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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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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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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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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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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첫 테스트

DUMMY

“잘 들어둬. 우리 회사는 아주 높은 도덕적 기준을 준수하고 그것을 모든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우린 그런 범죄행위뿐 아니라, 조금 의심이라도 될만한 행위조차도 허용하지 않아. 이해하겠어?”


괜히 오버액션을 하는 것 같았지만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차원에서 그러는 것 같았다. 눈치채고 공손히 대답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내 태도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 우리 자리로 갑시다.”


조셉 스탠튼이 트레이딩룸의 문을 열자 컴퓨터 모니터들이 들어찬 거대한 방이 나왔다. 줄줄이 이어진 컴퓨터 책상과 그 앞에 빽빽히 앉아있는 트레이더들 틈을 비집고 우리 자리로 갔다.


오후 4시 55분. 오늘 장이 마감한 후여서 다소 느슨한 분위기였다. 적어도 70-80명이 되어 보이는 트레이더들은 모여 잡담을 하거나 전화에 매달려 떠들고 있었다.


내 예상과 달리 차익거래팀은 거창한 사무실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트레이딩 룸을 지나 뒷구석에 사무실이 따로 있었다. 문패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 자리로 가는 사이 조셉 스탠튼을 쳐다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흥미로웠다. 마치 스포츠 스타를 보는 듯한 얼굴들이었다. 존경 그리고 부러움의 눈빛이었다. 스탠튼도 이미 아는 듯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며칠전 스탠튼이 벌어들인 1억 달러 규모의 수익때문이었다. 그가 미리 20 달러에 사놨던 야후의 주식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31 달러로 오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는 야후를 주당 31 달러에 인수하려 했었다. 결과적으로 M&A는 무산되었지만 스탠튼은 야후 주식을 스티브 발머에게 팔며 1억 달러를 벌었다.


언론에는 이것이 칼 아이젠버그의 작품으로 나오지만 그 실무, 사실상 모든 일을 하는 것은 스탠튼이었다. 직원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영웅처럼 모시고 있었다. 조셉 스탠튼은 칼 아이젠버그의 오른팔같은 존재였다.


방에 들어선 순간 데니스 왕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 옆에 있던 날씬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가 우릴 보더니 웃으며 다가왔다.


“안녕 조셉!”


“헤이 자넷. 자 태석, 여기는 자넷이야 인사해. 자넷. 이 분이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될 태석 김. 잘 알고 있겠지? 몇 주전에 뉴욕타임즈 기사로 우릴 떠들썩하게 했던 커넥티컷 총싸움의 생존자. 바로 이 분이셔.”


자넷이 날 보고 환하게 웃더니 악수를 청했다. 할아버지때 이민 온 이탈리아계라고 소개했는데 검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진했다. 얼굴이 정말로 주먹만했다. 날씬한 체형. 손가락도 가늘고 이뻤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환영합니다.”


구석자리에 앉아있던 데니스 왕은 날 보고 잠시 그 더러운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모니터를 보며 하던 일을 한다. 여전히 내가 싫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저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새끼가 계속 밥맛떨어지게 눈에 걸리적거리네. 언제 한번 기회가 오면 본때를 보여줘야 겠군.’


***


주말에는 집을 이사했다. 같은 맨하탄이지만 조금 비싼 지역으로.


회사를 옮긴 기념으로 전에 살던 한인타운 근처의 싸구려 아파트에서 나와 조금 비싼 곳으로 이사했다. 숨겨뒀던 돈을 슬슬 쓰기 시작했다.


“조심하고 소박하게 살아도 미워하는 놈은 어차피 미워하더구만.”


며칠 전 면접 당시 데니스 왕이 돈이 없어 보이니 노골적으로 무시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월세가 1만 달러 정도 되는 센트럴 파크 주변의 아파트로 옮겼다. 그리고 회사일이 없는 저녁이나 주말은 이제 돈을 쓰면서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월요일 첫 출근. 오전 7시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미 몇 명은 출근해 있었다. 커다란 트레이딩 룸을 지나 차익거래 팀의 방을 찾아갔다.


가장 큰 조셉 스탠튼의 책상에는 재떨이와 피다가가 만 시가가 남아있었다.


‘코히바? 쿠바산 시가인가? 비싼 거 같아보이네.’


