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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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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5,354

작성
19.04.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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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 랍의 푸줏간

DUMMY

1. 랍의 푸줏간




여름이 끝나는 무렵임에도 날씨는 무더웠다. 심지어 아침임을 고려하면 더욱 무더웠는데, 해가 완전히 떴을 때쯤은 상상조차하기 싫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던전’은 ‘생존’과 ‘탐욕’을 연료 삼아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거리에는 상당수의 인파로 메워져 마치 하나의 혈관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모험가와 상인, 노예와 예속인, 도제, 가게 견습생, 원주민 행상, 경비원, 도둑, 장물아비, 날품팔이 등등 모두 역할과 종류는 달랐지만, 마치 피처럼 도시 곳곳에 퍼져 활기를 불어넣었다. 밤사이 침묵하던 가게는 하나둘씩 문이 열었고, 굴뚝은 하늘 위로 연기를 토해냈다.


도시 던전의 외곽 지구인 ‘훈트 타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 ‘랍의 푸줏간’이 가장 일찍 움직였다. ‘훈트 타운’에서도 가장 외지인 외(外)성벽 근처에 위치한 ‘랍의 푸줏간’은 주변에 다른 건물이 없는 데다, 버섯이 여러 개 자라난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매우 눈에 띄었는데, 피처럼 붉은 페인트로 투박하게 쓴 간판 탓에 강렬한 인상까지 심어주었다.

흡사, 도시에서 자라나는 독버섯처럼 보였으며, 이 가게에 대해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정확한 표현이라고 고개를 절로 끄덕일 터였다.


이 푸줏간의 주인인 ‘랍’은 ‘훈트 족’ 특유의 끈질김과 강인함을 내세워 자수성가한 인물로, 신대륙 이민자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성실한 방법으로만 그 성공을 이룩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느 교활한 상인처럼 손님을 속이기도 했으며, 악독한 고용주답게 직원을 착취하기도 했는데, 특히, 직원을 쥐어짜는 솜씨는 가히 예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같은 동족인 훈트 족이건, 같은 이민자이건 봐주는 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처지를 잘 알기에 더욱더 잘 쥐어짰다.

그렇기에 이 도시에 잘 모르는 순진한 이들만이 함정에 빠진 사슴처럼 이곳에 일하게 됐으며, 몇몇 운이 좋은 자들만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럼 운이 나쁜 이들은? 뭐, 독버섯을 먹은 셈 치라.


어쨌건 랍의 푸줏간은 여느 때처럼 일찍 직원들이 나와, 밤사이 모험가들이 잡아 온 몬스터를 서둘러 해체하고 있었다. ‘아이고스(눈깔 귀신)’의 눈알과 ‘랜크랩(땅 게)’의 ‘집게다리’, ‘헨혼(방탕한 말)’의 ‘뿔’과 ‘음경’, ‘스케로그(끔찍한 개구리)’의 가죽과 체액 등등 그 종류가 다양하였다.

서둘러 해체해야 해 이른 아침임에도 매우 바빴는데, 그러던 중 한 남자가 유유히 들어왔다.

물결 모양의 올백 머리에 검은색 정장, 깔끔한 구두, 마무리로 서류 가방까지. 마치 복장이 그 남자의 존재에 대해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푸줏간 직원들 모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을 보듯 적의 어린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허나,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또 뻔뻔스럽게 말했다.


“마스터는 계시나?”



푸줏간의 마스터인 랍은 확실히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나이가 들어 보였으며, 그 나이에 걸맞은 관록이 엿보였다.

그렇다고 호감이 가는 인상이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살이 제법 붙은 거구의 사내는 돼지처럼 피부가 창백했으며, 작은 두 눈은 자수성가한 사람 특유의 오만과 아집으로 번뜩번뜩 빛났다. 사업가랍시고 기른 수염은 그의 교활한 인상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

자산가 흉내를 내는 그는 칼 대신 펜을 든 채 사무실에서 장부를 쓰고 있었다. 묵묵히 이윤을 적어나가던 랍은 사무실에 들어온 한 남자를 보곤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까마귀가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느닷없이 들이닥친 남자가 대답했다.


“변호사가 무슨 일로 왔겠습니까? 일 때문에 왔죠.” 차분하고도 강한 목소리. 마치, ‘당신 따윈 겁나지 않아!’라는 것 같았다.


