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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71
추천수 :
132
글자수 :
142,512

작성
22.01.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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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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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늑대와 고양이 (7)

DUMMY

통발 속 베스 3마리, 양동이 속에 넣어둔 붕어 한 마리에 페일이 잡은 이름 모를 물고기 한 마리까지.


꼴깍-


이젤리카는 군침을 삼키며 길다란 꼬챙이에 물고기를 꽂았다. 입에서 관통된 꼬챙이가 매끄럽게 물고기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이젤리카는 마지막으로 꽂힌 물고기를 양동이 속에 집어넣으며 양동이 자체를 허공으로 띄웠다. 그리고 페일이 만들어 놓은 돌무더기 쪽으로 다가갔다.


불을 때기 좋게 가운데를 파고 주위를 돌로 쌓은 화덕 형태의 돌무더기였다.


이젤리카는 얼기설기 쌓인 돌담 틈 사이에 꼬챙이 다섯 개를 꽂았다. 다섯 마리의 생선 꼬리가 서로 닿아 삼각기둥의 천막 형태로 세워졌다.


그 아래로 이젤리카가 쏜 화염 마법이 들어갔다.


“아옹-”


‘맛있겠다.’


타다닥-


얼마 지나지 않아 퍼지기 시작한 향은 굶주린 뱃속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페일도 꼬록 거리는 배를 난감하게 바라보았다. 이제껏 배를 곯는 건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허기를 참기 힘들었다.


늑대와 고양이는 다섯 마리의 물고기를 살살 핥는 불꽃을 맹수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고소한 냄새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했다.


킁킁-


이젤리카는 다 익은 것 두 개를 골라 늑대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페일은 이젤리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조심스레 꼬치를 물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고양이의 손을 물 수도 있어 신중을 기했다.


최대한 이를 감춘 채 입술로 받아 문 그가 몸을 낮춰 앞발로 꼬챙이를 감쌌다.


한 입,


두 입.


“!”


베어 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 많이 먹어! ]


이젤리카는 통발과 낚싯대에게 물고기를 많이 잡아 오라는 명령을 하고서 제 몫을 물었다.


앙-


“으냐아아앙- 냥냥냥냥-”


“···??”


이젤리카는 고양이가 너무 맛있는 걸 먹을 때 내는 소리를 내는 줄도 모른 채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눈에는 기쁨의 눈물로 가득했다.


“오냥냥-”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페일은 왠지 모르게 가려운 귓등을 박박 긁었다.


이후 남은 한 마리의 물고기도 반으로 사이좋게 나눠 먹은 늑대와 고양이의 낚시 겸 나들이는 해가 산등성을 넘어가기 직전에 끝났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는 게 둘의 결정이었다.


으웅-


콧노래를 부르는 고양이의 뒤를 따라가며 페일은 잔잔한 호숫가를 몇 번이고 뒤돌아보았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죽고 혹은 혼수상태 속에서 이제껏 바라왔던 일상을 꿈꾸는 중인 건 아닐까 싶을 만큼.


느릿하게 내딛는 그의 발걸음에서 미련이 묻어났다.


그 모습을 이젤리카가 눈여겨보았다는 사실을 이때의 페일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 늑대와 고양이의 뒤로 물고기 열 마리가 담긴 양동이와 낚싯대 두 개, 통발 하나가 둥실둥실 따라 돌아왔다.


그날 저녁 메뉴는 붕어구이와 민물고기국이었다.




***


보니타의 급보를 받고 늑대 제자를 구해 온 지 열하루.


이젤리카가 늑대 제자를 데리고 호숫가에 다녀온 것도 며칠 전의 일이 되던 날 밤.


이젤리카는 평소와 달리 두 눈을 말똥하게 뜨고 있었다.


곤히 잠을 자다 어느 순간 정신이 말짱해진 뒤로 잠이 오질 않았다.


요정족에 섞여 살 적, “너희도 이 나이 돼봐라!”하며 너희도 그럴 날이 올 거라며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방금 누가 여기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젤리카는 주위를 둘러보다 늑대 제자에게로 좀 더 붙었다. 따땃하니 좋았다.


처음 고양이가 되었을 때부터 늑대 제자와 사는 동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딱히 인간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간절함은 없었다.


삼시세끼와 눈치 보지 않고 누울 수 있는 곳.


이젤리카가 바라는 일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낚시하러 다녀온 날. 생각이 바뀌었다.


제 예상이 맞다면 고양이로서의 본능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고양이의 본능이 마법을 사용해야겠다는 이성에까지는 미치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늑대가 아주 크게 다쳤을 것이다.


이젤리카는 아무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그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루나가 곧 온다고 했으니까.’


나도 뭐라도 해놔야겠다.


이젤리카는 오늘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든 늑대의 위로 커다란 담요를 덮어주었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밑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의 빈자리에 동그랗게 뜬 보름달이 환히 비췄다.


시간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던 빛은 이내 곤히 잠든 페일 위를 감쌌을 때. 페일의 몸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털과 그와 반비례하여 자라는 머리카락, 발 볼록살이 사라진 손바닥과 다섯 개의 길쭉한 손가락.


