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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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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354

작성
19.05.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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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2. 재판(2)

DUMMY

52. 재판(2)




첫 번째 변론을 시작한 것은 원고 측인 ‘롭 앤 포터’였다. 변론은 맡은 것은 당연히 벤자민이었는데, 벤자민은 연단 위에 올라서서 변론을 시작했다.

재판 준비 중 첫 번째 변론을 어떻게 시작할지 가장 많이 토론하였는데, 하워드는 처음부터 공격적이게 가자고 하였으나, 자칫하면 너무 악의적이고 사기꾼 같아 보일 수 있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게 시작하기로 하였다.

사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이 때때로 그 어떤 것보다 편파적일 수 있는 법이기도 했고.

벤자민은 지금 도시에서 발생하는 정체불명의 ‘마비 증세’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들 모두 ‘하프 캔디’라는 저가의 마법 캔디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알린 뒤, 이 모든 사태에 ‘브라운 사’라는 마법 회사가 있음을 소설처럼 풀어냈다.

단어 자체는 감정을 빼,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게 들렸으나, 이야기의 구조가 흥미로워 모두 턱을 감싸며 벤자민의 말에 빠져들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브라운 사’ 측 변호사 엘빈은 당장이라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눈치였다.

아마, 재판장이 까칠하고, 권위적인 ‘테오 코넬스톤’이 아니었다면 그는 능히 이의를 제기했을 터였다.


“전 하프 캔디가 언제 출시됐는지 기억합니다. 제가 롭 앤 포터에 취직한 때인 3년 전에 출시됐기에 기억하죠. 당시 독보적이게 낮은 가격으로 출시된 ‘하프 캔디’는 얼마 되지 않아 인기를 얻었고, 현재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인기 많은 상품이 되었습니다.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러분. 저희는 하프 캔디가 싸다는 것만 알지 어떻게 이토록 싸졌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과연 하프캔디가 어떤 마법을 부려 이토록 싼 가격의 마법 캔디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결국, 참다못한 브라운 사측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장님, 지금 원고 측 변호사는 교묘하게 질문을 던져 피고를 함정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기각합니다. 피고 측도 변론의 기회가 있으니 그때 가서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내가 맡은 재판에서 함부로 이의 신청하지 마시오.”


마치, 엘빈이 자신의 지성에 돌을 던진 것처럼 재판장이 불쾌하게 말했다. 사나운 개보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군인 같은 태도였는데, 벤자민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지 몰랐지만, 당장은 마음에 들었다.

벤자민은 재판장에게 아부하듯 소개를 살짝 숙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결국, 마법 캔디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브라운 사’만이 알며, 제조 과정도 ‘브라운 사’만이 알고, 이에 대한 감시 수단이 없어 어떠한 장난질을 칠지 모른다고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했는데, 오히려 그 탓에 더욱 수상쩍고 음흉하게 들렸다. 객석에 앉은 방청객들은 형의 귀에 독을 넣은 ‘클로디어스’를 보듯 인상을 찌푸렸는데, 벤자민은 그렇게 사람들이 상상력과 의심을 한 것 자극하고는, 저질 원료나 잘못된 생산 방식을 쓴 마법 제약품은 대개 2~5년 사이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엘빈이 이의를 신청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불확실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동감했는지 테오 재판장은 ‘한번 해명해봐라’는 듯 벤자민을 바라봤다.

벤자민이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거는 증거로 제출한 논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매른 마법 교수’가 쓴 ‘마법 제약품에 관해’라는 논문 32페이지 두 번째 문단에-”


“알겠소.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겠소. 변론을 계속하시겠소?”


벤자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알겠소.”


테오가 계속 변론을 하라고 하자 벤자민은 목을 가다듬고, 다시 침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초점을 바꿔 ‘브라운 사’의 잘못을 들춰내기보다 현재 도시에서 발생하는 마비 증세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본 것을 조금 각색해 이야기하고는 신과 정의의 이름으로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사태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 도시의 문제며, 더 나아가 황제 폐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때, 브라운 사측에서는 다시 이의를 신청했고, 이번에는 바로 인정받았다.

재판장은 발언에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는데, 벤자민은 재빠르게 사과한 뒤, 마무리로 이일은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내 가족, 내 이웃, 내 거래처 사람의 문제이며,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뒤 말을 마쳤다.

자리로 돌아오자 하워드가 한 시간이 약간 넘게 이야기했다고 말해줬는데, 벤자민은 자신이 이토록 오래 이야기 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간 가는 줄은 몰랐네.” 벤자민이 자기들끼리만 들을 수 있게 나직이 말했다.


