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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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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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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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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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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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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이거 파란불인가?

DUMMY

밤늦은 롱아일랜드 익스프레스웨이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습도가 높았지만 창문을 열고 달렸다.


“바다를 좋아하나봐요.”


“네. 바닷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릴 때 생각이 나요. 가끔 바다 냄새도 그립고.”


“타호 호수 근처에서 자랐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거긴 바다하고는 꽤 먼데.”


“아. 그냥 물가에서 자랐다고요. 수영하는 걸 좋아해서 그래요. 뭐 바다냄새는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요?”


이상하게 말을 얼버무렸지만 그냥 말이 헛나왔으려니 하고 넘어갔다.


사실 난 이미 올리비아에게 빠져 있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끌려들어간다. 올리비아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사실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지금 시간쯤에 자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 들어간다면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뉴욕은 10년 만에 처음 와봐요. 학교 다닐 때 잠깐 와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인턴 면접을 보기 위해 왔던거라 정신이 없었죠. 그때 인턴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싶었지만 떨어졌고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고 묻지 않은 것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느낌이 왔어. 올리비아도 내가 마음에 드는게 분명해. 김태석같은 선이 굵고 느끼해 보이는 얼굴이 미국에선 좀 팔리는구만. 허허.’


“그런데 집이 뉴저지의 저지시티라고 하지 않았나요? 바로 허드슨 강 건너편이잖아요? 거기서 보면 맨하탄 스카이라인이 정말 잘보이지 않아요?”


올리비아가 사는 곳도 꽤 비싼 축에 속한다. 맨하탄 경관을 강건너에서 볼 수 있는 곳.


“그런 사진에 나오는 풍경들 말고요. 뉴욕 시내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풍경을 볼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마침 내가 사는 아파트 입주민 휴게실에서 뉴욕시내가 잘 보인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정도는 아니지만 낮기 때문에 오히려 아래가 더 잘보인다.


“제가 사는 아파트를 말하는 것 같군요.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휴게실이 있는데 거기 발코니에 서면 아래가 잘 보이죠. 한번 가볼래요?”


‘설마 내 집을 염두에 두고 말한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지. 이사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내 집 주소를 알리가 없잖아.’


“그래요?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 혹시 이게 저를 집으로 끌어들이거나 그런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죠?”


“아이. 저를 뭘로 보시고. 절대 아닙니다. 오늘 오실 필요도 없어요. 해가 질 때 더 멋있거든요. 나중에 회사 끝날때 쯤 그 시간에 한번 초청하지요.”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오늘가서 해질 때 좋은 풍경이 나올만한지 미리 확인하고 싶은데요.”


‘오잉. 지금 이거 파란불인건가?’


“그럼 괜찮으시다면 오늘 가볼까요?”


올리비아가 기어에 올려놓은 내 손을 잡았다.


“좋아요.”


진도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피할 수 없었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는 걸어갔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걸어가는 내내 손을 잡고 걸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Park Imperial 230 West 56th Street.


한 달전부터 내가 살던 집이다.


내가 이런 고급 아파트에 사는 것을 보고 놀랄 줄 알았는데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는다. 그냥 놀란 것을 숨기는 것인지 당연하다는 듯 행동한다.


꼭대기 층에 입주민을 위한 휴게실이 있다. 오락실 같은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이곳에서 파티를 하기도 한다. 발코니가 있어 나가면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센트럴 파크 공원이 바로 아래 있어 공기도 좋은 편.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서있는 곳 아래에는 사람들과 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름답네요. 불빛이 너무 많아요. 이 늦은 시간에도.”


“잠들지 않는 도시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대부분 도시들은 9시가 넘으면 깜깜해진다. 그렇지 않은 유일한 도시가 뉴욕이라고. 그래서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뉴욕에 살고 싶어 한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조셉은 정말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인것 같지 않아요?”


“네. 그런 타입은 어디가서 찾기 힘들죠. 제가 심리학자였다면 연구하고 싶은.”


“살짝 맛이 간 것 같기도...”


올리비아가 말을 하자마자 실수한 것을 깨닫고 말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나와버렸다. 뭐 나도 같은 생각이기에 맞장구쳐줬다.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확한 지적이에요.”


그러자 힘을 얻었는지 말을 쏟아낸다.


“오늘 돈다발을 넣은 아이스박스. 그건 좀 아니었어요. 조금 유치하기도 하고. 사실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무리해서 뛰어들었던 점은 저도 인정할게요. 제가 뛰어든 것이니 저도 똑같다고하면 할 말은 없어요.”


“사실 태석씨도 뛰어들지는 몰랐어요. 수영을 못할 줄 알았거든요.”


‘어쭈. 이게. 동양인이라고 다 왕서방같은줄 아네.’


그 말을 하며 윙크를 하는 초록색 눈이 반짝인다. 그러면서 내 팔을 스윽 만진다. 팔뚝 근육을 체크해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 전율같은 것이 척추를 타고 내려오는 듯 했다.


‘침착하자. 이러면 안돼.’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말을 돌렸다.


“조셉은 좀 특이하긴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해요. 항상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또 무엇보다. 회사를 위해 많은 돈을 벌어오잖아요.”


올리비아도 동의한다.


“그렇긴 하죠. 자신의 것은 또 악착같이 챙기기도 하지만. 뭐 여기 월스트리트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탐욕이 선이라 불리는 곳이니까요. 잘 어울리는 사람이요.”


그러고보니 아이스박스의 그 돈은 올리비아가 낼름 가져갔다.


‘먼저 아이스박스를 차지했으니 자기 것이긴 하지.’


