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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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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354

작성
19.06.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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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0. 체포, 초대

DUMMY

60. 체포, 초대




의외로 패소 판결이 나왔을 때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이후 재판장이 브라운 사의 책임을 열거하며, 그에 대한 처분을 이야기할 때, 벤자민은 첫 잠자리를 가졌을 때 다음으로 큰 짜릿함을 느꼈다.

테오 재판장은 바위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브라운 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에 맞는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하였는데, 그 금액을 다 합치며 자그마치 팔백칠십사만 듀로였다. 시발, 팔백칠십사만 듀로 말이다!

당초 합의했던 금액의 몇 배로 튀어 오른 것이었는데, 롭 앤 포터, 브라운 사, 방청객까지 모두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하긴,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팔백칠십사만 듀로인데!!

뒷자리에 있던 하워드가 너무 놀라 벤자민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으며, 올리버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발, 지,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 하워드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닥쳐봐. 지금 말하고 계시잖아.” 벤자민이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귀 기울이며 말했다.


벤자민의 막말에 하워드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사과하며 손을 땠다. 방금 팔백칠십사만 듀로를 벌었으니 당연했다.

잠시 후, 재판장이 판결을 마쳤다. 브라운 사의 위법 행위에 대한 별도의 벌금과 함께 황실 인력을 파견해 철저한 감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인들의 피해 보상금으로 총 팔백칠십사만 듀로가 배상금이 나온다는 거였다.

벤자민, 존, 하워드, 올리버 누구 하나 할 거 없이 체면을 벗어던지고 속물처럼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겼다.


“팔백칠십사만 듀로....... 이 정도 금액이면 세금이 반....”


“반을 떼 간다 해도 사백삼십칠만 듀로.....”


“그중 우리 몫이 반이니까............ 시발, 이백십팔만하고도 오천 듀로,”


“다른 사람들 보수를 넉넉히 챙겨준다 쳐도....... 우리 넷 각각 오십만 듀로 정도는 떨어지는구만......................................”


존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끊어질듯 아슬아슬한 침묵이 일었다. 너무나 현실성이 없어 살얼음판 위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 침묵이 절정에 달했을 때, 벤자민은 간신히 이성을 붙들며 말했다.


“다들.... 진정해....... 진정하라고, 기쁜 건 알겠지만, 지금 우리가 너무 기쁜 티를 내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 담담한 척하며 평소처럼 굴자고. 그래야지 그림이 나오지.”


“난 수임료를 챙기자마자 당장 이 짓 때려치울 생각이니 상관없네.” 마스터인 존이 그렇게 말하고는 벤자민과 하워드, 올리버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너나 할 거 없이 얼싸 안았는데, 벤자민도 결국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같이 부둥켜안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겠다. 당장 누가 울어도 벤자민은 놀릴 생각이 없었다. 이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난 이제 빌어먹을 부자다! 고마워, 전부 다 고마워. 특히 너. 벤! 난 이제 쓰고 싶었던 소설이나 쓰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어........ 특별히 내 소설 주인공 이름은 네 이름을 딸게. 마스터 말고.”


벤자민이 하워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고마우면 제발 그러지 마.”


“오, 신이시여. 맙소사........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리버는 하워드와 벤자민처럼 농담할 여유도 없는지, 그저 감격 섞인 숨을 내쉬며, 신께 감사드릴 뿐이었다.


감격을 한 것은 비단 롭 앤 포터 식구만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한 금액에 방청객들은 질서도 잃어버리고 자기네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개 돈 이야기였는데, 재판이 끝나니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결국 돈.

하지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결과는 났고, 원하는 것도 전부 얻었는데!

벤자민을 비롯해 동료들은 그렇게 한창 끌어안다가 간신히 떨어졌다.

올리버가 감동의 여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앞으로 이러지는 말죠. 남자 넷이 부둥켜안은 게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리 보기 좋지는 않네요.”


하워드가 반박했다.


“두당 오십만 듀로를 벌면 정상인 거야. 난 벌거벗은 채로도 너흴 안을 수 있어.”