하워드가 웃음을 애써 참으로 속삭였다.


“더 좋은 건 듣는 사람도 몰랐다는 거지. 정말 잘했어. 변론은 설득력만큼이나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넌 둘 다 잡은 거야. 더군다나, 네가 정말 이 도시와 의뢰인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어.”


“보였다고?” 벤자민이 눈을 흘기며 물었다.


“어, 보였어.” 하워드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더 따지고 싶었지만, 엘빈이 변론을 시작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엘빈은 먼저 브라운 사의 역사와 창립자이자 마스터 브라운 레드캐틀에 대해 이야기하며 변호를 시작하였다. 그는 운명을 찾아 이 도시에 온 한 남자(브라운 레드캐틀)에 대해 서사시처럼 장황하게 읊은 뒤,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브라운 사를 설립한 이야기 하였다

아무래도 자수성가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 도시의 특성을 이용하려는 것 같았는데, 이제 와서 저런 게 얼마나 먹힐지 벤자민은 궁금하였다.


‘아니면, 이제라도 상황을 이해한 거나.’


엘빈은 브라운 사 설립 후로도 어려움이 수없이 찾아온 것을 솔직하고, 인간적이게 고백했는데, 그 부분은 꽤나 진실성이 있어 벤자민도 제법 혹하였다.

그럼에도 엘빈은 마스터인 브라운이 포기하지 않았으며, 계속 연구를 거듭하고 거듭한 끝에 하프 캔디를 개발했다고 힘차게 말한 뒤, 하프 캔디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모험가나 도제, 일반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을 줬는지 열성적이게 설파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 하프 캔디가 탐욕스러운 까마귀 떼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마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변호사 떼가 그저 어설픈 추측만으로 자신들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판사들과 방청객을 번갈아 보았다. 판사들은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 탓에 그 속마음을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방청객들의 경우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혼란스러운 듯 자기들끼리 속삭여 의견을 주고받거나, 어디가 가려운지 모르는 사람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엘빈이라.... 너무 쉽게 본 거 같군.’ 벤자민이 솔직하게 생각했다.


이후, 엘빈은 브라운 사의 마스터인 브라운이 레드캐틀이라는 마법사 가문의 일원임을 상기 시켜, 실력에 대한 의문을 날려버렸고, 애써 보장된 인생을 박차고 나와 이 도시에 헌신한 명예로운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건 꽤나 먹혔는데. 앞의 변론이 가벼운 단검이었다면, 이번 건 묵직한 투창 정도로, 방청객들은 더 이상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재판장이 망치로 두들겨 방청객들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다시 변론을 할 수 있었는데, 엘빈은 ‘롭 앤 포터’측의 주장이 명확한 증거가 없는 추측뿐이라고 말하며, 브라운은 이 도시에 저렴한 마법 캔디를 제공한 마스터이자, ‘모험가의 친구’라는 별명을 얻은 유망한 마법사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고는 그만 변론을 마쳤다.

엘빈이 들어가자 방청객들은 다시 쑥덕거리기 시작하였는데, 소란스럽기는 원고 측 자리의 벤자민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우리 얻어맞은 거지?” 올리버가 물었다.


“복부하고 얼굴에 몇 방 맞기는 했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야.” 벤자민이 인정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말했다. 지금까지 침묵하던 존도 말했다.


“진정들 하게. 이렇게 맹공을 가한다는 건 초조하단 증거야. 저들도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봤을 거 아니야.”


“아.” 올리버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짧게 소리 냈다.


“저들이 이렇게 맹공을 가하는 게 꼭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제풀에 지쳐 쓰러질 수도 있고, 공격에 너무 집중해 의외로 허점을 드러낼지도 모르지 있지. 우리를 믿어. 준비 열심히 했잖나.”


그러자 하워드가 감동한 듯 말했다.


“너무 멋있어요. 제 소설 주인공 이름은 마스터 이름을 따도록 할게요.”


존이 기겁하며 말했다.


“제발, 그러지 말게.”


벤자민은 그 대화를 들으며 재판석에 앉은 테오와 배석판사 둘을 봤는데, 그들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었군요. 식사 후, 재판을 속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12시를 넘겨 올리고 말았네요.


일이 있어 8시부터 열심히 썼는데, 그래도 늦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입으로는 떼울 수 없어. 내일은 좀더 많은 분량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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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198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17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3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6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0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49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4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5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6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8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2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3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30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1 138 15쪽
» 52. 재판(2) +14 19.05.31 2,230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0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2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4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0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0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4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0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2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68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0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0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4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4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2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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