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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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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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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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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8. 협상 시도

DUMMY

“재판이 끝나고 나서 접촉해 최대한 원하는 조건을 맞춰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엘빈이 절망스럽게 말했다. 보고를 듣고 있던 브라운의 몸은 점점 떨려왔다. 분노와 공포, 억울함, 살의에 의해서 말이다. 도대체 벤자민이라는 녀석은 무슨 원한이 있어 자신에게 이러는 거란 말인가? 설마 마법사에 대한 열등감을 이런 식을 풀겠다는 건가?


‘그럼 중간까지 왜 협상을 한 거지? 전부다 기만이었던 건가?’


브라운을 의구심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간 모든 게 파멸한다는 게 중요했다.

브라운 사와 레드캐틀 가문이 웬 닭에 의해 파멸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수염은 눈에 보일 정도로 파르르 떨려왔으며, 깍지 낀 손가락은 너무 힘을 줘 새하얗게 변했다. 몸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브라운은 최대한 불안을 억누르며 침착 하려고 애썼다.


“다들....... 무슨 방법 없겠소?”


브라운은 회사 간부들을 바라보며 간신히 말했다. 적잖은 마법사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누구하나 시원하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혹시 질문을 받을까싶어 시선을 돌리고나, 고개를 내리는 등 철저히 외면만 하였다.

그 무책임한 모습에서 브라운은 다시 한번 절망을 느꼈다. 평소에 그리도 말이 많던 이들이 막상 필요한 순간에는 벙어리가 되고 만다니. 브라운은 그만 이성을 잃고 자기와 장난치는 거냐고 소리칠 뻔하였다.


‘진정해.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어. 난 브라운 사의 마스터인 브라운 레드캐틀이야.’


브라운은 자신을 다독이곤 엘빈에게 물었다.


“현재 재판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 것이오. 솔직히 말해주시오.”


엘빈이 힘겹게 입을 뗐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우 좋지 못합니다. 일단, 이 도시의 분위기가 다시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변했으며, 재판장조차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아뇨, 솔직히 말하면 이번 재판으로 거의 등을 돌렸습니다........ 단순히 그것 때문에 우리가 유죄판결 받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재판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게 뻔합니다.”


그러자 간부 중 하나는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체론 교수를 욕하며, 그를 포섭하고 데려온 다른 간부를 욕했다. 그러자 갑자기 싸움으로 번지려고 하였는데, 그때 브라운이 입 다물라고 조용히 경고했다. 분위기는 싸하게 이를 데가 없었다.


“방법이 없는 것이오?” 체론이 간신히 이성을 붙잡으며 물었다.


엘빈이 확신 없는 어조로 말했다.


“남은 재판에서 크게 한방 먹인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글쎄........ 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러는데, 오늘 방청객으로 오셨던 분들께 묻겠습니다. 혹시 벤자민이 말한 이야기 중 오류나 공격할만한 부분이 없습니까?”


그러자 다시 한번 절망적인 침묵이 감돌았다. 브라운은 본가에서 온 편지 내용이 떠올랐다. 다시 황제의 압박이 심해졌다는 거였는데, 심지어 군대 쪽도 여유가 생겨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에 우호세력도 도움을 주기 꺼려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필사적이게 묻고 있었다.

브라운은 말 그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마 이 모든 게 망할 황제가 준비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로건이 침묵을 깨고 간신히 말했다.


“녀석은 중간중간 몇 가지 단어와 문맥을 교묘히 바꿔 이야기의 내용을 바꿨습니다. 아주 비열하고 교활하게 말이죠.”


그러자 몇몇 간부가 동의 했다. 엘빈이 희미하게 희망을 얻으며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만약 말씀해 주신다면 다음 재판에서 반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로건이 설명을 시작했는데, 엘빈의 표정에서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 말 그대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오늘 재판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재판이란 근본적으로 재판장을 설득하는 거란 말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엘빈의 목소리를 가늘게 올라갔는데 그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마법사 분들이 나오는 건 불리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나오기로 한 분들이 안 나오면 그것 역시 불리하게 흘러갈 뿐이죠.”


작게 욕설소리가 새어나오는 게 들렸다. 어쩌다 자신들이 이 꼴이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수상쩍은 모험가들에게 약초 원액을 납품받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자신이 던전에 왔을 때부터? 것도 아니면 더 근본적인 무언가 때문에?

간부 하나가 안정부절 못해하며 엘빈에게 어떤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저쪽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이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불리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말은 하나도 닿지 않는데 반해, 상대측 말을 계속 먹히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순환시킨 것 같았다. 몇몇은 증거가 없다면 자신들이 이길 거라고 긍정적이게 말했지만, 브라운은 그것만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몇몇 간부는 포그곤트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하자고 했지만, 그것도 의미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였다. 이미 몇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는데. 거기다 앤이라는 포그곤트 가문의 여자도 떠난 상태였다. 더 이상 그쪽으로는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었다.


‘멍청하긴! 이대로 흘러가면 자기들은 무사할거라 생각한 건가?’ 브라운은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브라운은 간부들을 살펴보았다. 이따금 쥐새끼처럼 뭐라고 말을 했지만 영양가 있는 말을 하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한때, 이곳의 꼬마 야심가라고 불린 로건조차 패배의 기색이 젖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럼 이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오?” 브라운이 엘빈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물었다.


“사실 남은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벤자민은 도저히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 롭 앤 포터의 마스터인 존과 비밀리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를 설득한다면 어쩌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나시겠습니까?”


