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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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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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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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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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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신입생 환영회

DUMMY

“이봐 태석. 그 소식 들었지? 어제 샀던 그 휴렛팩커드 주식 말이야. 오라클이 주당 50 달러에 오퍼를 했더군.”


“오호. 정말입니까? 대박이군요.”


갑자기 스탠튼의 표정이 싹 바뀌더니 나를 째려보며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한 일에 숟가락 얹을 생각은 하지마. 게다가 태석 자네가 계약한 41불은 너무 비싸게 준거야. 제본스 그 자식이 내가 없는 틈을 타 태석 자네를 벗겨 먹은거야. 나였다면 주당 40 달러에 살 수 있었는데.”


이건 좀 너무한다 싶어 나도 눈살을 찌푸리며 스탠튼을 쳐다봤다.


“제본스는 나와의 거래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어. 자네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내가 맞춰볼까?”


“막판에 가서 제본스는 자네에게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주식을 팔게 된것에 대해 분노한 것처럼 막 소리를 질렀을 거야. 그렇지?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하지. 다 그놈 수법이야. 자네와 전화를 끊고 그놈은 웃고 있었을 걸.”


한 방 먹었다.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탠튼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았다.


‘아. 세상 무섭구나.’


“그나저나. 내가 방금 전해준 오라클의 소식을 자네는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이거 실망이군. 라커룸에 블룸버그 터미널도 있고 항상 정보 소스가 넘쳐있었을텐데.”


“아 네. 블룸버그 터미널을 보기는 했습니다.”


“보고만 있으라고 놔둔 것이 아닐세. 사용을 해야지. 잘 기억해두게. 정보를 얻을 기회가 있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말고 일단 알아둬야하네. 이 바닥에서는 사소한 정보라도 제일 먼저, 또 가급적이면 나 혼자만, 아는 것이 힘이야. 오늘 내 말 명심해두도록. 훌륭한 투자자는 항상 정보에 목말라 있어야 해.”


단어 하나하나를 끊으며 과장된 손짓으로 말한다. 나에게 하는 얘기였지만 옆에 올리비아에게 더 신경을 쓰는 듯 했다.


‘이 아저씨 이거. 올리비아에게 멋지게 보이려는 수작같은데.’


그렇다고 스탠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깊이 새겨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본 스탠튼의 뒤쪽에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니스 왕.


‘아아. 분위기 좋았는데··· 저 자식은 또 왜 나타난거야.’


“조셉, 데니스 왕도 이 클럽 회원인가요?”


스탠튼이 뒤를 돌아본다. 멀리 서있는 데니스 왕에게 손짓을 했다.


“아 맞다. 얘기를 안했군. 데니스는 저녁식사에 참여하라고 내가 초대했네. 괜찮겠지?”


“물론이죠.”


데니스 왕이 걸어오더니 올리비아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멋진 밤이지요, 올리비아?”


‘어휴 자식. 뭔 쌍팔년도 영화 멘트를.’


나에겐 차갑게 고개만 끄덕인다.


“조셉. 얼굴이 더 좋아보이네요. 건강해보여요.”


“그래 고맙네. 낮에 배를 타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자네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하하하. 그래도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지?”


“그래 내가 없어도 회사에는 별 일 없었겠지?”


“네 별일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하긴 뭐 핵심인력인 데니스와 자넷이 회사에 남아 있었으니 무슨 일이 있을 수가 없지. 하하하"


그런데 데니스 왕의 표정이 이상하다.


“자넷이요? 자넷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기에 와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들은 스탠튼의 얼굴이 마치 풍선 바람이 빠지듯 일그러진다.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는데. 전화도 없었나?”


“네.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스탠튼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하다가 멈췄다. 날 의식한 건지 말을 하지 않고 데니스 왕과 눈빛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것 같았다.


그때 칼 아이젠버그가 등장했다.


