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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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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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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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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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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DUMMY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해진이가 말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여행용 가방을 싸고 있었다고 했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기내용 가방인지 수화물용 가방인지만 알아도 국내 여행이 될 지 해외여행이 될 지 대충 예상할 수 있을 텐데!

후,,, 팀장이 오기 전까지 궁금해서 어떻게 참지!?


아니지?

생각해보니 굳이 궁금한 채로 저녁시간까지 팀장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직접 가보면 되니까!

그리고, 어쩌면 이번 메모리 카드 탈취 작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전단지 돌리는 알바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빨리 알면 알수록 좋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명상의 상태에서 계모의 집으로 향했다.


계모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역시 1층에는 CCTV가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공동 현관문의 형태는 아니다.


“해진아! 애들아! 혹시 안에 있어!?”


나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곧 해진이가 1층 공동현관 유리문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오, 찬아! 아침부터 여긴 어쩐 일이야?”

“궁금해서 저녁까지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잘 왔어! 나도 지금 막 목적지를 확인했어!”

“오!? 그래? 제주도라도 가나? 해외 여행이면 시간도 충분하고 좋을 것 같은데!”

“런던행 비행기야!”


응? 런던!?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데?”


후후,,, 얼마나 머물지 모르겠지만, 유럽여행이라면 사건을 재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계모씨!

이게 당신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거라고!


“아, 시간은 내일 오전 11시 30분!”


내일 오전 11시 30분이라,,,


좋아! 귀국길에 공항에서 체포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일 것이다.

그래, 시간을 지체 할 이유가 없다.

내일 바로 작전에 돌입한다!


아, 그럼 당장 전단지 알바자리부터 확보해야겠는데?


사실, CCTV의 저장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계모가 이렇게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전단지 알바로 위장을 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주변은 대부분 주택이고, 그래서 CCTV가 곳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어디서 찍힌 영상이 백업되어 증거로 남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 만약을 위해 계획대로 확실하게 해두자!

대비를 해서 나쁠 건 없다.


범행 당일에만 전단지 돌리는 모습이 찍힌다면 그것도 수상해 보일 것이다.

내일을 작전 당일이라고 본다면 아무래도 오늘부터 당장 전단지 알바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후,,, 좋아!

어떻게든 피해갈 수 있는 완벽한 알리바이도 만들어 주지!

계모! 당신은 이제 정말 끝났어!



* * *



지금은 오후 8시 45분.

명상에 들자마자 은정이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야! 강찬! 오는 길에 너 봤는데 전단지 돌리고 있더라?”


그럼 거의 한 시간 전부터 여기 와 있었다는 소리인데?

여기 진짜 아지트가 된 건가!


“응, 돌렸는데?”

“에휴~! 설마 내가 저번에 금수저 싫어하는 티 낸 것 때문에 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


응?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은정이도 꽤나 창의(?)력이 있는 아이 인 것 같다.


뭐, 어차피 2주, 아니, 이제 2주도 채 안 남았다.

그전까지는 은정이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도리겠지.

이제 와서 사실은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건, 은정이에게도 상처가 될 테니까!


“후후,,, 내가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나봐? 일단 한가지 목적은 달성한 셈인가?”

“아, 뭐래!? 뭔 목적달성?!”

“풉! 한가지 목적을 달성했다는 건 다른 목적도 있다는 건가!?”


역시 예리한 해진이.

내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해 오는구나.

그렇다면, 대답해 줘야지!


“후후,,, 사실 두 번째 목적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더 중요하긴 하지! 바로 알리바이 확보!”

“뭔 놈의 알리바이 확보?”

“오오! 찬이 잔머리 굴리는 게 보통이 아닌데!? 혹시나 모를 계모의 반격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건가!”


웃으며 말하는 해진이.

정말 완전히 남의 일 인 것처럼 말하잖아?

게다가,,, 잔머리라니!


“아~! 그 훔치는 거 얘기였어?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네!”


큭! 여전히 훔치는 거라고 말하네!

작전이라든지, 임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내일 오전 11시 30분 비행기이니까 8시 30분에는 집에서 나갈 것 같아. 계모가 나가는 것만 확인되면 지체 없이 메모리카드를 훔쳐올 생각이야!”

“그래!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은 것 같아! 메모리카드의 위치도!”

“좋아좋아!”

“오호, 누군가에게 걸리게 되면 바로 현행범이 되는 거네? 완전 스릴 있겠는데!?”


큭! 은정아,,,

아주 걸리라고 제사를 지내지 그래!


“뭐,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나도 가서 지켜 볼게!”


어느새 앞마당에 도착한 팀장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해진아, 뭘 지켜 본다는 거냐?”

“내일 아침, 찬이가 범행에 돌입하겠대요!”


큭! 해진이 네가 선택한 단어는 범행인 거냐!


“오호! 강찬! 내일 바로 실행하는 거냐!? 완전 팝콘각인데!? 내일 아침은 특별히 와서 구경 해야겠는데?!”


큭! 팀장까지!

팝콘각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아하하하,,, 그런데,,, 지금 다들 제가 걸리기를 바라는 건 아니시죠?”

“크하하하! 그럴 리가!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고!”



* * *



나는 지금 계모의 주택 주위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지금 나의 모든 신경은 계모가 살고 있는 주택에 가 있다.


나름대로 준비는 철저히 했다.

완전범죄를 위한 기본인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한 위생용 비늘장갑, 신발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한 비닐커버까지도 준비했다.

그리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계모가 가지고 있는 메모리카드와 완벽히 똑 같은 것을 준비했다.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이걸로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연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제부터 돌린 전단지도 구역을 지정해 돌려 놓은 상태이고, 오늘의 구역에는 계모의 주택이 들어 있다.


