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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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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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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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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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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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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결정적인 증거

DUMMY

특수법인들을 통해 조달한 현금은 스트라우스에게도 돌아갔다. 사실 그가 가장 많이 차지했다. 스톡옵션을 통해서였다. 그에게 엔론 이사회에서는 스트라우스가 퇴임할 당시 콜옵션을 제공하기로 계약했고 스트라우스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거의 퇴임하자마자 바로 옵션을 행사했더군요. 아마 주당 적어도 50 달러의 이익을 봤을텐데 그때 받은 게 100만 주 였다고 하니 눈깜짝할 사이에 5천만 달러를 번 셈이지요.”


그가 뛰어난 CEO인 것은 맞아도 몇년 근무하지 않고 이 정도 돈을 가져가는 것에 이사회가 동의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가 기여한 것이 그렇게 많습니까? 아까 점점 회사는 어려워지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가 그런 거액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죠. 바로 우리 아더 앤더슨을 고용하고 우리가 제시한 손실을 숨기는 것을 용인한 댓가입니다.”


“처음엔 스트라우스가 이것을 반대했었어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사건이요?”


“미투 사건. 그동안 불륜관계였던 비서가 폭로를 하고 나선 것이죠. 루머에 따르면 이사회 멤버중 누군가가 일부러 이걸 터뜨렸다고 했는데 그것까지는 제가 알 수 없었고 아무튼 스트라우스는 거액의 돈을 써서 사건을 묻었다는 겁니다. 그 여자는 감쪽같이 사라졌고요. 스트라우스가 썼던 돈은 스톡옵션을 통해 나온 것이 분명해요.”


헛웃음이 나왔다. 뉴스에서 보면 근엄한 표정을 하며 세계평화니 질서니 이런 것들을 부르짖던 버나드 스트라우스였다. 한국에도 몇 차례인가 왔었다. 우리 국방부 장관과 같이 회담을 한 것이 뉴욕타임즈에 난 것을 며칠 전에도 봤다.


‘꼭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놈들치고 지저분하지 않은 새끼들을 못봤어.’


“그런데 미투는 합의를 했으니 언론에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스톡옵션은 공개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스트라우스는 스톡옵션을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BFS Trust라는 법인을 통해 받았거든요. 그건 제가 찾아낸 것이죠. 잘 숨겨놨지만 제가 원래 포렌식 회계 전문이어서 결국은 찾아냈지요. 물론 저도 찾아냈으니 누구라도 돈과 인력을 들인다면 결국은 나오겠지만 쉽지는 않을거에요. 게다가 그 내막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엔론의 이사회 멤버들은 이걸 터뜨릴 이유도 전혀 없고요. 저 같은 경우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한 것이지만.”


고든 맥브라이드는 태연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이크 한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널 이 일에 관여시킨 것은 우리가 아니야··· 재무부라고 하는데 CIA라는 설도 있어.


고든 맥브라이드는 순진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미국의 국무부 장관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증거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것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의 정보기관도 탐낼만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자료에 대해서 누가 알고 있죠?”


“저 뿐입니다. 크리스도 이건 몰라요.”


고든 맥브라이드의 양 어깨를 잡고 심각하게 말했다. 지금의 상황이 아주 심각하기 때문이다.


“내 말 잘 들으세요. 지금 이 자료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신의 목숨. 그리고 지금 내 목숨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어요. 내 경험상 이런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서 멀쩡했던 민간인은 없···”


–띵!


순간 엘리베이터 소리. 우리는 동시에 복도 끝 엘리베이터 쪽을 쳐다봤다.


“지금 누가 사무실에 올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말을 못하고 고개만 가로로 젓는다. 내가 방금 한 말 때문인지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위험해요. 잠깐.”


그냥 무턱대고 복도로 나가 확인하려는 고든 맥브라이드의 목덜미를 잽싸게 잡아 사무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바로 사무실 불부터 껐다. 밖에서 불켜진 것을 보고 우리 위치를 이미 파악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운이 좋다면 아닐수도 있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엘리베이터쪽 상황을 봤다. 사무실 복도와 엘리베이터 쪽은 밤새도록 불을 켜 놓고 있고 우리쪽은 꺼져 있어 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나는 그들이 잘 보인다.


세 명의 남자.


모두 짙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흑인 하나와 백인 둘. 그런데 백인 중 하나는 동양인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가 리더였다. 다들 체격이 건장했고 행동에서 범상치 않은 티가 났다.


척 봐도 절제되고 훈련된 움직임을 보였다. 뒤꿈치를 살짝 들고 걷는 것인지 아니면 뭘 붙인건지 발소리도 잘 나지 않았고 걷는 발걸음이 일반인들과 달랐다.


“제길. 놀러온 것은 확실히 아니네.”


내 혼잣말을 들은 듯 아닌 듯 고든 맥브라이드가 조용히 속삭인다.


“여기 경비원도 아니에요. 청소부도 절대 아니고.”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도망칩시다. 여기 나가는 곳이 엘리베이터 쪽 말고 또 있죠?”


“네. 복도 끝으로 가면 비상구가 있어요. 그게 열리면 알람이 울리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어요.”


고든 맥브라이드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달리기 잘해요?”


“대학 들어간 이후엔 해본 적이 없어요.”


그의 몸매를 다시 보니 배가 꽤 나와있었다.


‘미국인들은 나이들어도 평소 운동을 많이 하던데. 이 사람은 확실히 아니군.’


작전을 바꿨다. 고든은 그냥 숨어 있는 것이 살 확률이 더 높았다.


