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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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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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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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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제리코

DUMMY

“회사방침과 개인적인 운영방식에 차이가 커서라고 할까요. 데이비드는 외부로 나가 굵직굵직한 거래 같은 것을 주로 하고 싶어했지만 회사에서는 자잘한 관리자의 일들을 너무 많이 줬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미래의 CEO감으로 보고 그런 것인데 정작 자신에게는 그것이 맞지 않았던 겁니다.”


준비하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나쁜 얘기는 빼고 좋은 것만 알려줬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오. 알파인은 언제 설립했소?”


‘이 양반은 바쁘다면서 쓸데없는 말을 끝낼 생각이 없다. 이제 좀 끊어야 겠다.’


“2년쯤 됐습니다. 바쁘시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가 최근에 텍사스 쪽의 작은 석유회사를 자문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의 오너가 이제 사업을 매각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오. 그래요? 어느 회사죠?”


“하하. 아시겠지만 비밀유지조약이 있어서 어디라고 밝히기는 곤란합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연한 것이기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희 생각에 매수자로서로 엔론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었는데 제가 확인해보니 아더 앤더슨이 바로 엔론을 클라이언트로 가지고 있더군요. 엔론같은 기업을 고객으로 가지시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다시 한번 더 띄어줬다.


“하하. 내가 작년에 딜로이트를 제끼고 따낸 것이지. 회사에선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엔론을 따낼 줄은 아무도 몰랐지. 모두 다 내가 혼자서 해낸 일이야. 정말 대단했었어.”


‘저렇게 대놓고 자화자찬을 할 수 있는 것도 재주다.’


“그래서 말인데요. 엔론쪽 경영진을 잘 아시니 저희 알파인쪽과 연결을 해주실 수 있다면 아더 앤더슨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도와주시면 저희도 잊지 않고 앞으로 힘을 보태드리겠습니다. 데이비드 마이어가 발이 넓은 것은 잘 아시지않습니까?”


“이미 말씀하셨지만 저희가 조사한 결과 워낙에 엔론쪽 경영진들과 돈독한 관계시더군요. 그래서 데이비드 마이어가 특별히 드리는 부탁입니다.”


아부와 칭찬에 특히 약한 사람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티가 바로 났다.


“커허허. 역시 말로만 들었는데 데이비드 마이어가 치밀한 사람이군. 내가 당장 엔론 CFO를 연결해보도록 하지.”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이젠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아. 캐롤라인. 피터는 지금 사무실에 있는가? 허. 또 워싱턴에 가 있다고? 그럼 하워드는 있겠지. 전화좀 돌려주게.”


잠시 음악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하워드! 오랜만이요. 다름이 아니라 내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사람들과 만났는데 텍사스 지역의 석유회사 하나가 매물로 나온 것이 있다고 하더군. 엔론과 시너지를 보일 것 같은 업체던데 말이야. 아아. 회사는 알파인이라고 아마 못들어봤을거요. 하지만 데이비드 마이어는 들어봤겠지. 그가 얼마전 차린 회사요··· 허허 걱정 붙들어 매시오. 괜찮은 딜이 아니었으면 내가 소개를 했겠소?”


“그래요. 이름은 태석 김이라고. 내가 전화번호를 주겠소. 오늘 중에 통화를 해보시오.”


자기 멋대로 약속을 잡아버리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본다. 그리곤 시계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는 크리스토퍼. 벌써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무실을 같이 나가며 대화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자리에 없던 사람이 CFO였던 거죠?”


“맞소. 앤드류 파스토가 CFO였고 지금 통화한 사람은 그 밑에 하워드 아이작이요. 하워드가 실무는 더 잘 알고 있으니 만나보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요. 어차피 일이 잘 된다면 앤드류는 나중에라도 만나면 되니까.”


기대치 못한 큰 수확이었다. 나에게 전달된 이상했던 이메일의 주인공 크리스토퍼를 직접 만났고 그와 관련한 엔론의 경영진까지 연결되었으니.


크리스토퍼 레셀을 직접 만나보니 이메일에 쓰여졌던 일들이 사실이고 또 그가 그 일들과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증거는 없지만.


크리스토퍼는 나의 예상대로 행동이나 말에 그다지 신뢰가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총을 든 괴한에게 명령을 내릴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사기꾼은 될 지언정 폭력을 사용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그럼 나머지 하난데. 이 고든이라는 놈만 못찾았네. 여기 아더 앤더슨의 직원이 아닌가? 뭐 찾는 방법이 따로 있지.”