벤자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그건 아니야.”


벤자민과 일행이 흥에 겨워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방청객 틈에 섞여 있던 ‘롭 앤 포터’ 임시 직원들과 다른 사무소의 변호사들이 앞 다투어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치 먹이를 다투는 새끼 새처럼 축하의 말을 건네줬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사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은 거대한 마법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 이긴 변호사들이었고, 이 명성은 곧 큰 힘이 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도 잘 모르는 이들이 축하해주는 게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들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이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까지 하였다.

하워드는 양손을 써가며 모두와 악수를 나눴고, 올리버는 부유한 복장의 변호사나 사업가만 골라 인사를 나눴다. 존 역시 예의를 갖춰가며 골고루 상대해줬는데, 벤자민은 어쩌서인지 한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피고 측 자리를 살펴보고 말았다. 엘빈을 비롯한 브라운 사측 변호사들은 모두 사라졌었다. 연기와 같이.


“괜찮으십니까?” 임시 직원인 제레미가 말했다.


그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벤자민에게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벤자민이 이길 줄 확신하고 있었다며, 미래를 보는 벤자민의 안목과 결단력을 칭송하고 또 칭송하였다.

너무나도 정도를 모르는 찬사에 벤자민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는데, 그때 존이 넌지시 끼어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는 우리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은가 보군,”


제레미가 인정하며 말했다.


“저뿐 아니라 저희 모두가 같은 뜻입니다.”


그러자 법정 내에 있던 임시직원들이 모두 벤자민을 바라봤는데, 벤자민이 당황하며 말했다.


“다들 목표물이 잘못됐어. 마스터는 저기 계셔.”


그러자 존이 말했다.


“난 수임료를 챙기자마자 은퇴할 거니까. 사실상 자네가 마스터네. 모두 불만 없지?”


그러자 최후 진술 때처럼 올리버와 하워드가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제레미가 말했다.


“절 고용하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약 오십만 듀로의 수임료, 롭 앤 포터 마스터 자리, 일자리를 청하는 임시 직원들 갑자기 밀려드는 정보에 벤자민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 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지 기쁜 소식도 너무 몰려드니 정신이 없네.”


그러자 제레미는 훈련을 잘 받은 개처럼 뒤로 물러났다.

인사도 어느 정도 주고받자 벤자민과 일행들은 법정 밖으로 향했는데, 입구에 다다랐을 무렵. 한 남자가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와 벤자민에게 덤벼들었다. 멱살을 잡고 벽 쪽으로 밀어붙였는데, 힘 자체는 별거 아니었으나, 손아귀를 통해 극렬한 증오가 전해졌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로건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벤자민이 로건을 얼굴을 보자마자 그 생각을 하였다.


로건의 얼굴에는 과거 벤자민이 기억하던 오만한 마법사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수임료를 덜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악을 써대던 멍청한 의뢰인의 얼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 촉촉해진 두 눈, 필사적인 표정 뭐 하나 다를 것이 없었는데, 심지어 손은 덜덜 떨기까지 하였다.

가만 보면........... 사람이란 다 비슷한 것 같았다. 종이 한 장 차이가 날 뿐.

그가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벤자민이 대답하지 않자, 다시 소리쳐 물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냐고?!”


놀란 일행들이 로건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벤자민이 손을 들어 막았다.

나름의 배려나 그런 건 아니니까 오해 마라. 그저 잘난 척하던 로건이 얼마나 무너지는지 보고 싶은 생각일 뿐이었다.


“네놈 때문에 브라운 사는 물론, 레드캐틀 가문도 무너지게 생겼어! 같은 마법사 가문이 말이야! 네놈 같잖은 욕심 때문에, 이대로 끝일 거 같아?! 우리가 가만히 당할 것 같냐고? 네놈도 같은 꼴을 당할 거야. 이 일로 넌 마법사들의 영원한 적이 될 거야. 네 집구석도, 내 사촌들도-!”


