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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고양이가 된 마녀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김딸
작품등록일 :
2021.12.15 20:48
최근연재일 :
2024.01.05 10:2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63
추천수 :
132
글자수 :
142,512

작성
21.12.23 20:50
조회
60
추천
5
글자
11쪽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DUMMY

“···냐응.”


착, 들어 올린 이젤리카의 앞발 앞에 방어막이 형성됐다. 우산 형태의 투명한 막 위로 물 폭탄 수준의 물방울이 떨어졌다. 튀어 오른 몇 방울이 등허리에 닿기 무섭게 고양이의 본능이 튀어 올랐다.


“하악-!!”


학!


학!


이젤리카는 귀를 바짝 접은 채 이빨을 드러냈다. 털을 잔뜩 부풀린 몸이 제법 위협적이었으나 위협 대상은 이미 털에 스며든 지 오래.


하지만 고양이의 본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젤리카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다 코끝을 스치는 피비린내에 이성이 돌아왔다.


‘제자.’


고개를 쭉 뺀 이젤리카가 물가로 다가갔다.


‘으악, 제자야!!’


“냐냐냐-!”


뽀로로-


거품이 이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핏물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시신은 훼손하지 마라!”


‘하씨 벌써?’


위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다섯에서 여섯 정도.


시신을 찾으러 내려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다. 고양이의 본능을 상정하지 못한 탓이다.


‘물에 빠지기 전에 데려가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늑대가 아닌 제게 방어막을 두른 것도 고양이의 본능 탓인 듯싶다.


‘아휴 증말. 고양이는 귀여운 게 단가.’


이젤리카는 한 발 뒤로 물러나 몸을 낮췄다. 사냥 자세에 돌입한 그의 엉덩이가 다급하게 실룩였다.


물에, 그것도 급류에 들어가는 건 딱 질색이지만 저 서탑놈들과 싸우는 건 더 싫었다.


‘내 마나는 소중하니까.’


이젤리카는 뒷다리에 힘을 빡 주었다. 이어 등을 길게 뻗은 몸이 깔끔하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참박-


“저기다!”


‘안 그대로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인데 더 마음에 안 들어.’


부우-


얼굴 주위로 공기막을 만들어낸 이젤리카가 물고기 떼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름 모를 제자의 피 냄새를 맡고 모여든 무리였다.


이젤리카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고양이의 본능이 슬그머니 이젤리카의 이성에 숟가락을 얹었다.


‘파닥파닥 날생선.’


실제로 이젤리카는 늑대가 아닌 물고기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핫챠-’


이젤리카는 그런 제 네 발을 보고 경악했다. 얼른 늑대 쪽으로 방향을 튼 그가 나지막이 혀를 찼다.


‘얼른 집에 가야지.’


이젤리카는 네 다리에 강화마법을 중첩해 걸고서 쏜살같이 달려갔다.


보보보복-


귀여운 소리와 함께 쭉쭉 뻗어나간 다리가 물속을 허우적댔다.


‘물살이 세.’


이젤리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방어막을 두르고, 두터운 방어벽을 등 뒤에 세웠다.


적어도 3써클의 공격 마법에는 대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렇게 다다른 곳엔 정신을 잃은 늑대가 더 깊은 곳으로 잠식해가는 중이었다.


이젤리카는 양발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앞발에서 실낱 갈이 시작된 마법이 늑대의 몸을 휘감았다.


하염없이 가라앉던 늑대의 몸이 멈춘 것을 확인한 이젤리카가 또 한 번 마법을 쓰려던 순간.


“누군가 마법을 쓰고 있다!!!”


수면 위에서 한차례 술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물살이 거세게 뒤틀렸다.


‘흐읍-’


이젤리카는 이를 앙다물며 방어벽을 더 두텁게 세웠다. 그의 마나 흐름에 동조한 마녀의 달이 무서울 만큼 빛났다.


마녀의 세계에서 가장 약한 마녀가 보통의 마법사 세 명의 몫을 한다는 마녀의 밤.


이젤리카는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을 빠르게 계산했다. 그리고 흐름을 멈춰두었던 늑대의 몸과 제 다리에 속도계 마법을 사용했다.


인간일 때 사용해도 무리가 있는 다중 중첩마법을 그보다 10배는 작은 고양이의 몸으로 하려니 딱 죽을 맛이었다.


‘내 심장 버텨라.’


오늘이 마녀의 밤이었기 망정이지, 일반적인 보름이었다면 택도 없을 뻔했다.


‘이거 두고두고 갚으라 할 거야.’


공격 마법이 방어벽에 부딪힐 때마다 공기흐름이 뒤틀렸다. 파동이 자꾸만 요동치는 물속에서 겨우 늑대의 발을 양 앞발로 텁 붙잡은 이젤리카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귀환.’


머리에 어항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는 고동색의 늑대와 주황색 고양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뒤늦게 도착한 추격대가 발견한 것은 급류에 휩쓸려 온 쓰레기뿐이었다.