일부러 내 서류가방을 회사 화장실에 두고 갔다. 귀중품은 미리 빼고.


[2 시간 후]


“그렇지요 화장실에 있었다고 하지요? 당장 찾으러 가겠습니다. 어휴 죄송합니다. 칠칠치 못해서.”


두 시간 전에 봤던 크리스토퍼 러셀의 비서.


“크리스토퍼는 지금 워싱턴에 있겠지요?”


“네. 아마 워싱턴 사무실에 있을 거에요.”


“혹시 고든은 사무실에 있나요?”


“고든이요? 아하 고든말씀이시군요. 하하. 친하신가봐요. 고든은 휴스턴에 있어요. 오늘 온다고 했는데. 제가 담당 비서가 아니라서 정확한 스케줄은 몰라요. 확인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제가 확인하지요. 고든이 일하는 부서의 정확한 명칭이···?”


“리스크 관리 팀이요.”


‘찾았다 요놈.’


이제 내 아파트에 괴한을 보낸 자가 고든이라는 이 놈이 아니라면 엔론 쪽에서 시킨 것일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러셀은 확실히 아니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나저나 마이크 한 회계사는 나에게 수시로 전화한다더니 한번도 안했네. 바빴나?’


***


[같은 시각 워싱턴 DC]


앤드류 개디스 상원의원의 지시로 사무실을 차려 제리코와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알렉스 김. 벌써 두달 째에 접어든다.


업무는 간단했다. 그가 그동안 해왔던 일에 비하면 액션이 별로 없는, 따분하기까지 한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밀 사찰이다.


하지만 오늘 무슨 일인지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 직원들이 떠난 후에도 자신의 사무실에 남아 있다. 알렉스 김은 이번 프로젝트에 같이 투입된 베테랑 제리코가 한 말을 몇시간 째 곱씹고 있었다.


서랍속에 넣어둔 폴란드산 보드카가 벌써 글래스로 세 잔째. 원래는 하루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가끔.


개디스의 명령에 따라 그가 뒷조사를 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들이다. 그중엔 현직 장관이 3명, 전현직 상원 의원이 2명. 모두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개디스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 엔론 회장 출신의 국무부 장관 버나드 스트라우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디스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여러번 스트라우스에 대해 힌트를 줬다. 그의 업무지시 스타일이다. 이런 미묘한 힌트를 놓치는 부하는 다시는 개디스의 부름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그가 타겟으로 하고 있는 스트라우스가 대통령의 심복이라는 점. 그것을 껄끄러워 하던 알렉스 킴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오늘 제리코의 발언이었다.


제리코. 운동과는 거리가 먼 땅딸막하고 통통한 체격의 멕시코계 백인. 30대 이후 급격히 진행된 M자 탈모로 가운데 머리만 섬처럼 존재하게 된 기괴한 헤어 스타일. 또 항상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있고 입주변 수염엔 그가 즐겨 먹는 또띠야 부스러기가 묻어 있다.


어수룩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비상한 머리를 가진 전략가다. 대학 때 전국 체스대회에 입상한 경력도 있다. 개디스와 친한 텍사스 상원의원 테런스 맥그레이의 입법 보좌관 출신. 알 수 없는 이유로 맥그레이 의원과 사이가 틀어져 좋지않게 끝났다고 한다.


“이봐 킴.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까 개디스의 설명이 말이야··· 대통령이 월가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부자증세를 할 것이다. 그러면 즉각 부자들이 반발할 것이고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약점을 미리 예방차원에서 조사해 방지한다라···”


제리코가 이미 다 먹은 과자봉지를 꾸겨 휴지통에 던지며 말한다.


“흐으음. 내 생각을 말해볼까?”


“이건 순전히 커버야. 내가 질문하나 하지. 개디스가 이번 일이 대통령이 알고 있는 일이라고 말한 적 있나? 아닐걸. 아마 이번 일은 대통령도 그러니까 대통령 비서실도 모르게 우리가 알아서 미리 처리해놔야한다고 자네에게 말했겠지.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심기경호라고.”


알렉스 킴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대통령의 마음까지 경호한다는 심기경호. 개디스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놀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지금 개디스가 대통령 뒤통수를 치기라도 한다는거야?”


제리코는 말없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뭐지? 어차피 제리코 당신은 석달 동안 이일을 하고 백만 달러를 받아가면 그만 아닌가?”


“바로 그것 때문에 말하는거야.”