그 순간 벤자민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 거칠게 로건의 팔을 뿌리치며 밀쳤다. 좀 쉬긴 했지만 거친 노동으로 단련된 팔 힘에 로건을 맥없이 물러날 따름이었는데, 그럼에도 눈만큼은 여전히 증오로 펄펄 끓고 있었다.

벤자민과 로건은 잠시 동안 그렇게 서로를 바라봤고,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로건은 품 안에 손을 넣었다.


“가만 안 두겠어.”


그러고는 마법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벤자민 역시 반격을 위해 마법 지팡이를 꺼내 들었는데, 그 순간, 군화의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로 볼 때 한두 명이 아닌, 열 명이 족히 넘었다.

어느새, 갑옷과 마법 무기로 무장한 도시 경비대가 벤자민과 로건을 둘러쌓는데, 너무나도 순식간이라 누구 하나 뭐라고 말을 꺼낼 틈도 없었다. 로건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 당황하며, 주변을 바보처럼 둘러봤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점차 겁을 먹었다.

대장 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면갑을 올리며 말했다.


“브라운 사의 ‘로건’ 신고가 들어와 그대를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하겠소. 난 신과 정의, 황제 폐하의 대리인인 총독 각하의 이름으로 그대를 체포할 것을 명받았으니, 협조하길 바라오. 협조하지 않을시-”


당황한 로건이 말을 잘랐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리고 그것이 로건의 마지막 말이었다.

말을 자르는 순간 옆에 있던 경비병 중 하나가 번개가 깃든 진압봉으로 로건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른 것이었는데,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로건은 충격을 못 이겨 똥오줌을 지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그것으로도 모자라는지 철군화로 로건의 얼굴을 짓밟고, 다리 사이를 걷어찼었다.

로건의 이빨이 부서지고, 코와 입에서는 피를 흘러나왔는데, 고간 사이의 고통 탓에 굼벵이처럼 몸을 구부렸었다. 거기다 똥오줌 냄새까지 풍기는 통에 말 그대로 비참하게 그지없었다.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폭력, 벤자민조차 내색하지 않았지만 두려울 지경이었다.

대장은 부하에게 ‘마법제어 목걸이’를 건네받아, 로건의 목에 억지로 채웠다. 로건이 저항하는 기색만 보여도 싸대기를 날렸는데, 고통은 둘째 치고 상대방의 의지를 무참하게 부수는 무자비함이 돋보였다. 아무래도 그는 그쪽 분야의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듯싶었다.

대장 격으로 보이는 남자는 부하들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일단 감옥에 가둬라 그리고 오늘 밤에 쓸 취조실 하나 잡아두고. 내가 직접 심문한다.”


그러자 어깨가 황소 등짝만큼 커다란 거구의 사내가 경례를 하고는 로건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개처럼 끌고 갔다. 다리가 축 처져 땅바닥에 다 쓸렸는데,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와 같은 비참함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벤자민은 몸이 굳고 말았는데, 주변의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자민은 문득 자기가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지금 같은 순간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며, 땅바닥에 마법 지팡이를 내리고, 아무 저항의 뜻도 없다는 의미로 빈 양손을 펼쳐보았다.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도시 경비대 여러분.”


그러자 대장 격으로 보이는 대원이 정중히 말했다.


“오해하신 것 같군요. 전 선생께 볼일이 있지만, 체포하려고 온건 아닙니다. 오히려 모시려고 왔죠.”


대장 격인 남자가 벤자민이 떨어뜨린 지팡이를 집어 들어 자기 허리띠에 꽂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분을 만나러 가는데, 이건 필요 없겠군요. 끝나는 대로 돌려드릴 테니 제가 잠시 보관하겠습니다.”


벤자민은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무의미할 테니. 대신 질문하였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시죠.”


“어느 분께서 절 만나고자 하시는 거죠?”


경비대원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답했다.


“가보시면 압니다.”


작가의말

다음 주 까지 올리는 거는 힘들 거 같네요. 과제와 시험이 환상적으로 겹쳐서. 그래도 열심히 한편 썼으니 재밌게 읽어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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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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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8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5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20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4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9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1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7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9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3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2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4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8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1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3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6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5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4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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