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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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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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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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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자놀이

DUMMY

얼떨결에 받은 포르쉐 SUV를 몰고 겨우 기억을 더듬어 스탠튼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리무진을 타고 올 때는 거의 졸고 있었고, 람보르기니를 몰고 올 때는 흥분한 상태여서 기억이 잘 나지않았다.


대충 근처까지 왔지만 집들이 모두들 큰 저택들이어서 비슷비슷했다.


“제길. 다 똑같아보이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치가 좋고 건물이 고급져 보이는 집이 눈에 띄기는 했다. 그 집앞에 세워진 람보르기니.


“찾았다.”


람보르기니 뒤에 차를 주차하고 다시 한번 차를 감상했다.


“으음. 역시 쫙 빠졌어.”


누군가 내 뒤에 걸어온 것도 몰랐다.


“멋진 차죠?”


여자 목소리. 올리비아 스튜어트.


순간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아 쪽팔려.’


“하하하. 미안해요. 놀라게 해버렸네.”


반바지에 몸에 붙는 폴로 티셔츠를 입고 왔다.


“아니요. 아닙니다. 올리비아도 오늘 여기 오는 건 몰랐네요.”


“아. 그런가요? 저도 어제 오후에 조셉이 말해줘서 오게 되었어요. 새로운 팀이니까 서로 호흡을 맞추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했어요. 특히 태석씨한테 많이 배울 수 있을거라고 귀뜸해주더군요.”


“아아. 예.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당황스러웠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웃는다. 내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막 던졌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어디 출신이세요?”


“네 이미 들었어요. 코네티컷에서 있었던 일들 이야기도. 한국에서 꽤 큰 투자회사를 운영하셨다면서요.”


“아. 그리고 저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에요. 네바다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 타호 시티라고 타호 호수에 접한 곳에서 왔어요. 관광지이긴 하지만 엄청 시골이지요. 저희 가족은 대대로 거기서 여행객을 상대로 낚시나 사냥 가이드를 했었죠. 아 할아버지 때에는 관광 가이드가 아니라 진짜 사냥꾼이었고요. 그땐 관광지가 아니었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어려워보이는 귀족적이 외모와 달리 올리비아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고단수여서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이성이 아닌 동료로서 마음에 들었다.


‘자넷도 괜찮고. 올리비아도. 여긴 딱 그 한 놈 왕서방 그놈놈이 문제네.’


갑자기 데니스 왕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너와 올리비아 둘중 한명은 연말에 짤리는거야. 올리비아는 하버드 MBA 출신에 미모도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넌 뭘 가지고 있지? 그 망해버렸다는 한국 재벌 가문? 푸하하하


밖에서 올리비아와 떠들고 있다보니 어느새 스탠튼 부부가 짐을 들고 나왔다.


“자 다들 준비됐나? 그럼 떠나보실까?”


“어디보자. SUV에 짐을 다 싣고 나면 한 사람 자리가 모자라는데. 흐음. 그럼 이렇게 합시다.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혼자서 그 차를 타고와요. 원래 레이디를 혼자 두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차가 특별하니 이번엔 괜찮아.”


열쇠를 받는 올리비아의 눈이 반짝인다. 올리비아도 스포츠카를 나만큼 좋아 하는 것 같았다. 스탠튼에게 군인처럼 경례를 하는 포즈를 보인다.


“감사합니다. 보스.”


‘우쒸. 내가 혼자 가도 되는데.’


차를 보며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스탠튼이 한마디 한다.


“태석. 자네는 짐 들어야지 어딜 가려해.”


* * *


선착장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스탠튼이 쭉 늘어서있는 보트와 요트들을 따라 걸어 가다가 그 중 하나에 바로 올라탄다. 나도 들고 있던 짐들을 옮기고 뛰어 올라갔다. 선착장의 직원인 듯한 사람이 줄을 풀어주고 기름을 채우는 등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헬로 조셉."


“헤이 스티브."


스탠튼이 오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곤 두둑한 팁을 받아간다. 100 달러 지폐였는데 분명 한 장은 아니었다.


요트에는 스칼렛이라고 써 있었다. 스칼렛 호다.


