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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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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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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5,354

작성
19.05.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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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글자
10쪽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DUMMY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벤자민은 여느 때처럼 늦게 집에 도착했다. 삼 일 후, 브라운 사와의 두 번째 협상이 잡혀 있어 준비하느라 늦었는데. 퇴근을 늦게 해도 피곤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이 넘쳤다.

누가 말하지 않았는가?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콤하다고. 벤자민은 여태까지 인내의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이번 일만큼은 아무리 쓰더라도 설탕처럼 달콤하게 이를 데가 없었다.

물론 상대도 바보가 아니기에 나름대로 준비해서 오겠지만, 그렇다 해도 주머니를 열 수밖에 없을 터였다. 기껏해야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화해금 액수를 반으로 깎는 정도? (자신이 아무 준비도 안 하면 가능할 지도)

그렇다 해도 큰돈이었고 그중 반은 롭 앤 포터의 소유가 될 터였다. 이 일과 관련된 사무소 식구들(해럴드 포함)과 게리, 임시 직원 등과 나눠도 자신의 손에 들어올 액수는 어마어마했는데, 성실히 평생 모은 돈과 거의 맞먹지 싶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


만약, 이 합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벤자민은 최초로 마법사들을 상대로 돈을 뜯은 변호사가 될 터였는데, 역사책에는 이름을 남기지 못할지언정, 사업적으로는 큰 명성을 얻을 터였다. 롭 앤 포터와 함께 갈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안 될 경우, 아예 독립해 새로운 법률사무소를 열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돈과 명성.’ 벤자민은 드디어 자신이 이것을 손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르가즘과 같은 고양감을 느꼈다. 어쩌면 오늘 잠들기 위해서는 자위를 할지도.... 왜? 나도 자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벤자민은 자연스레 자신의 집(정확히는 존의 집)에 멈춰 섰다. 반복되는 출퇴근 덕분에 보지도 않고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는데, 해럴드와 일에 관해 짧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후딱 씻고 자고 싶었다.

벤자민이 현관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질감? 구체적으로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싸한 기분이 들었는데.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방금 전까지 느꼈던 고양감이나 기대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차가운 긴장이 자리 잡았다.

손잡이를 잡은 채, 벤자민은 고민했다. 이대로 몸을 돌려 사무소나 다른 곳으로 갈지 말이다. 한 5초 정도 고민했는데, 문득 차가운 분노가 타올랐다.

왜 자신이 자기 집에 못 들어가고 도망쳐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안에 있는 해럴드와 메리와 마이클은? 설마 그 정도로 멍청한 짓은 한 거란 말인가? 진심으로?

의문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왔으며, 짜증이 확 올라왔다. 감히 누가 초대도 없이 내 집에 들어왔으며, 내 물건(메리, 마이클)을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벤자민은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이라고 속으로 빌며, 문을 열었다. 집 내부는 조용했으며 어두웠다. 너무나 조용하고 어두웠다.

벤자민의 이성은 이대로 문을 닫고 아무 곳을 향해 뛰어가려고 했지만,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미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벤자민은 천천히 들어간 다음 현관문을 닫았다. 그리고 품에서 마법 지팡이를 자연스레 꺼내 소매 안쪽에 넣고, 해럴드가 있어야 하는 거실 쪽으로 갔다.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맞춰, 다른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온 듯싶었다. 왜? 깜짝 파티라도 해주려고 온 건가?

거실로 들어가자 난장판이 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깨진 용기와 구부러지고, 꺾인 관 등 마치 분풀이한 흔적이었는데.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은 전부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물에 젖고, 찢겨졌는데, 이걸 복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집을 통째로 태우는 게 확실했을 텐데.’ 벤자민이 기이할 정도로 이성적이게 생각했다.

화가 너무나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갈 때가 있었는데,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피, 피.’ 벤자민은 바닥이나 벽면에서 피를 찾았다. 누군가 죽거나 다쳤으면, 피를 흘렸을 거 아닌가?


여러 생각이 거대한 파도처럼 연이어 덮쳐왔다. 어느새 시선은 망가진 마법 기구에 고정됐다. 금발이 아름답던 앤드리가 줬던 선물.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벤, 너도 ‘엠 바흐스르’에 입학하면 무한한 미래가 펼쳐질 거야. 하늘을 날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야. 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


앤드리는 그 말을 해주며 벤자민의 뺨에 키스해 줬고, 벤자민은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왜? 그냥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자기보다 다섯 살 많은 누나의 하얀 뺨이 토마토처럼 붉어졌으며, 벤자민은 그걸 보고 기쁘게 웃었다.

벤자민은 그 모든 추억을 이 물건들을 통해 떠올렸다. 닭이라 한 번도 못써봤지만, 그래도 자신의 보물이었는데, 배를 곯을지언정 결코 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건 자신의 추억이었으며, 자긍심이었고, 자신의 꿈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었는데, 지금 완전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벤자민이 깨진 용기 조각을 하나 집어 들었다. 만져보니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앤드리와 다른 누이들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처럼 짜증스럽게 이를 데가 없었다. 다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어느새 거실 입구에 ‘손님들’이 서 있었다. 복면을 쓴 대머리, 흉터가 난 대머리, 그냥 대머리 전부 대머리였는데, 넓은 어깨나, 굵은 팔뚝, 사나운 눈으로 보아 어떤 이들인지 대강 감이 왔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눴다.


