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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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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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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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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업무평가

DUMMY

출근했더니 스탠튼이 나에게 남겨둔 메모가 내 책상에 붙어 있었다.


“우와. 도무지 이해가 안가네. 도대체 언제 이 메모를 놔둔거지?”


처음엔 스탠튼이 직접 쓴 메모는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 태석.


어제 말한 두 회사 주식 사놓을 것. 매입량은 어제 우리가 논의했던 그 액수로. 급한 것이니 최대한 빨리 실행하도록. 성사되면 바로 연락요망. 그리고 미스터 아이젠버그에게 태석이 소개했던 그 통신 회사 주식도 살 수 있으면 사도 됨.


조셉.


때마침 출근한 스탠튼의 비서에게 물어보니 스탠튼은 자주 밤늦게 들어와서 일을 하고 가는 적이 많았다고 귀뜸해줬다.


‘아 그렇구나.’


아마도 집에서 스칼렛과 싸우느니 회사에 나온 것 같다. 스탠튼은 지금 올리비아와 고객을 만나러 나갔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아니 이게 뭐야. 이건 그냥 낙서수준이네.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용이 하나도 없어.”


하나는 콜로비스 헬스, 나머지 하나는 뉴욕생명보험이었다.


클로비스 헬스야 아이젠버그도 알고 있는 회사니 괜찮을 것이다. 문제는 뉴욕생명보험.


‘그런데 왜 회사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일까? 왜 매입량도 각각 10만 주와 50만 주라고 정확히 써놓지 않은걸까?’


어제밤 잠을 많이 못잤기 때문인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의심했을 만도 한데 중요한 일이라 느껴지지 않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조셉 스탠튼이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 이상한 사람이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낫다.’


스탠튼이 말해준 줄리안 실버맨을 찾아 바로 거래를 진행시켰다. 실버맨도 딴지를 걸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만 걸쳐 순순히 거래가 체결됐다.


자넷은 오늘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급한 일을 처리하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옆에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본 데니스 왕이 왠일인지 아무말도 안한다.


‘평소같았으면 대뜸 지랄을 했을 놈인데. 철 들었나?’


오히려 그게 더 신경쓰였지만 일단은 휴식이 먼저였다.


그 휴식도 얼마가지 못했다.


“헤이.”


눈을 감고 있으니 익숙한 향수냄새가 났다. 올리비아.


“왜 이리 힘이 없어보여요? 어머 눈밑에 다크서클! 어제 혹시 회사에서 밤을 새우기라도 한거 같은데. 아니면 집에 잠자리가 불편했던가···”


우리 둘만 아는 농담을 했지만 별로 대꾸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에게 말없이 간 것이나 또 내 컴퓨터를 뒤진 것 같은 생각이 바로 드니 말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말없이 가서 미안해요. 너무 곤히 잠든 것 같아서 깨울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올리비아가 날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날 떠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스탠튼과 고객을 만나고 왔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제 같이 있을 때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에밀리인지 나타샤인지 하는 그 년한테 작업 당한지 이제 1년 조금 지났는데 또 당하는 거 아닌가? 난 왜이러지? 혹시 얘도 박승완 작품인가?’


그런 의구심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삐뚤어진 질문이 절로 나왔다.


“언제 나갔어요? 회사로 바로 왔나요?”


“아니요. 집에 두고 온 것이 있어서 집에 갔다가 왔어요.”


“집으로요? 집에는 어떻게 갔어요? 택시로?”


“아니요. 기차로 갔는데.”


내가 끊임없이 질문을 하자 올리비아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대화가 마치 내가 취조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대뜸 질문을 던져 봤다.


“그런데 내 컴퓨터는 왜 썼지?”


결국 화를 낸다.


“지금 너무하시는 것 아니에요? 새벽에 주가와 금리를 확인할 것이 있어서 컴퓨터를 좀 썼어요. 오늘 조셉과 만나는 고객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기 때문에요.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어제 잠을 못자서 피곤하신 것 같군요. 나중에 얘기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강하게 나왔지만 내 의심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이 증폭됐다. 내 컴퓨터에 걸려 있는 암호.


‘내가 어제 얼굴에 철판깔고 부부싸움중인 스탠튼의 집까지 들어가 가져온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는 안쓰고 굳이 내 것을 썼다고? 게다가 내 컴퓨터 암호까지 알고 있었다는 거야?’


“자아. 회의 시작합시다. 차익거래팀! 다들 회의실로.”


생각에 빠져 있던 그 순간 내 귓전에더 터지는 우렁찬 목소리에 소파에서 펄쩍 뛸 정도로 깜짝 놀랐다.


스탠튼의 목소리. 언제 왔는지 내가 기대있던 소파 바로 뒤에서 내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아이씨 뭐야아.’


데니스 왕이 그랬었다면 곧바로 죽빵을 날려 버렸겠지만, 아쉽게도 스탠트이었다. 뭐라 말도 못하고 그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문 닫아.”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나에게 차가운 눈빛으로 명령했다.


회사에서의 스탠튼은 어제처럼 다정다감하던 스탠튼이 아니었다.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실수를 하면 용납하지 않는 것이 스탠튼 스타일이었다. 여자들에게는 조금 관대하지만 아주 조금 그럴뿐 여자들도 실수가 잦으면 가차없다.


문을 닫자 스탠튼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넷이 사표를 냈다. 오늘 아침 택배로 사직서가 배달됐다.”


큰 봉투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흔들었다. 직접 보여주지는 않았다. 사실 스탠튼에게 그걸 자세히 보자고 할 사람도 없긴 하지만.