실내에선 금연이었지만 스탠튼처럼 돈을 많이 벌어오는 사람에겐 저녁 늦은 시간에 예외로 해주는 것 같았다.


자리배치는 중앙의 조셉 스탠튼 자리를 중심으로 왼쪽에 데니스 왕, 그리고 오른쪽에 자넷 키프리올리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자넷을 마주보는 바로 앞자리가 내 책상이었다.


“그 짜증나는 왕서방 얼굴을 정면으로는 안봐서 다행이군.”


그런데 내 옆자리에는 또다른 빈 책상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라. 내가 아직 못 본 사람이 하나 더 있었나?”


자리에 앉기 직전 자넷이 들어왔다.


“굿모닝! 일찍 출근하셨네요.”


“아. 자넷. 안녕하세요?”


자넷은 반갑게 인사를 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서 이것 저것 다운로드를 받아 정리하는 것이었다.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커피를 뽑으러 탕비실로 갔다.


“커피 드실래요?”


“아니요. 괜찮아요. 땡큐.”


커피를 들고 오니 벌써 일을 끝낸 듯 5장 정도 되는 메모를 내게 건네준다.


“자 여기있어요. 앞으로 매일 책상에 놓아드릴 거에요.”


지난 밤의 뉴스와 주요 지표들을 요약한 것이었다.


‘데이비드 마이어의 회사와는 다른 점이 많군. 역시. 유명한 헷지펀드라서 그런지 체계가 잡혀 있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배우는 것도 많았다.


* * *


[한달 후]


입사한 지 한달 정도는 업무를 배우느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몇가지 기억나는 일들이 있어 투자허락을 요청했지만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상장준비중이던 신생기업 구글에 대한 투자는 내 개인돈으로 했다.


“태석!”


자넷이 부른다. 건네주는 포스트잇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이 사람하고 통화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리처드 제본스?’


“골드만 삭스의 주식 브로커에요. 주로 기관투자자들이나 연금쪽, 가끔은 우리같은 헤지펀드와도 일을 하죠. 어제 저녁에 조셉이 그 사람을 찾느라 난리도 아니었어요. 골드만 삭스 직원들에게 막 소리를 지르고. 이제 태석도 조셉 성격 아시잖아요. 아 그리고 태석도 찾았었구요. 조셉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연락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제 저녁에 약속이 있어 칼퇴근 했었다. 그게 스탠튼에게 딱 걸린 건데 자넷이 지금 도와준 것.


마음에 든다. 은근히 이런 일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랬었군요. 귀뜸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왜 이 사람을 찾았던건가요?”


“아마 HP, 휴렛 팩커드 주식 때문일 거에요.”


“아아 HP! 요즘 컴팩 컴퓨터 인수한 후 매출이 뚝 떨어져서 주주들이 난리가 났잖아요. 그것 때문에 CEO와 이사회 멤버를 갈아치운다고 주주총회에서 투표한다던데. 우리도 여기에 끼어들려는 모양이지요?”


“조셉이 냄새를 맡은 것 같아요. 돈냄새.”


자넷이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자넷의 그런 모습과 별개로 지금은 나에게 있어 긴박한 상황이다. 지금 스탠튼은 HP 주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하고 있다. 어제 나를 찾았다는 것은 내가 그 일을 대신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일을 가지고 나의 투자은행가로서의 자질을 시험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실패하면 내년에 이 회사와 재계약은 없을 것이 확실하다.


스탠튼이 몇 주를 원하는 지는 알 수 있다. 최대한 많이.


‘문제는 가격이다.’


스탠튼이 원하는 가격보다 싸게, 최소한 같은 가격에는 주식을 사야 한다. 아마도 골드만 삭스의 리처드 제본스라는 사람은 이런 일에 도가 튼 사람일 듯. 나는 그런 그와 이제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 처음으로 내 실력을 테스트를 받게 된 상황.


일단 머리를 굴렸다.


“자넷. 부탁이 있어요. 제본스에게 전화해서 자넷이 직접 살 것처럼 해보세요. 얼마에 팔려는 지 물어봐 주실 수 있죠?”


“네? 제가요? 저는 브로커 자격증도 없는데요.”


