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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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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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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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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3.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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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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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행동주의 펀드

DUMMY

데이비드 마이어와의 그 사건 이후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민이네. 당장 내 비즈니스를 시작할까? 아니야. 아직은 나대지말고 더 기회를 봐야할 것같아.’


숨겨둔 돈은 충분했다. 그 사이 영화와 부동산에 투자한 돈들은 50배 이상 불어났다. 내가 과거의 인생에서 조금 더 열심히 경제신문을 봤었다면 더 잘 할 수 있었겠지만 기억나는 것에만 투자해도 수익이 쏠쏠했다.


엔론이 파산하기 3개월 전 일어난 9/11 테러 때는 특히 신중하게 투자를 했다. 원래는 테러 직전에 풋옵션 몰빵을 해두고 잠시 하와이 정도로 휴가나 갔다올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걸로 돈을 많이 벌면 조사가 들어올 가능성이 100 퍼센트.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된 미국 정부가 그 일로 돈을 번 사람들을 조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들은 범인이 아니라 희생양을 찾으려 할 것이다.


결국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적은 금액만 넣었다.


하지만 내가 미리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아까웠다.


“뭔가 잘 찾아보면 우회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어···”


고민 끝에 생각해낸 투자처는 바로 9/11 테러 이후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던 재보험 회사. 보험사들이 보험을 드는 곳이 재보험 회사다. 트레이드 타워뿐 아니라 주변 건물들이 모두 무너졌다. 피해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솓구쳤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재보험 회사에서 물어줘야 한다. 대부분 망하거나 부도 직전.


투자자금을 준비하고 있다가 이 재보험 회사들을 대부분 인수해버렸다. 그것이 대박을 쳤다.


순전히 내 실력으로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 몸집이 커진 블랙스톤이 써먹었던 방법이다. 그들이 나서기 전에 내가 선수를 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비싼 값에 이들 회사를 매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내 계좌에는 현금이 쌓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실무지식과 월가에서의 인맥.


아직도 이 바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사람도 더 사귀어야 한다. 데이비드 마이어와 일하면서 기업의 적정가치를 판단하고 사람들과의 협상을 통해 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능력은 배웠지만 그것은 일부분일 뿐 규모가 큰 딜을 만들어내고 마무리하는 그런 능력은 아직 없다. 지금 내 능력으론 그런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좀 더 배우자. 어차피 나는 2008년 서브프라임 직전까지만 내 회사를 가지면 돼. 그때 다 끌어댕길 거거든.’


일을 배울 다른 헤지펀드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얼마전 데이비드 마이어와의 일이 내 개인적으론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내 이름이 월가에 알려져 재미로라도 면접을 보고자 하는 회사들이 넘쳐났다.


게다가 데이비드 마이어 밑에서 일했다는 경력도 일은 좀 한다는 걸 입증하는 보증수표가 됐다.


새로운 직장은 아이젠버그 엔터프라이즈. 기업사냥꾼으로 월가에서 악명이 높은 칼 아이젠버그의 회사다.


칼 아이젠버그는 미국의 대형 항공사 TWA, 야후, 시저팰리스 카지노 등 다수의 미국 기업들을 인수했던 인물. 우리나라의 KT&G, YTN, 바이더웨이 등 회사에도 투자하여 먹튀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다.


요즘 그의 주특기는 행동주의 펀드라 불리는 투자전략. 기업지배구조의 헛점을 노려 돈을 버는 방식이다.


주식을 매집하여 지분을 확보한 후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에 직접 관여한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주식을 더 사들여 인수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배당을 올리기도 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존재.


이런 저런 파문을 일으켜 주가를 올리고 원하는만큼 올라갔다 싶으면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기고 빠지는 방식.


그가 돈을 버는 원리는 간단하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배당을 많이 하라, 직원을 짤라라 등등.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식을 더 사서 인수해버리겠다. 대대적으로 소송을 걸겠다 등 협박을 한다.


이런 경우 주가는 어떻게든 올라가게 되어 있다. 오너는 자기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여야 하고. 또 배당을 많이 줄 것 같으니 그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생길 것이고. 대부분 기업의 본래 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올라간다.


그럼 아이젠버그는 그렇게 가격이 올라간 주식을 팔아버리고 발을 빼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행동주의 펀드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혔지만 그 근본은 그가 예전부터 해먹던 기업사냥질일 뿐이다.


월가의 사람들은 말을 잘 가져다 붙인다. 1990년대쯤 되면서 기업사냥꾼의 이미지가 나빠지니 예전에 대놓고 하던 것을 조금 조심스레 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예전엔 대놓고 회사를 사서 다 쪼개 팔아버렸다면, 지금은 그 전에 주식가격을 끌어올려 파는 정도. 별 차이도 없다.


하지만 그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면 다음 먹이는 내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IMF 이후 수년간 그렇게 당해왔다.


지금 나는 마치 잘 아는 듯 말했지만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이론일 뿐 막상 이 일을 해보면 많이 다를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의 사냥방식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아이젠버그 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 * *


아이젠버그 엔터프라이즈의 플로리다 본사 면접. 앞으로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하겠지만 면접은 본사에서 했다. 아이젠버그가 날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나.


내 얼굴을 보려 잠깐 들어온 칼 아이젠버그가 물었다.


“내가 당신을 보려던 이유는 단 하나. 이걸 물어보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당신이 직접 보스를 총으로 쏴 죽인 건 아니지?”


얼마 전 사건에서 죽은 벤자민 모리스를 말하는 듯 했다. 데이비드 마이어는 죽지 않았으니까.


