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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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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810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4.01 08:20
조회
251
추천
3
글자
12쪽

3-동료이자 경쟁자

DUMMY

5초를 더 세고 다시 한번 일격을 날렸다.


“알겠습니다. 그런 생각이셨군요. 좋은 하루 되십시요.”


“잠깐!”


‘휴우.. 그럼 그렇지. 나도 살떨렸다.’


“알겠소. 41 달러 백만주로 합시다. 우리쪽 오퍼레이션에서 그쪽으로 연락할거요.”


전화를 끊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넷에게 말했다.


“자넷. 고마와요. 그 메모 덕분에 살았어요.”


제본스가 팔려는 주식수는 2백만 주였지만 우리는 그걸 다 살 수가 없었다. 이미 스탠튼이 사놓은 주식이 있어 이번에 그걸 다 사게 되면 우린 HP 시가총액의 5%를 가지게 된다. 그럴 경우 이를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된다. 스탠튼은 항상 5%를 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강조했었다. 모든 것을 일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은밀해야 한다.


“휴우. 아침부터 힘좀 썼네. 이 생활도 만만치 않구나.”


아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흥분이 가시며 피곤함이 몰려왔다. 내 혈관을 채웠던 아드레날린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후의 후유증. 배가 고파졌다.


“뭘 좀 먹어야겠어.”


회사내 카페테리아에는 각종 스낵류가 구비되어 있어 어지간하면 여기서 무료로 식사를 때울 수 도 있다.


조셉 스탠튼이 면접 당시 보여줬던 부드러운 이미지는 가짜였다는 것은 출근한 다음 날부터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불같은 성격을 가졌다. 부하직원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여자건 남자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월가에서 성공한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는 능력이 있거나 이미 많이 벌어둔 사람들이다.


아무튼 나는 아직 스탠튼에게 당해보지 않았지만 오늘 그럴뻔 했다. HP 주식을 백만 주가 아닌 2백만 주를 샀었다면 나도 직접 체험해봤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 내 상황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화를 하던 순간 내 옆에 자넷이 아니라 데니스 왕이 있었다면 우리가 HP주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스탠튼에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즐겼을 것이다.


전화를 끊고 어느 정도 한숨 돌리자 그제서야 스탠튼의 목소리가 들렸다.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걸음걸이며 목소리며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


“에르메스 넥타이가 멋있네요. 보기 좋아요.”


“고마워. 자넷. 지난 주에 와이프가 파리에 가서 10만 달러 어치 쇼핑을 하고 나에겐 달랑 이거 하나 가져다 주더군. 뭐 색깔은 나도 마음에 들어.”


자넷은 스탠튼을 신처럼 떠받든다. 그가 말을 하면 마치 외우기라도 할 듯 눈을 반짝이며 듣는다. 그런 점이 조금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내 여자친구도 아니니 뭐라할 수는 없다.


입사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 스탠튼과 나의 관계는 조금··· 껄끄럽다.


물론 스탠튼이 아니고 내가 그렇다. 한달 전 면접 당시에만 해도 스탠튼은 아주 쾌활하고 다정하고 또 이해심이 많은 상사처럼 행동했었다. 하지만 그를 직접 겪어본 한 달동안 그것은 가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밑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내 자리에 전화번호와 메모지들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내가 오기 전에 뭔가 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뭔일 있었나?”


자넷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미스터 킴이 오늘 큰 건을 하나 했어요. 어제 찾으시던 골드만 삭스의 제본스에게 한방 먹였죠. HP 주식 말이에요.”


“뭐어!”


그말을 들은 스탠튼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화가 난 듯 굳어졌다.


‘우쒸. 불안한데. 뭔 잘못했나?’


스탠튼이 따지듯 물었다.


“얼마나 샀어?”


“백만 주만 샀습니다. 제본스는 2백만 주를 모두 넘기려고 했었는데, 그럼 5%가 넘어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스탠튼의 눈치를 보게 됐다.


굳었던 그의 표정이 풀린다.


“잘했어. 생각보다 잘 하는군. 얼마줬지?”


“주당 41달러에 샀습니다.”


“41달러? 조금 비싼거 같은데.”


“오라클이 개입하면 상황이 달라지죠. 오라클은 HP를 인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급상승할 겁니다.”


“...”


스탠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족한 것이다.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어깨를 툭툭치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휴우~ 합격이다.’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 스탠튼의 특징. 부하직원의 일이 자신의 마음에 들었을 때 어깨를 툭툭 쳐주곤 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블룸버그 터미널을 켜고 새로운 투자를 찾아보고 있었다. 이번 HP 주식 건은 칭찬은 받았지만 내 실적이 아니다. 스탠튼이 발굴해낸 거래를 내가 도와준 것 뿐이다. 나중에 인사부에서 나를 평가할 때 내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아무튼 내가 하는 일들이 예전 데이비드 마이어의 회사에 있을 때에 비해 업그레이드 됐다. 그때는 데이비드 마이어의 비서처럼 그가 하는 일에 보조역할만 했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옆에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이번엔 회사내에서 보다 독자적인 위치에 있다. 고용조건을 사인할 때 어느 정도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보장받으며 내가 직접 회사를 위해 독립적인 투자활동을 해 실적을 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했다.


그 대신 내가 이 회사에서 받아가는 것의 10배 이상은 벌어와야 한다. 스탠튼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아직 내가 실적다운 실적을 보여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이 시기의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딱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점.


‘구글이나 애플같은 굵직굵직한 것들은 기억이 나는데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사가 생각이 안나네.’