후후,,, 지금쯤 다들 혀를 내두르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허술한 모습만 보여왔던 내가 이렇게 완벽한 준비를 했을 거라고는 다들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


아,,, 그나 저나 8시 30분은 지났고,,,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너무 일찍부터 온 건가?


이 주변 주택에 전단지를 모두 돌릴 때까지 계모가 나오지 않으면 동선이 꼬이게 되는데,,,


알리바이에 차질이 생길까 조마조마 하며 계모의 주택 반대편 건물의 창문에서 곁눈질을 하는데, 계모와 남편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부터 계속 긴장의 상태이긴 했었지만, 계모가 집을 나오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기 시작한다.


후,,, 진정하자! 강찬!


일단, 지금 이 건물에서 시간을 지체하며 계모를 지켜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계모가 나를 보게 된다 하더라도 당장 이 건물에서 나가 옆 건물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그래, 자연스럽게!


옆 건물로 이동하는 사이, 나는 계모의 시야에 완전히 노출 되었다.

하지만 계모는 나에게 특별히 시선을 주지는 않았다.


뭐, 당연하다.

계모의 눈에는 그냥 전단지를 돌리는 알바생으로 보일 테니까!


후,,, 이제 곧 작전에 돌입한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긴장이 된다.

하지만 긴장하는 티를 낼 순 없지.

지금 이 근처 어딘가에서 팝콘을 손에 들고 날 지켜볼 존재들이 있을 것이니!


- 우우웅!


천천히 전단지를 돌리는데 자동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틀림 없이 계모의 차량일 것이다.


출발한 건가?

나가볼까?


후,,, 계모가 이쪽을 쳐다 볼 것만 같아서 내다보지 못 하겠다.


아니 잠깐!?

나 지금 너무 긴장하고 있나?

그냥 또 근처 건물로 이동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전단지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계모가 탄 차가 스쳐 지나간다.


윽! 묘한 타이밍!

계모가 왠지 날 본 것 만 같다.


아, 상관없지?

나는 누가 봐도 그저 전단지 돌리는 사람으로 보이니까!


지금까지 일부러 중간중간에 사선이동을 한다던지 하여서 건물 한 동을 돌리고 바로 다음 옆 건물로 향하는, 그런 규칙적인 동선을 그려가며 전단지를 돌리지는 않았다.

그러니 지금 바로 계모의 주택으로 바로 들어간다고 해서 내 동선이 그렇게 의심스러워 보일 상황은 아닐 것 같다.


그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빨리 작전을 실행하는 게 좋겠다.

괜히 시간을 끌면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 주위의 주택에 전단지를 모두 돌리게 되면 동선상 곤란해 질 수 있다.


그럼 들어가 볼까?

30초 안에 모든 걸 끝낸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단숨에 계모의 건물 4층까지 올라갔다.

막상 현관문 앞에 도착해보니, 제일 위층이고, 또 같은 층에 다른 세대가 없으니 걱정했던 것 보다는 안전하게 느껴졌다.

아래층 계단 쪽을 의식하며 재빨리 신발에 비닐을 씌우고 비닐장갑을 끼웠다.


후,,, 이제 들어가 메모리카드만 가지고 나오면 정말 끝이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해진이가 말한 방안으로 들어가니,

있다!

메모리카드가!

드디어 손에 넣었다!


잠시 승리감에 도취되었지만, 알리바이를 위해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다시 나가려는데,


- 쾅!


하는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응? 설마!?


나는 빠르게 베란다 쪽으로 달려가 슬쩍 밖을 살펴보았고, 방금 전에 봤던 남편의 차가 길가에 서 있었다.


뭐야!? 그렇다면 방금 문을 닫은 사람은 계모이고, 지금 올라 오고 있다는 건가?

이런! 너무 성급했다.

나가고 나서 적어도 몇 분은 경계했어야 됐는데!


현관문 쪽에서는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강찬! 정신차리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문 밖으로 나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도 있고, 계단에서 계모와 얼굴을 마주칠 수 밖에 없다.

그래, 계모는 분명 집안에 뭘 놓고 와서 잠깐 다시 들어오는 것이다.


숨자!

옷장 안으로!


나무 살이 비스듬하게 대각선 아래로 향해 있어 옷장 안쪽에서는 아래쪽으로 시야가 확보되지만, 바깥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는 붙박이 장.

내가 그 옷장으로 숨어든 지 5초도 채 지나지 않아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삑삑삑삑삑삑!

- 드르륵!


그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아! 잠깐?

옷장 안으로 숨어든 건 아무래도 실수 인 것 같은데!?

다시 들어 온 걸 보니, 무엇인가 놓고 간 물건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혹시 옷을 꺼내려고 하면 어떡하지!


제발!


“깜빡 놓고 갈 뻔 했지 뭐야? 그래도 이건 내가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오호호호호호!”


뭐지?

계모가 혼잣말을 하고 있다.

내가 방금 바꿔치기 한 메모리카드를 흔들면서!


혼잣말을 하는 자체도 소름이 돋지만, 저 웃음소리는 지금까지 내가 본 스릴러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제발 이대로 나가주었으면!


아,,, 맞다!

난 안될 놈이었지!


역시, 나의 바램과는 달리 계모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저절로 숨이 막혀 온다.


- 두근.


후,,, 이제 다 끝난 건가!


- 두근.


이대로 난 현행범이 되는 건가!


- 두근.


아니, 현행범이 문제가 아니라, 비밀을 알고 있는 나는 죽게 될 수도 있다고!


- 두근.

- 끼이익!


옷장 문이 열리는 소리.

그 소리에 나는 모든 것을 체념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무서워서 눈을 뜰 수도 없다.

이제 다 끝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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