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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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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
추천수 :
132
글자수 :
14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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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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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DUMMY

이젤리카는 중형견 정도로 줄어든 페일의 주위를 돌았다.


부작용이나 상처가 더 벌어지지는 않았는지를 살핀 것이다.


그러다 살짝 나른해진 눈꺼풀을 깜빡였다.


‘왜 이리 졸리지?’


고개를 털어 잠을 몰아낸 그의 솜방망이가 페일의 옆구리에 닿았다. 쿵쿵 뛰는 심장 박동이 발 볼록살 아래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젤리카는 그중 제 마나에 반응을 보이는 힘에 집중했다.


‘이 정도면 속도도 괜찮고.’


마나 그릇 크기나 속에 고인 마나 양도 변함이 없다.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이젤리카는 심장 주위를 도는 마나량과 유동성, 마나 그릇의 균열을 꼼꼼히 확인했다.


이젤리카가 앞발을 올린 채 물었다.


“이상한 점이 있는 거 같아?”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페일이 답했다. 굳이 불편한 점을 따지자면 다시 거리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정도였다.


묘하게 몸이 나른하면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하지만. 이 정도는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포션의 부작용에는 종종 ‘졸음 주의’ 표기가 붙어있으니 말이다.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이젤리카는 전적이 있는 페일을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어디가 안 좋아지면 바로 말해야 해.”


“네.”


“바로.”


“···네.”


이젤리카는 붕대가 흘러내리며 드러난 상처 위에 소독 마법을 걸었다.


그때,


- ‘우리 리카가 다른 사람한테 신경을 쓰다니!’


루나의 목소리가 이젤리카의 뇌리에 콕콕 박혔다.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루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과장되게 입을 틀어막았다.


- ‘살아생전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이야!’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겠다는 듯 꼬리를 흔든 이젤리카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동당당 앞다투어 달려온 약초와 포션이 들어있는 솥, 새 붕대가 페일을 감쌌다.


솥 속의 포션에 몸을 담갔다가 페일의 상처에 달라붙는 약초와 그 위를 감싸는 붕대.


상대적으로 늦게 도착해 솥의 눈총을 받으며 페일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어준 국자.


그 뒤를 이어 나타난 빗자루가 능숙하게 헌 붕대와 효능을 다한 약초를 쓸어갔다.


‘먼지.’


싫은 기색 없이 남은 찻물을 버린 루나가 새 차를 따랐다. 시큼새큼한 레몬 향에 코끝이 찡그려졌다. 루나는 각설탕을 볼 채로 털어 넣었다. 그러다 떨어진 하나가 러그 한쪽을 차지한 이젤리카의 패밀리어 풀루스에게 굴러갔다.


풀루스는 혀를 내밀어 각설탕을 입에 넣었다.


오오-


도오-


각설탕 하나를 앞니로 씹다 가만히 있어도 녹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풀루스의 입이 멈췄다. 누가 주인 아니랄까 봐, 그의 옆에는 복사해놓은 듯 똑같은 자세로 누워있는 이젤리카가 있었다.


‘너도 참.’


그새 방만하게 찍 퍼진 이젤리카와 풀루스를 보고 있노라니 아주 평화로···.


“!!!”


평화롭긴 개뿔.


루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리카!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왜 누워있어?”


“플을 보다 보니까···.”


“핑계 댈 걸 대야지.”


루나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빨리 인간으로 돌아와야 뭘 하지! 연구 계획은 짰어?”


“으응. 대충-”


“···대충?”


얘가 정말!


언제 차분하고 동요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냐는 듯 루나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제정신이야?”


“응.”


“아니, 눈은 또 왜 감아? 리카 우리 아직 갈 길이 멀어. 시작도 안 했어.”


나도 알지. 아는데···.


바닥이 나를···.


끌, 어, 들,


인다-


“냐항-”


“이, 이···!”


루나가 이마를 잡았다. 방금 전까지 너무 정상적으로 있어서 얘가 어떤 애인지 잠시 잊고 말았다.


이젤리카는 원래 이게 정상이었는데!


축 늘어진 이젤리카의 앞다리 사이에 양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이젤리카의 몸이 고무줄마냥 길어졌다.


“뭘 했다고 벌써 만족했어. 대화를 시작한 거지 일이 끝난 게 아니잖아. 이 화상아.”


앞으로 일어날 일을 10단계로 따진다면 이제 0.5단계 끝났을까 말까인 상황에서 이런 나태함이라니.


태어나면서부터 여왕 교육을 받고 자라온 루나에겐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계획을 짠 것도 아니지.”


하-


루나가 헛숨을 쉬자 이젤리카가 뚱하니 입을 내밀었다.


“인간 되고 눈치 살살 보다 보니타 죽인 것들만 데려오면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인데.’


가슴이 이해를 못 하겠다.


“너희 아직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보장도 없고, 연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서탑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됐는데 이런다고?”


A to Z 계획 선호자이자 그런 서류만 받아온 루나의 복장이 박박 터졌다.


“이젤리카.”


“냐아-”


메-에에


“제자가 널 보고 뭐라 생각하겠니.”


“···.”


이젤리카가 눈만 슬쩍 움직였다. 그를 따라 시선을 옮긴 루나가 ‘오 하느님.’하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페일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새로워진 몸을 써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는 졸음을 이겨가며 아주 열심히 이족보행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페일은 빨리 이족보행에 성공해서 요리도 하고, 이젤리카를 도와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뭉툭한 앞발로 펜을 쥐는 연습도 해야 했다. 이전의 크기였다면 불가능했지만, 지금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다.