***


파아아-


“냥-!”


쏟아지듯 구른 이젤리카와 늑대의 몸이 한 뭉텅이가 되었다.


“푸냐!”


축축하게 젖은 늑대의 털 속에서 빠져나온 이젤리카가 질색을 하며 몸을 털었다. 하마터면 집까지 못 올 뻔했다. 물론 아주 안 좋은 의미에서.


‘죽는 줄 알았어.’


이젤리카의 몸에 새겨져 있던 열두 개의 귀환 마법 중 네 개가 끊어졌다.


‘교육원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던 거 같은데.’


이젤리카는 입 안에 가득한 털을 뱉어내며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우선은,


“냐냐냐-!!”


이젤리카는 바닥을 보이는 마나 그릇을 딱딱 긁어 제 집을 깨웠다. 출타 중에서 재실로 결계 수준이 바뀌자 허허벌판의 폐허와도 같았던 집이 말끔하게 변모했다.


“냥!”


이젤리카나의 호령에 열린 문 사이로 그가 불러낸 마법 도구들이 줄을 지어 밖으로 나왔다.


이젤리카는 그 모습을 흘끔 보고서 늑대의 상태를 살폈다.


고양이의 본능을 얕본 대가는 컸다.


본래의 색이 어떤지 알 수 없을 만큼 피투성이가 된 몸.


피를 많이 흘린 상태로 물에 빠져 급격히 떨어진 체온.


거기에 그냥 장거리도 아닌 거리를 이동해 왔으니, 이 늑대는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었다.


‘왜 포션 챙겨갈 생각은 안 한 거야?’


3일 전의 자신을 나무라며 이젤리카는 가방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늑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앞발을 늑대의 심장께에 턱 올렸다.


인간의 것보다 현저히 빠른 박동이 발 볼록살 아래서 요동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심장 주위를 감싼 마나 그릇이 자가 수복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진짜 아팠겠다.’


이마를 찡긋거린 이젤리카는 절 내려다보고 있는 마법 도구 중 솥을 가리켰다. 미끄러지듯 다가온 솥 안에는 상시용으로 구비해둔 마나 포션이 찰랑이고 있었다.


이젤리카는 앞발을 들어 솥의 테두리에 올렸다. 포션향이 코끝을 스치자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챱챱챱챱-


챱챱챱-


숨도 쉬지 않고 포션을 들이켠 그가 다시 늑대의 심장 위에 손을 올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하지만 마법으로는 피를 만들 수 없으니, 일시적으로 피 생성 속도를 늘려야 했다.


이젤리카의 목 안에서 그르릉- 우는 소리가 났다.


“냥냐냥-”


이젤리카의 지시에 벽난로는 후덥지근할 정도로 온도를 높였고, 이불은 늑대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고서 벽난로 앞에 누웠다. 그 뒤를 따른 수건이 이젤리카의 젖은 몸을 꾹꾹 눌러 닦아냈다.


“냥냥!”


자꾸만 온몸을 털어대려는 본능을 애써 누르며 이젤리카는 늑대의 앞에 섰다.


‘살균 세ㅌ, 가 아니라 목욕!’


‘건조.’


‘살균!’


양발을 치켜든 그가 차례로 마법을 사용하자 기다렸다는 듯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약초들이 이젤리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떤 것들은 자기들이 먼저 상처 부위에 몸을 누이기도 했다.


자기가 먼저라며 이미 누워 있는 약초에게 꺼지라는 시늉을 하는 포션들과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다가 다시 눕는 약초.


지들이 먼저 안 와놓고 난리라고 도리어 삿대질 하는 약초.


늑대 입안으로 기어 들어가는 약초.


그 외 등등.


‘환자 앞에서 왜 저리 기분이 좋은 거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이젤리카의 두 눈이 점점 식어갔다.


“냐-”


그 와중에 제 차례냐며 호들갑을 떠는 솥을 밀어내던 이젤리카가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둔탁하게 목 아래를 울리는 울음소리가 불길하게 들렸다. 불안한 모습으로 수라장에서 물러난 이젤리카가 입을 벌리며 고개를 숙였다.


꿀럭


오꾹-


꿀럭


오꾹-


꿀럭


쿠헤헥-


“오웩-”


이젤리카의 입에서 약간의 피가 묻어있는 털 뭉치가 러그 위에 툭툭 떨어졌다. 이젤리카는 그 주위를 앞발로 긁어 파묻는 시늉만 하고서 홱 등을 돌렸다. 그 모습이 행여나 부속물이 털에 묻을까 안달복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젤리카는 오염물질을 감지한 걸레가 쏜살같이 튀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엉덩이를 바닥에 내렸다.


한시름 놔서일까.


온몸에서 힘이 쪽 빠졌다.


이젤리카의 몸이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하이궁,


‘피곤해.’


