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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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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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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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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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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DUMMY

“소개가 많이 늦었습니다. 서탑 메리디에스의 추격대 출신 페일···입니다.”


이젤리카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추격대?’


그 몰이꾼?


그와 눈이 마주친 루나가 제대로 들었다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 이래서 서탑과 연을 끊으라고 한 거구나.’


이젤리카는 보니타의 염려가 조금 이해되었다.


서탑은 그 자체만으로 비열하고 못됐는데, 그곳의 몰이꾼 취급은 듣지 않는 게 정신 상태에 좋으니 말이다.


‘하씨, 더 짠해졌잖아.’


이젤리카가 미간을 마구 문질렀다.


자신을 페일이라 소개한 늑대의 목소리는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 아이와 같이 단정했다. 좋게 말해 그렇지 특색이 없어 기억하기 힘든 그런 목소리였다.


일부러 그리 내는 것인지, 본래 타고난 것인지, 훈련으로 익숙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때, 숨을 고른 페일이 이젤리카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이젤리카님.”


“?”


“절 구해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지 못한 인사에 이젤리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고 보니 늑대, 아니 페일이 저를 향해 이렇게 꾸벅꾸벅거렸던 게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인사를 했던 걸까?


이젤리카의 의문을 해결해주듯 페일은 이렇게 말했다.


“몇 번이고 감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제 부족함으로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마법을 걸어주신 폐하께도 감사합니다.”


“어, 으, 응,”


“당연한 걸 하고서도 감사를 받으니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자연스럽게 대꾸하는 루나와 영 딴판인 반응이었다. 마치 생각도 못 한 일을 겪은 사람처럼.


답지 않게 뚝딱이는 이젤리카의 등을 루나가 마구 헤집었다.


“아유 예뻐, 아유 예뻐-”


그러는 줄도 모르고 이젤리카는 페일 만을 똑바로 응시했다.


페일 또한 그러했다.


그가 말했다.


“처음 눈을 떴을 때 이젤리카님을 믿지 못해 경계했던 점 죄송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마법에서 풀려난 듯 현실로 돌아온 이젤리카가 멋쩍어했다.


박박-


‘이제까지 아무 말도 안 해서 말이 없을 줄 알았더니.’


박박-


‘누가 보니타 제자 아니랄까 봐 말을 엄청 간지럽게 하네.’


무의식중에 긁은 가슴께의 털이 발톱에 걸렸다.


이젤리카는 대충 몸에 닦아내며 남아있는 털을 털었다. 그리고 얌전히 앉아 있는 페일을 향해 솜방망이를 내밀었다.


“난 이젤리카야.”


페일은 반사적으로 제 손을 내밀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 다치실까 봐.”


뭐, 그래.


고개를 갸웃거린 이젤리카가 그의 발 위를 솜방망이로 톡톡 두드렸다.


“한 달 전에 눈을 떴더니 고양이였고, 그 뒤로 쭉 고양이야.”


그가 간략하게 이제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원인도 모르겠고 누가 마법을 건 것도 아니야. 나름대로 알아보다가···.”


이 대목에서 루나가 ‘네가?’ 라는 눈빛으로 이젤리카를 보았다. 그 뒤로 별말 없는 것이 정령들의 기억을 읽고 -이젤리카가 꾸며낸 알리바이에- 감격이라도 한 듯했다.

“마녀의 달 뜨기 전에 그러니까 한 3일 전에? 보니타가 보낸 급보를 받았어. 내 추측으로는 전서구를 보내려다가 일이 터진 것 같아.”


전서구가 두세 장으로 덧붙여져 있었거든. 하고 이젤리카가 종이 두 장을 겹치는 시늉을 했다.


“거기에 널 부탁한다고 적혀있었는데 다 읽었더니 전서구가 이동식 스크롤로 변했어.”


“···이동식 스크롤 말씀입니까?”


“응. 아마 못해도 3-4년 치 마나가 담겨있었던 거 같은데.”


페일이 입을 다물었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또 울컥한 모양이다.


이젤리카는 그가 감정을 추스르길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페일은 또 사과했다.


‘이런 것도 보니타랑 닮았네.’


이젤리카는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친우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가 말했다.


“그 스크롤로 어디였지? 3번째 봉우리였나? 거기서 널 구하고 우리 집으로 귀환 마법을 써서 돌아왔지.”


그 뒤부터는 페일도 익히 아는 내용이다.


페일은 말을 고르다 제 선택을 말하기 전, 우선 현재의 제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저는 서탑의 후계자였다가 마녀의 달이 뜨는 날 폐기처분당했습니다.”


폐기처분?


이젤리카와 루나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숨을 죽였다.


“보니타 스승님을 제가 죽였다고 하더군요.”


담담한 목소리에선 울분과 체념이 묻어났다.


페일은 그때를 떠올리며 눈을 내리떴다.


집무실과 연구실에선 걷잡을 수 없는 불이 피어올랐다.


연기가 자욱함에도 작동되었어야 할 진화마법은 시전 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참혹함 속에서 스승님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었고 그 앞에는···.


‘3장로.’


그가 있었다.


꾸드득-


페일의 발톱이 응접실의 러그에 파고들었다.