“아닙니다. 제 보스를 쏜 사람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칼 아이젠버그가 씨익 웃더니 일어나서 내게 악수를 청한다.


“그럼 됐어. 내일부터 일 시작해.”


‘합격인가?’


하지만 아이젠버그가 나간 후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점심과 저녁 식사까지 포함해서 하루 종일 인터뷰가 이어진다고 설명해줬다. 저녁식사 때 플로리다 특산품 스톤크랩을 사준다는 말에 끝까지 남았다.


우선은 인사부서에서 온 깐깐한 표정의 안경쓴 여자와 인터뷰를 했다.


“일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터뷰는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방금 칼이 한 말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시고 진행해 주십시오.”


일단 내 직위는 Vice President, VP. 번역하자면 부사장이겠지만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에서 VP 그리 높은 직위가 아니다. 경력직이 MBA를 마치고 오면 보통 이 정도 직함을 받는다. 한국 기업의 직급체계로 보자면 부장 이나 차장, 큰 회사라면 과장 정도일 수도 있다. 임원급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일할 부서인 차익거래 팀과의 면접은 더 힘들고 까다로웠다.


“W2에 기록된 작년 수입은 얼맙니까? W2가 뭔지는 알겠죠?”


“네. 그럼요.”


나에게 불만이라도 있는 듯 가시돗힌 질문을 하는 사람은 데니스 왕.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나와 비슷한 키에 짧은 스포츠 머리. 중국인치곤 키가 큰 편이다. 아직도 여드름이 나는지 피부가 좋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티를 적나라하게 내고 있었다.


“원래 보너스로 받기로 했던 백만 달러를 제외하면 20만 달러 였습니다.”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받기로 한 것이라. 푸하하하. 그건 아무 증거가 없는 본인 주장 아닌가요?”


“...”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데이비드와의 약속은 말로 한 것이었고 그 당사자는 감옥에 있으니. 증거도 없었고.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키가 큰 백인남자가 들어왔다.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하지만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에 20대 젊은이처럼 군살없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만한 잘생긴 얼굴에 기럭지가 길어 양복이 모델처럼 잘 어울렸다.


“태석 김. 말로만 들었는데 오늘 실제로 보는구만. 만나서 반가와요. 난 조셉 스탠튼이라고 해요.”


내게 악수를 청한 후 스탠튼이 데니스 왕의 옆자리에 바로 앉더니 내게 물었다.


“데니스가 싸가지 없이 행동하지 않았나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원래 그런 친구니까.”


데니스 왕이 인상을 쓰는 걸 보며 내가 답했다.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아닙니다. 전혀··· 기분나쁘지 않았습니다.”


싸가지 없이 굴었지만 나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이다.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스탠튼이 이마에 손을 얹고 웃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우리 데니스와 대화를 하고나면 1분 이내에 기분이 나빠지는게 정상입니다. 인간이라면.”


“조셉. 입닥쳐욧!”


결국 데니스 왕이 화를 냈다. 얼굴을 붉히자 여드름 자국이 더 선명해지며 멍게를 연상시켰다.


속으로 별명을 지어줬다.


‘불타는 멍게'


“하지만 그런 단점을 모두 커버할만큼 실력이 있는 친구니까 친하게 지내면 배울 것이 많을거에요.”


실없는 농담으로 시작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진지한 태도로 변해 상대방이나 동료의 장점을 칭찬해준다. 틀에 박힌 수법이지만 여전히 잘 통한다. 아마 스탠튼은 이런 식으로 수많은 거래를 성사시켰을 것이다.


갑작스런 칭찬에 데니스 왕은 금세 만족했는지 얼굴이 제 색깔을 찾았다.


‘단순한 놈.’


* * *


칼 아이젠버그의 말과 달리 플로리다에서의 면접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마침 금요일이어서 오후에 들러 오리엔테이션을 받기로 했다 .


사무실은 맨하탄 파크 애비뉴의 파크 플라자 센터.


이미 봤던 데니스 왕과 조셉 스탠튼 모두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조셉 스탠튼이 차익거래 팀의 헤드를 맡고 있고 데니스 왕은 같은 팀원. 하지만 부팀장 정도의 위치였다.


‘하아. 그 자식은 다시 안볼 줄 알았는데.’


주식차익거래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회사가 주로 쓰는 방식은 인수합병같은 호재를 앞둔 회사를 미리 찾아내 주식을 사두는 것이다. 또 이미 인수합병이 진행중인 주식에 대해서도 또 다른 인수희망자가 나오거나 해서 더 오를 조짐이 보이면 미리 사두고 경쟁상태에 있는 인수희망자에게 팔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주식거래를 통해 벌기도 하는데 이런 정보를 보고 받은 아이젠버그가 떄때로 끼어들어 행동주의 펀드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은밀한 거래가 없을 수 없는 구조인데.’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은 예전 데이비드 마이어의 회사와 같은 수준이었다. 20만 달러 연봉에 성과급 보너스.


“좋군요.”


별로 큰 액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티를 내면 안된다.


‘많이 컸네, 손정민. 예전 내 수준이었으면 평생 못받을 연봉인데.’


조셉 스탠튼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이런 투자방식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뭔가 고급정보가 필요하겠군요.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진과 긴밀한 관계에 있어야···”


그말을 들은 조셉 스탠튼이 정색을 한다. 그리곤 주변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큰 목소리.


“자네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지? 설마 지금 내부거래를 말하고 있나?”


검지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내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얼굴에 분노가 찬 표정.


‘내가 뭘 실수한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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