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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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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354

작성
19.06.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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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 개 이론

DUMMY

61. 개 이론




벤자민은 도시 경비대의 안내를 받아 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크기에 적당히 화려한 방으로, 방안에는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예상대로 총독 각하였으나, 어째서인지 뭔가 이상했다.


‘총독 각하가 서 계시는데, 앉아 있는 저 남자는 누구지? 심지어 상석에.’


‘정체 모를 남자’는 등을 진 채, 벽난로 근처에 앉아 온기를 쬐고 있었다. 경비대원이 벤자민을 데려왔다고 절도 있게 보고를 하자, 남자의 청회색 눈동자가 어깨너머로 슬쩍 비췄다.

정체 모를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일단 사과부터 하겠네. 일 마친 사람을 다짜고짜 끌고 오다니.”


남자의 목소리는 총독과 같이 피곤에 찌든 목소리였으나, 어딘가 위엄이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 말이다.

근처에서 서 있던 총독이 뭐라고 신호를 주기도 전에 벤자민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대답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께서 불러주시다니 오히려 영광입니다.”


그러자 총독과 도시 경비대원들이 약간 놀라 했다. 총독이 경비 대원에게 눈치를 주자 경비대원은 자기가 이야기한 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 중 방안에서 아주 작고 미세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체불명의 남자, 아니. ‘프란츠 연합 제국’의 황제 프리드가 말했다.


“내가...... 황제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감정이 억제된 목소리 탓에 그 의도를 읽기 힘들었지만, 길바닥과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한 벤자민은 거기서 약간의 호기심을 집어낼 수 있었다.


“이 도시, 아니. 이 세상에서 총독각하를 세워놓고 앉아 있으실 존재는 신과 황제 폐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한 추측이죠.”


황제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추측을 못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들은 대로 똑똑하군. 그리고 그걸 숨길 생각도 없고.”


“그저 눈치가 빠를 뿐입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하지만 적정선을 지킬 줄도 아는군. 마음에 들어. 사과할 필요 없네.” 황제가 괜찮다며 벤자민의 말을 자르곤 말을 이었다.


“자네를 부른 이유는 자네를 직접 보기 위해서네. 자넨 몰랐겠지만, 나도 재판을 참관했네...... 아주 인상적이었어.”


“감사합니다.” 벤자민이 단어를 신중히 고르며 말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였네. 마법이란 학문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잘 이해는 못 했지만, 자네가 마법사를 아주 궁지에 몰아붙이는 건 알 수 있었지. 어떻게 그런 재주를 익혔는가?”


벤자민은 아주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 전 포그곤트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리고 마법도 못 쓰는 닭이지. 자네에 대해 조금 알아봤네. 마법도 못 쓰는 장애인. 가문의 불량품, 그럼에도 마법 학교에 억지로 들어가 마법을 공부했다지? 어째서인가. 마법 학교에 들어가면 모두가 자네를 인정해 줄 거라 생각한 건가?”


벤자민은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제가 노력해 저 나름대로 능력을 입증해 보인다면 언젠가 모두가 절 인정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편하게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황제 폐하.”


프리드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자네를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겠군.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자네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지. 좋든 싫든 말이야............. 거듭 말하지만. 자네의 재판 아주 인상적이었네.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어. 이렇게 보기 좋고 편리한 방법으로 마법사를 궁지에 몰다니.”


벤자민이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사실 순수한 제 능력은 아닙니다. 폐하, 제 능력보다는 운이 따라준 것이 더 큽니다. 절 믿고 지지해주는 동료가 있었고, 때마침 절 도와줄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거기다 상대도 허술했고요. 운이 작용한 부분이 큽니다.”


황제가 그 말이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 같나?”


그리고선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선황이신 내 아버지는 아주아주 괴팍하신 분이었다네.”


황제가 아버지를 언급하자 동생인 메를린 총독이 한숨을 쉬며 성호를 그었다.


“나와 내 동생들을 자주 때리셨지. 이유는 다양해. 게으름을 부린다. 잘 운다. 꽃을 좋아한다. 군사 교본을 못 외운다. 군가 대신 계집애나 들을 법한 음악을 연주한다. 심지어 가끔은 그냥 때리기도 하셨지. 식사 중이나, 같이 산책 중일 때 말이야. 남자란 자고로 강철과 같아 팰수록 강해진다나 뭐라나. 동생아, 넌 기억나니?”


황제가 총독에게 묻자 총독은 아직도 그 악몽이 가시지 않는 듯 얼굴이 창백해진 채 대답했다.


“예, 폐하....... 폐하 옆에서 같이 얻어맞았지요.”


프리드가 그 기억을 잊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통 몽둥이가 부러질 때까지 때리셨는데, 다른 신하들은 감히 말릴 엄두도 못 냈지. 심지어 추후 내 추궁을 피하고자 간질에 걸린 척을 하거나, 미친 척하는 녀석도 있었고.”


그러자 총독이 ‘망할 놈들’이라고 작게 읊조렸다.

황실의 그런 내력이라면 벤자민도 술집에서 몇 번 안줏거리로 들은 기억이 있었는데, 당사자들에게 들으니 약간 그 느낌이 남달랐다.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곧 그 의문은 풀렸다.


