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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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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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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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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그레그 오하라 검사

DUMMY

맨하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은퇴후 1964년까지 30년간 살았던 유서깊은 호텔이다.


조셉 스탠튼이 그 스위트 룸의 소파에 앉아있다. 두통이라도 있는 듯 양쪽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다.


그 뒤에 생수병을 들고 서있는 사람은 뉴욕 남부지검 차장 그레그 오하라. 170 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격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에 허연 피부. 주근깨가 나 있다.


“왜 머리가 아픈가, 조셉? 숙취라면 내가 우리 할아버지에게 배운 아이리쉬 비법을 자네에게만 알려줄 수 있지. 맥주에 위스키를 탄 후 토마토 주스를 섞어서 원샷!”


“지랄하고 있네. 술주정뱅이 아이리쉬들.”


본인도 아일랜드 계인 것을 부정하는 스탠튼. 미국에서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도 흑인과 비슷하게 취급받아왔었다. 심지어 아일랜드인들은 초기에 흑인과 함께 노예로 거래되기도 했었다.


요즘에야 그들 자리를 대신해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남미, 러시아, 아시아, 그리고 중동인들이 생겨나 계급(?)이 올라갔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영국계 백인들은 아직도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레그 오하라가 생수병을 테이블에 거칠게 놓더니 말한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이제 일 얘기를 해보자고. 진행상황을 얘기해봐.”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내는 스탠튼.


“태석 킴이란 놈이 어제 뉴욕생명보험 주식을 샀어. 다른 주식들도 같이 매입했지만 덫이 놓여 있는건 뉴욕생명이지. 그걸 그놈이 샀으니 이제 제사에 올릴 새끼 양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단계까지 온거야.”


그레그 오하라가 미소를 짓는다.


“좋았어. 잘했군. 그리고 또. 그 놈들에 관한 것도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겠지. 명심하게. 맥스 진저버그, 라파엘 틴토, 그리고 카일 보니파스. 이 세 잡범 놈들은 내가 다 집어넣을 걸세. 행여나 귀뜸이라도 해줄 생각은 꿈에도 하지마. 그랬다간 너도 집어 넣을 거니까.”


“그런데 말이야. 혹시 그놈들이 준 정보가 틀릴 가능성도 있나? 뉴욕생명보험 정보말이야.”


그 말을 들은 조셉 스탠튼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고 검사님. 우리 검사님. 금융시장에 대해 그렇게 모르세요?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지만 특히 금융시장에선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지. 이 양반아.”


인상을 쓰는 오하라. 그동안 참았던 말을 쏟아낸다.


“이번 일이 틀어진다면 피를 보는 것은 미스터 스탠튼 당신뿐이야.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야. 내 생각을 말해주지. 저 위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번에 널 살려주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넌 이번 건에서 살아나고 잠시 쉬겠지. 하지만 오래 쉬지는 못해. 이런 금융사기는 마약과 같거든. 넌 얼마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을 벌릴거야. 그리고··· 그땐 내가 널 잡아들일거야. 알겠어?”



하지만 지지않고 대꾸하는 스탠튼이다.


“진정하시지. 나라고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여기서 모든 걸 틀어버리면 당신 일도 나가리되는 것 맞잖아.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나에게만 말해줘봐. 승진인가? 당신이 미합중국의 차기 법무부 장관? 아니면 나처럼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나? 크흐흐.”


법무부 장관에게서 직접 이 사건에 대한 명령이 내려왔을 때 그레그 오하라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제 다 잡아놓은 고기를 놓아주는 차원을 넘어. 그 고기들. 즉 범죄자들과 같이 어울려 일을 하라는 명령이다. 게다가 자신이 해야할 일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희생양이 될 조무래기 하나를 잡아 희대의 사기꾼 범죄자인양 침소봉대해서 잡아 넣는 일.


하지만 백악관 비서실에서 직접 내려온 지침이었다.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당장 뉴욕타임즈 기자에게 털어놓고 그만두겠어.”


큰소리쳤지만 결국 당근에 넘어갔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그에게 일을 잘 해결하면 차관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그 후 정권이 바뀌면 현 장관이 실세 파트너로 있는 로펌 크로포드앤챈스에 파트너직도 보장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자 바로 무너졌다.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을 졸업해 근 20년간 뉴욕 검찰청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정의를 지킨다는 자부심하나로 살아왔지만 그 사이 자신의 동기들은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로펌에서 일하며 연봉 100만불 이상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기 눈앞의 조셉 스탠튼처럼.


‘그래 인생 뭐 있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자네 부하직원 데니스 왕이란 놈이 정말로 이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나?”


“물론이지. 데니스는 이 일과 관련이 없어.”


“그리고 이 태석 킴이라는 놈은?”


“그 놈도 전혀 모르지. 내가 시키는 일만 좋다고 하고 있으니.”


그렇게 말을 하고난 조셉 스탠튼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찡그린다. 그 표정을 날카롭게 포착한 그레그 오하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나 보군. 그럴만도 하지 인간이라면.”


스탠튼이 대꾸한다.


“난 그런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야.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거든.”