항상 그렇듯 나비 넥타이.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정장차림이었다. 원래 야외활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 에어컨이 없는 곳에는 가지 않을테니 그리 덥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조용해지며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다. 마치 리더 늑대가 나타나기라도 한듯 다들 앞에서 아양을 떠는 모습이다. 내가 라커룸에서 봤던 노인네 몇 명도 그에게 다가가 다정한 듯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주변에 몰린 사람들을 물리고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우리 식구들 모두 모였나? 그럼 식당으로 들어가지.”


칼 아이젠버그. 어딜 가나 유명인사이지만 그다지 티를 내지 않는다. 아마도 연출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나와 올리비아를 양옆에 앉혔다. 일종의 신입생 환영회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물론 아이젠버그는 나보다는 올리비아에게 주로 질문을 했지만.


‘내가 입사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더니 올리비아가 들어오니 달라지네.’


상관없었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 권력을 가진 자들이 늙은 남자들이고 그들은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 하긴 나도 나중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세상은 여자가 유리하다.


그래도 식사가 끝나고 남자들끼리 시가와 꼬냑을 마시는 자리가 만들어지자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줬다. 나는 커피를 마셨다.


“미스터 김, 자네는 요즘 어떤 회사를 관심두고 있나?”


순간 당황했다.


‘이걸 여기서 말해도 되나? 데니스 왕 저 자식도 들을텐데.’


눈치빠른 아이젠버그.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허허허허. 괜찮아. 내가 여기 듣고 있으니. 나중에 조셉이 자네 아이디어롤 훔쳐서 돈을 벌더라도 거기에 대한 보너스는 안줄테니 말해보게.”


하지만 데니스 왕이 이미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셉 스탠튼 역시 스칼렛과 대화를 멈추고 있었다.


“클로비스 헬스라는 회사를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셉이 지시한 회사입니다. 시카고 근처 오로라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회사인데 의료정보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지금 다른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전망이 밝습니다. 지금 당장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대기업이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특히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보험사가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이젠버그는 예상외로 시큰둥했다.


“그렇군. 잘해보게. 뭐 다른 것도 있나?”


“루센트 테크놀로지. 텔레컴 회사입니다. 통신 인프라가 광섬유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유망한 곳이죠. 제 동기가 이곳에 근무합니다.”


이 당시의 루센트 테크놀로지는 주당 5 달러 수준에서 90 달러 수준까지 폭등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폭망하여 프랑스 알카텔에 인수되지만 당분간은 가장 전망이 좋은 회사다.


“조만간 모두가 눈여겨보게 될 회사입니다.”


“그건 괜찮아 보이는군. 그 동기와 친한가?”


“네. 자주 연락하는 사이입니다.”


그 말을 한 것이 실수였던 듯 하다.


부드럽던 아이젠버그의 인상이 갑자기 구겨진다.


“자네가 아직 신참인 건 알고 있어. 그러니 내가 말해주는 걸세. 우리 회사는 항상 업계 최고 수준의 도덕성을 유지하는 회사야. 친구를 통한 내부거래 의혹이라던가 그런 것이 나오면 나는 가장 유능한 직원이라도 가차없이 해고해 버릴 것이네. 아니 내가 제일 먼저 뉴욕 SEC에 고발해버릴 것이야. 의혹만으로도 말이야. 이 말 꼭 명심하게. 내 이름에 먹칠하면 가만두지 않아.”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말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우린 항상 선두에 서 있어. 그만큼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는 말이지. 향상 조심해야 하네.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이나 제 보스 조셉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런 자세. 아주 좋아. 루센트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내게 직접 보고해주게. 아주 관심이 가는군. 젊은 친구가 냄새를 잘 맡는구만.”


아이젠버그가 그 정도로 넘어가는 듯 했지만 이대로 점수를 깍일 수는 없는 노릇.


“회장님 젊었을 적 얘기 좀 해주십시요. 젊은 시절 꽃미남 형이셨다는 말을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의대를 포기하고 월가로 진출해 전설이 되셨던 그 시절.”


