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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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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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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3.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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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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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2-아더 앤더슨

DUMMY

데이비드의 아파트로 돌아가자 벤자민을 사라지고 데이비드만 나를 기다리고 있다.


“태석. 기다리고 있었네. 좀전 일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안하게 됐네. 내가 좀 일찍 왔으면 벤자민과 자네가 따로 만날 일도 없었을테고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다 내 잘못이야.”


“아닙니다. 이제 그만 사과하셔도 됩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큽니다.”


– 드르르륵


“잠시만 전화가 와서요.”


마이크 한이 다시 전화를 했다.


“태석아. 대박이다. 혹시나 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바로 답신이 왔어. 늦은 저녁인데도 일하고 있더군. 그건 그렇고 크리스토퍼가 내일은 필라델피아 사무실에 있다던데. 갈 수 있지? 필라델피아에서 만나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라. 내일 저녁에 텍사스로 가면 거의 한 달 지나야 돌아온다고 하네. 잠정적으로 약속을 잡고 확인해주기로 했어.”


“네에. 잘 하셨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형님. 내일 시간 내겠습니다.”


“그래 잘됐구나. 아. 만나는 이유는 일단 너희 알파인 캐피탈에서 자문하는 회사와 관련해 비공식적인 만남이라고 둘러댔어. 약속장소는 아더 앤더슨 필라델피아 사무실이고 시간은··· 어디 있더라. 노트에 적어 놓았는데. 찾아서 문자로 보내줄께"


“넵. 감사합니다.”


‘뭔가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다.’


한편으론 이상했다. 내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일에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잘 짜여진 각본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너무 쉽게 일이 다음 단계로 착착 넘어가는 것이 이상하긴 하다.”


에밀리에 대한 것이 가장 궁금하지만 뒤에는 뭔가 그보다 더 큰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딱히 꼬집에내기 어렵지만 박승완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만약 그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다면 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도망간다고 갈 곳도 없잖아?’


내게 닥친 위험은 도망간다고 피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마이크 한과 전화를 끊고 돌아와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이번 파마메드 매각 자문사는 우리 알파인이라는 사실도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타임즈에 실리겠죠? 존슨앤존슨이 인수의향을 보인 것이니.”


“오우 노! 그건 안돼. 혹시라도 기자를 만나면 절대 말하면 안된다네. 내 경험상 이런 일은 최대한 비밀유지를 하는 것이 좋아. 나중에 언론플레이가 필요하면 그때가서 해도 늦지않아.”


조그마한 노인이 과장된 몸짓으로 마구 손사래를 친다. 그토록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다시 빛내고 싶어하는 데이비드였다. 하지만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런 욕구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으음. 역시 월가의 베테랑은 뭔가 달라도 다르군.’


내 착각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태석 자네가 해야할 일이 많네. 우선 파마메드의 내부자료를 받아올테니 그걸로 밸류에이션을 다시 해보게.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저번에 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넣으면 좋을게야. 존슨앤존슨이 제시하는 가격과 정확히 비교해야하네. 분명 낮춰부른 것 같아. 내일 저녁까지 가능하겠지?


“저기··· 사실은 내일 사무실을 비워야 겠습니다.”


“뭐어!”


“또 왜?”


“저번에 말씀드렸던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경찰에서 불렀나? 그 일과 관련된 것이야?”


“경찰에서 부른 것은 아니지만 그 일과 관련된 것은 맞습니다. 일단 개인적인 일이라는 것만 아시고 조금 편의를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사무실에 없을 뿐이지 밤에 들어와서라도 일은 마쳐놓겠습니다. 내일모레 새벽으로 해주십시요.”


한참 나를 노려보더니 결국 승낙한다. 하지만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하게. 젊은 친구. 모레 아침 9시까지 줘. 더 일찍 되면 되는대로 주고. 하지만 9시 약속은 꼭 지켜야하네.”


조금 미안한 투로 대답했다. 사실 미안하지는 않았다.


“네 염려 마십시오.”


“그래. 그럼 오늘은 다됐으니 가보게.”


