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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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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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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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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그들만의 리그

DUMMY

스탠튼은 나를 쳐다본다. 지원할 사람이라고 했지만 갈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스탠트의 뒤에 서있던 스칼렛은 처음엔 놀란 표정을 하더니 그 표정이 이내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화난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여보. 지난 번에 그 장난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스탠튼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했다.


“이봐 태석! 커네티컷 총싸움에서도 살아남은 자가 뭐 이런 걸 무서워하나? 자네 수영도 잘 한다며. 물론 원한다면 여기 구명조끼를 입고 가도 되지만 그럼 좀 폼은 나지 않겠지. 저 아이스박스를 잡으면 다시 헤엄쳐올 필요는 없어, 내가 갈테니. 어때 해볼만 하지 않나?”


아이스박스가 흐르는 걸 봐서 조류가 좀 세기는 했지만 데리러 온다니 조류를 거슬러 다시 올 필요는 없었다.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이건 거절하기 어렵다. 내가 수영을 못한다면 단호히 거절했겠지만 이미 스탠튼이 내게 물었을 때 잘한다고 말해놓은 바 있다.


이미 한국에서 성남의 저수지를 헤엄쳐 건넜던 적도 있으니 나 ‘김태석’은 수영을 아주 잘한다.


내가 거절한다면 나를 겁쟁이로 몰아갈 것이고 이 얘기는 순식간에 데니스 왕을 통해서 회사에 퍼질 것이다. 여러가지 과장이 더 섞여서.


그 의도가 괘씸했지만 나도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긴 했다. 올리비아도 있고.


‘보트로 데리러 오기까지 한다니 못할 것도 없지.’


그때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여자 목소리.


“왜 저에겐 기회를 안주시죠? 설마 여자라고 차별하는 건 아니죠? 제가 먼저 갑니다.”


“올리비아!’


그 말과 함께 올리비아가 먼저 물로 뛰어들었다.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자세를 보니 많이 해본 솜씨였다.


그것을 보고 나도 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왜 그렇게 바로 행동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주 조금은 올리비아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뛰어들자 마자 올리비아가 있던 쪽으로 헤엄을 쳤지만 보이지 않았다. 조류가 생각보다 빨라 가만히 있어도 빠르게 배에서 멀어졌다.


물에 뜬 채로 두리번 거렸지만 올리비아는 보이지 않았다.


“걱정해서 나를 찾았나요, 태석? 귀여운 구석이 있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올리비아. 자신의 말대로 시골 호숫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수영과 잠수에 능숙했다.


“먼저 가지는 사람이 임자에요.”


올리비아가 꽤 수영을 잘했지만 내가 속도를 내면 제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속도를 조절하며 바로 뒤를 따라갔다.


“우후! 내가 잡았다. 조셉 내가 잡았어요. 여기로."


결국은 올리비아가 아이스 박스를 잡았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조셉의 보트가 이쪽으로 오길 기다렸다. 대략 50미터는 되어 보였다. 조셉과 스칼렛도 우릴 보고 손을 흔들었다.


보트가 다가온다.


우린 물에 떠 있는 아이스박스를 잡고 거기에 지탱해 몸을 쉬며 보트가 이쪽으로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을 잘 하시네요.”


“잘하긴요. 물가에서 살았으니 그런거죠. 태석씨도 잘 하시네요.”


머리가 물에 젖은 모습. 젖은 금발머리를 양손으로 짜내듯 뒤로 젖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점점 이끌리는데···’


그 때 올리비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도 그녀도 서로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그녀에게 더 다가가려는 순간.


“허억. 이게 뭐죠?”


“뭐가요?”


“방금 뭔가 크고 검은 것이 제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뭐지? 날 성추행범으로 모는 건 아니겠지.’


“상어가 아닐까요?”


올리비아가 묻는다.


“네?”


그러고보니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죠스 영화의 촬영지인 마싸즈 빈야드도 나온다. 영화 죠스가 이 근처 어디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기억이 났다.


발밑으로 차가운 조류가 흐르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수온이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물속에 움직이는 것이라도 있는지 살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불안한 얼굴을 보이던 올리비아가 갑자기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하. 아이고. 하하하하. 태석씨 농담이었요. 농담. 놀라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네? 네. 아아.”


‘으씨. 이게 진짜.’


“어어. 조심해요 올리비아! 방금··· 방금 제 발에도 뭔가가 스쳐갔어요. 미끌미끌한 물체···”


그러면서 일부러 물속으로 잠기는 듯한 연기를 했다.


다시 물속에서 올라오면서 그녀를 봤다. 이번엔 올리비아가 놀란 표정을 보인다.


“하하하하. 장난이었지요. 하하하"


“하하하.”


그녀도 웃기 시작했다. 어쩌면 둘다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더 크게 웃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이 그 사이에 조셉의 배가 다가왔다. 보트의 뒤로 수영장 사다리같은 손잡이가 있다.


“먼저 올라가시죠. 상어는 제가 맡을테니.”


“아예 그럼. 상어를 부탁해요.”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스탠튼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의 상금은 올리비아에게로.”


뒤에 서있던 스칼렛은 웃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와 내가 보트에 올라타자 배는 다시 이스트 햄튼으로 출발했다. 벌써 오후 6시. 아직 이곳의 여름 해는 2시간 정도 남아 있다. 보트 갑판에 올라가 다시 눕자 기분좋게 피곤한 것이 잠이 사르르 온다. 햇살도 이제 적당히 죽어 뜨겁지 않았다. 올리비아도 같은 상황인지 내 옆에 타올을 깔고 눕는다.


“태석. 자네 배를 몰 수 있다고 했지?”


