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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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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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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266,624

작성
23.06.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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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DUMMY

“사실! 나는 네 귀에 바람을 불어 넣으려고 가까이 간 거였거든! 근데 바람을 부는 사이에 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응? 귀에 바람을 불려고 했다고?


가만,,, 잘 생각해보자,,,

어제 해진이에게 주먹으로 맞고 난 후, 나는 얼굴을 감싸 쥐느라 왼쪽 눈의 시야가 가려져 있었다.

오른쪽 눈의 시야는 살짝 아래쪽으로 향해 있었고, 해진이가 바로 옆으로 다가오는 것과 마지막에 까치발을 드는 것까지 곁눈질로 확인을 했었다.


그래, 분명히,,,

지금 생각해보니, 고개는 내가 돌린 게 맞다.

그리고 그때, 귓가에 바람도 살짝 느껴졌던 것 같다.


사실, 해진이가 나에게 뽀뽀하려 했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순간적으로 보였던 왼쪽 눈 시야에서 해진이가 입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까치발에 입술까지 모우고 있었으니, 내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는 상관 없이 당연히 뽀뽀하려는 걸로 생각 한 것이었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긴 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해진이의 모습과 성격이 연기가 아니라고 봤을 때, 아니, 이 모습이 연기였다고 해도, 갑자기 이런 급 전개를 펼치게 된다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동작으로 귀에 바람을 불려는 생각이었다니!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런! 그것도 모르고 나는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망상을 하고 있었구나!


“아아! 나도 알고 있었어! 귀로 바람이 들어오길래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더니, 옥탑방 앞마당이더라고! 아하하하!”

“아! 그랬구나!”


‘아! 그랬구나!’ 라니!

내 뺨에 느낌이 남아있었다는 건 해진이 입술에도 느낌이 남아있었다는 뜻 일 것이다.

해진이도 어색해지기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 이렇게 말하는 것이 틀림 없다.


해진이가 이 정도로 나오는 걸 보면, 이번 일은 확실히 실수인 게 맞는 것 같다.

아니, 실수라기 보다는 내가 일으킨 사고인가?


“휴! 좀 찝찝했는데,,, 어쨌든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야!”

“그러게, 아하하하!”


후,,, 나도 모르게 너무 과도하게 해진이를 경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 해진이의 과거를 담고 있는 온조고등학교.

여기서 해진이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것만 확인 하고 나면, 해진이를 더 이상 경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일은 일요일.

은찬영을 찾아가 깔끔하게 확인해버리고 의심을 끝낸다!



* * *



어제 하루 온 종일 했던 해진이에 대한 나의 망상.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웃음이 날 지경이다.

하긴, 해진이가 나를 작정하고 유혹하려고 했다면, 저수지에 단 둘이 남았을 때부터 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요 몇 일전에는 내 앞에서 직접적으로 ‘관심도 없구요!’ 라는 말도 한 적도 있었구나,,,

큭! 나는 어딜 내 놓아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해진이가 나에게 뽀뽀한 것이 나를 유혹하려는 의도가 아닌 단순 실수였다는 것과 함께 나를 대해왔던 해진이의 그 간의 태도들이 나의 머릿속에 뒤엉켜 나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후,,, 지금 이 상황, 뭔가 좀 아쉬운 것 같다.


응? 이거 뭐야?

내가 왜 이 상황을 아쉬워 하고 있는 거야!?

설마? 이 모든 것이 나를 완전히 잠식시켜버리기 위한 해진이의 큰 그림인 건가!?


뭐, 상관없다.

큰 그림이라고 한다고 해도 걸려 들지 않으면 그만이다.

난 매우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강찬이니까!


그래! 나는 죽은 자에게 빠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지금부터는 해진이를 닿을 수 없는 연예인, 혹은 애니메이션의 미소녀 캐릭터와 같은 존재 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아 그런데, 실제로 닿을 수도 있는데?


