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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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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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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4.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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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이스트 햄튼으로의 초대

DUMMY

방음시설을 트레이딩 룸에만 썼는지 벽에 기대니 소리가 다 들렸다.


“조셉, 이러지 마세요.”


“뭘 이러지마. 처음도 아니고. 해고 당하고 싶어?”


“뭐라고요? 계속 이러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알고 있는 비밀을 회사에 말할 수 밖에 없다구요. 당신 친구들과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고요.”


잠시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증거가 없잖아. 증거있어? 증거도 없이 회사가 널 믿을 것 같아 아님 나를 믿을 것 같아?”


“그리고. 지난주까진 날 사랑한다며. 이제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건가?”


“...”


안에서 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더 들을 수 없었다.


“어이 킴, 너 거기서 뭐하고 있어!”


데니스 왕 그 자식이 또 나타났다.


눈을 감고 어지러운척 연기를 했다.


“아.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고 어지러워서 벽에 기대고 있었어. 지금 몇시지? 얼마동안 이러고 있었지? 신경쓰지마.”


“네놈 따위 신경은 안써. 빨리 들어와. 일해야지. 가망은 없지만.”


나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더러운 썩소를 남기고 지나간다.


* * *


내 자리로 돌아와 자리에 앉은지 30분쯤 지나자 자넷이 먼저 들어왔다. 뭔가 달라졌다. 옷차림새도 조금 바뀌어 있었다. 표정이 밝지 않았다.


“자넷, 무슨 일 있어요?”


모른 척 물어봤지만 자넷이 놀란다.


“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제서야 스탠튼이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넷을 부른다.


“자넷, 호프만에게 전화해.”


스탠튼은 호프만이라는 사람이 연결되자 바로 소리를 질렀다.


“호프만! 너 왜 IBM 20만 주 사두라는 것 안샀어? 그 가격에 안판다고 했다고? 누가 모겐스턴이? 빌어먹을 놈. 좋아 102 달러로 올려. 그 이상은 안돼. 알았지? 그리고 오늘 오전까지는 사야돼. 알겠어 호프만? 뭐 결재가 난거냐고? 이 빌어먹을 놈이. 당연히 결재난거니까 전화하지,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전화끊고 일해 이 유태인놈아.”


전화를 끊자마자 나를 부른다.


“킴, 너 나랑 얘기좀 하자. 나 따라와.”


회의실로 나를 데려갔다. 문을 닫더니 의자에 앉아 회의테이블에 다리를 올린다.


“거기 앉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긴장타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예상과 달리 딴 판이다. 이상하게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편안한 얼굴을 보였다. 그가 회사에서 이런 표정을 보이는 것은 면접 때 이후 처음이다.


이런 태도가 날 더 불안하게 했다. 그가 이렇게 살짝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놓고 화를 내거나 질타하는 경우를 여러번 봐왔다.


“이봐 태석. 자네가 여기 들어온 이후 내가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 알고 있어. 요즘 일이 엄청 많아졌거든. 사실은 다음주쯤 칼 아이젠버그에게 제안할 거래건을 준비하고 있었어. 아주 큰 건이야. 아이슬랜드 은행을 하나 털어볼 건데. 거기도 구멍이 많아. 성공하면 올해 여지껏 우리가 올린 수익보다 더 클거야.”


날 혼내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살짝 떠봤다.


“그러시군요. 그래서 저 말도 또 다른 인원을 더 뽑으신거군요.”


“아. 올리비아 말이군. 오늘 출근했나?”


“그래. 자네에게 말해주는 걸 깜빡했었군. 방금 말했다시피 워낙에 바쁜 일들이 많아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자넨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지? 뭐 괜찮은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 있나?”


고통스럽게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것이 애플과 스타벅스였다. 2004년 말까지 애플 주식은 200%, 스타벅스는 90% 상승한다. 세세한 수치까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상승세는 기억에 남아 있었다.


“애플과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애플도 좋지만 우리 투자스타일로 봤을 때 스타벅스가 좋아 보입니다. 닳고닳은 애플에 비해 스타벅스 이사회가 아직은 우리같은 헤지펀드에 익숙하지 않을테니까요. 퍼싱스퀘어 헤지펀드의 빌 애크만도 관심을 보인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조사를 거의 마쳤습니다. 조만간 보고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스탠튼이 미간을 찌프린다. 내가 관찰한 그가 고민할 때 보이는 모습.