‘기억을 해보자. 이 시기에 괜찮았던 주식이 뭐가 있더라···’


“굿모닝!”


데니스 왕이었다.


‘저 자식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지난 한달동안 데니스 왕이 아침에 인사를 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늘 그랬듯이 차이나타운에서 사온 꽈배기같은 빵을 들고 있다. 콩국물같은 것에 찍어 먹는데 그것을 자신의 책상에 흘려 항상 근처가 지저분하다.


“어이 신참. 오늘 나에게 알려줄 괜찮은 딜 좀 없나?”


“그런게 있으면 내가 왜 너에게 알려줄거라 생각하지? 내꺼 챙기기도 바빠. 신경꺼.”


“크크크. 그렇겠지.”


‘이 자식이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구나.’


아침에 인사를 한 것부터가 뭔가 꿍꿍이속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조만간 네 실적에 대해 회사에서 평가를 할거야. 이제 한달이 넘었으니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없으니. 어때 초조하지?”


예상대로 였다. 내가 아직 실적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비아냥거리고 싶은 것이었다. 날 초조하게 만들고 일을 어렵게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나 걱정해주는건가?”


“아니. 걱정이라기보단 팝콘 준비하고 있는거지. 네 계약은 3개월 후 인사평가를 통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 알고 있겠지?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있을텐데.”


그건 몰랐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내 걱정 해주는 것은 고마운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나도 준비가 다 되어 있거든. 조만간 큰 건 하나 올릴거야.”


데니스 왕이 놀란 표정을 보인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자다.


“뭔데? 무슨 회산데?”


‘에휴. 이 얄팍한 놈.’


“그걸 내가 말해줄 것 같나? 다 준비되면 그때 쯤 말해주지. 기대해도 좋아.”


“이 자식이. 난 네 직속상관이야. 네가 하는 일은 나에게 보고하게 되어있다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짓말까지 하고 있었다.


그가 내 직속상관이란 것은 맞지만 내가 그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다. 투자실적에 있어서는 부하와 직속상관과도 경쟁관계가 존재하고 회사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 데니스 왕이 내가 발굴한 투자를 가로채서 자신의 실적이라고 가로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놈은 얼굴에 모든게 드러나서 가지고 놀기 편해.’


데니스 왕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일부러 더 약을 울려줬다.


“어이구 어르신. 아직 사전단계라서 보고하기엔 좀 시기상조라서 그러네요. 확실한 것이 나오면 꼭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으리.”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그래 맘껏 떠들어라.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넌 이제 말이야···”


“미스터 왕!”


여자 목소리에 뒤돌아 보니 키가 크고 늘씬한 금발의 글래머 여자가 서있었다. 키가 컸다. 꽤 높은 구두를 신고 있으니 180 센티미터인 나와 키가 비슷했다. 최소 170은 됐다. 초록색 눈이 매력적이었다.


그 옆에는 아이젠버그의 여비서 티나 마샬. 그녀 역시 모델같은 몸매. 둘이 같이 서있으니 어지간한 남자들은 말도 걸지 못할 것 같은 아우라가 풍겨왔다.


“여기는 올리비아 스튜어트. 오늘부터 차익거래 부서에서 일하기로 했어요. 조셉에게 연락이 갔을텐데.”


“아 물론이죠. 저도 알고 있었어요. 올리비아, 여기 오신걸 환영합니다. 자 이쪽은 제 부하직원 태석 킴.”


당황스러웠다. 올리비아가 흔히 볼 수 없는 미인인 것도 맞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나 말고 다른 직원이 또 있다고?’


데니스 왕이 또 그 특유의 비열한 표정으로 웃는다. 그가 내게 하려던 말은 바로 올리비아에 관한 것이었다.


회사에선 나 혼자만을 뽑은 것이 아니었다. 나와 올리비아를 뽑아 경쟁을 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데니스 왕 이 빌어먹을 자식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다른 부서에 소개하기 위해 티나가 올리비아를 데려가자 데니스 왕이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뭔가 쎄한 느낌 들지 않아? 이 회사는 무한경쟁시키는 걸 좋아해. 너와 경쟁해야할 여자야. 둘중에 하나는 잘리는거지. 크크크. 내가 보기엔 저 정도 외모면 월가의 늙은이들 돈 다 빨아들이겠는데. 뭐 억울하면 성전환이라도 하시던지··· 월가의 늙은이들이 동양여자라면 환장한다니까. 흐흐흐"


“그런데 몸매가 뼈가 굵어서 그것도 어려울 것 같긴 하구만. 하하하"


데니스 왕이 다시 기고만장해졌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유연하다. 해고가 아주 쉽다는 말. 회사에서 해고결정이 나면 바로 한 시간내에 박스에 자신의 물건을 챙겨 나가야 한다. 덩치큰 경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과위주의 조직인 헤지펀드는 말할 것도 없다.


‘아. 이거 좀 불안해지네. 아휴 머리 아프다. 나가서 잠깐 바람이나 좀 쐬야겠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며 데니스 왕이 비열한 표정을 짓는다.


‘저 자식이 계속 매를 벌고 있네.’


오전 9시. 트레이더들이 모두 들어 차고 이제 막 활기를 띠며 시끄러워지고 있는 트레이딩 룸을 지나 복도로 나왔다. 트레이딩 룸에서 나오니 복도는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


‘건물 방음시설이 좋나보네.’


긴 복도를 걸었다. 회의실 앞까지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며 걷다보니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아까 자넷과 조셉이 회의실에 간다고 했었지.’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그 순간 자넷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린 것 같아 멈춰섰다. 그 자리에 서서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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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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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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