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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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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812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3.28 08:15
조회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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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난데없는 총싸움

DUMMY

“그게 뭔가? 말해보게.”


“예전에 제가 필라델피아에 갔다고 했을 때 아더 앤더슨의 임원중 하나가 전화했다고 하셨지요?”


“그랬었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그런 것 같긴 하네.”


“크리스토퍼 러셀이라고. 같이 통화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아. 맞아. 크리스토퍼. 그렇지. 그렇지. 이제 생각났네. 그 친구 아주 괜찮은 친구더군. 금세 친해졌었지. 처음 통화했지만 죽이 잘 맞았어. 아마 그날 30분 이상 통화했을 걸.”


“그런데 크리스토퍼가 자신을 크리스토퍼라고 부르라고 하던가요?”


“그럼. 앞으로 미스터 러셀말고 크리스토퍼라고 부르라고 하던군. 그도 나를 데이비드라고 불렀지.”


나는 또다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데이비드가 화를 낸다. 조금 전에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마치 내가 그를 취조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신문을 테이블에 던지며 말한다.


“이봐 젊은 친구. 자네 도대체 내게 하고싶은 말이 뭔가?”


“그저 진실을 듣고 싶은 겁니다.”


“진실? 자네에게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겐가?”


“그날 정말로 크리스토퍼와 통화를 했습니까? 그런데 크리스토퍼가 자신을 크리스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았다 이 말씀이시지요?”


“나 참. 그렇다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사소한 걸로 트집을 잡을 참인가? 자네 잠을 못자서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네. 빈 방에 가서 좀 쉬도록 하게. 자네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적절한 수면은 아주 중요해.”


“감사합니다. 하지만 궁금한게 하나 더 있어서요.”


“사모님과는 사고로 사별하셨다고 했지요?”


이번엔 데이비드가 대답을 하지 않고 날 노려보기만 했다. 신경쓰지 않고 내 말을 했다.


“이혼절차를 밟는 와중에 그런 일이 벌어졌더군요. 저한테 말씀하신 것처럼 각별한 부부관계는 아니셨다는 말입니다.”


“이 젊은 친구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사모님의 사망으로 인한 생명보험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액수가 상당히 크더군요. 3천만 달러.”


드디어 데이비드 마이머가 폭발했다. 아마 이런 그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월가에서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이봐 친구. 자네 지금 미쳤나? 이거 좋게좋게 보려 했더니 도무지 끝을 모르는구만. 자네 내 집에서 나가게. 도저히 지금은 자네가 제 정신이 아니야. 내 집에 있을 상태도 못돼”


그의 얼굴이 머리끝까지 붉어졌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데이비드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했다.


“당신과 전화를 끊고 생각을 했죠. 벤자민이 영악하고 실행력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을 혼자 꾸밀 수 있을까하고요. 물론 데이비드 당신은 가장 큰 알리바이가 있죠. 검사 필 뉴마크가 당신을 잡아들이고 싶어한다는 점. 그래서 그가 벤자민을 이용했다는 점.”


“그 점 때문에 처음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필 뉴마크는 결국 당신을 잡지 못했죠. 잡기는 커녕 닭쫓던 개마냥 모든 걸 넘겨야 했죠. 자신보다 훨씬 강한 먹이사슬 위쪽의 누군가에게.”


“그게 누구였을까요? 알아봤더니 데이비드 당신과 친한 인물이 나오더군요. 전 CIA 국장 앤드류 개디스!”


개디스와 데이비드를 연관시킨 것은 나의 블러핑이었다. 둘이 친다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정보기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그냥 넘겨짚은 것인데 데이비드가 반응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있는 듯 하다.


“결국 저도 이용당했고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벤자민도 이용당한 이 모든 일을 꾸민 배후인물은 바로 당신! 데이비드 마이어였던 겁니다! 그리고 이건 아직 의심뿐이지만 당신의 부인은 사고로 죽은 것이아니라 누군가에게 살해된 겁니다.”


데이비드가 읽던 신문을 바닥에 내던지더니 욕을 했다.


“이런 미친 놈. 내가 널 여기 월스트리트에 자리잡도록 어떻게 도와줬는데 그런 말도 안되는 걸 나에게 덮어씌우다니. 역시 외국에서 온 놈들은 안돼. 굴러들어온 것들이 우리가 세대를 걸쳐 쌓은 것을 가져가려고만 하고.”


큰 목소리와 달리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와 조리있게 말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은 확실했다.


‘내가 모든 것을 파악할 것이라고 예상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한방 맞은 표정이구만. 딱 보이네.’


포커페이스를 하려고 했지만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녹음기가 켜져 있는 지 확인했다.


‘에이씨. 잘 모르겠네. 켜져있겠지.’


내가 주머니를 더듬거리는 순간 뒤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사람의 목소리.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였다.


“야 이 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


정원에서 일을 하던 멕시코 인부들이 갑자기 잔디깍던 도구들을 내팽개치고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쳐다보던 데이비드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표정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한다.


“벤자민. 그 총 내려놔. 변호사를 만나라고 했더니 이게 뭔가? 자네답지 않게.”


데이비드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날 노려본다.


“오우. 이 눈 작은 동양놈. 너도 있었구나. 이거 아주 잘됐네. 그렇잖아도 여기 일 끝나면 찾으러 가려 했는데. 네가 사는 그 쓰레기장같은 아파트는 요즘 어쩔 수 없이 나도 자주 가야만 했었지. 갔다 올 때마다 마늘과 쓰레기 냄새가 옷에 배이더군.”


입에서 술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네가 가지고 있지? 스트라우스 자료 내놔.”