‘휴우. 겨우 허락받았다.’


* * *


마이크 한이 보내준 문자메시지에는 약속시간과 크리스토퍼 러셀의 간단한 약력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크리스토퍼 러셀이 데이비드 마이어를 알고 있으며 좋게 보고 있지만 알파인 캐피탈이라고 말하면 모를 수도 있다고 데이비드 마이어 이름을 팔라고 친절하게 조언까지 해줬다.


‘역시 이 형 치밀해.’


그리고 내게 잘못 보내진 이메일의 발신자 고든이라는 사람이 아더 앤더슨의 직원인 것도 확인해줬다.


뉴욕시에서 필라델피아는 대략 2시간 거리. 필라델피아로 떠나기 전에 해야할 것이 있다. 프로비덴스라는 레스토랑을 확인하는 것.


점심시간이어서 레스트랑 안이 몹시 붐비고 있었다. 바삐 일하고 있는 흑인 웨이터에게 물었다.


“여기 제니퍼 박이라는 아가씨는 언제 출근합니까?”


잠깐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뒤쪽 주방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어이 토마스! 제니퍼 박이 누구야? 아는 사람 있어?”


아무도 대답이 없다. 또다른 바빠 보이는 온몸에 문신을 한 남미계 여자가 주방에서 나오며 말한다.


“여기 제니퍼는 없어. 제시카는 있지.”


그 말을 들은 웨이터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한다.


“들었지? 제니퍼는 없대. 여기서 점심 먹을거야?테이블 잡을 거야?”


“나중에 올게요. 고맙습니다.”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지. 제니퍼 그것도 뭔가 수상해.’


제니퍼 박에 대해 확인한 후 바로 렌트카를 빌려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포드 토러스. 튼튼하게 만든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미국 차.


95번 국도를 타고 뉴저지를 통해 필라델피아로 간다. 한가로운 뉴저지 도로를 80마일 정도의 속도로 달렸다. 화장한 날에 오랜만에 운전을 하니 기분이 업된다.


운전중에 마이크 한과 통화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부탁한 일들을 그 이유도 내게 묻지도 않고 들어줬었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듯 했다.


“태석아. 내가 아는 너는 신중한 스타일이고. 섣불리 행동하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 이유를 묻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젠 내가 궁금해서 못버티겠다. 술자리에서 내게 물었던 질문들과 연관이 있는 거 같고 네가 회사까지 안나가면서 크리스토퍼를 만나려는 게 너무 이상하다. 솔직히 이젠 걱정도 되고.”


더 이상 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했다. 숨길 필요도 없어 보였다. 운전하며 그간의 자초지종을 말해줬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가서는 안되는 이메일이 너에게 발송된거고 그 발신인이 고든, 수신인이 크리스토퍼라는 말이구나. 회사이름은 휴스턴 오마하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런데 말이야··· 지금 그게 다 사실이라면 그건 범죄행위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야 그거 심각한 범죄라고. 미국은 증권범죄 형량이 쎄. 우리나라같지 않다고. 형량이 쎄다는 건 그놈들도 목숨걸고 한다는 것이고. 그걸 아는 너에 대해 심각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이미 그런 일이 있었죠.”


“제가 이메일을 받고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왠 남자가 제 집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총을 들고.”


“뭐라고오! 그래서?”


“잽싸게 튀었죠. 쫓아 오더라구요. 결국 따돌렸는데 집에 돌아오니 그 이메일은 지웠고 집을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놨어요.”


“도무지 믿기지 않는구나. 그 사람들은 네 집을 어떻게 알았지?”


“모르겠어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안타깝구나 이메일을 프린트해놨어야 했는데···”


“내용은 대충 맥락만 알고 있고 이메일 주소는 외워뒀어요. 회사 메일이 아니라 구글 G 메일이더라구요. 그냥 기억에 남더라구요.”


“야. 근데 이거 경찰··· 아니 증권거래위원회에라도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니? 크리스토퍼를 만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크리스토퍼와 약속 잡은 것 취소시킬께.”


