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050
추천수 :
35
글자수 :
266,624

작성
23.06.21 21:00
조회
11
추천
0
글자
12쪽

38화

DUMMY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학생들을 보니 생각나는 한 사람.


아, 준범이는 열공하고 있으려나?

후,,, 나 대신 시험 봐 줄 녀석인데, 얼굴이라도 자주 비춰줘야 되겠지!?


나는 그렇게 학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거의 한 학급 정도 되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정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학생들을 피해 조심조심 앞으로 걷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 찬이형! 안녕하셨어요?”


아, 학생들 사이에 있었네.

배웅이라도 하는 중이었나!?


“어, 준범아 너 보러 왔어! 공부는 잘 되 가지?”

“네, 그럭저럭이요.”


응? 그럭저럭이면 안 되지!


“아, 마침 잘 오셨어요! 할 얘기가 있었거든요!”


뭐지? 설마 이제 와서 시험을 대신 봐주는 것에 대해 나에게 뭔가 요구하려는 건가!?


“응? 할 얘기라니?”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찬이 형도 재수생이니 공부를 하실 거 아니에요?”


음,,, 갑자기 공부를 하냐고 물어보는 건 왜 때문일까?

뭔가 불안한데?

설마, 내가 자기에게 모두 맡겨두고 공부는 아예 손 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응!? 당연히 하지! 재수생한테 공부하냐는 당연한 걸 물어보다니,,,”

“아, 그렇네요!”


당연한 것을 물어 봐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준범이.

그리고, 당연한 것을 안 해왔기에 민망한 나!


“그래서 말인데요, 찬이형이 제가 원하는 교재를 형의 스케줄 대로 공부하셨으면 어떨까 해서요!”

“응? 아~! 그러니까 준범이 네가 원하는 교재로 시간을 정해서 내 페이스대로 공부를 하면 넌 옆에서 그걸 보면서 공부하겠다, 이건가?”

“네네! 바로 그 말이에요! 그렇게 하면 저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형도 시간을 지키면서 계획적으로 공부 하실 수 있고요!”

“오호, 나쁘지 않은데!?”

“그리고 공부하다가 혹시라도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저에게 물어보셔도 되고요! 사실 공부는 가르치면서 하는 게 가장 기억에 잘 남거든요!”


음,,, 뭐지?

준범이 급 수재가 바로 옆에 붙어서 과외를 해 준다고 하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내가 진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거잖아!?


후,,, 아니지 강찬!

양심이 있다면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 준범이의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준범이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래,,,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 주어야 할 사항이다!


“그래그래!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완전 좋지! 그럼 우리 스케줄을 한번 맞춰 볼까!?”


오랜만에 공부 한다는 생각을 해서 인가?

갑자기 복잡한 마음이 든다.

오늘 여길 왜 왔을까!?



* * *



정말 오랜 만에 아침 일찍부터 지금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어제 준범이와 한 약속으로 인해, 임무가 없는 날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공부만 하게 생겼다.

이제 내 자취방은 환생의 방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가 8시 40분이었다.

과연 10분이 지나가 있을까?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9시 되기 10분 전.

드디어! 해방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있는 바로 그 상태로 명상에 돌입했다.


“오늘 하루 수고 하셨습니다! 찬이 형!”

“아하하하! 수고는 무슨! 재수생에게 당연한 하루 일과인데!”


내 힘찬 한마디 한마디에 준범이가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너무, 오버했나?


“형 근데 생각보다 잘 하시는데요?”


후,,, 생각보다 라니!

준범이까지 날 무시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했던 ‘클라스는 영원하다.’ 라는 말을 다들 빈말로 생각했던 것인가!


“오호! 강찬이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다 보게 되다니, 이런 식이라면 나쁘지만은 않지! 준범 학생도 수고 많았어!”


응? 팀장이 마치 날 자기 학생 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내 담임선생인 거냐!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해요! 찬이 형!”


오늘처럼만 하자고?

오늘 눈 뜨고 일어나서 밥 먹은 시간만 빼면 계속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했는데?

이건 내가 전에 계획했던 공부시간보다 더 빡빡한 시간이라고!


“아하하하,,, 그래, 오늘처럼만!”


뭐지? 팀장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이거 설마 팀장이 사주한 거 아냐!?


“아! 내일은 오후 한시부터 인 거 알지? 임무가 있는 다음 날이니까 말이야! 하하하!”

“네네! 내일 뵙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그래 내일 보자!”


후,,, 어제 대체 왜 학교에 갔을까?

