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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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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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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4. 후퇴

DUMMY

44. 후퇴




브라운 사의 회의실.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화가 많이 나 보였는데, 바닥에 깨진 유리잔이 그 증거였다. 그는 허공과 벽에 대고 뭐라고 소리를 쳤으며, 이따금 골똘히 생각에 빠지다가 짐승처럼 신음하더니 다시 소리를 쳤다.

이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브라운 사의 마스터 ‘브라운 레드캐틀’이었는데, 평소답지 않은 그의 행동에 같이 있는 간부들은 그저 숨을 죽인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늘 이성적이고 온화한 마스터가 한 마리 짐승처럼 변하자, 모두 겁을 집어먹었는데, 오죽하면 회사 내 성질 고약하기로 유명한 ‘왈트(코에 반점과 사마귀가 난 간부)’조차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는 지경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습격’에 실패해서였는데, 뒷골목 깡패들에게 적잖은 돈을 쥐여 주고 얻은 성과라고는 ‘롭 앤 포터’ 측 마법사인 ‘해럴드 마쉬’만 혼수상태에 빠뜨렸다는 것뿐이었다. 주도자인 ‘벤자민’과 마스터인 ‘존’은 무사했는데,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손해만 발생했다. 어설픈 습격으로 변호사 조합은 소극적이나마 총독에게 청원을 넣었으며, 총독은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태에 적잖은 불쾌감을 표시했는데, 굳이 사건을 파헤치지는 않았지만, 던전 내 마법사들에게 교묘하게 압박을 넣어 브라운 사의 일에 손을 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법사들 역시 굳이 진흙탕 싸움에 끼기 싫은지 마지 못하는 척 발을 뺐는데, 이쪽으로서는 난감하고 억울하게 그지없었다.

돈을 얼마나 주고, 뇌물을 얼마나 바쳤는데! 이렇게 등을 돌리다니. 배신감이 뱃속 깊이 올라왔다. 오죽하면 총독에게 따지자는 의견까지 나왔는데, 결국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란 걸 깨달으며 이내 관두었다. 아닌 말로 총독이 진짜 파고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니.

도시에는 브라운 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점점 퍼졌고, 진짜로 하프 캔디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상황이 다시 나빠진 데 반해 친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상황이니 브라운이 저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이쯤 되자, 회사 내 간부들은 교활한 늙은이들답게 마스터의 분노가 자신들을 향하기 전 무슨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일제히 생각했다. 산 제물, 그래! 자기들 대신 토막 날 산 제물이 필요했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이 일의 책임은 로건에게 있습니다.” 긴장한 탓에 딱딱하고 발음도 어눌했지만, 뜻은 명확하게 전달됐다.


마스터의 시선이 간부들에게 꽂혔고, 늙은 간부들 모두 일제히 로건을 십자가에 매달기 시작했다.


“애당초 깡패들을 이용하자는 건 로건의 생각이었습니다!”


“맞아!”


“그냥 시간만 끌었어도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었다고! 모두 저 녀석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켜 일은 망친 건 로건, 저 녀석이 맞습니다.”


비난이 소나기처럼 쇄도하고, 여기저기 ‘옳소’라는 말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간부들 모두 로건을 제물로 바치기로 동의하는 순간이었는데, 로건은 억울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책이라기보다는 이 비이성적인 사냥에 압도돼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신네들도 모두 동의한 일이잖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조금만 잘못 말해도 산채로 튀겨질 것 같아 아무 말 못 하고 움츠러들었다.

달궈진 냄비처럼 사무실 내부에는 비난이 들끓었는데, 그 수위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 브라운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모두 닥쳐!”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짧고 큰 소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마냥 사무실의 열기는 가라앉았다 몇 초 후 브라운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나를 포함해 모두...... 이성적이게 굽시다. 마법사답게 말이오. 빌어먹을.”


브라운은 아직 분노가 사라진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나마 제어할 이성은 돌아온 것 같았다. 브라운이 자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누가 잘못했냐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냐는 것이오.”


브라운이 방향을 제시했으나, 노를 저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브라운은 어쩌다 상황이 이리됐는지 한탄하고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엘빈. 무슨 생각 없소?”


엘빈은 브라운 사에 고용된 변호사로 한때는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던 변호사였지만, 우리 마법사들에게 치이며 어느새 시들시들해졌었다. 역할도 사업 계약이나, 생산시설 확장 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만 봐주는 일을 했는데, 과거 생명력 넘치던 모습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아직 그가 똑똑한 변호사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앨빈은 창백한 게 피곤한 티가 엄청났는데, 버릇대로 마법사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 전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가 자책인지, 비아냥인지 헷갈리는 발언을 하였다.


하기야, 여태까지 의견이 무시당하다가 이제야 물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거지. 마법에 대해 묻는 게 아니오. 그냥 그대 생각을 이야기해 주시오.”


브라운이 인내심을 발휘해 대답을 독려하자, 앨빈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협상해야죠.”


그때, 다른 간부들이 소리를 쳐 방해하려고 했지만, 브라운이 먼저 선수를 쳐 입을 다물게 했다. 이제 이따위 짓을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들리는 소문으로 황실 쪽에서 해적공화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다른데 힘을 쓸 여력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그게 자신들일지도 몰랐다.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계속 말해보시오.”


앨빈이 평소와 다른 전개에 살짝 놀라며 말했다.


“협상을 하면, 지킬 수 있는 건 지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도 이런 문제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생각은 해 볼 수는 있죠.”