이런! 이대로는 위험하다!

해진이가 믿을 수 있는 동료라는 것만 빨리 확인해 버리고, 더 이상의 관심은 끊어 버려야 한다.


그래, 생각해보자! 강찬!


지금 가장 간단하게 해진이가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확인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찬영이에게 해진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질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입에서 먼저 해진이의 이름이 나왔을 때의 찬영이의 반응은 안 봐도 뻔하다.


찬영이라면 우선, ‘너 따위가 어떻게 해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지?’ 라며 해진이와 내가 어떤 관계였는지 추궁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었을 때, 해진이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든 지어내어야 하는데, 나는 해진이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잘 못했다간 거짓임이 들통 나게 될 것이고, 변명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공정 계약을 위반하는 발언을 하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찬영이에게 ‘혹시 너희 학교에서 자살 말고 죽은 사람이 있었냐?’ 고 물어 보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저번에 자살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만약 이런 식으로 또 물어본다면, ‘너 왜 시체를 쫓아다니는 거냐? 뭐, 부두술사로 전직했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에 빠져서 완전히 미쳐 버린 거야?’ 라고 날 몰아 부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모님에게까지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먼저 해진이의 이름을 말하는 건 안 될 것 같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 졸업 앨범에 다른 학생들의 연락처 같은 게 있다면, 익명을 가장해서 물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만, 앨범에 연락처가 써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아! 그거다!

은찬영의 편지상자!


찬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편지나 쪽지, 롤링페이퍼 같은 것들을 받으면 버리지 않고 상자에 모아 두는 버릇이 있다.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적당한 문장과 함께 마지막 부분에 해진이라는 이름을 쓴 가짜 쪽지를 만들어 상자 안에서 발견 한 척 하며 해진이가 누구냐고 추궁해 보는 것이다.

해진이라면 분명히 학교에서도 인기 있었을 테고, 남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찬영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하면 내 입으로 해진이가 누구냐고 물어봐도 상관없을 것이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내가 궁금했던 것들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생각한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하고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찬영이 녀석은 분명히 집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화라도 해 봐야겠군.


- 띠리링.

- 뚜, 뚜, 뚜, 뚜.


- 뭐야? 아침부터 왜 전화지?


후,,, 찬영이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 하다.

만나는 건 더 싫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지!


“일요일이라서 특별히 놀아 주려고.”

- 으응~? 니가 언제 요일 가려가면서 놀았냐? 어차피, 공부도 안 할 텐데, 일주일 내내 일요일 인 거 아닌가? 아~! 내가 쉬니까 온다는 건가?


후,,, 그만 끊을까?


“그래서, 놀 거야, 말 거야?”


아, 괜히 세게 나갔나?

안 논다고 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 이 몸이 요즘 정의를 수호하느라 조금 바쁘긴 하지만, 재수씩이나 하는 친구가 놀자는데 빼는 건 아니지, 어디로 가주면 되냐?


또 무슨 게임에 빠져 있길래 정의를 수호하네 마네 하는 거냐!

어쨌든 다행이다.


“내가 오피스텔로 갈게!”

- 응? 여기로 온다고? 니가 웬일이냐? 당연히 너네 동네 근처로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후,,, 말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

목적이 있으니 가는 거지!


“저번에 진 빚을 좀 갚아 주려고!”

- 훗! 비디오 게임을 말하는 건가? 패배의 고통을 즐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주지!

“딱 기다리고 있어라!”


- 뚝.


일단 약속은 잡았고.

그럼, 가짜 쪽지를 만들어 볼까?


지금으로서는 찬영이와 해진이가 같은 반이었는지, 다른 반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라도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쪽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써야 할 것 같다.


「찬영아! 혹시라도 네가 이 쪽지를 보게 된다면, 방과 후, 옥상으로 와 줄래? 기다릴게! -해진-」


좋아! 이 정도 문장이라면, 찬영이와 해진이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든지, 모르던 사이였든지 상관 없을 것 같다.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니까!