“예. 실제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어요. 그냥 떠보는 거에요. 아마 가격을 알려준 후 자넷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그쪽에서는 일부러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를 수도 있어요. 그때는 그냥 끊어 버리세요. 거기도 일부러 그러는 것이니 괜찮아요.”


그 말을 하며 나도 윙크를 했다. 그리곤 자리를 비켜줬다. 전화를 하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불편할 듯 해서다.


5분 후에 들어와 물어봤다.


“통화했어요?”


“네. HP 주식 200만 주를 팔려고 내놨더군요. 말하신대로 지금 내가 그걸 사지 않으면 다른 곳에 팔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원래 벌써 팔았어야 하는데 스탠튼 때문에 기다려 주는 거라고 하면서요.”


발갛게 상기된 얼굴. 아직도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를 부르던가요?”


“주당 45 달러요.”


“이런 미친. 완전 날강도네.”


“왜 그러시죠?”


장외시장에서 HP 주식가격을 체크하고 있었다.


“현재 가격이 41 달러에요.”


“그런데 제본스 말로는 블록딜 이기도 하고 오라클이 기업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다네요. 주당 50 달러에 매입을 제안했다고 했어요.”


“흠. 그 얘기는 저도 들었어요.”


이 이야기는 나도 들었던 내용이다. 우리가 주식을 확보한 상태에서 만약 오라클의 제안이 성사된다면 우린 자리에 앉아서 주당 5 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천만 달러다. 반대로 오라클과의 거래가 틀어지면 우린 순식간에 800만 달러를 잃는다. 아마 내 자리도 날아갈 것이다. 그러면 데니스 왕이 제일 좋아 할테고.


피를 말리는 순간.


‘그래 결정했어. 틀리면 물어주면 되지 뭐. 난 돈 많은데.’


바로 제본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네. 리처드 제본스 부탁합니다.”


“내가 제본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이젠버그 엔트프라이즈의 김태석입니다.”


“그래요? 그런데요? 조셉 스탠튼은 어디갔어? 할 말이 좀 있는데.”


삐딱한 반응이었다.


“조셉은 출근 전입니다. 하지만 HP관련해서는 내가 의사결정자요.”


조용해졌다.


“... 3분 드릴께. 사던가 말던가. 그간 조셉과의 친분때문에 여지껏 기다렸는데 더 이상은 시간이 없소.”


“어허 이 양반 급하긴. 그래서 가격이 얼만데.”


“가격은 방금전에 얘기한 가격 그대로요. 45 달러라고 전해줬을텐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40 달러에 합시다."


“전화 끊겠습니다.”


하지만 전화는 끊지 않고 있다.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결국 제본스 먼저 말을 꺼낸다.


“킴 이라고 했나. 당신 머리가 제 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는거야.”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텼다. 심리전이다.


‘나도 이런거 잘해. 이 애송이 자식아.’


그러자 제본스가 못견디고 말을 한다.


“이봐 킴. 3분 다 돼가고 있어. 내가 더 이상은 못 기다려 줄 것 같은데···”


그때 자넷이 쪽지에 뭔가를 적어 보여줬다.


그 내용을 읽은 후 조금 더 뜸을 들인 후 소리쳤다.


“41 달러에 백만주!”


“이봐. 이봐. 내가 가지고 있는 건 2백만 주라고! 당신 블록딜이 무슨 말인지 몰라? 아이고 나 참.”


“41 달러, 백만 주가 내 제안이야. 이건 변할 일 없어.”


전화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난건지, 당황한 것인지 알 수 없다.


“20초 남았어. 그 안에 결정안하면 끊겠소.”


“이봐요. 리처드라고 했죠? 지금 내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아직 조셉은 출근 전이지만 그가 오면 말씀드리리다. 댁이 얼마나 삐딱하게 나왔는지. 조셉에게 듣기로는 10년 이상을 거래했다는데, 조셉과 거래하며 당신도 이득을 많이 봤더군. 그런 VIP 고객을 이렇게 대하는게 말이 됩니까? 제가 신참이긴 하지만 지금 이 거래는 조셉 스탠튼과의 거래라는 점 명심하시요.”


내가 생각해뒀던 마지막 한방이었다.


그것이 통했는지 제본스가 조용해졌다. 요놈이 다리를 떨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흐흐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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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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