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재벌의 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84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4.15 08:15
조회
150
추천
2
글자
12쪽

3-스탠튼의 기행

DUMMY

몽유병 환자처럼 계단을 걸어 올라가던 스탠튼은 끝까지 올라가 난간에 기댄 채 그냥 서 있었다.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같이 따라온 올리비아가 비명을 질렀다.


“위험해요. 누가 조셉을 잡아야···”


스탠튼이 기대고 있는 난간의 뒤로 떨어지면 옥상 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건물 아래 도로로 떨어진다. 이스트 52번가 도로. 바로 175 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탠튼은 휘청거리는 철제난간에 기대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건들건들거리는 그의 몸이 휘청하며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아아악. 누가 좀 잡아봐요.”


올리비아의 비명소리.


데니스 왕이 쫓아 올라갈 리가 없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뒤로 빠져서 보고만 있었다.


‘올라갈 사람이 나밖에 없다.’


급히 철제계단을 타고 스탠튼이 서 있는 꼭대기로 올라갔다. 스탠튼을 잡고 완력으로 끌어내릴 생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 스탠튼이 나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다가 오지마. 난 좀 쉬어야 해.”


그리곤 다시 몽유병 환자 모드. 또 고개를 숙이고 뭔가 중얼거리고 있다.


“조셉! 정신차리라고.”


그때 내 뒤에서 소리지르는 데니스 왕. 이 녀석이 날 따라 올라올 줄은 몰랐다. 나를 밀치더니 데니스 왕이 거침없이 스탠튼에게 걸어갔다.


“다가오지 말라고.”


스탠튼이 다시 경고했다


너무 위험해 내가 욕을 했다.


“데니스 왕 이 빌어먹을 놈아. 다가가지 마. 조셉이 뛰어내리려 하잖아!”


내 말을 무시하고 다가가자 스탠튼이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다리를 하나 든다 나머지 하나를 들면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급하게 뛰어간 데니스 왕이 스탠튼의 오른쪽 다리를 끌어안듯 잡았다.


나도, 그리고 올리비아도 급히 달려가 그의 상체를 잡아 끌어올렸다. 넥타이 끝을 잡으려 했으나 놓쳐버렸다. 대신 벨트를 잡았다. 공간이 나오지 않아 올리비아는 뒤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자 두 명이 꽉 잡고 있으니 넘어갈 일을 없었다··· 고 생각했다.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데니스 왕.


“조셉 걱정하지마 내가 잡았어. 내가 구해줄게.”


자신이 크게 떠드는 것과 달리 데니스 왕은 스탠튼의 다리를 들어 올리며 난간 뒤로 넘기려 하고 있었다.


‘이 새끼 왜 이래?’


스탠튼의 상체를 잡은 내가 그를 노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탠튼을 뒤로 밀어 던지려 있는 힘을 다해 밀어 붙이고 있었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스탠튼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 살기가 어려있었다.


‘이 새끼 진짜 뭐지?’


하지만 데니스 왕은 완력으로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해 한손으로 잡고 있는 스탠튼의 벨트를 끌어 당겼다. 줄다리기를 하는 자세. 스탠튼이 끌려오는 순간 스탠튼의 넥타이도 잡았다.


“됐다.”


벨트 앞쪽과 넥타이 안쪽을 양손으로 잡으니 이제 자세가 제대로 잡혀서 다리를 잡고 있는 데니스 왕이 밀어봐야 자칫하면 본인이 떨어지게 되는 형국이 됐다.


계속 끙끙거리다가 그제야 힘의 차이를 느낀 데니스 왕이 포기하고 갑자기 스탠튼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곤 크게 소리친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구해준다고 했잖아! 조셉. 괜찮아. 이젠 안전해. 내가 살렸다구!"


정말로 야비한 놈이다.


황당했다. 내가 황당한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날 쳐다보지도 않고 의기양양 모습으로 소리를 친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한 것처럼 아직도 비몽사몽인 스탠튼을 업고 내려왔다.


“올리비아. 옆에서 부축 좀 해줘요.”


“태석 킴! 뭘 보고만 있어. 너는 911에 전화를 하고.”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


스탠튼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은 차익거래팀만 알고 있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원래 투자를 담당하는 사람의 정신건강상의 문제는 인사부서에 알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데니스 왕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이 직접 알릴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다.


