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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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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800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3.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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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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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형이 여기서 왜 나와?

DUMMY

잠시 얼어붙은 듯 움직이질 못한다. 하지만 바로 가방을 내게 던지더니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잽쌌었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바로 달려가 한손으로는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채를 움켜쥐고 흔들었다. 그리곤 내 차앞으로 왔다. 번쩍 들어 트렁크에 꾸겨 넣듯 거칠게 밀어 넣었다.


“아악. 저리가. 그 손 치워!”


가지고 있던 전선정리용 케이블 타이로 팔목과 발목을 묶었다. 그간 쌓인 감정을 섞어 살이 빨개지도록 세게 묶었다.


“아아. 아파. 손 끊어지겠어. 이거 풀어. 사람살려! 여기 도와주세요.”


“시끄러. 여기서 죽이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


하지만 이미 막무가네로 차 트렁크크안에 밀어넣은 상태. 잠시 망설이다가 가지고 있던 헝겊으로 입을 막았다.


일단은 기가 좀 죽을 때까지 트렁크에 넣고 몇 시간 돌아다니다가 얘기를 해보려 한다. 저녁이 되자 낮처럼 덥지는 않았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중심가를 빙빙 돌았다.


두 시간 정도 그렇게 트렁크에 가둔 채로 호놀룰루 도심을 배회하다가 호놀룰루의 명소 하나우마 베이가 보이는 언덕쯤 차를 세웠다. 시간이 늦어 관광객이 빠져나간 주차장.


트렁크를 열자 예상대로 힘이 빠져 있었다. 화장이 번져 눈가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트렁크 안에서 옆으로 누워 눈만 반짝이고 있었다. 지쳤는지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머리채를 잡고 번쩍 들어 트렁크에 앉혔다.


편의점에서 산 스크류 드라이버를 신문지로 싸맨 것을 총인 것처럼 속이고 들이댔다. 조잡해 보이긴 했지만 밤이라 어두워 알 수 없을 것이라 믿고 그냥 밀어 부쳤다.


‘이게 총이 아니라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내가 손해볼 건 없지.’


“나타샤! 내가 오늘 기분이 아주 좋지 않다. 사람 하나 잡고 싶은. 딱 그런 기분이거든. 여기서 널 살려줄 수도 있지만 그럴려면 네가 꽤 노력을 해야할거야. 일단 처음부터 다 얘기해봐. 들어보고 판단하게.”


우는 척 연기를 하는 듯 훌쩍이며 말했다.


“흐흑. 뭘 얘기하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싸대기를 날렸다.


–쫘악!


“이게 확! 아직 정신 못차렸어! 살고 싶은 니가 알아서 주제선정을 잘 해야지. 내가 하리?”


“살려주세요.”


그래도 힌트는 줬다.


“벤자민 모리스부터 시작해봐.”


한숨을 길게 쉬더니 얘기를 했다


“사실 저는 시키는대로만 했을 뿐이에요. 벤자민 모리스도 잘 몰라요. 중간에 소개시켜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게 누군데?”


“제 룸메이트 마이크에요. 여기 클럽에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마이크? 남자야 여자야? 지금 어디 있는데?”


남자 이름이었지만 요즘엔 남자이름을 쓰는 여자도 있고, 성전환자도 있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있어 성별을 알 수없다.


“남자에요. 오늘은 비번이라 집에 있을거에요.”


“남자라고?”


그 순간 배신감이 10배쯤 증폭됐다. 그리고 긴장감도 더해졌다. 남자라면 최소한 격투를 벌여야 하니.


“너희 년놈들이 사는 집은 1108 알라모아나겠지? 가격은 3백만 달러 정도하는 아파트니 너희들 집은 아니겠고. 벤자민이 살게 해줬겠지.”


며칠 전 발견했던, 데이비드에게 온 고지서에 쓰여 있던 주소였다.


정확한 주소를 듣더니 깜짝 놀란다.


“그걸 어떻게···”


“놀라긴. 난 이미 다 알고 여기 온거야. 이제 그 룸메이트 만나러 같이 가보자구. 미안하지만 트렁크에 잠시 더 있어야겠어.”