“누가 날 고소라도 했나?” 랍이 여전히 장부를 쓰며 물었다.


“제 의뢰인은 그렇다더군요. 하지만, 정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그냥 넘어가겠답니다.”


그러자 랍은 두터운 장부를 탁 덮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개를 천천히 젓는 모습은 마치 어리석은 꼬마를 대하는 것 같아 몹시 기분이 나빴다.


“벤자민, 벤자민, 빌어먹을 벤자민........ 몇 년 전만 해도 내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이었지 않나?”


남자, 아니, 벤자민이 인정했다.


“예, 그렇죠.”


“난 자네를 내 조카처럼 잘 대해 줬는데, 어떻게 내 등에 칼을 꽂을 수 있지?”


저 말은 사실이었다. 저 인간은 조카조차도 막 부려먹는 고약한 인간이었으니까. 벤자민은 랍의 책상 맞은편에 앉으며 대답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그저 일을 하는 것뿐이죠.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다면 이것보다 더 난감한 문제로 찾아 왔을 겁니다.”


그러자 랍이 비릿하게 웃었다.


“하! 까마귀가 됐다고 열심히 여기저기 들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건방져졌을 줄은 몰랐군.”


한때 자신이 헐값에 부렸던 일꾼이 당당히 맞은편에 앉은 게 못마땅한지 랍은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볼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올 걸이라고 벤자민은 속으로 후회했다.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것뿐입니다. 마스터. 한때, 고용주라면 덕담 한마디 정도는 해주셔야죠.”


“엿이나 처먹어.” 랍이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물었다.


“도대체 어떤 머저리가 감히 날 고소하겠다고 한 거지?”


벤자민이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피터라는 친굽니다. 일주일 전 이곳에 ‘솜브라토(그림자 고양이)’ 도축을 맡겼다는데, 사실입니까?”


랍이 신경을 긁을 요량인지 애매하게 대답했다.


“글쎄? 내 가게는 거래량이 많아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어서 말이야.”


그러자 벤자민이 예상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장부에는 적어 놨겠죠? 만약 장부에도 없으면 그건 탈세를 하겠다는 의도인데, 아시다시피 탈세는 황제의 재산을 훔치는 것으로, 아주아주 큰 죄입니다. 벌금만으로도 어마어마하죠. 그런 의미에서 다시 묻습니다. 피터란 친구가 도축을 맡겼다는데 기억하십니까?”


랍은 불쾌함으로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


“......... 이제 기억나는구만. 운이 좋은 애송이 모험가....... 그 친구가 왜?”


“그가 제게 의뢰하길. 도축비를 깎기 위해 피와 이빨, 손톱, 뼈는 랍 씨에게 염가로 팔기로 제안했고, 나머지 부산물은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눈알, 가죽, 창자 등이요. 당연히 랍 씨는 동의하셨구요. 맞습니까?” 벤자민은 딸딸 외운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말했다.


“그랬지.” 랍이 시큰둥하게 동의했다.


“그런데, 가공소에 팔려고 가져가니, 눈알이나 가죽은 문제가 없었는데, 하필 가장 비싼 창자에 문제가 있었답니다. 5미터 창자 중 2미터가 그냥 고양이 창자라더군요.”


“그거 참 안타깝군.” 랍이 과장스럽게 말했다.


“그는 거기서 얻은 대금으로 빚을 갚고, 장비를 다시 대출할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답니다. 슬픈 일이죠. 그래서 당신께 따지러 왔다는데, 랍 씨는 모른다고 하셨고요. 맞습니까?”


“실제로 모르는 일이니까.”


“당신께 물건을 받자마자 팔러 갔는데 도요?”


랍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는 척을 하였다.


“아마, 도둑들이 바꿔치기한 거겠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도시엔 눈만 감아도 코를 베어 가는 대도들이 득실거린다고 하잖나?”


“코를 베어가서 어디다 쓴답니까?”


“빌어먹을, 나야 모르지.” 랍이 거칠게 쏘아붙이며 다시 말했다.


“이봐 까마귀, 내 말 잘 들어. 근래 여기저기서 고기 찌꺼기 좀 주워 먹었다고 이 도시가 네 먹이터로 보이는 모양인데, 건방 떨지 마. 난 너보다 훨씬 이 도시에 터를 잡았고, 잔뼈도 굵어. 너 같은 애송이에게 돈이나 뜯길 만큼 난 우스운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알아듣겠어? 그러니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그러자 벤자민이 상체를 앞으로 살짝 내밀며 말했다.


