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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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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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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화

DUMMY

오늘의 목적지는 관악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이곳은 옥탑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기에 명상의 상태 그대로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팀장이 나에게 못 미덥다는 눈빛을 하며 걷고 있다.


“강찬, 솔직히 말해 봐! 너, 네가 원하는 때에 육체로 되돌아 가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지?”

“아하하하,,, 그럴 리 가요. 그런 게 정말 있다면, 제가 매번 힘들게 육체로 걸어서 돌아갈 리가 없잖아요?”

“너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일부러 도망치는 거 걸리면 그날로 제명인 줄 알아!”


아니, 이 영혼이 이제는 대놓고 제명을 한다고 말하네?

하긴, 저번 팀장의 설명대로 이 일은 일단 두 명 이상이기만 하면 상대방이 먼저 살을 날리지 못한다.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또다른 사실.

수배자가 정 어려운 상대라고 판단되면 목표를 바꿔버리면 그만이다.

솔직히 수배자를 가려가면서 몸을 사린다면 내 능력 없이도 임무를 수행하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 팀장이라면 당연히 쓸데없는 인원을 줄여서 포인트를 더 획득하고 싶어 하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존재 가치를 어필하는 것 뿐이다!


“하하하,,, 일부러 라니요? 바로 이전 임무에서 제 몸을 희생해서 살을 맞는 거 보셨으면서!”

“그래요. 팀장님! 설마 일부러 사라지진 않겠죠!”


아,,, 이전 임무 하니까 갑자기 또 생각나네,,,

폐 정신병원의 귀신,,,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영혼은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을 날렸던 게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정신병자이기에 나에게 상황극을 만들었던 것인데, 내가 먼저 살을 쏠 듯이 그를 자극했기 때문에 방어적 차원에서 날렸던 것 같다.


“아 저기 그런데 팀장님?”

“왜?”

“폐 정신병원의 귀신은 천상으로 잘 보내 주었죠?”

“아~! 이름 참 길다 길어. 처녀귀신 이후에는 재판이 어떻게 되었나 물어보지도 않더니, 갑자기 저번 건은 왜 물어 보냐?”


그 동안 물어보지 않았던 건 당신의 잘난듯한 말투가 듣고 싶지 않아서지요!


“아,,, 제가 정신병자를 상대로 이성을 잃고 때린 것이 마음에 좀 걸려서 말이죠.”


사실 때리고 싶은 놈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마음에 걸린다.


“뭐 그 정도 살짝 터치한 거 가지고 마음에 걸려 하고 그래? 난 네 덕에 조용히 힘 안 들이고 끌고 갈수 있어서 좋았는데? 어쨌든, 천상으로 올라갔어. 마음 여린 명탐정씨! 흐흐흐!”


큭! 또 놀리잖아?

분명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허술함이 드러나서 일까?

어느새 나는 당연히 놀림 받는 존재가 되어 있다.


“자! 학교 도착 했네요. 들어갑시다!”


정문이 열려 있고, 몇 군데 교실에는 불이 켜져 있다.

9시간 넘은 시간인데 아직 학생들이 전부 하교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이랑은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겁을 먹고 있는 상태라면 우리가 보일 지도 모르니까!”

“네!”

“네.”


팀장이 나와 해진이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는 앞장 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님 2층부터 가 볼까요? 밖에서 봤을 때 불 켜진 교실은 2층, 3층뿐 이었으니까요!”

“아, 해진이 말이 맞겠네요. 오늘의 수배자도 사람을 놀래 킨 것일 테니, 사람이 있는 곳에 있겠지요!”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 수색을 하는데, 불 켜진 교실 안에서 조금 이질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사이로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 한 명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만 이 광경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가 보군!


팀장이 교실 안을 잠깐 쳐다 보고는 나와 해진이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냐? 이 광경은? 저 학생, 영혼인 거 아냐?”

“불러보면 알죠! 저기 학생!”


해진이의 부름에 고개를 드는 학생.

조금 놀라는 눈치로 복도에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혹시 제가 수배에 걸려 찾아 오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수배전단을 꺼내어 살펴보던 팀장이 나의 명쾌한 대답에 부정했다.


“응? 이 학생이 아닌 것 같은데?”

“네? 아니라고요?”

“어, 인상착의가 확실히 다르잖아.”

“한 학교에 한 명의 귀신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아, 그렇군!

해진이 말이 맞다.

지금까지는 목적지에 한 명의 귀신만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 다행이군요. 저는 죽은 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저승으로 붙들려 가는 건가 걱정 했네요!”


꽤나 공부 좀 했었을 것 같은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

말투도 차분하니, 나쁜 영혼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학교에 있는 귀신들은 사실 다 이런 모범생 스타일인 건가?

순간, 나는 이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근데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아! 여기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상위권 학생들 이거든요. 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걸 보고 있었어요.”


응? 공부하는 걸 대체 왜 보고 있는 거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나는 이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에게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다시 한번 질문했다.


“이승에 남기로 했으면 그 동안 못해본 여행을 해 본 다든지, 그렇게 보람차게 지내야지, 학교에서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아,,, 부질 없다는 건 알지만, 수능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요.”

“수능이라,,, 무슨 미련?”

“사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전국 100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거든요.”


외모적으로 봤을 때도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거의 준우 급 수재잖아?


“응, 그런데?”

“그런데, 몇 주전 교통사고로 이렇게 죽어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비록 죽었지만, 수능까지 이런 식으로라도 공부하면서 제가 과연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게 될지 수능을 한번 쳐 보려고요.”


뭐지? 이것 또한 뜻밖의 수확인 건가?

오늘은 뭔가 전체적으로 되는 날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

“뭐야? 강찬! 너 왜 갑자기 그렇게 웃냐?”