“이거 정말로 말해야 해?”


“돈 줬잖아.”


“도망치면 어떡해?”


“우리가 입구를 다 막았잖아? 도망치긴 어디로 쳐.”


“그래도 말하기 싫은데.........”


“그냥 해, 추가 요금도 받았잖아. 직업 정신이 있어야지.”


평소라면 무슨 연극을 하는 거냐고, 농담을 던졌겠지만, 벤자민에게는 그 정도의 인내심도 여유도 진즉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이성을 아주 놓은 게 아니라 중요한 일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갔다.


“야, 대머리들.” 벤자민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을 불렀다. 대머리들이 발끈했는데, 무시하고 질문을 했다.


“여기 있던, 뚱보랑 펠루도 족 노예 두 마리 어떻게 했지?”


의외로 대머리들은 순순히 대답해줬다. 우위에 있는 자들의 자비로운 오만이었다.


“도망쳤어. 하지만 걱정 마. 곧 너랑 같은 곳에 보내줄 테니까.”


다른 대머리가 말했다. 헤어스타일이 없으니 구분하기 힘들었다.


“의뢰주가 너에게 이렇게 전해주라더군. 감히, 닭이 하늘을 쳐-”


대머리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순식간에 잃었는지, 감자부대처럼 쓰러지고 말았는데, 벤자민이 (패링 마법이 부여된)지팡이를 휘둘러 턱을 가격했기 때문이었다. 소리로 보아 앞으로 빵이나 고기를 씹기 그른 것 같았는데, 다른 두 대머리들은 적잖게 놀랐었다.

허나, 범법자 생활을 허투로 한 게 아닌지, 이내 싸울 준비를 하며 벤자민을 노려봤는데, 벤자민 역시 양손에 각각 마법 지팡이와 단검을 든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자세가 어설프지 아니한 게 꽤 각이 잡혀 있었는데, 그 모습에 대머리 둘은 더욱 긴장했다.

벤자민이 말했다.


“내 말도 전해줘..... 아니다. 전부 죽을 거니까. 못 전해 주겠네.”


벤자민의 말이 도화선으로 복면을 쓴 대머리가 쇠사슬로 연결된 쇠공을 두 개 던졌다. 빙빙 돌며 벤자민을 향해 날아왔는데, 벤자민은 짧게 지팡이를 휘둘러 쇠공을 튕겨냈다. 허나 튕겨내자마자 어느새 흉터 대머리가 코앞까지 다가와 단검을 휘둘렀는데, 눈이나 목같이 치명적인 부위만 노렸다. 아무래도 한두 번 해본 놈들이 아닌 듯싶었는데. 지팡이를 휘둘러 떼어내려고 하면 반대 손으로 방해했다. 허나, 어째 벤자민의 손에 든 단검은 못 본 듯하였는데.

벤자민이 지팡이를 휘두르는 척 시선을 끌자 놈은 다시 방해했고, 그 순간 벤자민은 반대 손에 든 단검으로 놈의 옆구리를 쑤셨다. 푹 들어가는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고, 흉터 대머리는 눈이 커지더니, 단검을 쥔 손을 붙들었다.

같이 죽을 속셈인 것 같았지만, 벤자민은 그러기 싫어 놈의 미간에 지팡이를 대 튕기듯 짧게 휘둘렀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뒤로 넘어지려고 했는데, 벤자민은 붙잡아 자신에게 달려오는 마지막 대머리를 향해 밀쳤다.

전 동료였던 시신은 대머리의 진로를 방해했으며, 그 순간 벤자민은 정확히 상대의 머리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무언인가 깨지는 축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짧은 푸닥거리 후, 침묵과 피곤함이 엄습했는데, 머리는 복잡하게 이를 데가 없었다. 앞으로 어떡하면 좋지? 무사한 자료가 있을까? 해럴드랑 나머지는 전부 어디로 간 거지?

벤자민은 한순간 다시 한번 자신의 무게에 짓눌릴 뻔했는데, 존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이 누군지 잊지 말라는. 벤자민은 이보다 더 답도 없는 상황에 놓여 본 적 있었으며, 발버둥을 치다 보면 길이 나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벤자민은 그 사실을 상기하며, 생각을 집중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류했고, 우선순위를 정했다.


‘................ 일단, 해럴드를 찾자. 다른 애들도.’


벤자민이 시체 위를 뛰어넘고 거실 밖 현관으로 가려던 그 순간 몽둥이 같은 게 튀어나와 시야를 덮쳤다. 머리에 강렬한 충격이 전해지더니, 시야가 핏빛으로 변하고, 벤자민은 신체의 균형을 잃어버리며, 바닥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보았다.

쿵 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작가의말

원래는 이것보다 더 쓸 생각이었는데, 끊을 타이밍이 보여 여기까지 올립니다.

지금 더 쓸건데, 만약에 분량이 나오면 올리도록하겠습니다. 지금 약간 몸이 아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공모전 동안 봐주신 독자 모든 분에게 감사인사올립니다. 물론,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는 완결을 낼테니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강과 먼지의 왕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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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8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5 20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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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4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9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1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7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9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3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51 51. 재판(1) +22 19.05.29 2,352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4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8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1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3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6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5 164 24쪽
»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5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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