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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76
추천수 :
132
글자수 :
142,512

작성
22.01.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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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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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늑대와 고양이 (6)

DUMMY

“냥냥.”


‘여기 앉아.’


앞발로 옆을 탁탁 두드리자 솜방망이 주위에 있던 정령들이 꺄르륵- 웃으며 흩어졌다.


페일은 소리 없이 다가가 고양이의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아직 앉고 일어설 때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이전보단 확실히 괜찮아진 상태였다.


옆을 내려다보니 고양이는 사람이 발을 쭉 피고 앉아 있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입질이 오나 안 오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페일은 저도 따라서 동동이(낚시찌의 순화어 :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알아차릴 수 있는 부표의 일종)에 시선을 두었다.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페일은 슬며시 눈을 내리떴다. 그의 꼬리가 살그마니 흔들렸다.


다른 곳을 보는 척 늑대를 관찰하던 이젤리카의 입꼬리도 딱 그만큼 올라갔다.


‘다행이다.’


이전에 이족보행을 실패한 후부터 늑대가 너무 많이 침울해하는 게 마음에 걸렸던 이젤리카다. 지금이니까 말하는 거지만 늑대는 이족보행에 소질이 없었다.


개미 눈물만큼도.


이젤리카는 살짝 아픈 뒷다리를 조용히 통통 두드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저는 고양이가 된 뒤로도 별 불편함을 못 느꼈지만 늑대는 그게 아니었던 듯싶었다.


‘이구 짠해.’


이젤리카는 마음속으로만 늑대를 토닥였다. 혼자 산 시간이 길다 보니 제가 너무 늑대에게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졌다.


생각해보면 늑대는 생판 초면인 상대의 집에서 눈을 뜬 것 아닌가. 그것도 죽다 살아난 상태로.


잘 걷지도 못해, 마나 그릇이 깨져서 마법도 못 써.


그 상태로 계속 집에만 있는 생활이 오죽 답답했으면 밖에서 잤을까.


지난 며칠간 읽은 소설 중, 이런 상황을 겪은 소설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을 구해준 상대가 자기의 적이나 또 다른 악인일까 의심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인물은 더 그러했다.


그 대목을 읽고서야 이젤리카는 늑대와 같이 평범한 사람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날 믿는 것 같단 말이지.’


솜방망이 두 개를 입 앞에 놓고 이히히 웃은 이젤리카가 동동이가 흔들리고 있는 낚싯대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능숙하게 훅셋(물고기가 바늘을 물었을 때 낚싯대를 흔들어 바늘이 물고기의 주둥이에 걸리도록 하는 움직임)을 한 후 랜딩(훅셋 이후 물고기를 물 밖으로 끌어 올리는 행동)에 들어갔다.


그 일련의 과정이 어찌나 매끄럽던지.


페일은 제가 입을 벌린 지도 모르고서 고양이의 움직임을 보았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냐앙-!”


‘월척이다-아!’


그렇게 잡힌 붕어는 이젤리카 만 했다.


신나게 발을 구른 이젤리카는 양동이에 붕어를 넣고서 다시 낚싯대를 던졌다. 그리곤 도로 자리에 앉으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타다닷-


가만히 잘 있던 늑대가 대뜸 사냥 자세를 취하더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이젤리카의 입에서 새된 음성이 터졌다.


“니야아응!”


‘뭐, 뭐야, 뭐야, 뭐야?!’


바짝 굳어버린 몸의 모든 털이 곤두섰다.


‘아직 날 못 믿는 거였어?’


그러나 예상과 달리 늑대의 종착지는 제가 아니었으니.


늑대는 쌩하니 이젤리카를 지나쳐 호수 속 물고기를 향해 돌진했다.


터엄벙-


수면에 부딪히는 소리.


그와 함께 장엄하게 일어난 물보라.


그리고 그 앞에 멍하니 서 있던 고양이 한 마리.


촤아악-


“···.”


“워우- 워우우-”


“···.”


“···오옹?”


바야흐로 전쟁의 시작이었다.




***


냐우우우웅-


으햑!!! 캭캭!!!


캬아아아악!!!


“워, 워웅-”


팡! 팡팡!


으웨에에에에엥-


캭!!!!


팡! 파파팡!


“깽- 깨- 깽- 끼엥-”


파파파팡!


누누이 말했듯, 늑대는 덩치가 크다.


아주 크다.


그런 늑대가 호수에 뛰어들었을 때, 그 앞에 있는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


당연히 쫄딱 젖는다.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본래 크기의 1/3 정도로 줄어든 이젤리카의 긴 털을 타고 뚝- 뚝-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워웅.”


변명부터 하자면 이건 페일의 본의가 아니었다.


고양이의 낚싯대를 물고 공중에서 팔딱- 뛰는 붕어와 심상찮은 낌새를 알아차리고서 파바박 도망가기 시작한 물고기 떼.


꾹꾹 눌러놓았던 본능이 순간 폭발하듯 솟구친 것이다. 그리고 이성이 돌아왔을 땐.


“···.”


“···워···어웅.”


‘죄, 죄송합니다.’


“···.”


고양이의 두 눈에서 불길이 치솟은 건 착각,


“웨에오옹-”


“···!!!”


이 아니었다.


“힉-”


“캬아아아악!”


참방-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뛰어든 이젤리카는 샤샤샤샥 늑대에게로 돌진했다.


아아,


고양이는 용맹했다.