“고든. 당신은 여기 사무실에 숨어 있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제가 도망가며 시선을 끌테니 숨어 있다가 안전해지면 나가세요. 아니. 그냥 나가지 말고 날이 새서 사람들이 출근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알았죠? 제 말 명심하고 나가지 마세요. 저들은 일반인들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나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복도 끝으로 달리면 비상구가 나오고, 비상구 문은 그냥 열면 열리나요?”


“네에. 세게 밀면 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그리로 나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열리자마자 알람이 울릴 거에요.”


“알겠습니다. 일단 잘 찾아서, 그래 저기 캐비닛 안에 숨으세요. 저들이 이곳을 샅샅이 뒤질 수도 있어요.”


고든이 캐비닛 안에 숨는 것을 보고 방을 나갔다. 서류박스의 서류들을 꺼냈다. 내가 가지고 간 배낭 속의 옷들을 모두 바닥에 버리고 그곳에 서류를 넣었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K2 등산용 배낭. 하와이에 갈 때 옷을 넣어간 것이었는데 꽤나 큰 배낭이어서 좀 꾸겨졌지만 서류를 모두 넣었다.


방을 나가자 마자 복도 끝을 향해 달렸다. 그들이 바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삐익. 삐익


알람이 울리며 경고등이 번쩍 였다. 나와의 거리는 50 미터 정도. 1층까지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그들은 더 이상 나를 좇지 않는 듯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조건 달렸다. 언제 소리없이 날 덮칠지, 아니면 총이라도 쏠 지 알 수없는 일이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거리에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렸지만 계속 정처없이 뛰었다. 계속 움직여야 마음이 놓였다.


한 시간을 넘게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아침이 밝아왔다.


* * *


[같은 시간 아더 앤더슨 본사]


“고든 맥브라이드! 당신이 태석 김이라는 자를 보호하는 이유가 뭐요? 그자는 지금 CIA가 찾고 있는 사람이요. 협조하시오.”


“저는 그 사람을 오늘 처음 봤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절 협박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퍼억


“훕!”


뒤에 서 있던 검은 양복의 흑인이 앞으로 나오며 고든 맥브라이드의 명치를 강타했다. 마치 폴더폰이 꺽이듯 앞으로 접히는 고든 맥브라이드. 바닥에 쓰러진 후 일어나질 못한다. 숨을 쉬기 어려운 듯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고 있었다.


흑인 요원은 다시 뒤로 물러나고 리더인 듯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김태석이 버리고 간 옷가지 속에서 수첩을 찾아 들춰보며 중얼거린다.


“뉴욕으로 다시 갔군.”


그는 한글을 읽을 줄 알았다.


쓰러진 고든 맥브라이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협박조로 말했다.


“잘 들으시오. 당신은 지금 국가에 반역을 저지르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아는 사실을 모두 말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당장 당신을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버릴 수 있다는 걸 아시오. 자 다시 기회를 드리지. 그 김태석이란 놈에게 무슨 정보를 줬소? 버나드 스트라우스 정보를 줬지?"


기침을 참아가며 겨우 말을 꺼내는 고든 맥브라이드.


“... 아니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발 좀 믿어주세요. 오늘 처음 본 사람이고 절 인질처럼 대했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기업의 재무자료들이 있는 박스를 가져갔을 뿐입니다. 정확히 뭘 가져갔는지도 모릅니다.”


고든 맥브라이드는 김태석이 방금 전 한 말. 그가 가진 버나드 스트라우스에 대한 정보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얘기를 하지 않고 참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얼마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리더인 듯한 남자가 전화기를 꺼낸다.


“뉴욕은 제니퍼 박이 잘 커버하고 있지? 연락해. 우리도 그리로 간다."


* * *


[커네티컷]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그리 피곤하지 않다. 아드레날린 쏟아져 흐르는 긴장 때문이다. 아마 긴장이 풀리면 쓰러져 버리겠지만 당장은 최적의 컨디션이다. 김태석의 신체이기에 이것도 가능하긴 하다.


곧바로 데이비드 마이어를 찾아갔다. 주말이어서 그는 뉴욕 아파트가 아닌 커네티컷 집에 있었다.


토요일 아침. 늘 그랬듯이 그는 맨발에 잠옷 가운을 걸친 채 바다를 향한 정원에 앉아 뉴욕타임즈 주말판을 읽고 있었다.


“엔론은 사실상 부도 상태입니다. 여지껏 다 숨기고 있었어요.”


이미 데이비드와는 오는 길에 전화통화를 했었다.


벤자민의 음모와 엔론의 상황에 대해 모두 자초지종을 말해놓은 상태다. 처음엔 믿지 않았고 나에게 화를 냈었지만 벤자민과 통화를 하고난 후 내게 다시 전화를 해 사과를 했다 .


“그러게 말이야. 내가 골드만삭스에 있을 때 동료들과 항상 엔론에 대해 얘기하곤 했었네. 거기에서 골드만삭스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우리 원자재선물 트레이더들을 뽑아가곤 했었거든.”


“그래도 꽤나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들이 다 사기였다니. 난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게 바로 벤자민의 행동이야. 벤자민이 날 배신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네.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벤자민은 이미 해고했네. 그리고 잘 설득해서 자수하도록 했지. 내가 잘 아는 변호사도 소개해줬지. 스티브 코헨이라고. 아마 지금쯤 만나고 있을게야.”


“잘하셨습니다.”


영혼이 없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아무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그도, 나도 알고 있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파마메드 건에 대해선 내가 사과하겠네. 자네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하지만 자네 보너스는 걱정말게. 다른 인수합병 건이 또 들어왔어. 이번엔 자네가 전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그런 능력이 충분하니까.”


여지껏 나를 감쪽같이 속인 것을 마치 길가다가 살짝 어깨를 부딪힌 것 정도로 생각하는듯 가볍게 사과했다.


‘아니. 이건 아니지.’


하지만 아직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고맙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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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6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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