“아니 잠깐···”


다시 트렁크를 닫아 버렸다.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던 미안한 생각이 싸그리 사라졌다.


‘다른 남자와 살면서 나를 놀려먹었다 이거지. 이 새끼는 그걸 다 알면서 날 보고 낄낄거렸겠군. 어떤 새낀지 오늘 잘 걸렸다. 넌 최소 전치 8주다.’


* * *


[같은 시각 뉴욕시]


워싱턴 DC에서 급히 뉴욕으로 출장을 온 알렉스 킴. 맨하탄 남쪽에 위치한 뉴욕검찰청으로 향했다.


지난 밤 알렉스 킴이 긴급히 하달받은 새로운 명령은 뉴욕검찰청의 필 뉴마크를 만나는 것. 그를 협박해 그의 사건을 빼앗아 오라는 것이 개디스 의원의 지시였다.


무슨 일인지도 정확히 모를뿐 아니라 내키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은 상대하기가 쉬웠다. 물리적인 힘과 권력을 가진 기관일수록 상대가 더 강한 것을 알게 되면 쉽게 굴복한다. 게다가 뉴마크가 자신의 피의자와 꾸미고 있는 일도 법적으로 깨끗한 일은 아니었다.


“태석 김. 당신들이 작업하고 있던 친구가 이 친구인가? 그의 아파트에 요원을 보내서 작전을 펼쳤다는 말이군. 그런데 왜 민간인 지원자를 쓴거지? 위험하잖아?”


“이미 별도로 진행되던 일이 엮여있어서 뺄 수 없었습니다.”


개디스가 알렉스 킴에게 내린 명령중에는 김태석이라는 인물의 동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고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개디스와 친분이 있는 한국의 유력정치인의 입김이 있었다는 정보도 CIA 동료를 통해 알았다.


‘이 태석 김이라 자는 나와 성이 같군. 미국 국적자이긴 한데 대한민국에서 대부분 살았었군. 왜 이번 일과 엮어서 죽여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네네.’


필 뉴마크 검사는 아직도 영문을 모른채 앉아 있었다.


“아무튼 이 사건은 이제 우리가 접수한다. 그간 자료 모두 스캔해서 컴퓨터 화일로 넘기고 관련 담당자들 모두 소집해서 디브리핑 준비해주시요. 내일 9시까지.”


뉴마크 검사의 벙찐 표정을 무시하고 바로 전화기를 들어 부하직원을 호출한다.


“제니퍼 박 요원 말이야··· 그래 원래 이름은 수잔 루이스 민. 지금 뉴욕 사무실에 파견와있지? 잘 됐군. 오후에 나 좀 보자고 해.”


필 뉴마크는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 마냥 울며 반항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찍 소리 못하고 일을 넘겨야 했다.


상대방은 그가 억울하다고 반발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


에밀리의 아파트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차가 꽤 막혔다.


“아니 하와이도 길이 막혀?”


에밀리의 아파트 방문객이라고 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경비원이 있었지만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화장이 지워지고 운 흔적은 있지만 얼굴에 상처가 없었기 때문.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을 때를 기다려 올라갔지만 주민인듯 한 사람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쳤다. 처음엔 놀랐지만 연인끼리 싸우고 운 것이라 생각한 듯 못본 척 해줬다.


엘리베이터에서 바깥 광경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탁 트인 밤바다가 장관이었다. 이런 지저분한 일이 아니라 여행으로 왔으면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 서서 에밀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마이크라는 니 친구가 벤자민을 안다고 했었지.


“네,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술집에서 친해졌을 거에요. 마이크는 한 때 LA에 꽤나 큰 가라오케를 가지고 있었어요. 둘이서 뭔가 돈을 벌 기회가 있다고 하더니 저에게 일을 부탁한 거였어요. 맹세컨데 저는 일의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대로만 했을 뿐이에요.”


“미안하게 됐어요. 태석. 당신의 여자친구 역할만 며칠간 해주면 큰 돈을 준다고 하기에 응했던 거에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미안해요.”


