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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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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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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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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3.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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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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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엔론 에너지

DUMMY

벤자민이었다.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나도 퉁명스럽게 대꾸해줬다.


“뭘 하긴. 일하러 왔지. 파마메드 건으로 바빠서 말이야. 아직 모르나본데 우리가 파마메드 건을 따냈거든.”


“뭐? 우리? 우리라고? 하하하하"


“이 외국에서 온 애송이가 뭘 모르네. 말을 정확히 하라고. 우리라고 하면 안되지 파마메드를 따낸 건 데이비드지 넌 아니야. 넌 그저 심부름꾼인 거야.”


이 녀석이 슬슬 나를 약을 올리려 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였다.


“그래서 너는 그 하찮은 심부름꾼이 무서워서 비겁하게 남의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오타를 냈었나? 그리 훌륭하신 월스트리트의 터줏대감치곤 그 수법이 너무 졸렬하지 않아?”


“뭐라고? 이 싸가지없는 꼬맹이가.”


“경고하는데 날 건드리지 마.”


“네가 이 회사를 떠난다면 그렇게 해주지.”


“난 이 회사를 나갈 일 없으니 맘대로 해보시던가 말던가."


그러자 벤자민이 갑자기 내 멱살을 잡고 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우스워보여? 어디서 굴러들어온지 모를 이 중국놈이.”


그의 팔목을 잡아 꺽으며 비틀었다. 운동이라곤 골프 아니면 걷기가 전부인 벤자민. 완력에서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아얏.


“뭐 중국인? 이 새끼가.”


팔목을 더 세게 비틀며 꿇어 앉히려는 순간 문 밖에서 큰 소리가 났다. 데이비드였다.


“둘다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이게! 그만두지 못해!”


“데이비드. 잘 왔어요. 봤지요? 이 자식이 지금 날 폭행하려고···”


“시끄러 벤자민. 당장 다른 방에 가 있어.”


“데이비드···”


“내 말 안들려? 여기서 나가라고!”


데이비드가 노골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가 나가자 나를 앉혀두고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내 숨소리가 작아지자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태석. 자네도 진정하게.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벤자민은 저번에도 말했듯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래. 자네가 이해하게나.”


이번엔 너무 내 편만 들어주니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죄송합니다. 벤자민이 막말을 하는 바람에 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을 듣던 데이비드의 눈길이 자신의 책상쪽을 향하고 있었다. 서랍이 열린 것을 본 듯 했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일을 할 상황이 아니겠군. 잠시 나가 있게. 난 벤자민과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 지금 9시 조금 넘었으니 좀 있다가 12시쯤 다시 여기서 보도록 하지.”


“네.”


나도 그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해야할 일도 생각이 났다.


* * *


뉴욕 다이아몬드 거리. 1975년에 생긴 다이몬드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 보석상들 대부분은 유태인들이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데이비드 서랍의 고지서를 보고 생각난 것이 있었다.


에밀리가 남긴 약혼반지. 분명 박혀있는 보석은 3 캐럿 다이아몬드라고 말했었다.


“열린 곳이 있나 모르겠네.”


대부분 불이 꺼진 상점들 사이에 문을 열어 놓고 불이 켜진 곳이 몇 개 있었다.


그중 제일 먼저 나온 곳으로 들어갔다.


“무슨 소립니까? 1000 달러라니. 아무리 제가 보석을 잘 모른다고 해도 그렇지 3 캐럿 다이아몬드가 1000 달러라니요.”


허연 수염을 기르고 검은 모자에 정통 유대교 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마이 프렌드. 누가 이걸 다이아몬드라고 했나요?”


“그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 내가 쳐준건 보석을 제외한 금반지 가격이에요.”


‘모든 것이 셋업인가?’


화가 났다. 걸어오면서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종이컵을 발로 찼다.


–젠장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네.’


***


[3개월 전. 워싱턴 DC]


워싱턴 DC 교외의 조그마한 박물관. 페어팩스 박물관 주차장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검은색 링컨 차량은 그를 내린 후 어디론가 떠났다. 180 후반 정도의 키에 근육질의 체격. 키에 비해서도 팔다리가 길다. 체형이나 체격은 얼핏 백인같아 보였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얼굴이 긴 편이었으며 두드러진 광대뼈, 그리고 사냥꾼의 눈이라 불리는 길게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얼굴이었다.


알렉스 킴. 본명은 알렉세이 킴. 구 소련 붕괴 후 미국으로 이민 온 카자흐스탄 고려인 출신의 부모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안동 김씨.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미군에 입대했다. 네이비 실을 거쳐 CIA에 근무한지 이제 8년차에 이른다. 러시아어에 능해 주로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이나 구 소련 국가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CIA에서 파견나온 민간인의 신분으로 연방 의회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연구나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좀더 은밀하고 좀더 과격한 일들을 한다.


담배를 물고 기다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검은색 방탄 리무진 차량이 주차장에 도착한다.


담배를 던지고 문이 열린 리무진 차에 들어가 앉았다.


이른 새벽 시간에 알렉스 김을 호출하고, 지금 나타난 이 사람은 앤드류 F 개디스. 조지아 출신의 4선 상원의원 앤드류 개디스. 전직 해군 장성이며 CIA 국장을 역임한 베테랑. 붉은색에 가깝던 갈색머리는 이제 허옇게 쇠었지만 여전히 군인같은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다.


“굿모닝.”


“굿모닝 써!”


무표정하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앤드류 개디스.


“준비한 것을 얘기해봐.”


