크다 커!

이거 이대로 해진이도 가버리는 건가!?


“헤헤,,, 난 좀 더 있다가 갈게, 은정아!”


휴,,, 다행이다.

해진이도 아직은 천상에 갈 마음은 없는 것 같다.


“그래?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해진이와의 대화를 끝낸 은정이가 갑자기 날 쳐다 보았다.


“에휴! 사실은 내가 가는 걸 제일 말리고 싶겠지! 너도 참 안됐고 불쌍하다. 어쩌다 날 만나게 되어서 첫눈에 반해가지고! 그래! 차라리 이렇게 빨리 헤어지는 편이 너에게는 나을 지도 모르겠다.”


뭐지? 저 이해한다는 표정은?


대체 왜 자길 좋아한다고 느끼게 된 건지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후,,, 이제 와서 사실을 말할 수도 없고,,,

이거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 거겠지?


“아,,,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시작하지 않았으니, 끝도 아닌 셈인가? 아하하하!”


후,,, 꽤 괜찮은 대사였다.

좀 더 분위기 잡고 연기해볼걸 그랬나?


“에휴!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는 있지만, 힘들겠지! 나도 네 마음 조금은 이해해.”


아,,, 그냥 이쯤에서 부정할까?


“흠! 힘내 찬아!”


해진이까지 날 위로 하고 있다.

하긴, 해진이도 은정이의 말만 들었기 때문에 내가 은정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음,,, 그럼 언제가 마지막이 되는 거야?”

“2주 정도 뒤에 산소호흡기를 뗀 다고 들었으니까, 음,,, 이제 한 11일 정도 남아 있어!”


아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을 지탱하고 계셨던 분이었구나!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그 말이었군!


“에휴! 그래도 20년 동안 지냈던 이승인데, 막상 떠나려니까 아쉽긴 하네!”


죽은 후도 계산해서 20년이라는 거겠군.

첫 날, 해진이가 왜 자기 나이를 제대로 말 못했는지 이해가 간다.


“아,,, 그런데 은정아? 그런데, 너 3년이 되는 날은 얼마나 남은 거야?”

“3주 정도 남아 있을 걸? 그건 왜?”


왜긴, 분명히 남은 3주를 다 채우고, 저승으로 끌려 가게 될 걸 알기 때문이지!


“아~! 알겠다. 물론, 넌 한 주라도 날 더 보고 싶겠지! 하지만, 그 사이에 또 천도재가 열릴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다행히 이번에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알아차렸다면 큰 소리부터 쳤을 테니까.


“아아,,, 그래,,, 맞는 말이다!”


은정이와 대화하다 보니, 점점 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또 날 감동시킬 뭔가를 준비해와서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보내줬으면 해!”


응? 전혀 생각도 없었는데?

저런 말을 한다는 건 기대하고 있겠다는 건가?

아니, 내가 왜 압박을 받는 거야!?


은근히 기대 한다는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는 은정이.

도저히 외면 할 수가 없다.


“아하하하,,, 딱 기대하고 있어! 아주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준비 할 테니까!”


나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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