브라운이 집중하고 있다는 제스처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지킬 수 있다니 무엇을 말이오?”


“가령, 이 회사와 제품의 신뢰성 같은 거 말이죠. 마스터께선 ‘하프 캔디’와 ‘브라운 사’의 명성을 지키고 싶지 않습니까?”


“당연히 지키고 싶소.” 브라운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이 세운 회사였고, 자신의 노력의 산물이었으며, 자신의 자긍심 등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지키고 싶은 게 당연하였다.


“협상을 통해 마비 증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인 모험가들은 여러 종류의 포션이나 마법캔디를 복용하니. 사실, 꼭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라는 식으로요. 다른 제품이 문제일 수도 있고, 여러 제품을 같이 복용해 나타난 부작용일 수도 있다. 는 식으로 책임 소재를 뭉개버리는 거죠. 빵 반죽처럼.”


“계속해보시오.” 브라운이 집중하며 말했다.


“그렇게 책임 소재를 뭉갠 다음 하프 캔디에도 어쩌면 일말의 책임은 있을지도 모르니. 위로금 형식으로 돈을 주고 이 문제에서 벗어나자는 겁니다. 그럼 이 회사의 명성은 지킬 수 있습니다. 하프 캔디도요.”


그러자 간부 하나가 질문했다. 저번 협상에 따라 들어간 간부 중 하나였다.


“그쪽에서 거부하지 않겠소? 위로금이라면 금액을 두 배로 받아야 한다고 지껄였지 않았소? 난 기억하오.”


그러자 분노가 되살아났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앨빈은 짧은 발언으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전보다 더 힘 있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쪽 측 마법사가 지금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지 않지 않았습니까? 자료가 있다 해도 그것을 설명해주거나, 뒷받침해 줄 당사자가 저리 누워있으니. 저번처럼 강하게 나오기 힘들 겁니다. 더욱이 한동안 다른 사건을 안 받고, 이 일에만 매달렸으니 슬슬 주머니도 바닥을 보일 텐데. 어쩌면 저희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괴로운 만큼 저쪽도 괴로울 터이니.”


어느새 간부들은 앨빈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코에 반점과 사무귀가 난 왈트가 물었다.


“그럼, 아예 재판까지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듣고 보니 맞아. 저쪽을 도와주던 배신자가 누워 있는 상태이니. 재판장에서 아무것도 못 할 거 아니야.”


그러자 호전적인 간부들이 옳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앨빈이 경기를 일으키듯 고개를 저었다. 마치 이 이상 일을 어렵게 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재판까지 가면 안 됩니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 상대는 공개 재판을 요구할 텐데. 그럼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들추어 우리 회사를 사람들 앞에서 난도질할 겁니다. 그럼 뭐가 됐든, 저희는 피를 흘릴 테죠.”


왈트가 고집스레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면 회사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런 일을 일으키는 멍청이들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테지. 그리고 재판에서 이기는 게 자네 일 아닌가?”


왈트의 막말에 엘빈은 선을 그으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로건의 말에 따르면 벤자민은 마법 지식이 있는데, 반해, 자신은 없었고(마법사들이 설명도 해주지 않았고), 상대측은 재판까지 갈 준비를 철저히 한데 반해, 자신은 못했다고 말이다.

그런 뒤 엘빈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였다.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건 협상입니다. 그럼 피해는 입을지언정, 가장 중요한 것은 지킬 수 있습니다.”


누군가 비꼬듯 말했다.


“돈이 어디 한두 푼 드는 줄 아시오? 저 탐욕스러운 녀석들이 얼마나 달랐는지 알지 않소?”


“제가 최대한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식으로 시간을 끈다면 저쪽도 제풀에 지쳐 욕심을 꺾을지 모르죠. 저쪽도 원하는 건 돈이지. 목숨을 건 검투극이 아니니까.”


간부들은 서로 찬반을 논했는데, 브라운이 개입해 논의를 끝내버렸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지.”


회의가 그렇게 끝나는 듯싶었는데, 브라운이 로건을 대뜸 불렀다.


“예, 마스터.” 비난을 들은 로건은 다소 침체되어 있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을 흘린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자네 벤자민인가 하는 그 녀석과 동문이라고 했지?”


로건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


“그리고 포그곤트에서 온 그 여자도 알고 있고.”


“예.” 로건은 점점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불안함은 적중했는데, 브라운이 명령했다.


“그럼 그 여자 데리고 벤자민이가 뭔가 하는 그 녀석을 설득해봐. 최대한 우리 조건에 맞게 합의하자고. 부탁을 하건 빌건, 뭘 하든 간에 어떻게든.”


로건은 순간 거부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으나, 브라운이 먼저 선수를 쳐 입을 막아버렸다.


“자네가 주도한 일 때문에 이리된 거니. 이런 식으로라도 책임을 지게. 알았나?”


브라운은 눈은 평소와 달리 매우 매서웠는데, 궁지에 몰린 막다른 인간의 눈이라 할 수 있었다. 눈앞을 막는 것은 모두 찢어버릴 기세였는데, 결국 로건은 굴욕감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브라운이 그렇게 말하며 회의는 막을 내렸다.


작가의말

목요일은 바빠 늦게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거 보다 더 잘 쓰고 싶은데, 약간 아쉽네요.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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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88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5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20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4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9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1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7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50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3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2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4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9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 44. 후퇴 +26 19.05.16 2,472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3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6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6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5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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