살면서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마나 그릇이 텅 비어버린 것도.


‘하휴- 너도 고생 많았다.’


이젤리카는 털보다 약초가 훨씬 더 많이 보이는 늑대 쪽으로 굴러갔다. 그와 가까워지자 혀를 축 내민 늑대의 벌어진 입 사이로 색색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젤리카는 조심스럽게 그 옆에 누웠다.


응급 처치와 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모두 끝냈으니 남은 건 이 늑대가 잘 털고 일어나는 것이다.


‘얘가 일어나면 어떻게 된 건지 듣고, 어 ··· 근데 얘 갈 곳은 있나?’


살려달라고만 했지, 살린 후에 어쩌라는 말은 없었던 친우의 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졸리고, 점점 체온이 오르는 늑대의 몸은 폭신하고 따뜻해서···.


“···음냐···”


새근- 고롱- 새근-


하던 생각도 채 마치지 못한 이젤리카가 몸을 찍 뻗었다. 그런 이젤리카의 위로 노란색 담요가 소리 없이 몸을 뉘었다.




***


이젤리카가 잠이 든 밤.


소리 없이 이젤리카의 결계를 넘어선 남자가 심기 불편한 얼굴로 늑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품 안에는 이젤리카가 몸을 둥그렇게 만 채 곤히 자고 있었다.


“거긴 내 자린데.”


그가 자의적으로 한 행위가 아님은 알고 있지만, 이젤리카가 피곤하게 된 원인인 만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늑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인지라.


남자, 로로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그는 이젤리카의 집에 다른 수컷이 머무르는 게 끔찍이 싫었다.


‘난 이러려고 모른 척 했던 게 아니야.’


“리카.”


“···으응.”


로로는 이젤리카의 등을 아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누가 보았다면 그게 깨우는 손길이냐 타박 했을 정도의 세기였다.


“이젤리카.”


“···흐응.”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면서도 눈을 뜨지 않은 고양이의 가슴팍이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손에 감기는 보들보들한 감촉에 고양이의 주홍빛 털을 두어 번 더 쓴 로로는 눈을 샐쭉이 떴다.


“내 연락은 그렇게 안 받았으면서 그 여자 연락은···.”


울컥 솟는 서운함과 섭섭함에 눈꼬리를 늘어트린 것도 잠시.


이젤리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심히 살핀 그는 이젤리카의 발톱 끄트머리에 티끌만큼 까인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은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흉흉한 기세를 숨기지 않은 채 늑대에게로 손을 뻗었다.


‘빨리 나아서 빨리 꺼져버려.’


그의 손에서 터진 새하얀 빛이 늑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평안한 밤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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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2) 24.01.05 1 0 12쪽
29 12. 마녀, 과거를 거닐다 (1) 23.12.11 4 0 11쪽
28 11. 마녀, 진단받다 23.12.09 5 0 11쪽
27 10. 동쪽의 여명, 아우로라 23.02.11 13 0 9쪽
26 마녀, 고심하다 (3) 22.01.18 15 1 9쪽
25 마녀, 고심하다 (2) 22.01.17 15 0 9쪽
24 09. 마녀, 고심하다 (1) 22.01.15 12 0 10쪽
23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4) 22.01.14 14 0 10쪽
22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3) 22.01.13 15 0 10쪽
21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2) 22.01.12 18 0 10쪽
20 08. 마녀, 연구를 시작하다 22.01.11 13 0 10쪽
19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3) +1 22.01.10 25 5 15쪽
18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2) 22.01.08 15 0 9쪽
17 07. 여왕, 친우의 유지를 전하다. (1) 22.01.07 19 0 9쪽
16 06. 마녀, 손님을 맞이하다 22.01.06 19 1 12쪽
15 늑대와 고양이 (8) 22.01.05 20 1 9쪽
14 늑대와 고양이 (7) 22.01.04 25 4 9쪽
13 늑대와 고양이 (6) 22.01.03 24 3 9쪽
12 늑대와 고양이 (5) +1 22.01.01 28 3 9쪽
11 늑대와 고양이 (4) 21.12.31 27 3 9쪽
10 늑대와 고양이 (3) +1 21.12.30 25 2 9쪽
9 늑대와 고양이 (2) +1 21.12.29 39 2 9쪽
8 05. 늑대와 고양이 (1) +1 21.12.28 45 4 11쪽
7 마검사, 눈을 뜨다(2) +2 21.12.25 51 3 12쪽
6 04. 마검사 눈을 뜨다(1) +1 21.12.24 55 3 13쪽
»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2) +2 21.12.23 61 5 11쪽
4 03. 마녀, 마검사를 구하다(1) +1 21.12.22 62 6 17쪽
3 02. 마검사, 처분되다. +1 21.12.21 107 17 9쪽
2 01. 마녀, 고양이가 되다. +4 21.12.20 124 22 20쪽
1 프롤로그 +11 21.12.20 1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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