“아버지는 그렇게 한참을 패시곤 우리 삼형제에게 이렇게 말했어. ‘너희는 모두 황실과 나라의 개다. 너희가 태어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나라와 황실을 부강하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러니 난 너희를 이렇게 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그러니 날 원망하려거든 원망해라!’ 라고...... 그리고 난 뒤 새 몽둥이로 다시 때리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이 말이 참으로 싫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오르니 그다지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 결국, 인간은 누군가의 개일 수밖에 없는 거야. 나는 이걸 ‘개 이론’이라고 부르지. 인간은 대부분 사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위해서는 개로서 살 수밖에 없어. 나조차도 말이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벤자민은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살기에 어쩔 수 없이 목줄에 메이는 신세가 됩니다. 오직 욕망과 목표를 버린 이들만이 거기서 자유로울 뿐이죠.”


“이래서 똑똑한 녀석이 좋다니까.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듣거든.”


황제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보다도 소박한 차림이었으며, 키나 몸집은 평범하게 이를 데가 없었다. 심지어 몸이 불편한 사람처럼 약간 구부정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강력한 위엄 같은 게 서려 있어 사람들 압도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황제의 청회색 눈동자가 벤자민을 내려다보았다.


“포그곤트 가문의 벤자민. 황실의 개가 되어볼 생각 없나?”


벤자민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충격적인 제안에 머릿속이 요동쳤다. 갑자기 개가 되라니.


“황실 변호사가 되어달라는 말일세.” 황제가 보충 설명을 하듯 말했다.


“허락해 주신다면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폐하.” 벤자민이 조심스레 물었다.


“얼마든지.”


“왜 갑자기 제가 그런 제안을 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이미 황실에는 변호사가 충분하실 텐데 말입니다.”


“내 설명이 부족했나 보군. 황실 변호사가 되어달라는 건 맞지만. 그 역할은 기존의 것과 다를 것이네. 자네의 역할은 창에 가깝지............. 내가 자네 재판을 인상적이라고 말했지? 그건 결코 농담이 아닐세. 대중을 모아 마법사 가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다니. 처음에는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직접 보니 생각이 바뀌었어. 민심을 등에 업고, 합법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방법이야.”


“그 말은 설마................”


“그 설마가 맞네. 황실의 지휘 아래 우리가 지정한 마법사 가문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주게. 군대로 때려잡기는 쉽지만, 의외로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 섬세한 작업이야. 비용도 많이 들고, 방해도 많이 받는데다 위험까지 동반하지. 그에 반해 자네 방식은 훨씬 깔끔해. 심지어 보기도 좋고. 거기에 필요한 마법사라면 황실 마법 학교 인재들을 파견해 주겠네. 실력은 기존 마법사 비해 떨어지지만, 자네 재판 때 모습을 보니 큰 문제는 없을 듯한데.”


벤자민은 오늘 들었던 그 어떠한 소식보다 큰 사이즈의 이야기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사실상 자신을 마법사를 때려잡을 사냥개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답변 드려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그러자 곁에 있던 도시 경비대가 무언가에 손을 올리는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냈다. 황제가 손을 올려 병사들을 제지했다.


“사과하네. 충성심이 과한 친구들이라. 일단, 자네는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내 동생 목숨을 걸 수도 있어.”


“제 목숨이요?” 총독이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자넬 대면한지 반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자네가 어떤 인간인지는 알겠네. 무시당하는 게 싫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지만 살 수 있는 인간이지. 애당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법사 가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사람이니 굳이 설명하는 것도 바보 같군.”


핵심을 정확히 짚는 말에 벤자민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자네가 황실 변호사 자리를 거절한 다라? 그게 가장 말이 안 되는 거지.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내 말에 수락할 테지만, 내가 자네를 어느 정도 존중한다는 의미로 설득해보겠네. 일단, 황실 변호사가 된다면 그 직함으로 더 크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네. 모두가 자네와 친해지고 싶어 일거리를 싸들고 찾아오겠지. 모험가 나부랭이 말고 거대한 사업가나, 귀족들이. 두 번째, 황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자넨 엄청난 부를 축적할 걸세. 집단 소송에서 생기는 막대한 보상금의 사 분의 일은 온전히 자네 몫이니까. 참고로, 앞으로 이런 집단 소송은 황실 변호사만 할 수 있게 법을 만들 생각이네. 마법사들 반발을 달래줘야 하고 또, 개나 소나 소송한다고 하면 혼란스러울 테니까......... 요점은, 만약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넨 이런 소송을 두 번 다시 꿈도 꾸지 못한다는 걸세. 자네를 대신 할 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내가 자네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좋은 방법을 알려준 나름의 감사의 뜻이네.”


벤자민이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히 황제 폐하의 뜻을 의심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혹시 제 역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앞서 말했다시피, 황실 변호사로 마법사 가문의 불법 여부를 알아보고, 내가 명할 시 움직이는 것뿐이네. 황실 변호사로서 자네에게 많은 권한과 이권도 나눠줄 생각이고. 단, 져서는 안 되네 만약 자네의 능력부족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위험은 모두 자네가 떠안아야 하네. 즉 위험과 이익이 동반되는 자리지.................. 그럼, 어떻게 하겠나?”


황제가 물었고, 벤자민은 대답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의 2주만에 쓰는 거라 버벅 됩습니다.

시험기간 중 조회수랑 추천수 느는 것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험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투투리 님, n5930 cram464 님, 토스트 님,  프준 님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글 써주신 퀘이언  님에게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도시의 까마귀는 다음 주(늦어도 다다음주) 막을 내릴 것 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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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95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12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24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9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93 138 12쪽
» 61. 개 이론 +70 19.06.21 2,576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6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51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61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25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54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8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70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6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7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6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7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8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73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6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9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402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8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50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8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8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8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21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21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90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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