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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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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5,354

작성
19.05.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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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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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
7쪽

46. 폭풍전야

DUMMY

46. 폭풍전야




‘마스터 벤자민이라.......’


벤자민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말을 곱씹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리 틀린 말 같지도 않았다.

하워드와 올리버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성격상 마스터란 직책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물론, 안정적이게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과 같은 적극성은 모자란 감이 있었다.


‘롭 앤 포터의 마스터 벤자민.’ 속으로 다시 한번 그 이름을 곱씹었고, 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찌나 이 생각에 골똘히 빠졌는지. 어느새 집에 도착했었는데, 메리와 마이클의 인사를 받고 자신이 집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메리와 마이클이 동시에 인사했다.


이 둘은 게리와 해럴드의 보호 덕분에 습격자들의 마수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는데, 다친 데는 없었지만, 그날 이후 겁을 먹은 기색이 가득했다. 이 집에 들어오고 그런 위협에 노출된 것은 처음이라 그러하였는데, 그럼에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벤자민 역시 게리, 해럴드,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들의 상태를 돌봐 줄 여유가 없었는데, 기분이 좋아지자 갑자기 신경을 좀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대신 해럴드의 수발을 들어주고, 어찌어찌 위험을 겪었으니 작은 상을 줘도 무방할 것 같았다.

벤자민이 겉옷을 벗으며 운을 뗐다.


“앞으로 어쩔 셈이지?”


그 질문에 겉옷을 건네받던 메리가 흠칫 놀랐다.


“원한다면 다른 여유 있는 집에 보내줄 수 있어. 최소한 저번 같은 일은 겪지 않겠지. 이 일이 끝나는 대로 약간의 목돈과 함께 보내줄게. 어때?”


메리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혹시.,..... 저희가 잘못한 게 있나요? 혹시 해럴드 님을 구하지 못해서......”


메리가 말꼬리를 흐리며 그리 대답했는데, 벤자민은 고개를 저었다.


“벌이 아니라 상이야. 저번에 죽을 뻔했잖아. 안전한 곳으로 보내주겠다는 거야.”


메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만약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전 여기 남고 싶습니다. 이 집이 제가 아는 한 가장 안전한 곳이에요.”


벤자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그럼 다른 부탁은 없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들어주지. 그러니까. 위험에 빠뜨린 보상으로.”


그 질문에 앤이 다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저 이 집에서 계속 일하게 해주시면 족하답니다.”


목소리로 볼 때, 진심이었는데. 자신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딱히 놀랍지 않았다. 벤자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 정도야. 만약 일이 잘 풀리려 여유가 생기면 급여도 올려주지. 쥐꼬리만큼이겠지만.”


메리는 그거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기쁘게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그때, 메리의 아들인 마이클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기색을 보였다.


“아, 너를 까먹었네. 하긴 너도 바라는 게 있겠지? 한번 말해 봐.” 벤자민이 안절부절못하는 마이클을 보며 말했다.


메리는 기겁하며 말리려고 했지만, 벤자민이 막으며 대답을 재촉하자 마이클이 입을 열었다.


“...... 저, 저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주인님.”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데, 벤자민의 입가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안 좋은 의미로 해석했는지, 메리가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는데, 벤자민은 그게 아니라고 오해를 푼 뒤. 마이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그 부탁은 내 능력 밖이다.”


기대에 찬 마이클의 눈은 실망감으로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벤자민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원주민 혼혈은 변호사 시험도 칠 수 없거든. 그러니 넌 변호사가 될 수 없어.”


용기 내어 자신의 소원을 말했지만, 정면으로 거부당하자 마이클은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상적인 반응이었지만, 이 소년은 그것 역시 사치였기에 벤자민은 오히려 채찍질을 가했다.


“억울해하지 마라. 세상사람 모두 자기 삶에 억울해 하니까. 성벽 밖 빈민촌 사람부터, 궁전 안 왕족까지. 그러니 아무도 네 마음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억울해하지 마라.”


벤자민은 어릴 적 깨달았던 진리를 소년에게 이야기해 줬고, 소년은 기특하게도 그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힘을 내려고 했는데, 정말 기특하였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라도 상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변호사가 되려고?”


벤자민의 질문에 마이클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벤자민은 부드럽게 다시 재촉했다.


“겁먹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그제야 마이클이 용기를 냈다.


“주인님이 변호사라서요........ 용감하고 부자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그렇게 돼서 어머니를 보살펴드리고..... 싶어요.”


메리는 아들의 말에 놀라면서도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벤자민 역시 살짝 놀랐다. 용감하고 부자라니. 하긴, 이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어릴 때는 뭐든지 커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법이니까.

벤자민이 다시 생각해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넌 변호사가 될 수 없단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그 말에 마이클의 길쭉한 깃털 귀가 쫑긋 세워졌다.


“자격증을 딸 수 없어도, 지식과 일은 배울 수 있어. 그렇게 하면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사무소에서 보조원으로 일할 수 있고. 어때, 관심 있어?”


마이클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벤자민은 그 대답을 듣곤 마이클의 머리깃털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그때 가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마이클이 힘차게 대답하고는 존의 서류 가방을 제자리에 두기 위해 떠났는데, 메리가 인사를 하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님.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벤자민이 고개를 저었다.


“무리한 부탁은 안 들어줘. 그리고 이 일이 끝나야지만 들어줄 수 있고.”


그러자 메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뾰족한 귀가 비대칭이 됐다.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잘 풀리고 있지, 하지만 이상하게 잘 풀리는 순간에 뭐가 하나씩 어긋나더라고.”


벤자민이 경계심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그리 대답했다.



이후, 다시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자신의 예상이 어긋난 건지, 일은 오히려 기름을 바른 듯 더욱 순조롭게 풀렸는데, 서로 요령을 터득하자 협상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여전히 팽팽했지만, 더 이상 이 사건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았기에 다들 적정선에서 합의하였는데, 협상이 거의 마무리될 쯤에는 벤자민은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손님이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작가의말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그리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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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85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1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18 16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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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8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0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6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9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2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1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3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8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1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1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5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5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4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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