“여러분! 자넷의 자리가 비었으니 나와 데니스가 새로운 사람을 구할 때까지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만큼 더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알겠나?“


자넷에 대한 별 영영가없는 이야기들을 했다. 조금 이상한 건 스탠튼의 말과 태도였다. 내가 스탠튼을 보아온 그동안 스탠튼만큼 프리젠테이션이나 협상을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청산유수같은 말빨에 모르는 것이 없었고 특히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무슨 질문을 해도 빠져나가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윗사람을 대할 때에도 기죽지 않고 겸손한 듯 자신감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 게다가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나 잘못알고 있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아닌 척 넘어가는 언변은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였다.


그런 그였는데 지금이 순간의 말과 행동은 너무 달랐다. 충격을 받은 듯 자세히 보니 몸짓이나 행동마저 평소와 달리 자신감이 없고 느려보였다.


‘이해가 안가네. 아무리 자넷이 일을 잘하고 같이 오래 일했다지만 결국은 부하직원중 하나일 뿐. 이 정도는 아닐텐데··· 연인관계였기 때문에 그런건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건가요?”


내가 질문을 했다. 하지만 스탠튼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멍하니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데니스 왕이 스탠튼의 팔에 손을 대가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나를 본다.


“오 미안. 뭐라고 했었나?”


“자넷이 다른 직장을 찾아 이직했냐고 물었었습니다.”


퉁명하게 대답한다.


“아.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자 이상이다. 다들 나가봐.”


“데니스. 데니스는 잠깐 나와 얘기좀 하고.”


데니스 왕이 그 말을 듣더니 스탠튼이 아닌 나를 쳐다보며 특유의 비열한 표정을 짓는다.


‘뭐지? 자식 불안하게.’


그 후 10분 쯤 지났을까. 데니스 왕이 회의실에서 나오더니 나를 부른다. 의기양양한 표정. 더러운 피부의 얼굴에는 서서히 야비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태석 킴. 오늘이 네 실적평가 날이다. 회의실로 들어와.”


“뭐? 난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 당신 맘대로 정한거 아냐?”


“원래 모든 신입직원들은 하는거야. 잔말말고 따라와.”


회의실에 들어가니 스탠튼은 미리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있었고 데니스 왕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 나를 자리에 앉히더니 테이블 반대편에 앉는다. 어디선가 가져온 서류를 던져주며 말한다.


“읽어봐. 그리고 아래 사인해.”


– 45/100점. 실적평가: 기대이하


데니스 왕이 이미 서류를 작성해 채워둔 내용이었다. 그의 사인도 이미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A4 용지가 아닌 좀더 뭉뚝하고 옆으로 넓은 레터용지라는 규격의 종이를 쓴다. 언제 했는지, 데니스 왕이 레터용지 한장을 거의 꽉 채워 나의 실적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했다.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45점이라는 숫자와 “기대이하”라는 단어.


“뭐 below expectation? 이게 뭐지? 지금 이 말은 내가 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6개월 이상 채용이 어렵다는 말이잖아. 또 뭐? 내가 받아가는 돈보다 벌어오는 돈이 적다고? 난 여기 들어온 이후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고 밤을 샌 날도 한두번이 아닌데, 마치 내가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적어놨잖아.”


이 녀석이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한 말을 꺼낸다.


”아마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 전 조그만한 회사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린 실적만으로 얘기하거든. 본인이 직접 만들어낸 실적이 있나 태석 킴?”


“당연하지. 오늘 아침만 해도 3개의 거래를 성사시켰어.”


“무슨 거래. 내가 본 적이 없는데.”


“클로비스 헬스, 뉴욕생명보험, 그리고 루센트 테크놀로지!”


그말을 들은 데니스 왕의 눈빛이 반짝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찾고 있던 보물을 찾았을 때 보이는 그런 눈빛.


스탠튼도 뒤로 멀찌감치 기대있던 자세를 바꿔 앞으로 다가온다.


“데니스, 그 서류 줘봐.”


그 말을 들은 데니스 왕이 머뭇거리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류를 건네준다.


“어디보자. 뭐 45점이라고? 에이 이건 아니지. 이봐 데니스. 85점으로 바꿔. 태석이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긴 했지만 45점은 아니야. 여기 이거 당장 바꿔. 내가 사인할테니.”


“이봐 태석. 85점이 자네의 실적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하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됐네. 85점.”


그 말을 듣고 있던 데니스 왕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의자를 박차고 방을 나가버린다. 자신이 화가 나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저 불타는 멍게자식. 또 시작이군. 크크크’


스탠튼 앞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숨기느라 힘들었다.


그렇게 내 실적평가는 넘어갔고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이 텅 비어버렸다. 스탠튼과 올리비아는 또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또 놀려주려고 벼르고 있던 데니스 왕도 어디론가 사라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쉽네. 이 자식 도망을 가다니.’


아침에 거래 3건을 모두 해치웠더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아 맞다.”


HR부서에 전화를 하여 자넷의 집 연락처를 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그만두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밑에 두고 같이 일할 만한 직원이라 생각하고 점찍어 뒀었다. 내가 이 회사를 나와 내 회사를 차릴 때 데려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비상연락 전화번호는 212 - 285 - 9825. 저녁때 해봐야 겠어.”


그리고 스탠튼의 자리로 가서 책상에 메모를 남겼다.


– 너그러운 제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 차를 타고 다닐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키를 메모지 위에 올려뒀다.


‘설마 이것때문에 해코지를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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