‘안 되면 입으로 물어서라도 해야지.’


페일은 아직 아리는 상처 부위의 무시하고서 몸을 꼿꼿이 세웠다.


“···빨리 연구를 해서 인간이 될 생각을 해야지 왜 그 몸에 적응을 하고 있는 거야.”


루나의 중얼거림은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집중한 페일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런 페일의 열정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정령들이 페일의 털에 달라붙었다가 미끄러지며 꺄르르 웃었다.


“또 연습해?”


“그러지 말고 우리랑 놀자-”


-“왜 아픈 걸 참으면서 이런 걸 하는 거야?”


정령들은 평소대로 페일에게 조잘거리다 일제히 여왕에게로 날아왔다.


“여왕, 이 늑대는 아직 아프다.”


“이 늑대 항상 이렇다.”


“인간들은 원래 다 이래?”


“우리랑 놀아주질 않아.”


“여왕, 이 늑대가 우리랑 놀아줬으면 좋겠으니까. 빨리 말 좀 해줘.”


이제까지 물을 이가 없었던 정령들의 질문 폭탄에 루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저 인간 정체가 뭐야?’


인간(보니타)에 요정(이젤리카)에 정령에 안 홀리고 다니는 데가 없다.


루나가 미간을 찌푸린 사이.


이젤리카는 중심을 잃은 페일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페일의 열심은 -이젤리카가 앞으로 해야 할 연구나 해결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면- 이젤리카에게 아주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하라고 몸을 줄인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분이 나쁘지.’


이젤리카의 꼬리가 휙휙 흔들렸다. 심기가 불편해진 모습에 루나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줬다.


“양!”


겨드랑이 죽지가 아파 이젤리카는 루나의 손을 콱콱 깨물었다. 송곳니 자국이 나는 듯 마는 듯 할 땐 간지럽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도가 거세지더니 기어코 또 피를 보고야 말았다.


“아야!”


이젤리카를 놓칠 뻔한 루나가 얼른 이젤리카를 고쳐 잡았다. 그의 놀란 얼굴을 본 이젤리카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입꼬리까지 올린 보기 드문 완벽한 웃는 상이었다. 배부른 고양이의 모습을 한 그는 영상석에 남기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피가 나는 손을 보니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뭐가 좋아서 웃냐, 어?”


대거리한 루나가 이젤리카를 휘휘 털었다.


하체가 오로로록 움직이는데도 이젤리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든 말든, 루나에게 내도록 화풀이를 한 그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깜빡-


까암빡-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롱- 코끝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이젤리카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꾸벅-


“리카. 리카?”


도롱-


“···.”


맙소사.


기가 막힌 루나가 입을 벌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방금까지 심각했잖아. 쟤 크기를 줄인 것도 뭘 빨리해보려고 그런 거잖아.”


루나가 이젤리카를 흔들었다.


“일어나 리카. 지금 잘 때가 아니야.”


그런 루나를 보는 마법 도구들과 정령들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마녀, 잔다.”


“마녀 자면 안 일어난다.”


“마녀 잘 때 깨우면 큰일 나는데.”


“마녀가 잘 땐 조용히 한다.”


그들의 친절한 경고는 루나도 익히 아는 그것이다.


어휴.


‘보니타 일이니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더만.’


루나는 소파 위에 이젤리카를 내려두었다. 팔이 저릴 것 같은데도 그가 손을 댔던 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젤리카는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이대로 2시간은 자겠군.’


루나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결과를 예측했다. 그 시로 그는 볼록한 배를 드러낸 채 숙면에 들어간 이젤리카에게서 모든 기대를 접었다.


‘어쩔 수 없지.’


보니타의 제자와 일단 데시데리움으로 어떻게 사용해 볼 건지 의논한 후, 시간별로 세부적인 계획을 짜놔야겠다.


‘거기에 이젤리카의 대충을 끼얹으면 그럭저럭 답이 나오겠지.’


루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족보행을 연습 중인 페일에게로 발을 떼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페일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으니.


‘넌 또 언제 잠들었어···.’


루나의 희망은 펜을 쥔 자세로 자고 있었다.


‘아무리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고 이러기냐 진짜.’


힘이 쪽 빠진다.


“여왕님, 조별 활동은 사회악이에요!! 사회악!”


“도···도망쳐-”


루나의 머릿속에 마탑의 교육원에 다녀온 요정족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스쳐 지나갔다.


‘나 오늘부터 휴간데!’


결국 계획을 짜는 건 루나의 몫이 됐다.


햇볕이 노곤노곤한 오후.


“여왕, 화났다.”


“쉿! 조용히 해.”


한 번씩 툭툭 튀는 펜 소리가 응접실을 가득 채웠다.


이젤리카가 깬 건, 그보다 먼저 잠에서 벗어난 페일이 루나에게 셀 수 없이 많은 사죄를 한 뒤로.


“···.”


이젤리카는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정좌를 하고 앉은 페일과 화가 많이 나 보이는 루나를 번갈아 보며 눈을 부비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아, 페일 저녁밥 해줘야지.”


총총총 멀어지는 이젤리카의 뒤에서 루나의 고성이 터졌다.


작가의말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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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1. 마녀, 진단받다 23.12.09 5 0 11쪽
27 10. 동쪽의 여명, 아우로라 23.02.11 12 0 9쪽
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5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5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2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4 0 10쪽
»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3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18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5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8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0 1 9쪽
14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5 4 9쪽
13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4 3 9쪽
12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7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7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5 3 13쪽
5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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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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