“반년 전부터 서탑의 장로들 사이에서 분열이 있었습니다.”


“그것 참. 놀라운 일이네.”


영혼 하나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루나가 그리 응수했다. 장로들 사이의 분열은 마탑에는 마법사가 산다는 말과 같았다.


분열이 빠진 장로는 장로가 아니다.


분열은 그들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다.


‘장로들 다 없어졌으면.’


PTSD가 온 루나가 이마를 감쌌다.


그가 데시데리움 꽃이 들어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뻔하지. 이 꽃이 뭔진 모르겠지만 보니타가 하던 연구를 두고 이득이냐, 인륜이냐 싸웠겠지.”


“아무튼.”


불쑥 입을 연 이젤리카가 루나를 돌아보았다.


“나한테 온 급보는 그게 다였어.”


“전서구로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이젤리카도 그에 동의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다 보낼 줄은 몰랐는데. 이 꽃이 그렇게 위험하나?”


루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페일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꽃에 대해 아는가?”


“스승님의 연구 주제였다는 것은 압니다.”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보니타를 위시한 장로들이 불문에 부쳤기 때문이리라고 유추한 루나가 턱을 쓸었다.


‘마탑 후계자한테까지 숨길 정도의 꽃이라.’


루나의 시선이 보니타의 연구논문으로 향했다.


페일은 보니타가 제게 남겼다던 유산 상자를 가만 응시하며 말했다.


“스승님께선 제게 붉은 물약을 주시면서 저들 손에 들어가게 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설마 나 때문에 잃어버린 거 아니겠지?’


페일을 데려올 당시가 떠올라 이젤리카가 긴장한 사이.


페일은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 그 물약을 마셨노라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스승님께선 제가 붉은 물약을 마실 걸 예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언에 해독제에 대한 조건부를 덧붙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걘 너와 리카를 잘 알고 있으니 벌어질 상황도 대충 알고 있었겠지.”


루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어쩌면 리카가 늦을 수도 있고, 그럼 네가 물약을 마셔서 없애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거니 하고 말이야. 그건 그렇고,”


가면 속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매서운 시선이 이젤리카에게로 향했다.

“리카! 애를 구하러 가는데 늦게 가면 어떡해?! 그 전에 고양이가 됐는데 왜 우리한테 연락을 안 한 거야!”


이젤리카가 소파 밑으로 기어 들어가다 루나에게 잡혔다.


미리 만들어두었던 알리바이 덕분에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이젤리카의 양 귀가 챡 내려가 목에 달라붙다시피 했다.


으으응-


“뭘 잘했다고 으으응 거려 으으응 거리긴.”


으으응-


장장 30여 분의 잔소리 끝에 풀려난 이젤리카가 페일의 털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곤 그대로 얼굴을 처박았다.


‘아 진짜 저걸 어째.’


허리춤에 손을 올린 루나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한숨을 삼켰다.


‘애보다 더 애 같네.’


당황스러워하다가도 이젤리카가 기대기 쉽도록 몸을 움직이는 페일을 보며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자리에 앉아 새 차를 따랐다.


후-


이젤리카와 데시데리움 꽃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한숨 섞인 숨이 샜다.


보니타가 유언 외에 보낸 편지에 몇 번이고 강조한 내용이 떠올라서다.


“복수하지 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꽃 챙겨 보낼 시간에 서탑을 엎을 것이지는.’


애초에 보니타가 죽은 이유는 데시데리움 때문이 아니란 걸 이젤리카와 루나는 잘 알았다.


데시데리움은 그저 보니타와 저 제자를 치워낼 수 있는 합법적이고 아름다운 핑계였을 뿐.


보니타가 살아 있다 하더라도 이 일을 꾸민 놈들은 데시데리움으로 거래를 했을 게 분명했다.


보니타가 그걸 막으면 또 얼마나 막을 수 있었겠는가?


이를 전제로 루나는 보니타가 ‘데시데리움에 대한 조치’ 외의 다른 건 하지 말아 달라 유지를 남겼다고 생각했다. 그게 맞다는 데 전재산도 걸 수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서탑에는 피바람이 불 텐데, 혹시라도 끼어들었다가 제 친우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허- 나 원 참.”


루나가 콧방귀를 꼈다.


머릿속에선 순식간에 계산이 끝났다. 루나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도 정말 감사드려요!


지금이라도 소개글을 ‘소소한 사랑이야기’를 지워야 하는 것인지 고민입니다;;


그래도


힐링 로맨스가 되도록 제 모든 연애세포를 쏟아부어보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๑•͈ᴗ•͈)◞


고양이가 된 마녀는 일요일에는 연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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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2) 24.01.05 2 0 12쪽
29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1) 23.12.11 4 0 11쪽
28 11. 마녀, 진단받다 23.12.09 5 0 11쪽
27 10. 동쪽의 여명, 아우로라 23.02.11 13 0 9쪽
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6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6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3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5 0 10쪽
21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3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6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9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1 1 9쪽
14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6 4 9쪽
13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4 3 9쪽
12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8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8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6 3 13쪽
5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1 5 11쪽
4 03.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1) +1 21.12.22 62 6 17쪽
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1 프롤로그 +11 21.12.20 138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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