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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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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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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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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4.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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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카길 가문

DUMMY

“저기 루센트 건은 제가···”


“괜찮아. 내게 말해줄 시간이 없었겠지. 일단 진행해봐.”


“그것보다 내가 보자고 한 용건은 말이야. 자네가 내 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묻는건데. 그 차 나에게 살 생각있나? 이미 타 봤으니 문제가 없는 것은 알고 있을테고. 가격은 싸게 해줄 생각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올해 모델이지만 난 벌써 싫증이 나서 다른 차를 구하고 있거든.”


‘아무리 직장상사이지만 거래는 거래다.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얼마 생각하십니까?”


“20만 달러. 자네가 아직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현금이 없을테니 그 돈을 빌려줄 수도 있어. 원한다면.”


‘짜아식.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사실 현금은 너보다 내가 더 많어.’


“아 그러시군요. 탐나는 제안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생각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금은 저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당장 자동차가 필요하긴 했다. 스포츠 카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괜찮았다. 의문점은 왜 스탠튼이 이런 좋은 조건을 나에게 제시하는지이다.


‘앞으로 날 계속 봐야할테니 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테고. 왜 이렇게 잘해주지? 혹시 거절하면 삐질라나.’


“잘 생각해보게. 자네 앞으로 올리비아와 잘해보려면 그 정도 차는 있어야하지 않겠어?”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다 안다는 듯한 느끼한 미소를 보인다.


“어허. 내 눈치밥을 뭘로 보고. 아까 식사할 때 둘이 눈빛이 오가는 걸 다 봤어. 그 식당 사람들이 다 봤다구. 허허허.”


“걱정말게. 난 항상 자네 편이니까.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 난 내 부하직원들이 잘되는 것이 좋아. 위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려고 하지. 물론 우리 회사를 위해 일을 열심히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지만.”


“그래서 말인데. 리무진 운전사는 집에 보냈어. 자네가 그 람보르기니를 몰고 올리비아를 데려다 주도록 해. 데려다 주고 회사 주차장에 가져다 놓으면 되니까. 같이 가면서 얘기도 나누도록 하고. 이번에 잘 해보란 말이야. 둘다 결혼할 나이 아닌가.”


윙크를 한다. 나도 이 말에는 조금 감동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이 끝난 것 같아 올리비아 쪽으로 가려는 순간 스탠튼이 내 어깨를 잡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아. 네.”


“내일 내가 좀 늦게 출근할거야. 날 위해 일을 좀 해 줘야겠네.”


“네. 말씀만 하십쇼.”


“일단 그 클로비스 헬스 주식을 매입해. 일단 30만 주로 입질을 시작해보자구. 아까 미스터 아이젠버그는 별로 끌리지 않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건 이 산업 자체가 예상되는 수익이 적어서 그래. 하지만 항상 홈런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목표수익률을 채우고 보너스를 받으려면 안타도 좀 쳐야 하네.”


별로 탐탁치 않았다. 어제도 그랬듯이 남의 거래를 대신 해줘봐야 내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고 잘못하면 욕만 먹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윗사람의 명령이니.


“그리고 하나 더 있어.”


“뉴욕생명보험. 여기 주식 100만 주를 매입해주게. 이건 중요한 거니까 오퍼레이션 팀의 줄리안 실버만에게 지시를 내려.”


‘뉴욕생명보험? 이건 저번에 차안에서 봤던 그 회사인데.’


바로 기억이 났다. 람보르기니 글로브 박스 안 메모지에 적혀 있던 그 회사.


“네 잘 알겠습니다.”


“좋았어. 좀 부탁하네.”


이런 부탁은 받지 말았어야 한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이메일같은 증명이 가능한 형태로 지시를 받아야 한다. 바로 그 순간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정중하고 명확하게 부탁을 했어야 했다.


그런 것을 머릿속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선 차마 그렇게 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스탠튼이 이미 내가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날 위해 이렇게 챙겨주는데 내가 싸가지 없이 그런 지시는 이메일로 내려주십시요. 이럴 수는 없는것 아닌가.


뒷북이지만 그가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냉정하게 했어야만 했다.


스탠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하다보니 일행들과 떨어져 나오게 됐다. 일행들은 이미 주차장에 가 있었고 우린 정원의 끝자락락에 여전히 서 있었다.


누군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어이구 이게 누구신가. 조셉 아니야!”


딱 봐도 돈 좀 있어 보이는 50대 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였다. 둘다 정장 자켓을 입고 있었다.


“안녕 윌리엄, 안녕 제임스.”


스탠튼이 인사를 했지만 남자 둘의 표정이 조금 특이했다. 뭔가 비웃을 것 같은. 정확히 내가 라커룸에서 받았던 그런 인상이었다.


처음엔 나를 보고 그런 표정을 하는 것인줄 알고 발끈했다. 발끈했다고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직장 상사앞에서 내 성질대로 두 노인들을 팰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그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가볍게 인사를 했다.


“여기는 우리 회사에 새로 들어온 태석 김.”


“여기는 윌리엄 카길. 그리고 제임스 맥밀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120조원 대 매출을 기록하는 다국적 기업 카길의 창업자 가문 사람들이다. 제임스 맥밀란은 창업 당시 사위였던 존 맥밀란의 후손일 것이다. 내 눈앞의 이들은 아마도 직계는 아닌 방계가족들이겠지만 이들의 가문이야 말로 진정한 현대 시대의 귀족들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날고 긴다고 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계급들.