‘아마존 주식은 아직 좀 시간이 걸리는데··· 그거라도 말할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듯해 숨겨왔던 아마존 주식에 대해서도 말하려는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별로야. 스타벅스는 아직 매력이 없어. 누군가 인수의향을 보일 만한 기업이 있어야 주가가 오를텐데, 그럴 만한 업체가 안보여.”


내가 반박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주 괜찮은 투자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네. 아주 좋아.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는거야. 그렇게 하다보면 큰 거 하나 터뜨릴 수 있어. 그리고 그보다. 내가 일을 하나 주지.”


스탠튼이 이리오라는 듯 손짓을 하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 댄다. 그리고 거의 귓속말을 하듯 말한다.


“클로비스 헬스라는 의료관련 기업이 있어. 전망이 괜찮은 것 같아. 나도 말만 들은 것이지만. 시카고 교외에 있는 의료정보처리 회사라고 하는데 우선 리서치를 해봐. 회사 자체의 리스크 같은거, 예를 들어 사장이 또라이라던가, 회사가 범죄에 연루됐다던가 이런 것들 있잖아. 리스크 조사를 해보고 문제 없으면 일단 5만 주 정도만 사둬봐.”


처음 들어본 업체라 정보도 없이 주식을 사기가 꺼려졌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은 휴가를 내. 나는 내일 쉬는 날이니 우리 집에 와서 요트나 타자고. 얼마전 새로 산건데 내일 날씨도 좋으니 한번 달려보자고. 요즘 날씨에 롱아일랜드 해협을 따라 달리는 맛이 아주 그만이야. 내일 아침 8시까지 자네 아파트로 내가 차를 보내도록 하지.”


그의 집은 롱아일랜드 이스트 햄튼이라는 부자동네. 맨하탄에서는 2 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때는 기차를 타고, 가끔 급할 때는 헬기를 타고 출퇴근 하기도 하지만 맨하탄에 자신의 아파트도 따로 가지고 있다.


“데니스도 옵니까?”


나를 한번 쳐다본다.


“그놈은 필요없어. 자네네만 와. 수영복 챙겨오고.”


‘둘이 싸웠나.’


일방적인 명령이긴 했지만 나야 나쁠 것 없었다.


* * *


[같은 날 저녁,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셉 스탠튼을 노려보고 있는 사람은 맥스 진저버그.


“당분간 손을 떼는 것이 좋겠어. 소문이 나고 있어. 우리쪽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이야.”


“라파엘 생각도 그런가?”


“특히 라파엘이 더 그래.”


“맥스 진정해. 이건 걸릴 수가 없는 게임이야. 게다가··· 당신도 알다시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거기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하지만 당신 여자친군지 부하직원인지 하는 여자도 알고 있다면서. 그 여자 입단속은 제대로 하는거야?”


스탠튼이 손을 휘저으며 말한다.


“어허.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다 컨트롤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상대방은 그 말을 신뢰하지 않는 듯 했다. 잠시 가만있던 맥스 진저버그가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말한다.


“이제 일을 다 끝내고 정산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인데.”


그러자 이번엔 조셉 스탠튼이 화가난 표정으로 노려본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진저버그의 팔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어? 설마 당신들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겠지? 방금 한 말 라파엘도 알고 있는거야? 당신들 네 명이 모두 같은 생각이냐고?”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그 봉투나 줘. 그리고 아래 바에 가서 술이나 마시고 있어.”


“미안해 조셉. 난 단지 걱정이되서 그런거야.”


“시끄러. 그리고 라파엘에게 전해. 이 일에서 가장 큰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나라고. 그리고 난 언제든지 당신들들같은 사람들은 또 구할 수 있다고. 내 뒤통수 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해. 난 그리 쉬운 사람이 아니니까.”


스탠튼이 세게 나오자 진저버그는 깜짝 놀란 듯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절대! 우리가 그럴리가 있나. 그런 걱정은 하지마.”


스탠튼이 비웃는다.


“그렇겠지. 당신들같은 샌님들이 그런 짓을 할 용기나 있겠어.”


“봉투"


맥스 진저버그가 봉투를 꺼내 건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봐 조셉. 기분나빴다면 풀게.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들 예민해서 그래. 난 단지 그런 상황을 전달하려던 것 뿐이야.”


