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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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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0
추천수 :
132
글자수 :
142,512

작성
22.01.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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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늑대와 고양이 (5)

DUMMY

‘이제 좀 괜찮아진걸까?’


이젤리카는 늑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 늑대는 어떻게 된 속인지 이전과는 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가령 밥상을 차릴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던지, 무언가를 말해보려고 한다든지 등등.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음에도 늑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이족보행을 연습하는 것도 그에 관한 일환 중 하나였다.


이젤리카는 이러한 늑대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늑대의 꼬리는 여전하지만, 불안으로 가득하던 눈동자가 조금 달라진 것이 눈에 보여서였다.


‘근데 확실히 크긴 크다.’


늑대가 몸을 일으키니 개와는 몸집이 확실히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웬만한 성인 여성쯤 한 키가 거의 천장에 닿을 듯하다.


‘집을 크게 짓길 잘했어.’


응.


꼬도독-


생고구마를 씹으며 이젤리카가 자화자찬을 하는 동안. 페일은 늑대의 몸으로 어디까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사실 그는 눈앞에 있는 고양이가 너무 인간처럼 움직여서 쉽게 본 경향이 없잖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페일은 생고구마 반의반을 먹고 일어나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고양이를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선 한껏 으스댔다.


‘그래! 나는 아주 대단한 고양이야!’


라고 말하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에 픽 웃음이 샜다.


‘아차-’


쿵-


그러다 또 넘어진 그의 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냐냥-”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 잡는다. 꼬리. 중심을. ]


“냥!”


‘나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 꼬리를 열정적인 강사로 변모한 이젤리카는 미처 보지 못했다.




***


“냐냐냐냥- 냐냥- 냥냥냥.”


‘오늘은 낚시를 하러 갈 거야.’


[ 낚시. ]


“응, 오늘은 어제보다 더 괜찮네.”하고 페일의 몸에서 발을 뗀 이젤리카가 허리춤에 앞발을 올렸다.


늑대의 상태는 솥과 약초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정상적인 회복 속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사실 로로가 밤마다 이젤리카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회복마법을 걸어주고 있기 때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늑대와 고양이는 알지 못했다.


‘포션으로 치료할 수 없는 마나 그릇이 문제지.’


이젤리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큼은 오롯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젤리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절 보는 늑대를 따라 고개를 갸울였다.


[ 같이? ]


‘오늘은 생선구이인가.’


막연히 저녁 메뉴를 추론한 페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주변에 냇가가 있었나, 생각해보는 그의 주위로 이젤리카의 낚시도구들이 따라붙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통발 하나와 양동이, 낚싯대 두 개에 넓은 그물 하나.


미끼는 없었다.


“냥!”


‘가자!’


한껏 늑대를 올려다보게 된 이젤리카가 먼저 뒤로 돌았다.


늑대와 고양이는 사이좋게 문을 나서려다


“냥!”


“낑!”


문에 끼어 한 마리씩 밖으로 나섰다.




[ 무지개 꽃밭. ]


[ 내 텃밭. ]


[ 내 과수원. ]




페일이 밤 산책 중에 둘러보았던 장소들을 설명해주며 고양이는 위풍당당하게 꼬리를 치켜세웠다. 페일은 그 뒤를 얌전히 따랐다.


고양이의 발자국 옆으로 크기나 간격이나 모든 것이 월등히 큰 늑대의 발자국이 찍혔다.


상대적으로 느린 고양이의 발자국에 맞춰 걷느라 페일은 고양이가 조금 멀어진다 싶으면 발을 뗐고, 또 멀어지면 발을 떼었다.


그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젤리카가 고개를 돌린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내 걸음이 너무 빨랐나?’


이젤리카는 저 멀리 있는 늑대를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하지만 그가 한두 발자국 걷고 나니 늑대와의 거리가 성큼 가까워졌다.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했구나 싶어 고개를 돌린 이젤리카의 귀 끝이 붉어졌다.




[ 내 꼬꼬. ]


[ 양. 염소. ]




뚜벅뚜벅 나무토막처럼 걷던 이젤리카가 양 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에 맞춰 페일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그러자 고양이가 머리를 저었다.


“냐냥.”


‘이쪽으로.’


[ 여기. ]


페일은 말없이 고양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결계와 바깥의 경계 사이에 늑대와 고양이가 자리했다.


이젤리카는 결계를 ‘외출’로 바꾸었다. 그러자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 결계를 시작으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페일은 아기자기하던 농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늪지대가 되어 버린 곳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곳에 걸린 건 단순한 환영 마법이 아니었다.


“워웅?”


‘공간이동?’


이젤리카의 집이 아예 다른 곳과 뒤바뀐 것이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늪지대와 이젤리카의 집 위치가 바뀐 것이거나 이젤리카의 집이 –늪지대가 아닌-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고 보는 게 옳았다.