“아. 안돼요 형님. 지금 필라델피아에 거의 다 왔어요. 제발 취소하지 말아주세요. 그 크리스토퍼라는 사람이 이 일을 벌린 것이라해도 어차피 오늘 사무실에서 절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 그래요.”


딱히 짚이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에밀리 때문이었다. 물론 에밀리에 관한 얘기는 마이크 한에게 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했다면 약속취소가 문제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부터 했을 것이다.


“그래··· 네가 그렇게 원하니 내버려 둔다만. 야. 그래도 그렇지. 너무 위험하다. 일단 만나고 나서 나한테 바로 연락해. 이상한 낌새 보이면 그냥 튀어. 나도 수시로 너에게 연락할테니 바로 받고. 전화 안받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할거다.”


마이크 한은 계속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 *


김태석과의 통화를 마친 마이크 한.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롱아일랜드 집으로 가는 도중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네. 그렇습니다. 잘 이야기 했습니다.”


“그 정도까지 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권총을 구했다고 하더군요.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저도 들은 것인데 그래도 신빙성이 높습니다. 그런 것을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평소 사격장에도 자주 간다고 했으니. 그렇게 믿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 듯 두려워하며 말을 한다.


* * *


[필라델피아]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나 하고 여쭤본 것인데 제가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대가 운이 좋은 것은 맞소. 나는 한 장소에 계속 있는 경우가 드문데 말이요. 항상 클라이언트들은 회사에 나가 있고 새로운 클라이언트들은 물어오지요.내가 없으면 아마도 우리 아더앤더슨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들지도 몰라요. 크허허헛!”


자기자랑을 첫 만남에도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첫 인상이나 행동부터가 그랬었다. 말을 해보니 확인이 되었고. 색이 바래져 가고 있는 금발머리. 푸른 눈. 비대한 몸집. 전형적인 앵글로 색슨이었다.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에밀리에 대한 단서를 잡으려면 이 사람이 유일한 돌파구야.’


과장하여 존경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줬다.


“대단합니다. 그러시군요. 주로 어떤 산업을 담당하십니까?”


“나는 석유와 자원산업들은 담당합니다. 그래서 텍사스쪽에 자주 가 있지요. 본사인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적이 별로 없어요. 다른 회계법인들은 주로 지역으로 일을 나누는데 우리는 그렇게 일을 하지 않아요. 자기가 맡은 산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거든요. 지역으로 나누게 되면 오늘은 은행, 내일은 건설사, 뭐 이렇게 중구난방이 되거든요. 그런 것은 고객입장에서는 좋지 않아요. 그러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출장이 많은 것이지만. 고객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요.허허헛!”


그렇게 자기 자랑만 실컷 하더니 이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자아. 아시다시피 나는 항상 시간이 모자란 사람이외다. 그래 나를 찾은 이유는···”


“사실은 제 보스의 명령으로 왔습니다. 그 분도 직접 같이 오시고 싶어 하셨지만 선약을 깰 수가 없어서 일단 저만 보낸 것 사과드리라고 했습니다.”


조금 전에 건내줬던 내 명함을 다시 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한 제스처를 보이며 말한다.


“오호. 데이비드 마이어! 골드만삭스를 나와 알파인 캐피탈을 차린 친구 맞지요? 골드만식스 당시에 대단했었는데. 월가의 전설이었어요. 우리 회계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고. 일벌레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미스터 러셀.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주시지요. 하지만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함박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오. 미스터 러셀 말고 크리스라고 불러요. 크리스토퍼도 말고. 크리스 오케이? 나는 호칭같은 걸 따지는걸 아주 질색하는 사람이요. 게다가 아직은 그런 예절 따위나 챙기는 늙다리도 아니구요.”


마치 자신이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멋진 중년인 듯 행동했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꼰대라는 것을. 이런 사람들이 보통 뒤끝도 있고 일이 틀어지면 밑에 사람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이미 마이크 한에게 들은 말도 있다.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 마이어는 왜 골드만삭스를 떠났던게요?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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