해진이가 찬영이에게 관심이 있는 듯한,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문장이지만, 어차피 내가 지어낸 것이고 나는 이걸로 해진이가 누구냐고 추궁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글씨체도 이 정도면 여자 아이가 쓴 것 같아 보이고,,,

좋아! 가짜 쪽지도 준비 했겠다, 그럼 출발해 볼까?



* * *



“크흐흐흐, 어리석은 녀석!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


음, 게임보다는 1초라도 빨리 작전에 돌입해야 하는데!


“아, 일단 화장실 좀 갔다 올 테니 셋팅 좀 해 놔라!”


좋아, 바로 지금이다!


나는 찬영이가 화장실에 간 틈에 상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볼일을 마친 찬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와 내가 서있는 쪽을 바라봤다.


“셋팅해 놓으라니까 거기서 뭐하냐?”

“야~! 찬영아 이거 뭐냐?”

“아, 뭔데?”


나는 준비한 쪽지를 흔들었고, 다가와 쪽지의 내용을 확인한 찬영이는,


“해진이? 우리 중딩 때, 같은 반이었던 얘 잖아?”


라고 말하며 쿨하게 다시 거실로 걸어 갔다.


아,,,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때 해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런! 하필 동명이인이라니!

내가 원했던 그림은 이게 아닌데?

하지만, 지금 추궁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어! 이건 내가 못 봤던 쪽지 같은데? 이거 혹시 고등학교 다닐 때 받은 쪽지인 거 아냐!? 해진이가 누군데? 설마, 고딩 때 사귄 애!?”


후,,, 내가 말했지만, 참 어색한 문장이다.

어쨌든, 고등학생 때라고 한정시키기까지 했다.

이 정도 물어봤으면 이제 술술 나올 것이다.


“고딩 때 해진이라는 이름이 있었던가? 해진이라고 하니까, 중딩 때 걔 밖에 안 떠오르는데?”


그래,,, 나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임팩트가 참 큰 아이었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번씩이나 그것도 고등학교라고 한정해가면서 해진이의 이름이 들어가도록 물어 봤는데도 반응이 없다고?


“아! 뭐하냐! 빨리 와서 쳐 앉아!”

“응? 어!”


뭐지? 이거 정말 어떻게 된 거야?

진짜 모르는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은찬영은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녀석이다.

없는 이야기 마저 지어내면 지어냈지, 이렇게 반응이 없을 리가 없다.


설마? 해진이라는 이름이 가명이었던 거야?


가만,,, 해진이를 교복으로 갈아 입게 했던 날, 나는 우선 전체적인 교복 디자인을 빠르게 훑어 보았다.

그리고 나서, 이름은 당연히 해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명찰 보다는 학교를 찾을 때 가장 큰 단서가 될 수 있는 학교마크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 나는 짧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학교마크를 자세히 보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들였고, 해진이가 다시 옷을 바꿔 입기 전까지는 해진이의 눈을 보며 이야기 했다.


하지만, 명찰의 색깔은 빨간색 이었기 때문에 집중을 하지 않고도 시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명찰의 색깔이 빨간색이라는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 날, 내가 명찰에서 성을 못 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시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해진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캐치되었을 것 같은데?


대체 뭐지?


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너무 쳐다 보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제대로 보지 않은 게 실수였다.

적어도 이름 석 자는 확실히 확인해 두었어야 했는데!


이런! 찬영이가 해진이라는 이름에 반응하지 않으니, 이제는 이름이 가명인지도 실명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으,,, 은찬영!

이 쓸모 없는 자식!


아, 근데 해진이라는 이름이 가명인 것이 사실 찬영이의 잘못은 아니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되지?


그냥 찬영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너희 학교에서 죽은 학생 중에 예쁜 애 있지 않았냐?’ 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만 싶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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