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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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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354

작성
19.05.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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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51. 재판(1)

DUMMY

51. 재판(1)




오전 9시 10분. 태양은 여느 때처럼 일어나 세상을 밝혔다. 짙은 구름 탓에 평소에 비해 햇빛이 약했는데, 그로 인해 태양은 마치 잠에서 덜 깬 듯 힘이 없어 보였다.

허나, 태양과 반대로 ‘도시 던전’은 깨어났으며, 활기가 넘쳤는데. 어째서인지 법원 건물 앞 거리에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십, 수백은 되어 보였으며, 그 종류도 다양했는데, 일반 주부부터 도제, 소녀, 소년, 모험가, 약초꾼 그 종류 다양하였다.

사실 말이 편해 수십, 수백이지. 실제 사람이 그만큼 모인 것을 보니 그 느낌이 달랐는데, 벤자민은 새삼 자신의 어깨에 실린 무게를 실감하였다. 이중 최소한 반수가 재판 결과에 따라 울거나 웃을 터였다.


‘내게 저주를 퍼붓거나, 내 손등에 키스를 하겠지.’


솔직히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었는데, 그때, 존이 뜬금없이 말했다.


“쌀쌀하구만.”


그는 하늘을 보며 느긋이 말했다. 평소보다 좋은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벤자민이 흐릿한 하늘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날이 흐릿하니까요. 곧 겨울이기도 하고.......”


“목소리가 안 좋군.”


“추운 건 질색이거든요. 길바닥 생활해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벤자민이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 재판이 끝나면 할지도 모르지............ 생각해 보니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둘 중 하나겠군. 따뜻한 실내에서 다 같이 칠면조를 뜯고 있거나, 추운 거리에서 벤자민 자네를 뜯고 있거나.”


벤자민은 ‘하. 하. 하.’라고 굳은 웃음소리를 냈다. 마스터가 말하니 농담처럼 느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뒤에 있던 하워드가 끼어들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각자 먹을 부위를 나누죠. 난 오른쪽 허벅지.”


“그럼 난 어깨살.” 올리버가 가세하며 말했다.


“난 그럼 가슴살이군. 옛날부터 탄탄해 보이는 게 맛있어 보였어.”


벤자민이 진지하게 물었다.


“제 긴장 풀어주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까. 좀 헷갈리거든요.”


존이 벤자민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당연히 농담이지. 이 재판에서 지면 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우릴 수십, 수백갈래로 찢어죽일 텐데. 우리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나?”


벤자민이 존의 옆모습을 보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용기가 샘솟네요.”


하워드가 기운 내라는 듯 응원했다.


“자자, 그러지 마. 다들 이때를 위해 준비 열심히 했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앤과 헤어지고 난 후, 벤자민은 존과 올리버, 하워드와 함께 재판 준비만 하였다. 일주일 동안 사무소에서 살다시피 하며 재판 준비만 했는데, 재판 중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그에 맞는 변론을 준비하였으며, 제스처, 목소리, 억양 등등 세세한 것도 빼먹지 않고 신경 썼다.

심지어 안면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재판에 참여할 세 명의 판사의 성향도 알아내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였으며, 증거 및 자료는 보지도 않고 달달 외울 정도로 암기하였다.

특히, 벤자민의 경우 손에 놓은 지 몇 년이 지난 마법 서적을 다시 공부하느라, 더욱 애를 먹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주일 동안 잔 시간이 다 합쳐도 스물다섯 시간이 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변호사 시험’과 ‘S·T·K·M·E 시험’을 동시해 준비했을 때와 같았는데, 차이가 있다면 벤자민이 더 늙었다는 것뿐이었다.

어쨌건 그러한 노력 덕분에 재판 준비는 부족함이 없었다. 혹시 모를 변수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거의 전례가 없는 재판이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또 알겠어?............... 물론, 저쪽 마찬가지겠지만.’


벤자민의 머릿속에 부정과 긍정의 생각이 교차하였다.

마스터인 존을 필두로 벤자민과 하워드, 올리버가 인파를 헤치고 법원 건물로 향했다. 모두 자신들을 보자 길을 터줬는데, 수많은 시선이 화살처럼 꽂히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호기심, 의문, 시기, 흥미, 무관심 등등 여러 감정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개중에는 ‘응원’과 ‘호감’이라는 것도 있었다.


“변호사 아저씨들 이기세요!”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벤자민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허름한 차림의 소녀가 엄마 손을 잡은 채 벤자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벤자민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 손을 흔들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맨 앞에 있던 노인이 자기들을 꼭 좀 도와달라며 나뭇가지 같은 손을 내밀었는데, 늙은이를 많이 상대한 올리버가 예의 바르게 그 손을 잡아주었다. 또 어떤 여성은 자기 동생을 꼭 좀 도와달라고 손을 흔들었으며, 하워드는 직장이 어딘지 물어보았다.

그 외에 노점상, 주부, 모험가, 도제 등등 하프 캔디 복용자 내지 그 가족과 친구들이 어느새 몰려와 하나 된 목소리로 응원을 하였는데, 벤자민은 다소 어리둥절하였다. 변호사 일하고.... 아니, 살면서 타인에게 이렇게 응원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스울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가 영 기분 나쁘진 않았는데, 외려 약간 기분 좋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벤자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젠장, 변호사 생활하고 이런 대우 받을 줄은 몰랐는데.” 하워드가 적잖게 놀라며 말했다.