길게 뻗은 다리, 담요 밑으로 빠져나온 두 발.


천천히 그의 마나 회로를 순화하던 마나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자 그에 반발하듯 아랫배에 뭉쳐 있던 오러 또한 성난 기세를 드러냈다.


“윽-”


갑작스러운 고통에 페일은 입술을 즈려 물었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팼다.


둥당당-


어디선가 달려온 솥과 약초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며 간호하는 동안, 둥실둥실 떠 있던 보름달이 자취를 감췄다.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페일의 마나와 오러가 움직임을 멈추고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움직임이 멈추었을 때, 페일은 다시 늑대가 되어 있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응접실에서 벌어진 변화는 달빛과 마법 도구들만의 비밀이 되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어났어?!’


‘우리 말 좀 들어봐!’


‘우리 말 알아 듣겠어?’


‘알아들으면 당근을 흔들어.’


잠에서 깬 페일은 제 주위를 맴돌며 깡깡거리는 마법 도구들을 의아히 여기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영 말을 못 알아듣는 눈치자 마법 도구들이 조바심을 냈다. 그들은 욕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봤지?’


‘당연히 봤지!’


‘어젯밤에 사람이 됐단 말이야.’


‘어휴 답답해. 쟤는 왜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모르는 거야.’


‘리카님한테 알리자!’


‘리카님!’


개중 겁도 없이 이젤리카의 침실 문을 열려는 이가 있었다.


‘야, 햐! 너 죽고 싶어서 그래?’


‘힉- 내, 내가 무슨 짓을!’


동료들에게 잡힌 국자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잠에서 덜 깬 이젤리카는 마왕도 “아이고 선배님!”하고서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였다. 행여나 이젤리카가 깰까 싶어 마법 도구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그리곤 페일이 언제 나오나 욕실 문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했다.


벌컥-


‘나왔다!’


‘나왔어!’


‘너 어젯밤에!’


‘···아이 밀지 마. 다들 차분하게···.’


‘야이! 너는 이 늑대가 되가지곤 미련 곰퉁이도 아니고 지 몸이 바뀌는 것도 몰라?’


‘너 어제 사람 됐었다고 사람!’


마법 도구들은 각기 자신들의 언어로 페일에게 어젯밤의 일을 설명했다.


‘아침부터 왜들 이러지? 오늘 무슨 날인가?’


페일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마법 도구들을 훑었다.


‘중요한 일인가?’


페일은 마법 도구들을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비언어적인 행태를 하나하나 해석해보았다.


‘응, 누웠어.’


‘저게 뭐야? 뭐가 내려오는데.’


‘발작?’


‘응, 내려오던 거 사라졌어.’


‘팔짝 뛰고, ···죽었어?’


페일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잠 자던 두꺼비가 죽었다는 뜻이군.’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치워야 하나?’


페일은 마법 도구들을 지나 창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두꺼비의 사체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아, 이미 파묻은 걸 칭찬해 달라는 뜻인가.’


페일은 그들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주고 싶었지만, 늑대의 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정중히 머리를 꼬박였다.


‘···알아들은 거야? 못 알아들은 거야?’


어리둥절하게 마법 도구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페일은 그들에게서 관심을 껐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어제 거의 성공했으니, 조금만 더 하면 나도 할 수 있어.’


페일은 고양이의 말대로 코어에 힘을 빡 주고서 뒷다리를 일으켰다. 첫날과 비교할 수 없이 매끄럽게 세워진 몸이 꼿꼿하게 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꾸만 앞발이 바닥에 닿아야겠다 아우성인 것이다. 그 투정을 가벼이 여기며 페일은 이족보행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노력에 비해 처참했다.


낑-


‘아직 아프네.’


깊게 베였던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아서였다.


‘이쪽을 생각보다 많이 쓰네.’


꼭 이렇게 다치고 나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몸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페일은 식은땀을 씻어내고서 이번에는 요리에 도전했다. 이건 이족보행도 문제였지만,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이 더 관건이었다. 고양이에게 맞춰진 사이즈의 조리도구는 늑대인 페일이 잡기에는 너무나 작고 소중했다.


페일은 앞발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조리도구를 다루었다. 이번에도 생각했던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아차한 순간 잘 정돈되어 있던 도구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작가의말

221231. 수정본입니다.


**

오늘도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도 감사드려요!


여왕 루나의 모티브 이미지와 헤일로 왕관, 가면은 제 블로그인 


blog.naver.com/tpal37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제 부족함으로 로맨스, 힐링 보다 사건에 치중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셔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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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2) 24.01.05 2 0 12쪽
29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1) 23.12.11 4 0 11쪽
28 11. 마녀, 진단받다 23.12.09 5 0 11쪽
27 10. 동쪽의 여명, 아우로라 23.02.11 13 0 9쪽
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5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6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3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5 0 10쪽
21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3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18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5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9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1 1 9쪽
»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6 4 9쪽
13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4 3 9쪽
12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8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8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5 3 13쪽
5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1 5 11쪽
4 03.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1) +1 21.12.22 62 6 17쪽
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1 프롤로그 +11 21.12.20 138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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