넋놓고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시간이 12시가 다됐다. 나도 여기에 올라와 이렇게 오랬동안 바깥풍경을 본 것은 처음이다.


“택시를 불러야 겠네요.”


전화기를 꺼내려는 내 손을 잡는다.


“그럴 필요없어요.”


“...”


“저는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 해요. 가서 보고서를 다 쓰려면 4시쯤 가야겠네요. 그런데 지금 집에가면 그만큼 시간을 길에다 버리게 되요. 잠깐인데 그냥 여기에 있다가 가도 되겠죠?”


“네에?”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일 때문에 그런거에요.”


“아 예. 물론이죠.”


날 유혹하는 것인지 정말 일 때문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다. 청소를 하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아직 내 아파트에는 가구라곤 단 하나. 내 침대뿐이다. 가지고 있던 가구들은 모두 부서졌고. 여기에 들어와서는 소파도 아직 사지 않았다.


‘이걸 어쩌지?’


어쩔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수 밖에.


“분명 말하는데 오늘은 제가 초청한 것이 아니기에 제 잘못은 아닙니다.”


“아이. 그럼요. 제가 부탁하는 입장에서서···허억"


내부가 넓고 한쪽 면이 모두 통유리로 된 비싸보이는 집이었지만 가구라곤 하나도 없는 황량한 모습.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 일부 가전제품은 계약할 당시 이미 딸려 있었지만 그 외에는 집안 가구가 전혀 없어 마치 운동장 같았다.


부엌의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내 방에 있는 침대와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텅 빈 내 아파트 내부를 보더니 잠시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있는 올리비아. 그래도 이내 수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하하하. 하하. 그.. 그래도 에어컨은 빵빵하네요.”


난 머리를 굴려 방법을 찾아냈다.


‘맞아. 예전에 캠핑을 가기 위해 사둔 침낭이 있었지.‘


“제 침대에서 주무세요. 저는 이걸로 마루에서 자면 되거든요. 캠핑온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하하하.”


너무나도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이거.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미리 말을 하시지. 이거 참.”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무 문제 없어요. 이 밤중에 가시면 제가 더 미안해져요.”


재빨리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와인은 없고 선물받은 싱글몰트 위스키는 있는데 그거라도 한잔 하실래요?”


나는 결국 이날 3년만에 처음으로 끊었던 술을 입에 댔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별 감흥은 없었다. 알콜냄새만 강하게 날 뿐. 내 체질이 변한 듯 하다.


‘이 독한 걸 뭐가 좋다고 먹었던지. 이런거 안 먹어도 사는데 지장없겠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얼음을 넣은 글래스 잔으로 나는 반잔 정도, 올리비아는 두 잔을 마셨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은 확실했다. 이성관계를 떠나 대화가 통하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4 시간 후]


밤을 새우기로 했었지만 둘다 낮에 수영을 많이 해 결국 밀려오는 잠을 참지 못하고 잠깐만 눈을 붙이기로 타협했었다.


그런데 침낭안에서 눈을 뜨니 5시.


낯설은 천정을 보고 순간 여기가 어딘지 감을 잡지 못했었다.


‘아. 내 집이구나. 새로 이사온 내 집.’


여름이어서 이미 밖이 조금씩 밝아 오고 있었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다보니 등이 배겼다.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허리뿐 아니라 몸 전체가 쑤셔왔다. 등짝부터 다리까지 온몸이 뻣뻣했다. 어제 오랜만에 수영을 했기 때문인 듯.


겨우 몸을 일으키며 내 방을 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4시에 일어난다고 했었는데. 올리비아는 일어났을까?’


조심스레 노크를 해봤다.


– 똑 똑


“올리비아."


아무 반응이 없다.


“올리비아."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문을 돌려 열어봤다.


이불은 깔끔히 개어져 있었고 올리비아의 짐도 없었다.


“벌써 일어나서 갔구나. 언제갔지? 전혀 인기척을 못 느꼈는데.”


방안에는 올리비아의 향수 냄새만 아직도 남아 있었다. 샤워실은 마른 상태로 있는 걸로 보아 사용하지 않았다.


“샤워를 했다면 소리가 들렸겠지.”


바빠서 말을 하지 않고 간 것이 분명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할 일은 많고 몸은 피곤하고. 이해가 간다. 나를 깨워 아침이라도 먹거나 했으면 시간이 한없이 늘어질테니.


“크크크. 귀여운 구석이 있어. 방학때 탱자탱자 놀다가 숙제를 못한 학생 꼴이야. 그래도 메모라도 남겨주고 갈 것이지.”


나도 일찍 출근할 준비를 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나타났다.


내 방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뭔지 찾지 못해 깨름직했었다. 결국 찾아냈다.


“이거네. 이거.”


침대 옆 책상에 놓여진 내 노트북 컴퓨터가 닫힌 채로 있던 것이다.


집에서 쓰는 노트북 컴퓨터는 절대 닫아 놓지 않는다. 손정민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내 이상한 정신병에 가까운 버릇이다. 왠지 그렇게 노트북 컴퓨터를 자주 열고 닫고하다보면 화면이 달린 윗판이 헐렁해져 오래 쓰지 못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다.


물론 가끔 껐다가 켜야 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맥북은 윈도우용과 달리 그렇게 자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는 닫혀 있는 경우가 절대 없다.


예전에 애플 본사뿐 아니라 LG에도 전화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 받았으면서도 이상하게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컴퓨터가 아직 따뜻해.”.


바로 얼마전까지 누군가 사용했었다는 증거. 나는 아니다.


“왜 내 컴퓨터를 열어봤지? 아니 어떻게 열어봤지? 어차피 암호를 모를텐데.”


“뭐 이따가 물어보면 알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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