“랍 씨야말로 서로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죠. 전 당신 밑에서 일해 본 적이 있고, 당신이 어떻게 손님을 속여 왔는지 너무나 잘 압니다. 당신이 제 의뢰인에게 사기를 쳤단 걸 나도 당신도 아는 사실이니 좋게좋게 서로 합의하고 끝내자구요. 전 이거 외에도 오전 중에 두 건을 끝내야 합니다.”


그러자 랍이 으르렁거리며 벤자민의 얼굴을 찌를 것 같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 미친 까마귀 새끼가, 감히, 은혜도 모르고 내 가게에 들어와 날 사기꾼 취급하고 있어?! 내 밑에서 굽실대던 놈이 변호사 좀 됐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 피턴가, 피자인가 하는 놈과는 정당하게 거래했고, 물건을 넘겨줄 때 확인할 기회도 줬어! 놈은 알겠다고 했고, 가져갔지! 알아들어? 정당한 거래였다고, 본인의 관리 실수야, 그런데 감히 내게 사기꾼이라니. 이 건물에 내가 명령하면 당장이라도 커다란 식칼로 널 토막내줄 놈들이 몇이나 있어. 때마침 고기 가는 기계랑 뼈 분쇄기도 있구만.”


실제로 하지 못 할 뻔한 협박임에도 불구하고, 랍이 말하니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

비록 투실투실하게 살이 오른 그였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지방층 아래로 상당한 근육이 감춰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험상궂은 얼굴까지 합쳐지자 꽤나 무서웠는데, 그렇다고 이런 거에 굴복해선 이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경험도 없는 애송이 모험가에게 누구나 아는 사기를 친 겁니다. 분쇄기를 들이밀어도 그게 사실이죠. 이렇게 합시다. ‘500듀로’로 합의하죠. 숫자 깔끔하죠?”


“꿈 깨시지. 난 합의 따위 안 해.”


“그럼 서로 귀찮아질 겁니다. 차이라면 제가 이긴다는 거죠. 여기 공무원들이 얼마나 게으른지 알죠? 재판까지 가면 귀찮게 한 대가로 피해만 커질 겁니다.”


벤자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허나 랍은 위축되기는커녕 가소롭다는 듯 웃더니, 미간을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애송이 모험가를 등쳐먹으려 한다고? 맞아, 애송이더군. 사냥감의 혈관에 물을 쑤셔 넣어 피 무게를 불리려고 했지. 피를 뽑아내는 순간 단번에 알아챘다고! 어디 이상한 놈들에게서 뭐 좀 들은 것 같았는데........... 좋아, 소송하려면 해. 그런 나도 놈에게 소송을 걸 테니.”


그 말을 듣자 벤자민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속에서는 욕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줄이야.

랍이 벤자민의 속을 알아차렸는지 비열하게 웃어보였다. 그로 인한 수치심과 분노가 조용히 불타오르며 벤자민은 자신을 바보로 만든 멍청한 고객을 향해 속으로 온갖 욕을 쏘아붙였다.

애송이 주제에 노련한 장사치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한다니! 하지만 벤자민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아 자신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깟 하찮은 건 때문에 바보로 보이다니, 속에서 불이 났는데, 그럼에도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고로, 합의할 생각은 없으시다는 거죠?”


“난 너 같은 바보가 아니니까. 어때? 제 발로 나갈래? 아니면 끌려 나갈래?”


“제 발로 나가죠. 다음 또 뵙겠습니다.” 벤자민이 자리에서 깔끔히 일어나며 말했다.


“설마 또 그 멍청이 문제로 찾아오려는 건 아니지?” 랍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듯 거만하게 이를 데가 없었다.


벤자민은 랍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뇨, 다른 건으로 올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윙카 형제와 포리오, 망구스, 투투로와 거래하셨죠?”


랍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엇인가 찔리는지 정색하며 소리쳤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아니면 제 착각일 수도 있죠. 자세한 건 나중에 알아보고 말씀드리죠.”


“잠깐, 기다려. 앉아.” 정말 켕기는 게 있는지 랍이 조급하게 말했다.