예상대로 빌 게이츠나 중동의 부호들이 타는 갑판에 수영장이 있는 그런 요트는 아니었고 대략 2-3백만 달러 가격에, 30미터 정도 크기의 보트였다.


아마도 중고로 샀다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었을 듯. 보트나 요트는 중고 가격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진다. 럭셔리 품목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흐흐. 장인이 요트는 선물로 주지 않았나 보군.’


‘한강이나 제주도 연안에 띄우고 놀기에 적합한 사이즈네.’


물론 이 정도도 일반인이 사기엔 부담이 크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럭셔리 장난감들은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배를 정박시켜둘 곳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겨울엔 물에서 꺼내 보관해야 하고 청소 및 관리, 기름값 등등. 일반인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다.


선실은 내가 얼마전까지 살던 집의 거실보다 더 넓었다. 아래층 침실도 내 침실보다 크고 화려했다. 메인 룸과 게스트 룸도 따로 나눠져 있는 물위에 떠있는 집이다. 40인치 삼성 TV도 걸려있다.


마치 이걸 타고 대서양 일주라도 할 듯이 온갖 비상식량과 음료수들이 부엌에 꽉 차있었다. 주방기기도 미엘 냉장고, 삼성 식기세척기, 게다가 LG 세탁기까지 있었다.


‘이야. 이건 뭐. 가전제품들이 내 집보다 좋잖아. 나도 가전제품들을 좀 사서 채워녛어야겠다.’


얼마전 새로 이사간 내 집은 꽤 비싼 집이지만 가구를 들여놓지 않아 텅 비어 있었다.


보트를 자세히 보니 Pershing 82라는 모델이다. 예전에 한강에 띄울 보트를 김상건이 알아보라고 한 적이 있어 이 정도 사이즈의 보트와 요트들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이 모델은 돛을 단 요트가 아니라 모터보트다. 모터 요트라고도 부른다. 디젤 엔진.


– 짝짝짝


스칼렛이 박수를 치면서 사람들을 모았다.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사진에 취미가 있는 듯 하다.


“자 모두들 사진 한방 찍고 갑시다. 배 앞에 모여봐요. 자 찍습니다. 웃으세요. 세이 치이즈~”



올리비아가 어깨동무를 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좋은 향기가 났다.


“자 그럼 출발해보자고.”


사진을 찍자마자 스탠튼이 나선다.


보트가 스피드를 내며 점점 먼 바다로 나갔다. 이스트 햄튼은 대서양을 접하고 있으며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에 거의 치우쳐 있다. 오늘 가려는 목적지인 커네티컷 해안의 내만으로 가려면 우선 동쪽 대서양 쪽으로 나간 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롱아일랜드를 끼고 유턴을 하듯 돌아가야 한다.


스탠튼과 나는 운전실에 앉았고 여자들은 선상 데크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바다 한복판에 나오자 시가를 입에 문 스탠튼이 소리를 지르듯 나를 향해 말했다. 그래도 엔진소리에 가려 처음엔 잘 들리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배를 좀 타봤다니 알고 있을텐데, 태석! 잘 들어. 여기 누구라도 물에 빠지면 절대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마. 그 상태에서 그대로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요청해. 만일 당황해서 눈을 잠시라도 뗀다면 다시 돌아봤을 때는 빠진 사람의 위치를 절대 못찾아. 배는 빠르고 파도는 높고 바다는 넓거든. 오케이? 그점만 명심하면 돼. 절대 눈을 떼지마.”


스칼렛은 파도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대서양 바다 한복판이어서 그런지 파도가 꽤 있었다. 스탠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넓은 바다에 빠진 사람의 위치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 했다는 듯 무슨 해적 선장같은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린다.


민간용 보트치고 꽤나 빠른 속도인 48 노트로 계속 달렸다. 미 해군 특수부대가 침투용으로 사용하는 인터셉터라는 보트의 최고 속도가 60 노트 정도이고 평시에는 47 노트 정도를 유지한다. 이 정도면 매우 빠른 것이다. 해양경찰이 봤었다면 단속당했을 수준.


파도 위를 날 듯 달리니 배가 많이 흔들렸지만 다행이도 배멀미가 나지 않았다. 이것도 아마 내구성 좋은 김태석의 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신기하게 다른 사람들도 배멀미를 하지 않았다.