아직도 몽롱한 상태인 스탠튼은 데니스 왕이 안다는 의사에게 비밀리에 실려갔고 우린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의 뉴욕생명보험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스탠튼이 데니스 왕과 함께 의사에게 간 후 올리비아와 이번 일을 복기해봤다.


‘스탠튼은 자살을 하려 했던건가? 아니면 약물에 취해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한 것인가?’


그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했다.


올리비아가 한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아침에 스탠튼과 데니스 왕이 회의실에서 수근거리며 비밀스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자넷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회의실에서 나온 데니스 왕이 커피 두 잔을 들고 가는데 분명 그 중 한 컵에 액체로된 뭔가를 타고 있었다고.


자신의 커피에 자신이 먹는 약을 탄 것인지 아니면 스탠튼의 커피에 뭔가를 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후자 쪽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내 의심일 뿐 물적 증거는 없었다. 게다가 데니스 왕이 잘 안다는 의사에게 갔다고 했으니 있던 증거도 사라졌을 듯 하다.


***


[다음날 오전 7시]


어제 스탠튼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어제 했어야 할 일들이 모두 미뤄졌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있다.


“굿 모닝. 다들 일찍 나와 있구만.”


스탠튼이었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힘찬 모습으로 나타났다.


“몸은 괜찮으세요?”


“몸? 나 말인가? 당연히 괜찮지. 펄펄 날아다닐 것 같아.”


일부러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혹시 기억 자체를 못하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트레이딩 사람들은 자네 이야기만 하고 있어. 대단하네. 뉴욕생명보험 말이야. 내가 제일 처음 말을 꺼내긴 했지만 내 생각엔 이건 자네가 해낸 거라고 봐야겠네.”


할 말을 잃었다. 입을 벌린채 반응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아니 자기가 메모까지 써서 지시해놓고 지금 와서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지?’


“미스터 스탠튼, 제가 메모를 통해 지시를 내린 것도 있다시피···”


“메모? 무슨 메모? 내가 메모를 자네에게 줬다고? 난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뭐 아무렴. 상관있겠나. 잘해봐. 또 하나 큰 건 기대하고 있겠네. 자네가 찍어둔 회사가 하나 더 있었잖아? 루센트였나?”


내 어깨를 툭툭치고는 힘찬 걸음으로 빠르게 커피머신 쪽으로 걸어갔다.


황당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오늘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온 것은 다른 이유에서 였다. 루센트 사에 대한 자료들을 프린트해가기 위해서였다. 오늘 캘리포니아에 방문해 창업자를 만나겠다고 출장계획서를 이미 제출했었다.


자료들을 프린트하기 위해 프린트기가 있는 복사실로 가자 데니스 왕이 그곳에 이었다. 내 여행가방을 보더니 대뜸 소리를 지른다.


“지금 일 안하고 어디가는거지?”


“출장. 루센트 테크놀로지 사와 약속이 있거든.”


“뭐 지금 출장을 간다고? 조셉이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아니. 내가 인사부서에 제출한 출장계획을 따로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모를걸. 확인해 봤다면 알 수도 있고. 그런데 그쪽인 뭔 상관이지? 입사 때 조셉이 말했다시피 투자회사에 대한 리서치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출장을 보장하는 것 아닌가?”


데니스 왕이 내가 나가려는 문을 팔로 막다시피 하면서 나를 붙잡는다.


“아니야. 아무래도 이건 조셉의 허락을 받아야할 일이야. 조셉에게 가서 물어보고 와. 우리 팀의 보스는 조셉이야.”


‘이 자식이.’


데니스 왕이 조금전까지 빵을 집어먹던 기름진 손으로 나의 하얀 와이셔츠 팔깃을 잡자 기름이 번졌다. 내 옷을 일부러 더럽힌 것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꺼내지 않으려 했던 말을 꺼냈다.


“그래? 그래서 니가 보스가 한번 돼 보려고 어제 조셉을 밀어버리려 했었나? 다른 사람은 못봤지만 나는 봤어. 니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그리고 조셉의 커피에 약을 탄 것 아무도 모를 줄 알았지? 나도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조만간 인사부서에서 연락이 갈거야. 아니면 경찰서일 수도 있고.”


커피에 약을 탄 건 그냥 질러 본 이야기다. 반응을 살펴봤다.


예상외의 분노 대폭발!


