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07,562
추천수 :
9,938
글자수 :
375,354

작성
19.05.13 15:47
조회
2,415
추천
135
글자
11쪽

41. 끔찍한 꿈

DUMMY

41. 끔찍한 꿈




벤자민은 꿈을 꿨다. 스스로 꿈이라고 인지했지만, 그렇다고 덜 끔찍한 것은 아니었다.

꿈속에서 벤자민은 입이 없었고, 두 다리도 없었다. 심지어 날개도 없었는데, 그로 인해 말 그대로 벌레처럼 땅 위를 기고 있었다. 바닥에 배를 붙인 구더기처럼 말이다.

있는 거라고는 두 눈과 양손뿐이었는데, 다리 대신 사용한 양손은 거칠게 그지없었다. 손톱은 빠지고 상처 사이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꿈속이라 아프지는 않았지만, 비참하게 이를 대가 없었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감히 누가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거란 말인가?


‘이건 불공평해!’ 없는 입으로 벤자민이 소리쳤다.


벤자민은 벌레처럼 땅바닥에 붙은 채 하늘을 올려봤다. 거기엔 많은 이들이 날고 있었고, 하나같이 벤자민에게 없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 푸른색, 보랏빛, 분홍빛, 심지어 줄무늬도 있었는데. 그들은 몹시 즐거워 보였다.

그들은 다리도 있었고, 입도 있어. 때때로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쉬거나,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연인끼리 키스하기도 했는데. 그 누구 하나 벤자민을 바라보진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벤자민은 없는 입으로 소리를 질렀다. 도움을 청하려던 것인지, 원망하려던 것인지, 이유는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벤자민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허나, 입이 없었기에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째서?’ 벤자민은 생각했다. 자신은 날개도 없는데, 심지어 다리와 입마저도 없었다. 근데, 왜 저들은 다 가지고 있냔 말인가? 하물며 최소한 다리와 입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누가 자신을 이따위로 만들었단 말인가? 내가 무얼 잘못했다고? 이럴 거면 눈과 팔은 왜 준 것이냔 말인가? 보고 부러워하고, 헛된 노력이라도 하라고?

벤자민은 대상을 알 수 없는 증오와 분노, 억울함을 느꼈다.


‘날개를 줘! 아니면 입과 다리라도!’ 벤자민은 없는 입으로 소리쳤다.


벤자민은 며칠 동안 땅을 기었다. 며칠 동안 하늘을 올려다봤다. 며칠 동안 소리를 질렀다. 허나, 변하는 건 없었다.

벤자민은 꿈에서 깨어나기를 갈망했다. 그러다 문득 꿈이 아니라 지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자신도 어딘지 모르는 곳까지 기어 왔다는데, 문득 땅 위에 자기 말고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날개가 있었다. 붉은색 날개.

허나 어찌 된 이유에선지 날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벤자민은 본능적으로 저게 약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약해져 있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벤자민은 다시 양팔을 이용해 기기 시작했다. 손톱이 뒤집어지고, 양손에 상처가 더욱더 벌려졌으며, 뱃가죽이 벗겨졌지만 다 괜찮았다. 중요한 건 저기 누군가 내려왔다는 것이었으니까.

붉은색 날개를 가진 놈은 벤자민을 뒤늦게 보고 기겁했지만, 이미 벤자민은 코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놈은 힘없이 발을 휘둘러 벤자민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벤자민은 개의치 않고 발목을 붙잡아 놈에게 더욱 다가갔다.

발길질 때문에 얼굴이 멍투성이에 머리 한쪽이 찢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처음으로 날개 달린 녀석들을 붙잡았는데, 이 정도 야 뭐! 벤자민에게 입이 있었다면 분명 웃었을 터였다.

하늘 위를 날고 있던 녀석들 중 몇몇이 도와주려고 왔으나, 벤자민이 필사적으로 반항하자 결국 물러났다. 결국, 남은 건 벤자민과 붉은 날개를 가진 녀석뿐이었는데, 놈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벤자민이 등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벤자민은 본능적으로 놈의 날개를 꺾어버렸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꺾고 싶었다. 날개가 꺾이자 놈은 비명을 질렀고, 놀랍게도 벤자민의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입이 생겨났다. 생살이 찢기며 입술이 돋아난 것인데, 무엇인가 이해가 된 벤자민은 그대로 놈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기 시작했다. 놈은 발버둥 쳤지만, 벤자민은 놓치지 않았고, 결국 놈의 육체에서 생명이 빠져나갔다.

벤자민은 자신의 하반신을 봤다. 다리가 돋아난 것이다. 튼튼한 두 다리. 벤자민은 난생처음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기어 다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는데, 뒤이어 자신도 모르게 등 뒤를 만졌다. 혹여, 날개도 생겨났을까 해. 허나, 날개는 생겨나지 않았다.

한순간 실망했지만, 이내 털어버렸다. 날개가 없지만 무슨 상관이랴! 입과 다리가 생겨났는데, 이것만으로 벤자민에게 큰 성장이었다.

벤자민은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그들은 여전히 날고 있었다. 자기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벤자민은 다시 한번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생겨난 입술 사이로 하늘을 찢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순간 모두 자신을 바라봤다.

그래, 이제야 날 봐주는구나. 벤자민이 생각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던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말하고 있었다.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은데?” 희미하게 들리는 게 환청 같기도 했지만. 점점 눈이 부셔지며, 뺨에 감촉이 오는 게 아무래도 환청이 아닌 듯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눈떴다! 눈마저 떠봐! 보여?!”