“네 면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주는 보트를 모는데 면허를 요구하지는 않고 3시간 정도 비디오를 보면 받는 안전교육 이수증서만 있으면 된다. 예전에 이미 그것을 받아놨다. 그리고 보트운전은 김상건 덕분에 이미 해봐서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 나는 마음 놓고 술을 마실테니 돌아갈 때는 이 배를 좀 맡아주게. 스칼렛도 할 수 있지만 이미 샹그리아를 너무 마셨어.”


스칼렛은 조금 전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나와 올리비아가 수영을 하고 오니 조금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가 없던 사이 말다툼이라도 한 듯 분위기가 어색해져 있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나도 해보고 싶었거든.’


***


내가 배를 몰겠겠다고 한 것은 실수였다. 이미 술에 꽤 취한 스탠튼은 오는 시간 내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배를 운전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막판에 선착장에 배를 대는 것이 조금 까다롭지만 엔진이 두 개라면 이것도 자동차보다 쉽다.


“생각보다 잘 하는군. 태석.”


원래 이런 배는 다 쓰고난 후에는 뒷처리가 몹시 귀찮다. 배를 정박 시키고, 로프를 감고. 소금물을 닦고, 청소하고 커버를 씌우는 등 온갖 잡일이 엄청나게 많다. 과거 김상건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해봐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는 그것을 대신해주는 알바생들이 있었다. 팁만 주면 된다.


우리는 햄튼 요트 클럽이라는 곳에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스탠튼이 준 약도를 보고 찾아가자 정문에는 양복을 입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예약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셉과 친한 듯 친근하게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다.


“헬로 미스터 스탠튼! 저번에 보내주신 화환은 잘 받았습니다. 제 아내가 아주 좋아했어요.”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도노반. 오랜만입니다. 루시도 잘 있지요?”


딱 봐도 부자 백인들로 구성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사교클럽이었다. 비싼 회원비는 둘째치고 일단은 보트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을테니 대부분 사람들은 거기서 걸러질 것이다. 또 그런 조건이 충족되는 사람도 기존 회원들과의 면접을 통해 걸러진다. 이곳에 동양인 멤버는 없어 보인다. 나도 그저 게스트일 뿐. 온갖 인종들이 몰려사는 뉴욕 맨하탄에서는 느끼지 못한 소외감 비슷한 불편함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라커룸에는 대부분 백인 노인들이 큰 흰타올로 몸을 가린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젊은 사람은 나 뿐이었다. 다들 내 몸, 특히 내 왼쪽 어깨에서 가슴과 등까지 이어진 문신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노골적으로 쳐다봤다.


‘이 새끼들이.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기분나쁘게.’


‘노인네들. 불과 몇 개월 전 뉴욕 월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커네티컷 총싸움의 주인공인 나를 못알아 보다니.’


못알아 보는 건 그럴 수 있다지만 나를 보는 눈빛이 살짝 비웃는듯한 아니면 놀라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듯한 그런 표정들. 순간 기분이 더러워져서 한놈 골라서 욕이라도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참은 이유는 혹시 이중에 월가에서 다시 만날 사람이라도 있을까 걱정되어서 였다.


샤워를 하고 나온 라커룸에 블룸버그 터미널이 있었고 TV 모두 경제뉴스 채널에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범상치 않은 곳이다. 다른 곳들이었다면 보통 시끄러운 스포츠 채널이 틀어져 있었을 것이다.


‘아니 옷갈아 입는 라커룸에 블룸버그 터미널을 가져다 놓은 건 정말 처음보네.’


나중에 확인했지만 이 순간 참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내가 나중에 만나게 된 월가의 회장급 인물중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 햄튼 요트클럽의 회원이었다. 다들들 벌거벗고 있으니 누군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한두 명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다.


스탠튼은 조금전에 같이 들어왔지만 바로 사우나에 들어가더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얘써 기죽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락커룸을 나왔다.


“에이. 거지같은 새끼들. 퉤퉤.”


라커룸을 나와 로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배들이 늘어선 선착장을 내려보는 정원이 펼쳐졌다.


‘평일인데도 한가한 사람들이 많네.’


군데군데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술잔과 컵을 든 웨이터들이 돌아다니며 음료를 주고 있었다. 나는 그냥 레몬을 넣은 얼음물을 청해 한 잔 들고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에 햇볓을 받아서 그런지 몸이 노곤했다.


의자에 앉아 멀리 서쪽으로 지는 해를 감상하고 있다보니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하. 상어 사기꾼이 여기 있었네.”


올리비아. 아직도 머리가 조금 젖어 있었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더니 조잘조잘 떠든다. 나에 대해 물었고 나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우린 동문이었지만 하버드는 내가 졸업한 후에 그녀가 들어왔고 비즈니스 스쿨에 다녔기 때문에 그녀의 캠퍼스는 내가 있던 찰스 강의 북쪽이 아닌 남쪽이었다.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바틀리라는 햄버거 가게에 자주 갔던 공통점도 있었다.


‘같은 기간에 다녔다면 맛있는 것 많이 사줬을텐데.’


올리비아는 졸업한 후 LA쪽의 금융회사에서 일을 했고 뉴욕으로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어느 회사인지 물어봤지만 작은 회사라고 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정말 어딘지 알려주지 않으려고요?”


“호호호. 네에. 정말로요. 남자가 왜 이리 집요해요.”


올리비아가 웃으며 넘어갔다. 조금 이상했지만 정말로 작은 회사여서 그냥 창피해서 숨긴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정신이 돌아온 듯 카랑카랑한 스탠튼의 목소리였다.


“여기 다 있었군. 태석 그리고 올리비아. 내 부하들!”


멀쩡해보였지만 손에는 여전히 진앤토닉을 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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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업무평가 23.04.11 186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6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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