바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 빌어먹을 놈이. 네가 지금 날 지금 살인자로 모함하는 거야?”


“맞잖아? 어제 조셉이 떨어져서 죽었다면 이 차익거래팀의 팀장은 당신이 되는거고. 매일 그런 꿈을 꾸면서 회사에 나오는 거 아니야? 정면승부보다는 그런 비겁한 짓으로 승진하려는. 그런데 그거 범죄행위인거 알고 있지? 약물까지 타서 비몽사몽하게 만들고. 이건 살인미수야.”


내 말을 듣고 더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 뭐라고? 증거는 있어? 내 걱정하기 전에 네 앞가림이나 하라구. 범죄자는 바로 너야! 넌 이제 내부거래로 10년을 감옥에서 썩을거야. 왜냐면 네가 내부거래를 했다는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거든. 하하하하. 멍청한 한국놈.”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확 들었다.


‘이놈들이 뭔가 있구나.’


“그래? 좋다. 그럼 나도 혼자 갈 수는 없지. 내가 가더라도 넌 꼭 끌고 들어가준다. 너도 무사하진 못할거야. 나도 증거가 있거든.”


증거는 개뿔. 그런 건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귀가 얇은 데니스 왕에게는 효과만점.


“이 내부거래자 자식. 도저히 안되겠군.”


분노조절을 못한 데니스 왕이 손찌검을 하려는 듯 오른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 정도 스피드로는 어림도 없었다. 모두 눈에 보였다. 고개를 숙이며 그의 오른쪽 옆구리 쪽으로 다가가 왼손 훅을 몸통에 꽂았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 간이 위치한 지점으로 정확히.


–허억


바람빠지는 소리. 리버샷이다. 제대로 맞았다. 이거 하나로도 당분간 못 일어나지만 하나로는 섭섭하다.


바로 몸을 일으키며 그놈의 주둥아리에 오른손 스트레이트.


데니스 왕의 앞니가 무너지는 것이 주먹에 느껴졌다. 하지만 당장 데니스 왕은 그것보다 간 부위를 맞은 고통에 더 괴로울 것이다. 맞아본 사람은 안다. 숨을 쉬기도 어렵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입에서 나온 피로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고통스러워 하는 그 놈의 귀에 대고 속삭여줬다.


“데니스. 널 처음봤을 때부터 해주고 싶던거였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무도 통쾌하고 짜릿했다.


복사실 주변에 있던 젊은 직원 세 명이 이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내가 보복을 할까봐 그랬는지 아니면 데니스 왕을 나처럼 싫어하는지. 그에게 다가가 도와주려는 직원은 없었다.


하지만 바로 잠시 놓고 있었던 정신줄이 돌아왔다.


‘아 이 회사. 더 다니기 어렵겠다. 제기랄.’


아마 이 출장을 다녀오면 내 책상은 없어져 있을 것이다.


아직도 쓰러져 정신 못차리고 있는 놈을 곁눈질로 보면서 프린트물을 챙겨 가방에 넣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


– 다다다다닥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의 등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3-카슨 시티 23.04.19 147 3 11쪽
80 3-타호시티, 네바다 23.04.18 143 3 12쪽
79 3-금융범죄 - 아메리칸 스타일 23.04.17 142 2 11쪽
» 3-스탠튼의 기행 23.04.15 151 2 12쪽
77 3-뉴욕생명보험 23.04.14 168 2 13쪽
76 3-수상한 투자 23.04.13 182 1 12쪽
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5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6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6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29 2 12쪽
68 3-스칼렛 23.04.04 217 3 11쪽
67 3-이스트 햄튼으로의 초대 23.04.03 234 3 12쪽
66 3-동료이자 경쟁자 23.04.01 251 3 12쪽
65 3-첫 테스트 23.03.31 260 3 12쪽
64 3-행동주의 펀드 23.03.30 265 3 12쪽
63 2-어찌됐든 이번 퀘스트는 성공 23.03.29 281 4 12쪽
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2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6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57 2-형이 여기서 왜 나와? 23.03.22 321 3 12쪽
56 2-하와이 +2 23.03.21 286 3 12쪽
55 2-혼돈 23.03.20 299 3 13쪽
54 2-예지몽 23.03.18 315 4 13쪽
53 2-제리코 23.03.17 318 3 13쪽
52 2-아더 앤더슨 23.03.16 34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