제리코가 다시 새로운 또띠야 과자 봉지를 뜯는다.


“나는 이런 정치전략 컨설팅을 지난 20년간 해왔고 이 바닥 사람들을 대부분 알고 있어. 그런데 이런 3개월짜리 프로젝트에 백만 달러를 주는 적은 없었어. 그리고 자네가 얼마받는지는 묻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 정도 받겠지. 그동안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받아본 적 있나? 모두 헨리 슈라이버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이번 일은 그만큼 중요한 일 아닌가? 대통령의 재선여부에도 영향을 미치니.”


“크크크. 순진하긴. 이 바닥을 잘 모르는군.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들어봐. 예를 들어 자네가 버나드 스트라우스의 비리를 찾아냈다고 치자고. ”


알렉스 킴은 자신이 순진하다고 하는 말에 발끈했지만 이번에도 티를 내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는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자네는 개디스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보고하겠지. 자기자신에 대해 뿌듯해하면서 말이야. 아마 개디스도 자네를 칭찬해주겠지. 자네 덕분에 대통령이 안전해졌다고 온갖 좋은 말을 해주겠지. 그리곤 아마 당분간 떠나 있으라고 할거야. 자네는 기쁜 마음으로 돈도 챙기고 어디 남쪽 바다로 휴가를 다녀오지.”


“자네가 휴가에서 돌아올때 쯤, 아니면 휴가 도중 신문기사나 뉴스가 터질거야. 충격적인 버나드 스트라우스의 비리사건. 뭐 이렇게. 자네는 어리둥절하겠지. 자네가 찾아내 막은 것이 어떻게 퍼졌는지 궁금해하며.”


“스트라우스의 비리를 공개한 사람은 다름아닌 개디스인거야. 하지만 자넨 그걸 모르고 혼자 안타까워 할 거야. 스트라우스는 바로 국무장관에서 사퇴할 것이고. 대통령과 측근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걸 언론에 퍼뜨린 범인을 찾으려 할거야.”


과자를 한움큼 집어 입에 넣는 제리코.


“범인은 누가 잡힐까?”


알렉스 킴은 설마하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빙고! 확실한 건 개디스는 절대 잡히지 않지. 시치미를 떼고 이런 말을 할거야. 젊은 자네, 그리고 나에게 맡긴 일은 웹사이트 작성을 위한 간단한 인사정보였는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 사고를 쳤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거야. 그들이 자네나 나에게 왜 이렇게 보수를 많이 주는지 알아? 일단 공개되면 불법이란 건 자네도 알고 있을테고. 그보다 일이 끝날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뜻이야. 나중에 주기로 한 나머지는 안 줄 것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야.”


“결론은··· 우리가 모두 독박쓴다는거야.”


모든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알렉스 킴이 두 손을 들더니 말한다.


“브라보! 브라보! 우와. 대단한데. 대단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박수까지 친다.


“그 정도 소설을 쓸 능력이라면 제리코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돼. 지금 당장 헐리우드로 가서 그걸 영화감독들에게 돌려. 엄청난 영화가 될거야. 엄청나. 그리고 성공하면. 꼭 나 잊지마.”


제리코가 씨익 웃는다.


“소설같은 이야기인건 맞아. 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 내가 알렉스 자네에게 원하는 건 그저 하나 뿐이야. 내가 지금 하는 말이 가능성이 있다는 걸 고려하고 일을 해달라는 말일세. 그리고...”


제리코가 자신의 수염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뜸을 들인다.


“자네가 일을 하다가 내가 방금 말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나에게 말해달라는 거야. 자네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와이프와 애까지 있어. 혼자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거나··· 저기 포토맥 강에 시체로 떠오르고 싶지는 않아.”


“나도 부지런히 내 네트웍을 동원해서 알아볼테니 자네도 좀 도와주게. 원했던 원치 않았던, 우린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어.”


***


술잔을 모두 비운 알렉스 킴이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린다.


“같은 배에 타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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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업무평가 23.04.11 186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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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3-동료이자 경쟁자 23.04.01 251 3 12쪽
65 3-첫 테스트 23.03.31 261 3 12쪽
64 3-행동주의 펀드 23.03.30 265 3 12쪽
63 2-어찌됐든 이번 퀘스트는 성공 23.03.29 281 4 12쪽
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6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57 2-형이 여기서 왜 나와? 23.03.22 321 3 12쪽
56 2-하와이 +2 23.03.21 2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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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제리코 23.03.17 31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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