벤자민이 힘겹게 눈을 뜨자, 회백색 천장을 배경으로 린과 하워드, 존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끔찍한 두통이 엄습했다.


“정신이 좀 드나?” 존이 벤자민에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멀쩡했는데, 아무래도 마스터는 습격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순간 벤자민은 기뻤다. 존이 무사한 것도 다행이었지만, 자신이 이 정도 추론을 할 정도로 머리가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뻤다.


“............ 머리가 아프네요.” 벤자민이 웅얼거리듯 말했다. 혓바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제발 한시적인 현상이길. 가장 큰 재산 중 하난데.


하워드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는 눈에는 눈물이 촉촉이 맺혀있었다.


“야 인마. 이제야 눈을 뜨면 어떻게?...... 방금 전에 멋진 애도사를 완성했는데!......... 다시 눈 감아.”


하워드는 진심으로 슬퍼했는데, 그 모습을 본 벤자민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했다.


“............. 머리가 더 아픕니다.”


존이 설명해주듯 말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머리가 질그릇처럼 깨졌을 테니까. 당연한 거야. 의사가 말하길 몽둥이로 맞은 것 같다던데, 천만다행이라더군. 조금만 더 옆으로 들어갔으면, 진짜 죽을 뻔했대. 그리고 덧분이자면 하워드의 애도사는 정말 훌륭했어. 벤, 자네가 깨어난 건 기쁘지만, 그 애도사를 못 쓰는 건 좀 안타까울 지경이지.”


벤자민이 말했다.


“방금 전까지 무슨 끔찍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깨어나니까 그냥 끔찍하네.”


“그 농담 별로 재미없다.” 하워드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농담 같아?” 벤자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죽다 살아난 것 치고는 대우가 너무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린이 끼어들며 말했다.


“좋아, 모험가 중에 이런 농담을 하는 애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변호사 중에도 이런 인간들이 있을 줄은 몰랐네. 여기만 이런 거야. 다른 곳도 이런 거야?”


존이 소개하듯 말했다.


“벤, 인사하게, 자네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일세. 이 용감한 아가씨만 아니었으면 진짜 애도사를 쓸 뻔했지.”


“왜 마스터는 무사하신 거죠?” 벤자민이 대뜸 물었다.


“묘하게 불만인 것처럼 들리는데,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애도사 농담을 듣기 전까지는 기뻤는데, 들은 후부터는 약간 억울해서요. 일단 농담 맞죠?”


벤자민은 점점 말하며 혀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이었다.


“마스터도 습격당했어. 직접 당한 건 아니지만, 집이 불탔지. 크리스마스 장작처럼 말이야.” 하워드가 변호하듯 말했다.


“그거참 안타깝군요.” 벤자민이 일부러 웃으며 그리 대답했다.


“방금 자네는 그 발언 덕분에 집세가 오를 걸세.”


벤자민은 힘겹게 웃고는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 늦었지만, 인사할게.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날 다른 사람이랑 안 헷갈렸으면, 진심으로 들렸을 거야? 도대체 앤이 누군데?”


벤자민이 피곤을 느끼면서도 대답했다.


“.........내 사촌.”


“바다 건너편에 있는 네 사촌을 찾았다고?” 하워드가 궁금증에 끼어들며 물었다.


머리가 멍한 탓에 벤자민이 인형처럼 대답했다.


“얼마 전 여기 왔어..... 이 도시에 왔지.”


문득 벤자민은 그녀가 이 일에 가담했을지 궁금했다. 허나, 이내 그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녀는 나름대로 노력했고, 오히려 뿌리친 건 자신이었다......... 그래도 섭섭한 건 사실이지만.

다행히 하워드의 다음 질문으로 찝찝한 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여기 왔다고? 왜? 뭣 하러? 그리고 예뻐?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지.”


벤자민은 피곤과 두통을 동시에 느끼며 말했다.


“딱히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빌어먹을! 일단 중요한 일부터 이야기하자고...... 올리버는 어디 있습니까?”


존이 대답해줬다.


“걱정 말게. 사무소에서 가 중요한 자료를 챙기고 있으니까. 혹시 몰라 경비도 구하러 갔네. 작정한 놈들한테 어디까지 먹힐지 모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라일라 역시 무사하지만, 자네나 내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아들네미를 친척에게 맡기로 갔네. 곧 돌아올 거야.”


그나마 해코지를 당한 게 자기뿐이라는 생각에 벤자민은 다행이다 싶었다. 이 빌어먹을 녀석들에게 어떻게 복수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 순간 잊었던 궁금증이 떠올랐다.


“.......... 해럴드는요? 해럴드 마쉬. 그리고 제 집에 있던 플렝고 족(깃털 귀 족)’ 두 명도 찾아야 합니다. 할 수만 있으면요. 혹시 무슨 들은 소식 있나요?”


그 순간 존, 하워드, 린의 표정 모두가 어둡게 변하며, 침묵이 일었다. 벤자민은 이 침묵을 알았다. 무지에서 나오는 침묵이 아닌, 비극에 나오는 침묵이었다.

벤자민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벤자민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요!” 다시 한번 외쳐 물었다.


작가의말

생각보다 수월하게 써졌네요. 언제까지 평일 매일 올릴 수 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올릴 수 있을 때까지는 올리려고 합니다.

다들 재밌게 읽어주시고 새로운 주 잘 보내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후기 +86 19.06.29 3,88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5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20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4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9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0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6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9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2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1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3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8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1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3 125 9쪽
»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6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5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4 13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