나 혼자만 배멀미를 했다면 초면에 스타일을 구길 뻔 했다. 뭐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올리비아에게 말이다.


스칼렛 호는 얼마 걸리지 않아 롱아일랜드의 끝을 돌아 롱아일랜드 해협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멋지다는 뉴잉글랜드 해안의 모습이구나.”


미국 북동부 해안 뉴햄프셔에서 커네티컷까지의 6개 주를 뉴잉글랜드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배를 타고온 이주민들이 처음 도착한 땅들이다.


‘백인들이 도움을 주던 땅주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차지한 그 땅들이지.’


커네티컷 해안과 작은 섬들을 구경하고나서 셀터 섬이라는 곳으로 들어오자 이곳의 바다는 방금 지나온 곳과는 딴판이었다. 파도가 전혀 없는 거울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졌다. 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만한 멋진 등대들이 여러 개 보였다.


스탠튼이 보트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엔진의 굉음소리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제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했다.


“자아. 바로 여기야. 이제 다 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만의 바다지. 원래 이름은 가디너즈 만이라 불리는데 나는 여기를 스탠튼 만이라고 불러. 올 때마다 이 바다에는 나밖에 없거든. 여기에 있으면 마치 세상에 나만 혼자 남은 것 같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뭔가 쓸쓸한 느낌의 바다. 오늘처럼 화장한 날이 아니라 우중충한 날에 왔다면 아주 우울할 것 같은 곳이었다.


닻을 내렸다. 소나에 보이는 주변 수심은 그리 깊지 않아 15 피트에서 30 피트 사이였다.


“벌써 점심시간이군. 여보, 점심부터 먹읍시다.”


그러자 스칼렛이 가져온 피크닉 가방을 연다. 간단한 음식들이었지만 종류가 다양했다. 멜론과 프로슈토, 살라미, 하몽 등 햄과 각종 치즈류를 준비했다.


“자 이것 먹어봐요. 세르지오의 부라타 치즈는 이탈리아 바리 지역에 갔을 때 먹던 그 맛과 똑같아요.”


스칼렛이 공처럼 둥굴게 말린 허연 치즈를 권해줬다. 올리비아보다 나에게 더 신경을 써주는 것처럼 보였다.


치즈는 먹을 만 했다. 감탄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태석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식성은 왠지 옛날 그대로 국밥체질이다.


샴페인과 스탠튼이 직접 만들었다는 샹그리아도 있었다. 샹그리아는 레드와인에 오렌지 쥬스나 탄산음료를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 달착지근한 맛이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취할 것 같은 음료였다.


적당히 먹고 마시고 나서 햇빛을 받으며 갑판에 누워 다들 쉬는 모드로 들어갔다.


올리비아도 분홍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태닝을 하고 있었다.


나도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고 수영복 바지 차림으로 갑판에 누웠다. 여자들이 나의 커다란 문신에 잠깐 눈길을 줬지만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문신을 하는 미국에서도 상류층 백인들은 문신같은 걸 하지 않지만 이들은 날 상류층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문제없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졸고 있을 때 같이 햋볕을 즐기던 스탠튼이 갑자기 일어나 우리를 불렀다.


“자 우리 회사의 젊은 피들! 이제 밥도 먹었으니 좀 재밌는 걸 해볼까.”


미리 가져온 주머니에서 백 달러짜리 지폐를 계속 꺼낸다. 지폐 20 장씩 한 묶음으로 열 개의 묶음. 각각의 20장 묶음은 금색실로 돌돌 말아져 있었다. 그 돈들을 빈 얼음통에 넣더니 다시 빈 아이스박스에 넣고 그것을 요트 밖으로 휘익 던졌다.


“자아. 멀리 가라.”


물위에 둥둥 뜬 빨간색의 아이스박스는 빠르게 보트에서 멀어져 갔다. 보트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조류가 꽤 있었다.


“저기 아이스박스에는 2만 달러가 들어 있다. 저걸 헤엄쳐서 가져오는 사람이 갖는거야. 지원할 사람!”


‘뭐하는 짓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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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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