뭐, 지금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미적분이라! 그립네!”


아, 해진이와 은정이도 와 있었구나.

해진이라면 1학년 때 죽었을 테니, 정규 과정 대로라면 미적분을 배웠을 리 없다.

역시, 선행학습이 되어 있었던 모범생이었다라는 걸 알 수 있다.


아?! 그럼 차라리 준범이 보다 해진이한테 배우는 게!?

음,,, 이미,,, 늦은 건가!


“어휴! 이게 다 뭐야!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프네!”


은정이는 역시 내 예상대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로군!


아, 그러고 보니, 공부에 너무 열중하느라 잊고 있었다.

모두에게 엄청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아, 맞다! 계모가 현재 귀국해서 한국에 있어요! 저를 찾아왔었거든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팀원들.


“뭐!?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잘 속인 거냐?”

“네, 아마도요! 팀장님의 말대로 대처해 놓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어요. 물론 저의 연기가 일품이었던 것도 있긴 하지만요. 하하하!”

“그래? 확실히 속아 넘어 간 거 맞아?”

“뭐, 별 말 없이 돌아 갔으니까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해진이가 내게 말했다.


“음,,, 만약 한번 더 찾아 온다면 그땐 숨도록 해! 한번 더 찾아 온다는 건 확신이 생겼다는 뜻일 테니까!”


후,,, 해진이 말이 맞다.

다시 온다면 그건 확신이 생겼다는 뜻 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응, 그래야지! 구속 되기 전까지는 쥐 죽은 듯이 숨어있어야지!”

“흥! 이런 바보의 연기에도 속는 사람이 다 있나 보네!”


뭐? 바보의 연기!?

살기 위한 혼신의 연기였는데!


아니, 그것보다 은정이에게는 내가 바보처럼 보인다는 거야!? 다들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지?

어째서? 난 엄청 똑똑한데?


“아, 근데 말이죠. 다 끝난 것이 확실한데, 자꾸 무엇인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드는데 왜 그런지를 모르겠네요?”

“뭐, 요 몇 주간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거겠지! 신경 쓰던 거에 비해서 일이 너무 쉽게 끝나버렸으니 그 허무함으로 인한 불안 같은 거 아닐까?”

“허무하게 끝나다니요! 어제 아침에만 해도 저는 죽음의 공포를 맛 보았거든요?”

“어쨌든 나의 지혜를 빌려 이렇게 잘 살아 남았잖아?”


큭! 잘난 척 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팀장이 아니었다면 어설픈 변명을 했을 테고, 계모가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 지 모른다.

확실히 이번에는 팀장의 도움을 받았다.


“퀵은 확실히 보낸 거 맞지?”

“아, 네!”

“그래, 그럼 뭐 더 이상 별일이야 있겠어?”


그래, 팀장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형사 출신이다.

팀장의 말대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위화감은 그만큼 내가 이 사건에 몰입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자! 그럼 오늘도 임무를 수행하자고! 오늘도 역시 강원도니까, 서두르자!”


뭐? 또 강원도라고!?

팀장님? 그냥 대놓고 지각을 한다고 말하는 건 어떠실지!?


“팀장님, 오늘이 은정이의 마지막 임무 날 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아아! 벌써 마지막 인 거야? 이런이런, 아쉽구만! 아쉬워!”


뭐지? 저 어설픈 대사는?

표정관리도 전혀 안 되잖아?


“에휴~! 뭘 바라니! 빨리 출발이나 하자. 강찬!”

“그럼 이따가 보자!”


뭐야, 저 음흉한 미소는?


팀장의 마지막 표정을 봐서는 오늘도 절대 제 시간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 * *



차를 타고 세 시간.

거기에 더해서 산길을 한 시간 이상 걸었다.

깊숙한 산중에 자리 잡은 오늘의 목적지.


매번 강원도 쪽으로 오면 느끼는 거지만,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외진 곳이 많다.

팀장이 아직까지 안 보이는 걸로 봐서는 늦게 올 생각인 게 분명하다.

아니지, 늦게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와 간격을 두고 따라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서 두 번도 일이 마무리 되었을 즈음해서 귀신같이 나타났으니까!


이거 이쯤 되면 은정이를 싫어하는 차원을 넘어 섰다.

팀장은 정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행동이 너무나도 의심스럽다.


“흠,,, 저기 인 것 같은데?”

“오오! 대박! 역대급 비쥬얼! 도시에서는 본 적 없는 비쥬얼인데!?”


은정이 말대로다.