페일은 그 잠깐새 웨엥- 우는 모기떼를 앞발로 뭉갰다. 그보다 조금 앞서 있던 고양이가 질색팔색하며 모기를 향해 얼음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금세 얼어 죽은 모기의 사체가 산을 이룬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징그러웠다.


“냐냥-!”


‘얼른 가자-!’


[ 잡는다. 물고기. 아주 많이! ]


페일은 저만치 달려가는 고양이를 경이롭게 바라보며 발을 떼었다.


발을 간지럽히는 풀은 싱그러웠고,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은 이젤리카의 결계 속보다 온화하고 따스했다.


숲 안의 고목은 우람하면서도 키가 그리 크지는 않았고 이파리는 동글동글했다.


솜사탕을 닮은 나무들과 작은 공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 심심찮게 보이는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 등.


숲의 분위기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페일은 나뭇가지를 타고서 조로록 달려가던 다람쥐 가족이 절 보고서 경기를 일으키자 그들에게서 눈을 뗐다. 괜히 미안했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 거대한 결계가 있는 것이 피부에 와닿았으나 모르는 척 발길을 옮겼다. 이런 산속에 사는 종족들치고 성격 좋은 치들은 본 적이 없다.


이젤리카와 페일은 꽤 긴 숲길을 지나 동산을 관통하는 터널에 들어섰다.


‘물 냄새.’


킁-


페일이 코를 찡긋거렸다. 점점 물 내음과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페일의 발걸음이 잠시 멎었다.


맑은 새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감각이 다소 낯설어서였다. 인간일 때보다 좀 더 넓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모든 게 새로웠다.


바람결에 스며든 순도 높은 마나를 기이히 여기며 페일은 천천히 고양이의 뒤를 거닐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손을 잡아 만들어진 터널 안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어두워 해가 저무는 저녁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오솔길을 따라 박힌 마나석 주위를 맴도는 정령들의 춤이라니!


그들은 한순간에 페일의 시선을 빼앗았다.


‘동물의 눈으로는 정령들이 보이는구나.’


부지런히 걸으면서도 정령들을 빤히 쳐다보던 그의 코 위로 연둣빛의 새 한 마리가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 움직임에 따라 반짝이는 빛무리가 페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페일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냐냐냥-”


‘이쪽으로 와.’


[ 거의 다 옴. ]


그때, 앞에서 날아온 종이가 페일의 걸음을 재촉했다.


이젤리카의 집에서 호수까지는 걸어서 30~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지나온 길목보다 험한 길을 지나 경사가 높은 지대에 올라선 페일의 가슴이 뻥 뚫렸다.


거대한 절벽은 깎아 내지른 듯하고, 그 위에서부터 시작된 숲은 장엄했으며, 바위와 절벽에는 화려한 꽃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풍경이 그대로 수면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내비친 모습이 가슴에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앞에서 페일은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했다. 숨 쉬는 것조차 멈춘 그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 여기로 와. ]


페일은 어서 내려오라는 고양이의 재촉에 현실감 없는 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꾸만 다른 곳을 보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웨오!”


‘정신 어따 두냐!’


고양이의 매서운 울음소리에 정신이 조금 돌아온 페일이 미끄러지듯 내려와 고양이 옆에 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속이 훤히 보일 만큼 맑고 깨끗했다.


‘얘는 어디 갇혀 살았나? 왜 이러지?’


이 광경만 한 세기를 보고 산 이젤리카가 그를 이상히 여기며 낚시도구를 챙겼다.


풍덩-


이젤리카는 가장 먼저 통발을 집어넣었다.


“냐냐냐.”


‘저쪽으로 가.’


그의 의지에 따라 오른쪽 끝으로 향한 통발이 물속 깊은 곳에 잠겼다.


(통발에는 미끼가 없어도 물고기를 홀리는 향을 내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뒤이어 낚싯대 두 개도 받침대 위에 올린 그가 발톱을 까닥이자 알아서들 캐스팅(낚싯대를 휘둘러 물속으로 던져 넣는 행위)되어 낚싯바늘(룩)이 수면 아래로 잠겼다.


붕어나 베스가 오늘 이젤리카의 목표물이다.


이젤리카는 물결이 잔잔한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높은 하늘.


몽실몽실한 구름.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바람.


그 덕에 청명함이 돋보이는 평화로운 날씨다.


살랑살랑 흔들리던 꼬리가 잠잠해졌다.


이젤리카는 멍하니 서 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절 찾는 듯한 늑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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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리캔버스 디자인


작가의말

2022년도에는 2021년도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는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٩( *˙0˙*)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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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0. 동쪽의 여명, 아우로라 23.02.11 13 0 9쪽
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5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5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2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4 0 10쪽
21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3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18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5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9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0 1 9쪽
14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5 4 9쪽
13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4 3 9쪽
»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8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7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5 3 13쪽
5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0 5 11쪽
4 03.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1) +1 21.12.22 62 6 17쪽
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1 프롤로그 +11 21.12.20 1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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