“아무렴 그렇겠지. 이제 가봐. 그리고 라파엘에게 전해 조용히 내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서로 좋은 거라고. 이 말 진심이야. 맥스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고. 조금만 더 참으란 말이야.”


스탠튼은 맥스 진저버그가 자리를 떠나길 기다려 봉투를 열어봤다. 그리곤 중얼거린다.


“예상했던 회사들이군.”


계산을 마친 스텐튼은 집으로 바로 가지 않았다. 미리 예약해둔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똑똑똑


“자넷. 나야. 문 열어.”


[3시간 후]


옷을 챙겨입는 조셉 스탠튼.


“난 오늘 이스트 햄튼 집으로 가야해. 내일 아침부터 약속이 있거든. 여기서 자고 가. 아침은 룸서비스 시켜 먹고. 이 시간에 집에 가봐야 할 것도 없잖아.”


스탠튼을 바라보던 그녀는 말이 없었다. 울고 있었다.


[4시간 후]


– 똑똑


아직도 침대에서 울고 있던 자넷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조셉? 다시 돌아온 거에요?”


기쁨에 찬 목소리.


하지만 문앞에 서있던 남자는 조셉 스탠튼이 아니었다.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남자가 자넷을 방안으로 밀치자 그녀는 순식간에 뒤로 밀쳐져 넘어젔다.


“아악"


넘어진 그녀의 몸에 올라탄 거한은 그대로 한손에도 잡힐 듯 가녀린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커컼. 커걱


1분이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며 생명이 빠져나간듯 했다.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남자는 손을 떼지 않았다. 1분 이상 더 목을 조른 후 일어섰다. 맥박을 확인한다.


그제서야 장갑을 벗고 주머니에서 전화를 빼어든다.


“다 됐어. 뒷처리해. 그래 2107호.”


* * *


[다음날 아침]


8시 정각에 내 집앞에 나를 데리러 온 검정 리무진과 기사. 마치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지나는 길에 화이트스톤 다리위에서 보는 맨하탄과 아래쪽 바다의 풍경은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이스트 햄튼은 아직 못가본 곳이지만 부자들이 사는 곳은 대충 비슷하다. 예전에 자주 갔던 데이비드 마이어의 집과 비슷할 것이다.


‘역시 내 예상대로군.’


리무진을 세운 입구에서 본 스탠튼의 대저택은 살짝 언덕진 정원을 가지고 있었으며 잔디는 깔끔하게 깍여져 있었다.


자동문이 열리며 들어가는 방식도 비슷했다. 저택 앞에 분수가 물을 뿌리고 있는 것도 옛날 데이비드 마이어의 집과 같았고 돌로 지은 듯한 건물도 비슷했다.


‘같은 건축가가 설계했나? 다 똑같아.’


한가지 눈에 띤 점은 건물 앞 원형으로된 드라이브웨에 노란색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가 세워져 있다는 점. 2004년형 최신 모델. 그 뒤로는 포르쉐 카이엔 SUV, 벤츠 S 세단이 세워져 있었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는 실물로는 처음 보네. 아직 못타본건데···’


인도인 운전사가 문을 열어주기 전에 뛰쳐 나갔다. 차를 직접 보고 싶었다.


“고마워요. 괜찮아요. 제가 열고 나갈게요.”


내 가방을 들어준다는 것도 말렸다. 하지만 팁은 줬다. 20 달러.


저택의 현관에는 푸른색 원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미스터 킴 이시군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스탠튼의 부인. 계단을 걸어내려오며 자기소개를 했다.


“난 스칼렛 스탠튼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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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3-수상한 투자 23.04.13 182 1 12쪽
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5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29 2 12쪽
68 3-스칼렛 23.04.04 218 3 11쪽
» 3-이스트 햄튼으로의 초대 23.04.03 235 3 12쪽
66 3-동료이자 경쟁자 23.04.01 251 3 12쪽
65 3-첫 테스트 23.03.31 261 3 12쪽
64 3-행동주의 펀드 23.03.30 265 3 12쪽
63 2-어찌됐든 이번 퀘스트는 성공 23.03.29 282 4 12쪽
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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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하와이 +2 23.03.21 287 3 12쪽
55 2-혼돈 23.03.20 300 3 13쪽
54 2-예지몽 23.03.18 315 4 13쪽
53 2-제리코 23.03.17 31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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