“허허허. 다 늙은 놈 옛날 얘기는 왜. 1970년대 말쯤. 자네 나이 때엔 말이야···”


어딜가나 똑같다.


한국식으로 아부섞인 농담들을 해가며 깍듯이 대했더니 아주 좋아한다. 과거 내가 주성에서 살아남으며 갈고 닦은 경지에 이른 아부 스킬이다. 게다가 김태석이 몸에 들어온 덕에 영어도 유창하게 나온다. 미국에서 개인취향 다 존중받아가며 쉽게쉽게 회사생활한 놈들은 상상도 못한다.


‘미국인은 격식이 없기는 개뿔. 평범한 미국인은 그럴지 몰라도 여기 이놈들은 똑같다. 특히 유태인들은 한국인과 비슷한 점이 많아. 나중에 한국식 접대 맛을 보면 아주 눈돌아가겠구만.’


아이젠버그가 만족한 듯 시가를 뻑뻑 피워대며 웃고 있다.


“사실 지난 한 달동안 자네가 아무런 진척이 없어 보이길래 조셉을 조금 갈궜었네. 사람 잘못 뽑았다고. 뭐 열심히 하고 있었구만. 자네가 루센트 건으로 실적을 올리면 내가 조셉에게 사과하겠네. 허허허.”


“그런데 자넷이 안보이는군. 내가 차익거래팀 모두 초청하라고 했었는데.”


못들었을 리가 없는데 스탠튼은 못들은 척 딴청만 부리고 있었다. 한편 스칼렛은 자넷에 대한 말을 듣자마자 다른 대화를 멈추고 눈을 번뜩이며 스탠튼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부부. 분위기가 살벌한데. 괜히 중간에 끼면 곤혹스럽겠어.’


스탠튼이 딴청을 부리자 아이젠버그가 인상을 쓰며 당장 소리라도 지를 듯한 기세였다.


재빨리 수습해야만 했다.


‘주제를 돌려야 겠다. 안그러면 스탠튼 한 소리 듣겠네.’


“저기 회장님. 원래 우리 아이젠버그 엔터프라이즈는 두 명의 창업자가 있지 않았습니까? 앤드류 도버라는 창업자도 있던 걸로 나왔던데. 그 분은 제가 못 뵌것 같아요.”


그 말에 아이젠버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한참 바라본다.


“사고로 죽었어.”


“아아. 그런 일이.”


“경비행기를 몰다가 추락해서 죽었지. 나와 만나러 오던 길이었지. 날씨가 좋지 않아서 내가 그렇게 오지 말라고 말렸지만 내 말을 듣지 않더니···그렇게 됐다네. 우리 회사의 대부분 일이 뉴욕에서 이뤄지지만 본사를 플로리다에 둔 것도 그 녀석을 기리기 위한거야. 그 녀석의 고향이 거기고 우린 거기서 밑바닥부터 시작했거든.”


그렇게 말하는 아이젠버그의 목소리가 조금 변해 쉰 목소리가 됐다. 감정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자신의 코냑 잔을 든다.


“앤드류를 위하여.”


“위하여"


나도 내 물컵을 들었다. 딴청 부리던 스텐튼도 어느새 눈치있게 자신의 코냑 잔을 들었다.


식사와 술자리는 저녁 10시 쯤 되어 아이젠버그가 자러 간다고 하면서 끝났다. 아이젠버그도 이 근처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들 식당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었다. 해가 지니 날씨도 선선해졌고 바닷바람 냄새에 잔디밭 위로 반딧불이 날아 다니는 아름다운 여름밤이었다.


“잠깐 나와 따로 얘기좀 할까?”


스탠튼이 나를 부른다. 뜨끔했다.


‘루센트 때문인가?’


루센트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아직 스탠튼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었다. 아이젠버그가 갑자기 묻길래 어쩔 수 없이 말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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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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