학!


학!


하악!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라기엔 고양이의 일방적인 분풀이였다.


페일이 금방 이성을 되찾았던 것과는 달리, 고양이의 분노는 꽤 길게 이어졌으니.


시간이 지나고 그 사실을 인지한 이젤리카는 호수 밑바닥으로 꺼지고 싶어졌다.


‘내가 또!’


‘이 어린애를!’


‘하이고-!’


이젤리카는 평상시보다 1/3만큼 작아진 솜방망이로 양 눈을 챡- 가렸다. 호수 밖으로 나갈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웍- 윅- 히욱-”


슬그머니 솜방망이를 –반쯤- 내린 이젤리카가 소심하게 웃다가 몸을 들썩이는 늑대를 목격했다.


네 발과 가슴 밑 털만 아주 조금 젖어 있었던 늑대는 저와 다를 바 없이 물 폭탄을 맞은 꼴로 파안대소하고 있었다.


“히힉- 힉-”


여우가 캥캥이는 소리보다 어감이 센 웃음소리가 수면 위를 간질였다.


휘둥그레 눈을 뜬 이젤리카의 입에서도 어느새 픽, 하는 실바람 소리가 새더니, 그를 시작으로 힝행행- 웃음이 터져 나왔다.


쫄딱 젖은 털 짐승 두 마리가 수면 위에 비쳐서.


그런 주제에 웃고 있는 그 모습이 또 웃겨서.


꼬로록-


꼬륵-


“···.”


“···흣.”


그러다 평소보다 격한 움직임에 배가 빨리 꺼졌는지, 뱃가죽을 울리는 신호에 서로 눈이 마주친 늑대와 고양이는 또 한참을 그리 웃었다.


빛에 데워진 수면은 따뜻했고, 수면 위에 반사된 빛과 오색 빛깔 속에서 두 마리의 움직임에 따라 튀어 오른 물방울은 영롱하게 아름다웠다.


페일은 절 따라 웃는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에겐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갑자기 좀 이상하네.’


그는 뻐근한 가슴 부근을 문지르다 눈을 빛냈다.


유유히 헤엄쳐 오다 급히 방향을 트는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의 본능이 말했다.


‘어멋 저건 잡아야해-’


첨벙-


그리고 그대로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은 늑대 덕분에 또 물벼락을 맞은 이젤리카가 경기를 일으켰다.


키약!


그러다 두 눈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게 찢어졌다. 그의 시선이 수면에 박혔다. 본능이 이리 속삭였다.


‘봐봐 저 영롱한 자태를.’


‘팔딱팔딱 움직이는 저것들을 잡고 싶지 않아? 잡고 싶지? 어? 빨리 잡고 싶지?’


이젤리카는 저도 모르게 물속의 물고기들을 향해 수면을 착착 때렸다.


본능은 그걸로는 모자라다며 드릉드릉 시동을 걸었다.


‘지금!’


그에 따라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려던 그때.


거의 수면에 닿은 수염을 찡긋거린 이젤리카가 깔깔대며 웃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해서였다.


“냐하냐하-”


‘세상에-’


그대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늑대는 아직 본능에서 덜 헤어난 상태로 물속에 있었다. 저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늑대의 본능도 만만찮은 모양이었다.


이젤리카는 살짝 꽁지발을 들었다. 늑대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때마침 늑대와 고양이 사이로 커다란 공기 방울이 툭 터졌다.


뽀고로로-


‘설마 숨 못 쉬는 거 아니지?’


순간 마녀의 달이 뜨던 밤이 생각났다.


이젤리카가 어항처럼 생긴 공기막을 만들려 하던 참. 늑대가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는 몸과 꼬리를 세차게 팔딱이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문 채였다.


‘놔라! 놔라 이 자식아!’


이젤리카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챠챠챡-


제 몸통만 한 게 어찌나 찰지게 늑대를 때리는지.


그 모습을 본 이젤리카가 웃다 그대로 넘어갔다.


“흐행행행행-”


참방-


페일이 다급하게 그를 받쳤다. 놀란 그의 두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이젤리카는 제 등허리를 받치는 차가움에 몸을 떨었다가 키득이며 웃었다. 눈이 마주친 늑대도 늑대지만 절 보는 물고기의 시선이 너무 웃겼다.


두근거리는 고양이의 심장 박동이 페일의 발 볼록살에 각인되듯 남았다.


이젤리카는 늑대의 머리를 도닥이고서 무게 중심을 도로 잡았다.


“냥-”


‘고마워-’


휘유-


안도의 숨을 뱉어낸 그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냐냐냐냥-”


‘아휴 배가 다 아프네.’


“냥냥냥.”


‘밥 먹으러 가자.’


물살을 헤치고 나온 이젤리카와 늑대의 몸에서 물이 주르주륵 떨어졌다.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 뻔한 페일이 고양이의 눈치를 살피는 사이.


거리낌 없이 파라락 몸을 떤 이젤리카가 건조 마법을 시전했다.


페일은 금세 뽀송해진 털을 힐끔 보고서 이젤리카의 뒤를 따랐다. 그런 그의 입에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물려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은 하루도 좋은 하루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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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6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6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3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5 0 10쪽
21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4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18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6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9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1 1 9쪽
14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6 4 9쪽
»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5 3 9쪽
12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8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8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6 3 13쪽
5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1 5 11쪽
4 03.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1) +1 21.12.22 62 6 17쪽
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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