버나드 스트라우스의 비리자료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달라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이 자식이 알았지?’


데이비드가 급기야 크게 호통을 친다.


“이거 뭐하는 짓인가. 벤자민! 나만 믿고 변호사를 만나. 자네는 괜찮을거야.”


하지만 벤자민의 총구가 그를 향하자 움츠려드는 데이비드.


“시끄러워. 데이비드 이 교활한 놈아. 내가 네 놈의 수작을 모를줄 알아. 넌 그 스트라우스 파일을 네 친구 개디스에게 줄 것이고, 난 감옥에서 썪도록 할 것 아니야. 그것이 원래부터 너의 계획이었지.”


“무슨 소리야. 난 자네를···”


–타앙!


총을 쐈다. 데이비드의 발 쪽으로 쐈다. 데이비드의 맨발에서 불과 1 미터도 안되는 거리의 잔디와 흙이 튀어 데이비드의 정강이에 튀며 묻었다.


“데이비드, 내가 지금은 바쁘니 일단 이 못생긴 동양놈부터 처리하고 얘기를 하도록 하지.”


나에게 총을 겨누며 물었다.


“내놔. 그 파일 어디 있어.”


벤자민이 나를 향해 살기를 보이며 총구를 겨눴다. 나는 양손을 들어 항복표시를 하며 그가 겨눈 총구를 자세히 봤다. 이놈이 술에 많이 취했거나 총을 실제로 쏴보지 못했거나, 극도로 긴장했다면 총구가 흔들린다. 그럼 조금이나마 살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길. 이 새끼 별로 안취했는데. 총구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


벤자민은 어디선가 배운 듯 양손을 안정적으로 총을 잡고 있었다. 술도 취한 척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네놈이 싫었었는데 이렇게 통쾌한 마지막이 될 줄을 정말 몰랐다.”


벤자민이 정석대로 천천히 방아쇠를 쥐어짜듯 당기는 것이 크게 보였다. 정말로 이 순간을 즐기는 듯 벤자민은 방아쇠를 당기며 웃고 있었다. 나와의 거리는 2미터도 안된다. 이 거리에서는 날 못 맞추는 것이 더 힘들어 보였다.


‘아 씨x. 죽었다.’


–타앙


총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앞으로 고꾸라지듯 엎드렸다. 뭔가 뜨겁고 딱딱하고 끈적한 것들이 얼굴에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잔디 위로 쓰러졌다.


‘내 몸에서 나온 것들인가?’


내 얼굴에 총에 맞은 건지 그냥 놀라서 엎어진 것인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얼굴에 닿은 잔디의 느낌이 차갑다. 통증은 없었지만 몸이 차갑다는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털썩


그런 내 위로 포개지듯 털썩 쓰러지는 벤자민.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허연 것들이 내 손과 몸에 묻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눈코입이 있던 그의 얼굴 한쪽이 고깃덩어리처럼 짖이겨져 있었다. 정확히는 왼쪽 눈과 머리쪽이었다. 깜짝놀라 그의 몸을 밀쳐냈지만 내 옷은 이미 벤자민의 피로 흥건히 젖은 상황.


아직 남아 있는 벤자민의 푸른 눈 한쪽이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30여 미터 앞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 한놈이 소총을 들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봤던 바로 그놈들이었다.


벤자민의 시체를 옆으로 치우고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다리가 풀린 듯 말을 듣지 않았다. 가까스로 일어난 순간 양복입은 흑인의 얼굴이 보이는 듯 하더니 눈에 불이 번쩍였다.


이번엔 정말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 *


깨어난 곳은 데이비드의 집 거실, 소파에 앉힌 채로 팔이 뒤로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동양계 혼혈인이 반대쪽 소파에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백인과 흑인은 그 뒤에 서 있었다.


리더인듯한 혼혈인은 가까이에서 보니 외모가 확실히 백인보다는 동양인에 더 가까왔다. 약간 눈썹이 진하고 수염이 많은, 느끼하게 생긴 한국인 정도였다.


내가 의식을 회복한 것을 보고 그가 물었다.


“서류 파일은 어디있지?”


내가 주저하자 바로 소리를 지른다.


“스트라우스 파일 어디 있냐고! 바로 말 안해!”


‘아이씨. 이 자식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이리 목소리가 커.’


고든 맥브라이드에게서 받은 스트라우스 비리 파일은 오는 길에 뉴저지의 사설 보관창고에 맡겨 뒀었다. 혹시 내가 어찌 된다면 그것을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을 스위스에 있는 여동생 재희로 해뒀다. 재희가 찾으러 올 지는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스트라우스가 뭐요? 물이나 있으면 좀 주시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목이 몹시 말랐다. 내 말을 들은 뒤에 서있던 흑인이 주먹을 쥐고 잔인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는 것을 동양인이 손을 저어 막는다.


“아직 아니야. 일단 물부터 갖다줘봐.”


‘뭐? 뭐가 아직 아니라는거야? 이것들이. 진짜로 때릴라나보네.’


흑인이 데이비드의 냉장고를 뒤지더니 생수병을 하나 가져온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생수병을 내게 던져준다. 데이비드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아니면 이미 죽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생수병을 던져 줬지만 손이 묶여 있어 받을 수도 없고 마실 수도 없었다. 내 몸에 맞고 발 밑으로 떨어졌다.


‘이 새끼가. 이거 일부러 던졌어.’


놈을 노려봤다.


“입으로 열어서 먹어라. 짐승처럼. 하하핫!”


그렇게 말한 흑인 요원의 얼굴을 보니 생긴 것도 잔인해 보였다.


‘이 잔인한 원숭이같이 생긴 새끼가··· 어디 두고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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