정말로 이 세상의 공간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스산하고 기괴한 풍경이다.

이전에 저승의 문 안쪽을 보았을 때 느껴졌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배경만 놓고 본다면, 이곳에는 악귀의 끝판왕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런 곳에서 영혼이 수배에 걸렸다는 건, 이곳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심령스팟 이라는 것인데,,,

대체 사람들은 이런 곳을 왜 찾아오는 거야!?


언덕 위쪽에서 바라다보니 중심부에는 우물이 있고, 주변에는 폐가들이 둘려져 있다.

아무래도 이곳은 오래 전에 없어진 폐 촌인 것 같다.


옆을 보니 해진이도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무섭다라는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는 해진이의 표정에서 공포의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다.


“오오,,, 여긴 진짜 좀 다른데? 가까이 갈수록 이 세상 공간이 아닌 것 같아!”


해진이의 말에 은정이도 반응한다.


“그러니까! 이런 분위기의 공간은 또 처음이네? 물론, 그 동안 이렇게 후미진 곳을 찾아 다닌 적도 없지만!”


응? 은정이 마저도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이곳엔 분명 엄청난 악귀가 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 설마!? 저승과 연결되어 있는 공간인 거 아니야!?”


뭐? 저승과 연결되어 있는 공간?


“응? 그런 곳도 있어?”

“그냥 해본 말인데!?”


뭐지? 지금 해진이가 나에게 겁을 주려고 한 건가?

후,,, 자기도 겁먹었으면서 이럴 때마저 날 놀려먹으려는 거냐!


“조심히 접근 하자! 이렇게 외진 곳이라면, 몇 백 년 묵은 영혼이 숨어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

“푸하하하하! 뭐래? 얘는 또 뭔 바보 같은 소리야?”

“풉! 찬이 너, 지금 많이 무섭나 보구나?”


후,,, 또 나를 무시하는 구나.


“허! 지금 너희들도 마찬가지잖아? 표정을 보면 겁먹은 게 딱 보이거든?”

“에휴, 그냥 분위기가 조금 스산하다 이거지! 영혼이라고 해 봤자 나보다 짬도 안 될 텐데! 내가 쫄겠니!?”


방금 전까지 자기들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으면서!


“아!!! 저기 잠깐 나와서 이야기 좀 하시죠?”


윽!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움찔 한 거 티 나진 않았겠지?


“잠깐! 대책도 안 세우고 갑자기 부르면 안되지!”

“대책은 뭔 놈의 대책!”


후,,, 역시 은정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이 일을 하다가 잘못하면 자기가 소멸될 수도 있는데도 이렇게 조심성이 없다니!


“상대가 몇 백 년 묵은 악귀면 어쩌려고 이래?”

“몇 백 년을 묵든, 몇 천 년을 묵든 어차피 살은 한방밖에 못 날리는 데 너는 소멸되지도 않을 얘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반박할 수가 없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나는 소멸 되지도 않는 무적의 몸을 가지고도 왜 자꾸 쫄아있는 것일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이시네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5화 23.06.29 8 0 13쪽
45 44화 23.06.28 9 0 12쪽
44 43화 23.06.27 9 0 13쪽
43 42화 23.06.25 9 0 13쪽
42 41화 23.06.24 10 0 13쪽
41 40화 23.06.23 9 0 12쪽
40 39화 23.06.22 12 0 12쪽
» 38화 23.06.21 12 0 12쪽
38 37화 23.06.20 11 0 13쪽
37 36화 23.06.18 12 0 12쪽
36 35화 23.06.17 13 0 12쪽
35 34화 23.06.16 13 0 12쪽
34 33화 23.06.15 14 0 12쪽
33 32화 23.06.14 16 0 13쪽
32 31화 23.06.13 16 0 13쪽
31 30화 23.06.11 12 0 13쪽
30 29화 23.06.10 13 0 13쪽
29 28화 23.06.09 15 0 13쪽
28 27화 +2 23.06.08 23 1 13쪽
27 26화 +2 23.06.07 18 1 13쪽
26 25화 23.06.06 16 0 14쪽
25 24화 23.06.04 16 0 12쪽
24 23화 23.06.03 16 0 12쪽
23 22화 23.06.02 14 1 12쪽
22 21화 23.06.01 15 1 14쪽
21 20화 23.05.31 16 1 13쪽
20 19화 23.05.30 23 1 12쪽
19 18화 23.05.28 19 1 13쪽
18 17화 23.05.27 18 1 13쪽
17 16화 23.05.26 1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