결국 그제야 벤자민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순식간의 둘의 표정은 반대가 되었는데, 솔직히 벤자민은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고작 이런 건에 이 카드를 쓸 줄이야. 어쩌면 좀 더 중요한 건수에서 쓸지도 몰랐는데. 하지만 이 일은 변동이 많아 너무 아끼다가는 소위 똥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고, 무엇보다 얕보여선 안 되었다. 특히 랍 같은 작자에겐 말이다.

랍은 마치 도둑이라도 마주한 듯 미간을 팍 찡그리며 벤자민을 노려봤다. 성질 같아서는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눈치였다. 맹세컨대 벤자민은 맞자마자 조합에 청원을 넣고, 소송을 걸 생각이었다.

긴 침묵 끝에 랍이 입을 열었다. 그는 속이 얹힌 것처럼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250.”


벤자민이 어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750.”


“빌어먹을 까마귀 새끼야! 왜 처음보다 가격이 올라가!” 랍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추가 수당이라 해두죠.” 벤자민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뻔뻔히 대답했다.


“정신 나간 놈! 320.”


“720.”


“협상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랍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결국, 네 차례의 욕설과 고성이 오간 뒤에, 663 듀로 가격이 맞춰졌다.


랍은 불만스러운 듯 뭐하고 꿍얼거리며 금고를 열더니, 이내 푸른색 지폐를 한 다발 챙겨와 벤자민의 앞에 탕하고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후려치듯 힘이 실려 있었는데. 벤자민은 그런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지폐를 몇 번 만져보곤 서류 가방에 챙길 뿐이었다.


“확인 안 해 보나?” 랍이 물었다.


“방금 확인 했잖습니까?” 벤자민이 그렇게 말하고는 준비된 서류를 세 장 꺼내 각각 사인한 후, 랍에게 내밀었다. 랍 역시 사인을 했는데, 도축으로 단련된 투박한 손과 다르게 사인은 제법 세련됐다. 필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투자한 것이리라.


“찌꺼기 다 주워 먹었으면 그만 나가보시지.” 랍이 소금이라도 뿌릴 기세로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또 뵙죠.” 예의 바르게 그리 말하곤 벤자민은 사무실을 나갔다.



사무실을 나온 벤자민은 휴식 중이던 직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끔찍할 정도로 옅은 커피를 홀짝이며 쉬고 있었다. 그들은 벤자민을 보자마자 인상을 쓰며 말없이 노려봤는데, 흡사 원수라도 되는 것 같았다.


벤자민은 그들의 태도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시에 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때 같은 위치에 있던 사람이 어느새 자신보다 훨씬 앞서 나가면 근본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이 생기는 법으로. 그걸 고려한다면 현재 저들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그들은 벤자민이 어서 사라져주길 바라듯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옅은 커피를 홀짝이거나, 잡담을 하였다. 개중 몇몇은 피로가 쌓였는지, 서로 어깨나 등을 주물러주었다. 이상할 게 없는 광경이지만, ‘이 가게’와 ‘훈트 족’에 대해 좀 아는 벤자민에게는 약간 이상하게 보였다.


훈트 족과 부대끼며 같이 일해 온 벤자민은 자칭 ‘자유 전사’의 후예인 그들이 얼마나 허세덩어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사람들 앞에서 이리도 피곤한 티를 내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하지만 궁금했는데, 결국 호기심이 동한 벤자민이 자신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다.


“베로, 어디 불편해?”


벤자민은 최대한 친근하게 물어봤으며, 상대도 이에 화답하듯 최대한 친근하게 대답해 줬었다.


“꺼져라. 까마귀야.”


빌어먹을 훈트 족 같으니라고. 벤자민은 그리 생각하며 과거 자신의 일터를 빠져나왔었다.


작가의말

기존에 쓰던 글인 ‘강과 먼지의 왕자’와 다르게 이야기 진행을 빠르게 진행해 봤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감상평 좀 꼭 부탁드려요. 그럼 그걸 통해 더 나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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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1

  • 작성자
    Lv.29 f8650
    작성일
    22.03.12 05:58
    No. 61

    흑마법사로 입문해서 쥐쟁이 완주하고 왔습니다. 작가님 글 기대하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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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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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7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198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17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3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6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0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49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4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5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6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8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2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3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30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1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0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0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2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4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0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0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4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0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2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68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0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0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4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4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2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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