“얼마.”


“네에?”


“얼마 준다고 했냐고.”


“저는 단지···”


“얼마 받았는지 말 안햇!”


“... 30만 달러요.”


‘꽤 많이 받긴 했네.’


“그날밤 내가 밖에 나갔다 왔을 때 집에 있던 사람은 누구지?”


“몰라요. 그냥 각본에 맞춰 나타난 사람이고 난 그와 같이 온 사람이 시키는대로 분장을 하고 움직였을 뿐이에요. 저는 그날 밤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돌아왔어요.”


“이게 다에요. 저는 정말 벤자민과 그의 친구가 어떤 계획을 짜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건지도 몰라요.”


불쌍한 표정으로 나에게 동정을 구하려는 티가 났다. 그게 더 나의 화를 돋웠다. 한 대 더 치려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총 같은 거 집에 있나?”


“그건 모르겠지만 제 룸메이트 마이크는 당신이나 저와는 다른 사람이에요. 벤자민과도 다르고요. 범죄조직과도 잘 어울리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라구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총 있냐고.”


“아니요. 그런 걸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말했듯이···”


“시끄러. 그러니까 집에 총은 없다는 말이지?”


‘믿지는 않았다.’


집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에밀리를 이용해 무방비 상태로 밖에 나오게 해서 습격할 생각이었다.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았지만 없었다. 다만 소화기가 밖으로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흔히 보이는 빨간 소화기. 보통 유리문 안에 들어 있지만 이것은 밖으로 노출되어 고리에 걸려 있었다.


소화기를 빼서 들어봤다. 꽤 묵직했다. 제대로 후려치면 큰 타격을 줄만 했다.


‘그래 문밖으로 그 놈이 머리를 내밀면 이걸로 내리치면 되겠어.’


“일단 네가 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그놈을 불러. 그놈이 밖으로 나오도록 직접 부르란 말이야. 벨을 누르고 서있기만 하지말고. 알았어?”


“마이크는 성격이 과격해요. 제발 부탁인데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안될까요?”


“개소리하지 말고. 여기 문에 서서 친구를 불러.”


주저하더니 결국 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마이크. 마이크.”


긴장한 채 소화기를 들고 기다렸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집에 있다며. 어디 밖으로 나간 것 아니야?”


“글쎄요. 이상하네.”


“한번 더 불러봐.”


“마이크.”


집안에서 소리가 났다. 발을 질질 끄는 소리와 변기 물내려가는 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


바닥에 실내화를 끄는 소리가 점점 가까와지고 있었다. 소화기를 쥐고 있는 내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에밀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문에서 물러나고 있었다.


“에휴. 그냥 문 열고 들어오면 되지. 이게 열쇠를 또 잊고 안들고 갔···”


한국말이 들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놀라고 궁금해할 시간이 없었다.


– 찰카닥.


문을 열고 내미는 머리통에 소화기 통을 그대로 휘둘러 버렸다.


-타앙.


경쾌한 타격음이 나면서 안에서 나오던 남자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 졌다. 그가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이 날아가면서 움직이던 내 발에 밟혀 부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 넘어진 그의 얼굴을 발로 강하게 걷어 찼다.


–퍼억


너무 쉬웠다.


에밀리의 말을 듣고 나는 문신을 한 근육질의 백인남성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총이나 무기를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으니.


한치라도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두 번이나 공격한 것이었다.


처음보는 폭력적인 모습에 놀란건지 에밀리는 입만 벌리고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버킬인가? 내가 조금 과했나?’


그런데 정신을 잃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내게 멱살을 잡혀 끌어 올려진 남자의 얼굴을 보고 이번에는 내가 놀라 쓰러질 상황이 되어 버렸다.


상상 외의 인물이었다. 꿈에도 상상 못할. 뭔가 말도 안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 반바지같은 팬츠에 목 늘어진 허연 런닝셔츠를 입은 남자. 충격적인 사실은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


한국인. 한국인 남성치고도 왜소한 스타일.


내가 아는 사람. 하지만 그를 이곳에서 만날지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진짜.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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