스탠튼과 서로 인사는 했지만 악수는 하지 않았다. 악수대신 윌리엄 카길이 이렇게 말했다.


“자네도 여기 회원인줄은 몰랐는걸. 언제 가입했나? 내가 햄튼 요트클럽 면접위원인데 나도 모르게 어떻게···”


그러자 맥밀란이 윌리엄 카길의 옷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허어. 그런 얘길하면 어떻게 하나. 조셉은 여기 회원이 아니야. 스칼렛이 회원이지.”


“아 그런거였어? 하하하. 어우 미안. 미안. 내가 이런 큰 실수를 했군.”


“아 맞아. 그나저나 우리 아버지가 결혼 선물로 줬던 그 집은 자네가 돈을 갚겠다고 했다며. 그건 잘 되어가나?”


어두운 불빛 속에서도 스탠튼의 얼굴색이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턱주변 근육이 씰룩씰룩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듯.


스탠튼이 말했다.


“물론이지. 다 갚는 그날은 그 집에서 파티를 할 생각이야. 초청장은 꼭 보낼께.”


둘은 비릿한 표정만 남긴 채 잘가라는 인사도 없이 식당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멀리 들렸다.


“하이고 옷이 저게 뭐야. 꼭 빈민촌에서 온 티를 낸다니깐.”


난 스탠튼이 입은 화려한 꽃무늬 색상의 남방이 조금 튀기는 하지만 평상복인 만큼 그런데로 이런 곳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백인 앵글로 색슨 귀족인 저들에게는 천박하게 보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저 둘. 라커룸에서 봤던 것 같네.’


스탠튼은 라커룸에 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이 분명하다.


스칼렛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조셉은 제 아버지와 친하지 않았어요.


* * *


“아차. 내 노트북 컴퓨터.”


같이 집으로 출발하기 직전 올리비아가 스탠튼의 집에 컴퓨터를 두고 온 사실을 말했다.


“태석. 미안하지만 그건 가지고 가야 해요. 내일 아침 미팅이 있어서.”


스탠튼의 집으로 차를 돌렸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전화를 하지 않고 온 것이 실수였을까? 아니 정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들어온 것이 실수였다.


– 쨍그랑


집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려하자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나고 바로 큰 소리가 들렸다.


“자넷이 오늘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고? 그 이유가 뭐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자넷의 회사 상사지 아버지가 아니야.”


“어제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당신 어제 늦게 들어온게 일때문이라고 한 거짓말을 내가 믿었을 것이라 생각해?”


“당신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것 알고 있어? 내가 술 너무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들이키다니. 미스터 아이젠버그가 그걸 다 보고 있더군.”


“내가 술을 많이 마신다고? 당신이 아니고? 새로 들어온 올리비아인지에게 찝적거리며 술을 퍼마시던건 당신아니었어?”


도무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노트북 컴퓨터는 가지고 와야 한다.’


조금 싸우는 소리가 사그러들었을 때를 노려 벨을 눌렀다.


– 띵동.


“아. 죄송합니다. 컴퓨터를 놓고 와서요.”


스탠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스칼렛이 나왔다. 화장이 눈에 번져 있었다. 급히 닦은 것 같았지만 거울을 보고 닦지 못한 듯.


“죄송합니다.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나왔다.


그래도 내가 온 것이 올리비아가 오는 것 보다는 백배 나았던 상황. 올리비아가 직접 가지러 왔다면 봉변을 당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내가 나간 뒤에도 한참을 더 싸웠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두번째 싸움은 나와도 관련이 있었다.


* * *


“당신 그 유치한 돈놀이 게임에 내가 창피해 살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줄 알아요? 오늘은 다행히 둘 다 수영을 잘하고 젊었기에 망정이지 혹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죽게 만들수도 있는 일이에요.”


“뭐. 지금 뭐라고 했어. 그래. 나 유치하다. 그리고 돈만 보면 환장한다 왜!”


“오늘 당신 오빠와 사촌이 나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빈민촌에서 온 촌놈이라고 하더군. 그런 그들은 뭐가 그리 잘났다고. 하는 일도 없이 나같은 사람에게 돈을 맡겨서 이자놀음이나 하는 주제에. 참 이해가 가지 않는건 말이야. 당신 가족들도 역시 나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면서 왜 그리 잘난척을 하냐는거야.솔직히 얘길 해보라고 제임스나 윌리엄이나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 외에 잘한게 뭐가 있어. 나같은 사람이 돈을 벌아다주지 않으면 가진 돈 다 닐리고 그들이야 말로 빈민가에 살게 될 거라고.”


조셉 스탠튼의 그 말에 조금전 표독하게 덤비던 모습의 스칼렛이 순식간에 고분고분해졌다.


아차했다. 괜히 돈에 관한 얘기를 꺼냄으로서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즉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비열하게 조셉을 조롱하고 괴롭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영국계인 그녀의 오빠들은 조셉을 사람취급하지 않았다. 조셉 스탠튼은 아일랜드 계다. 그의 할아버지가 미국에 이민올 때에도 가난했었고 그의 부모 역시 가난했다.


김태석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다 같은 백인이지만 귀족계급의 영국계 미국인인 그들에게 있어 아일랜드 계는 얼마 전까지도 백인취급을 받지 못했던 하층민일 뿐이다. 스탠튼이 월가에서 성공했더라고 변하는 것은 없다.


이런 미안함 때문에 스칼렛은 더욱 조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영악한 조셉 스탠튼은 스칼렛의 미안한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었었고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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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5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6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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