벤자민은 전투에 들어가기 앞서 정신이 붕 뜨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냉소적으로 말했다.


“진정해. 만약 지면 우릴 산 채로 삶아 먹을 인간들이니까.”


“입꼬리부터 내리고 말하지?”


올리버가 미소 지은 채 벤자민을 보고 그리 말했고, 그 말에 모두 작게 웃음을 터트렸었다.



법정 안은 조용하면서도 어수선하게 그지없었다. 객석에는 방청객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저들은 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피고석에 앉은 엘빈과 그 동료 변호사들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재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에 반해 벤자민 측은 그저 차분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꼭 삼지창 같군.” 벤자민이 말했다.


“뭐가?” 뒤쪽에 앉은 하워드가 조용히 물었다.


“재판석 말이야. 꼭 삼지창 같다고.”


세 명의 판사가 앉을 재판석은 마치 투박한 삼지창처럼 보였는데, 어떤 의미로는 맞기도 하였다. ‘롭 앤 포터’든, ‘브라운 사’든 둘 중 하나는 저들에게 찍혀 끝장나고 말 테니까.


“아마 저 삼지창에 의해 우리 아니면 저쪽. 둘 중 하나는 끝장날 거야.”


하워드가 말했다.


“고맙다.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았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걱정 마. 난 비장의 무기를 챙겨왔으니까.”


차분히 자료를 살펴보던 올리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비장의 무기?”


하워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짜 콧수염과 사복, 가발. 이것만 있으면 재판에 져도 화가 난 의뢰인을 피할 수 있을 거야. 의뢰인이 천 명이 넘는데 설마 우릴 가만두겠어?”


올리버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 앞에 있는 존에게 물었다.


“이제 와서 사표 내봤자 늦었겠죠?”


존이 진지하게 끄덕였다.


“아주 늦었지.”


“빌어먹을.” 올리버가 그렇게 중얼거리곤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벤자민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 재판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네요. 롭 앤 포터,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린 재판이라니.”


존이 고개를 끄덕이곤, 고개를 돌려 하워드와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쳤던 게 확실해.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거야?”


그 말에 모두가 숨죽여 웃었는데, 잠시 후. 재판장인 ‘테오 코넬스톤’과 판사 둘이 나왔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존경을 표했는데, ‘테오 코넬스톤’은 육중한 몸을 가장 높은 재판석에 앉히며 말했다.


“자, 재판을 시작합시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실력이 부족해 세, 네번 갈아 업었네요. 완결에 다다르니 버벅 됐습니다. 분량도 적은데.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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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86 19.06.29 3,887 175 9쪽
66 65. 새로운 시작 (시즌1 완결) +140 19.06.27 3,205 207 16쪽
65 64. 황제의 까마귀와 변호사 존 +34 19.06.26 2,620 164 15쪽
64 63. 미래 계획 +38 19.06.24 2,454 150 9쪽
63 62. 작은 파티 +19 19.06.24 2,389 138 12쪽
62 61. 개 이론 +70 19.06.21 2,571 167 12쪽
61 60. 체포, 초대 +69 19.06.13 2,850 158 13쪽
60 59. 판결 +22 19.06.11 2,547 143 15쪽
59 연재 관련 공지 사항입니다. +18 19.06.10 2,657 55 1쪽
58 58. 협상 시도 +40 19.06.08 2,518 152 13쪽
57 57. 재판(7) +28 19.06.06 2,349 131 12쪽
56 56. 재판(6) +24 19.06.05 2,354 128 11쪽
55 55. 재판(5) +27 19.06.04 2,266 131 15쪽
54 54. 재판(4) +18 19.06.03 2,241 137 10쪽
53 53. 재판(3) +28 19.05.31 2,273 138 15쪽
52 52. 재판(2) +14 19.05.31 2,231 122 9쪽
» 51. 재판(1) +22 19.05.29 2,352 133 8쪽
50 50. 매운 샌드위치 +24 19.05.28 2,344 134 12쪽
49 월요일 휴재입니다. +16 19.05.26 2,368 40 1쪽
48 49. 사전 회의 +26 19.05.24 2,421 137 13쪽
47 48. 의도치 않은 전개 +19 19.05.23 2,452 131 8쪽
46 47. 거인의 개입 +26 19.05.21 2,396 138 12쪽
45 46. 폭풍전야 +18 19.05.20 2,362 117 7쪽
44 45. 대치 +24 19.05.18 2,444 140 16쪽
43 44. 후퇴 +26 19.05.16 2,471 131 11쪽
42 43. 공갈단 +34 19.05.15 2,453 130 14쪽
41 42. 새옹지마 +18 19.05.14 2,353 125 9쪽
40 41. 끔찍한 꿈 +7 19.05.13 2,416 135 11쪽
39 40. 마녀, 저항자, 괴물 +35 19.05.11 2,615 164 24쪽
38 39.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16 19.05.10 2,484 1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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