팀장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을 보며 할 말을 이어 나갔다.


“후후,,, 학생! 너와 나의 만남은 ‘운명’ 이라는 단어로 짧고 굵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구나!”

“팀장님? 얘 또 왜 이러죠?”


해진이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팀장을 쳐다보았고, 그와 똑같은 표정이된 팀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도 마찬가지였다.


“음,,, 운명이라니요?”

“후후,,, 너의 수능 점수뿐만 아니라, 등수까지도 세상에 증명할 수 있게 됐다는 소리지!”

“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내가 살아 있는 재수생이기 때문이지.”

“네? 살아있는 재수생이라니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응? 그런데,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이해가 되는데, 팀장과 해진이는 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더 길게 웃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왠지 이상해 웃음을 멈췄다.

그러자 팀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곧바로 질문했다.


“강찬, 너 재수생이었어?”


응? 거기서 놀란 거였냐!


“네? 몰랐어요? 제가 재수생이라고 말한 적 없었나요?”

“없었는데,,, 난 어린 놈이 차도 있고, 옥탑방이지만 혼자 자취하면서 살길래, 부모 잘 만난 놈팽이 인줄만 알았는데?”


큭! 부모 잘 만난 놈팽이라니!

내 이미지가 그랬단 말인가!


“후,,, 확실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전 재수생입니다.”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해진이 넌 알고 있었어?”

“몰랐어요. 사실 뭐,,, 관심도 없구요!”


윽! 관심 정도는 가져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 이 학생의 능력을 빌려 대신 수능을 보겠다, 이거냐?”

“이건 저의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학생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서라고요! 하하하!”


우리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

하긴, 살아있는 사람이 이렇게 영혼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게 믿기 힘들겠지.

일단, 거기부터 설명해줘야겠군!


나는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에게 내가 살아있음에도 영혼을 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놀라움과 함께 기대의 반응을 보였다.


“아! 정말 그렇게라도 해서 제 실력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재수생이시니 저보다 한 살 많은 형 이시네요? 수능까지 잘 부탁 드립니다. 형!”

“아하하하! 부탁은 무슨,,, 내가 더 부탁해야지!”


나와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의 대화를 듣던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하,,,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정한 거래가 오고 가는데, 이렇게 지켜만 봐야 하는 건가?”

“아하하하! 팀장님? 오늘 따라 왜 이러시는 건가요? 이건 부정함의 문제가 아니라고요! 어린 영혼이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죽어버렸는데!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해 주어야 하는 게 바로 우리들이 해야 되는 일 아닌가요?”


나의 주장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팀장도 납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데? 그리고 생각을 좀 해보면, 이렇게 대신 시험을 보는 방법 말고도 성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을 거라고!”

“아니죠! 이보다 더 완벽하게 자기 성적을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겠어요? 안 그래? 해진아?”

“뭐 지켜보죠, 팀장님! 성적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찬이가 자기 주제에 맞는 학교를 선택할 수 도 있는 거잖아요?”


큭! 자기 주제에 맞는 학교라니,,,

해진이의 애매한 단어 선택이 의도적인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들기 시작한다.

후,,, 해진이 마저 나를 놀리는데 재미 들린 건가!

이렇게 무시 당할 순 없지!


“후후,,, 두 분은 아직 저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것 같군요. 제가 공부를 못한다고만 생각하시고 계신 것 같은데, 비록 요 근래 공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클라스는 영원하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공부 꽤나 하거든요!”

“아~! ‘클라스는 영원하다.’ 그 말 알지. 그리고 그 말을 자기 입으로 직접 하는 사람들 중에 진짜 클라스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도 잘 알지!”

“풉!”


큭! 난 분명히 클라스가 있는데, 왜 반박을 못하겠지?


“뭐 어쨌든, 서로가 원하는 상황이니까 제 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군! 강찬이는 오늘 말 그대로 운수 좋은 날이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것으로 은근히 압박 받고 있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질 것 같다.

그나저나 모범생 스타일의 귀신의 교복에는 명찰이 안 달려 있어서 이름을 모르겠네?


“아! 내 이름은 강찬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제 이름은 이준범 이라고 합니다.”

“그래 준범아! 여기 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거지?”

“네, 타 지역의 학교도 몇 번 가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살던 지역이 활동하기가 편해서요. 이 학교를 중심으로 근처에서 절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준범아! 그럼 형은 임무가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자주 보자고!”

“네, 그럼 일 보시고 또 봬요!”


오늘은 정말 그 동안 막혀 있던 일들이 술술 풀리는 것 같은데?

계속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이야~! 강찬! 이제 우리 말고도 귀신친구가 생겼네?”

“그러게요! 질투 나는데요?”


응? 해진이가 질투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금 하는 말이 진짜 질투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질투가 난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진짜 질투를 내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볼까?


“응? 저 귀신친구 원래부터 있었는데요? 소은 대학병원에 은정이라고,,, 은정이가 해진이 너한테 얘기 안 해?”

“뭐? 너 걔랑 친구 먹었냐? 걔 앞에서 퇴마팀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마라!”


아! 팀장도 은정이한테 민감했지!


“아~! 듣기야 들었지! 친구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후후,,, 해진이의 말투와 새침한 표정, 너무 귀엽다.

저 말투와 표정을 보니, 정말 질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인물 중에 내가 감정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질투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해진이도 그저 그런 수준의 질투겠지.

그렇지만 질투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는 날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팀장의 말대로 죽은 이에게 다 소용없는 감정이겠지만!


“흐흐,,, 강찬, 너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네!”

“친구 맞는데, 왜 친구라고 안 했을까? 아하하하,,,”

“친구건 아니건 난 관심 없고, 오늘 진짜 수배자나 빨리 찾아서 처리하자고!”

“네.”

“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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