“네. 우선 알렉산드리아 근처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이제 명령을 주시면 팀을 가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말씀하신 외부 요원과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도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개디스는 고개만 끄덕였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같이 일을 시작해. 외부요원의 코드명은 제리코. 그를 알렉산드리아로 보내겠네. 세부적인 것은 그가 설명할거야.”


“아.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는 헨리 슈라이버가 가끔 참여할거야. 우리당을 위해 그가 전폭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니 이것저것 물어보면 성의껏 답해줘도 되네.”


헨리 슈라이버는 텍사스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다가 최근 정계에 입문한 정치초보. 원유와 원자재 선물거래를 통해 대박을 내 유명해진 투자자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재산을 거리낌없이 정치에 사용하고 있어 이미 정계에서는 “더 머니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같은 남부 출신인 개디스와 친분을 맺고 그에게 정치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알렉스 킴이 진행중인 이번 일의 자금은 그를 통해 지원된 것.


알렉스 킴. 이 일에 왜 슈라이버가 관여하는지 등등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알렉스 킴의 경험상 어차피 그에게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


모든 내용을 브리핑 받은 앤드류 개디스는 만족했지만 별다른 칭찬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하지만 알렉스 킴은 이것이 그의 칭찬방식이란 걸 알고 있다.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도 감지했다.


“이번 일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엮인 일이야. 자네가 그동안 했던 자질구레한 일보다 스케일이 큰 일이니 빈틈없이 처리하도록 해. 보안유지 잘하고.”


앤드류 개디스는 자리를 떠나면서 며칠 전 한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일을 떠올렸다. 한국의 사업 파트너, 박승완 의원을 만났던 일이다.


“그러니까 엔론출신의 그자만 제거하면 바로 무기수출이 가능하다는 거 아닙니까? 지난 번에 장군님과 통화한 후 묘안을 하나 마련했소. 들어보시오.”


“...”


“하지만 그런 일에 써먹을 희생양을 찾기가 어려울텐데··· 미국은 개인인권에 대해 민감하고 또 위슬블로워라고 내부고발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우리가 당할 수 있소.”


“하하. 걱정마시오. 그것도 제가 다 준비해뒀으니. 아주 훌륭한 불쏘시개감을 하나 마련했소.”


개디스는 그 술자리를 생각하머 절로 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술도 여자도 즐거웠지만 박승완 의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허 참. 그 나라는 갈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한다니까.”


* * *


[뉴욕]


가짜 다이아몬드를 확인하고 나자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걸 팔거나 해서 돈을 벌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다.


알수없이 들던 의심을 없애고자 확인했던 것이다. 그런데 의심이 사실이 되버린. 에밀리에 대한 배신감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뭐 이런게 다 있지?”


지금 당한 일이 황당하기도 해서 다시 일을 하러 데이비드의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집에 가서 그냥 잠이나 자고 싶었다. 하지만 안갈 수는 없는 일.


‘약속은 약속이니 가야지.’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마이크 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태석아. 지금 통화 괜찮아?”


“아휴 그럼요. 형님.”


“지난번에 물어본 것 말이야. 휴스턴 오마하. 그것 좀 알아봤는데 말이야···우와 이거.”


흥분한듯한 목소리다.


“아 그거요. 뭐가 나오던가요?”


“휴스턴과 오마하에 있던 회사가 합병해서 석유회사인데 혹시 뭔지 알아?“


“아이고 형님. 무식한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말해주세요.”


“엔론 에너지!”


“허걱. 요즘 MBA 졸업생들이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를 제쳐두고 가고 싶어 한다는 그 엔론이요?”


“아 그렇다니까. 그리고 네가 같이 물어봤던 것. 엔론의 회계감사법인은 아더 앤더슨이야. 아더 앤더슨의 크리스토퍼 러셀이 엔론을 담당한다더군.”


‘크리스토퍼! 그래 바로 내가 받은 이메일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어.’


이 당시 최고의 혁신기업 엔론. 조만간 엔론은 엄청난 회계부정을 저지르며 망하고 만다. 아더 앤더슨도 큰 타격을 입고 같이 망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조만간 엔론의 주식에 공매도나 풋옵션을 걸어 돈이나 좀 챙기려는 계획을 이미 짜두고 있었다.


이제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제기랄 엔론은 포기해야겠네. 이런 이메일이 내게 왔으니 엔론 공매도나 풋옵션은 물건너 갔네. 지금 시기에 괜히 의심살 일을 할 수는 없지. 그런데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 메일이 왜 하필 나한테 보낸단 말인가?’


‘아무래도 박승완의 냄새가 나는데··· 그 놈이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


“형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크리스토퍼 러셀이란 사람 혹시 연결해주실 수는··· 없겠죠?”


“그 사람은 왜? 하하하. 거참. 네가 찾고 있는게 뭔지 모르겠다만 넌 정말 운이 좋은 놈이다. 나 같은 훌륭한 형님을 뒀으니. 크리스토퍼 러셀은 내 뉴욕대학 MBA 동문이야. 나보다 5년 위지. 연결해줄까?”


“우와. 형님. 존경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시끄럽고. 식당 좋은데나 알아둬. 이번엔 좀 쎈걸로 먹어야겠다.”


“뭐 말만 하십쇼. 제가 한달 월급 다 털어서 한번 쏘겠습니다. 크흐흐"


“데이비드 마이어가 월급을 줘봐야 네 성에 차겠냐? 넌 재벌 2세인데. 아무튼 각오해라. 제대로 챙겨 먹을테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하여간 이 자식 말하는 거 하고는··· 흐흐흐. 기다려. 전화해보고 다시 연락줄께"


기분좋게 전화를 끊었다.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그나저나 엔론이라··· 생각보다 큰 사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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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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