브라운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무의미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기가 지금 무엇을 가릴 처지란 말인가?


“언제 만날 수 있나?”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허름한 주점이었는데, 이런 주점에 와본 적이 없는 브라운은 어색하게 그지없었다. 쾌쾌한 공기, 주정꾼들 모두 불쾌하게 짝이 없었다. 왜 굳이 이런 곳에서 자신을 보자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골려먹으려는 것인가?

거기다 왜 혼자 오라고 한 것인가?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굳이 자신을 해코지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려는 거겠지.

홀로 허름한 주점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점점 초조해지고 피곤함이 엄습하였는데, 절정에 다다를 무렵 한 남자가 주점으로 들어왔다.

눈에 띠지 않는 차림이었지만, 브라운은 본능적으로 그가 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마리가 새하얗고 말랐는데,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냐, 내 상황 탓에 초조해서 그런 거야. 아무렴.’


남자가 말했다.


“반갑소. 내 이름은 존이라 하오. 브라운 사의 마스터를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오.”


“내 이름은 브라운 레드캐틀이오. 나 역시 반갑소.”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는데, 브라운이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일을 열었다.


“나를 만나자 한 이유는 거래를 위해서지요?”


말투가 자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급하게 나와 속으로 혀를 차고 말았다.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운은 기쁘게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요. 우리에게서 얼마나 돈을 얻건 의뢰인들과 나누고, 세금까지 뜯기면 결국 얼마 되지 않을 거요. 차라리 내게 원하는 금액을 말하면-”


존이 말을 가로막았다.


“-저기 무엇인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런 거래를 하러온 게 아니오.”


브라운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거래하러 오셨다고 하지 않았소?”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랑 장난치는 것이오? 그럼 무슨 거래를 하러온 것이오!” 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브라운이 소리쳤다.


“서로의 평화에 대한 거래요. 그리고 개인적인 조언도.”


의문으로 브라운의 눈썹이 비대칭으로 일그러졌었는데. 존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난 지금 그대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오. 한번 실수한 것 가지고 모든 것을 잃게 될 처지가 됐으니.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대도 어느 정도 잘못은 있지 않소? 곧바로 협상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텐데. 괜한 수작질을 부리지 않았소?”


브라운은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으나 일단 들어보았다.


“내가 그대를 만나고자 한건 나름의 감사 인사와 그에 따른 충고를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날 죽이려고 했던 인간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브라운이 침을 뱉듯 말했다.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그럼 모르는 채로 들으시오. 솔직히 건달 놈들을 보냈을 때 난 그대들을 다 죽여 버릴까 생각했소. 티 나지 않게 사람 죽이는 주문이라면 나도 세, 네 개 정도 알고 있거든.”


‘이 녀석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브라운이 생각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그대들이 당하는 모습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생각이 바뀌었소. 좀..... 안쓰럽더군.”


그 말에 발끈한 브라운이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며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뭐야?’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앉아 있었는데, 지팡이는 존에게 뺏긴 상태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팡이를 되찾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브라운은 존을 바라봤다. 그는 아까 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한쪽 손에는 자신의의 것이 아닌 다른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불길할 정도로 시뻘건 지팡이였다, 문득 두려움이 올라왔다.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지? 걱정 마시오. 내 말이 끝나는 대로 풀어줄 테니까. 음...... 들어보시오. 내 제안은 이렇소. 그대는 감히 나와 내 직원들에게 자객을 보냈소. 덕분에 우릴 도와주던 실력 없는 마법사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내 집 역시 불탔소. 화재보험을 들었다지만, 알잖소. 보험절차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덕분에 좀 귀찮았지. 벤자민 역시 죽을 뻔 했고. 그건 좀 많이 화가 났소. 난 그 친구가 좋거든. 나랑 달리 강해서.”


브라운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대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게 아니고 이번 재판으로 그대로 많은 것을 잃을 테니. 이렇게 합시다. 그댈 용서하겠소. 그러니 그대 역시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건 원한을 품지 말고 우리에게 해코지하지 마시오. 아, 그리고 로건 이었나? 벤자민 동기 있잖소. 내가 알기로 그가 주도해 건달을 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 재판이 끝나는 날짜에 맞춰 그를 신고하는 편지를 도시 경비대에 보내시오. 그렇게만 하면.......... 최소한 나는 그대의 목숨을 노리지 않겠소. 대답은?”


브라운은 공포 탓에 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존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브라운의 몸이 그제야 움직였는데, 그럼에도 몸은 공포 탓에 말을 듣지 않았다.


“아, 내가 충고도 해드린다고 했지. 도망치시오. 거인이 그대를 벌레처럼 짓밟기로 진즉에 결정하였소. 이 모든 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도망칠 여력이 있을 때, 도망치시오.”


그러고는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떨고 있는 브라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데, 내가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주시오. 만약, 함부로 이야기한다면 그대 몸이 산채로 구더기에게 먹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브라운은 존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존은 만족하며 떠났는데, 존이 사라지자 브라운은 자기도 모르게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 신이시여. 오, 신이시여.


작가의말

집에와서 올릴려니 인터넷이 고장났네요. 이곳은 피시방입니다. 늦게올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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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7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198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17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3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6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0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49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4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5 55 1쪽
»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6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8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2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3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30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1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29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0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2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4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0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0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4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0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2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68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0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0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4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4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2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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