“알겠네. 알겠어. 절대 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우린 지금 한 배에 타고 있어. 마지막까지 정신줄 놓지 말고 신경써서 일 망치는 일 없도록 해. 난 이제 사무실로 들어가봐야 겠군. 수고해.”


스탠튼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짜식. 잘난 척은.”


그레그 오하라가 떠난 후 방에 혼자 남은 스탠튼. 6개월 전의 일을 떠올린다.


아이젠버그의 맨하탄 아파트에서 오하라의 부하들에게 수갑이 채워진채로 공포에 떨었던 그 날.


그가 맥스 진저버그 일당과 벌이던 내부거래가 잠복수사를 하던 검찰에 의해 모두 들통나버린 것이다. 다섯 건의 내부거래중 세 건은 증거가 확실해 최소 10년형이 확실한 건이었다. 회사에서 체포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아이젠버그와 대통령과의 독독한 관계 때문이었다.


아이젠버그는 대통령 비서실장 제이슨 쥬크를 통해 스탠튼이 감옥에 가지 않는 방향으로 거래를 이끌어냈다. 아이젠버그가 그만큼 스탠튼을 아껴서? 절대 아니다. 스탠튼이 내부거래를 통해 끌어오는 돈은 아이젠버그의 회사를 살리는 막대한 현금을 제공했고 그 현금의 일부는 대통령의 선거자금에 있어서도 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일을 아무 일도 없던 듯 지워버릴 수는 없다. 아이젠버그의 헤지펀드는 희생양을 제공해 그간의 일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어 버릴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든 출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스탠튼이 계속 돈을 벌어올 수 있으니.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소파에 누워있던 스탠튼이 전화를 든다.


“방으로 들어와.”


얼마 후 들어오는 데니스 왕.


“태석 킴 실적리뷰한 것 말이야. 원래 45점 매긴 것으로 넘겼지?”


“그럼요. 제가 미리 작성한 45점짜리 평가에다 태석 그 녀석이 동의하지 않아 사인을 거부했다고 메모를 써서 넘겼습니다. 85점짜리는 찢어 버렸고요.”


데니스 왕은 칭찬을 받고 싶었던 듯 쳐다봤지만 스탠튼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같은 시각 워싱턴 DC]


워싱턴 레이건 공항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제이슨 쥬크를 만난 칼 아이젠버그.


제이슨 쥬크가 타고 온 검정색 리무진 안에서 만났다. 이 리무진 안에서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아이젠버그를 다시 공항에 내려줄 것이다. 제이슨 쥬크가 대통령의 민간측근들을 만나는 방법이다. 이에 맞춰 아이젠버그도 자신의 개인제트기가 아닌 민간항공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일등석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이미 앉았던 더러운 시트에 앉아 여행을 하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다.


“대통령께서 안부를 전하셨습니다. 2주 후에 뉴욕에서 꼭 뵙고 싶어하십니다.”


제이슨 쥬크는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를 하던 시절부터 비서로 일하던 대통령의 측근이다. 늘어지는 듯한 텍사스식 남부 억양이 강했다. 서글서글하고 사람좋아 보이는 듯한 말투와 달리 워싱턴 정가에서 냉정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하다.


“한가지 미안한 점은 뉴욕에서 만날 그날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 대신 올 겨울에 캠프 데이비드에 직접 초청하신다고 합니다.”


어차피 사람들 많은 곳에서 대통령 옆에 앉아 있는 것보다 캠프 데이비드같은 사적인 장소에서 밀담을 나누는 것이 더 영양가 있다. 그런 것을 모를 아이젠버그가 아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요.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저야 어디에 있던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려는 듯 제이슨 쥬크가 리무진 기사 뒤쪽의 방음벽을 작동시킨다.


아이젠버그가 불안감을 감추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래 오늘 직접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궁금하군요.”


인사치레가 끝났으니 제인슨 쥬크도 본론에 들어간다.


“조셉 스탠튼 말이오. 계획이 조금 변경됐습니다. 아무래도 조셉 스탠튼이 아이젠버그 엔트프라이즈에 남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조셉은 이미 6개월 정직처분하는 것것으로 얘기가 다 되어잖습니까? 이제와서···”


급히 말을 끊는 제이슨 쥬크.


“법무부 장관과 꽤 긴 회의를 했어요. 아무래도 대통령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아이젠버그는 알고 있다. 제이슨 쥬크가 한번 뱉은 말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내린 결정은 절대 감정에 얽매이거나 서둘러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에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스탠튼이 현재 회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전적으로.


“조셉은 회사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를 채용한 후 제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어요. 결국 그 일부는 대통령을 위해서 쓰였고요. 그를 내보내는 것은 커다란···”


제이슨 쥬크가 손을 저으며 아이젠버그의 말을 막는다.


“칼! 대통령과 지금 이일을 연결시키지 마세요.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제이슨 쥬크의 푸른 눈이 차갑게 아이젠버그를 응시하고 침묵이 잠시 흐른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아이젠버그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인정한다.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칼. 지금 덮으려는 사건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칼에 대해 각별히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다른 헤지펀드였다면 이미 청산되었을 겁니다.”


맞는 말이다. 칼 아이젠버그가 일찌감치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이슨 쥬크의 말대로 헤지펀드는 청산되고 자신은 감옥에 있었었을 것이다.


아이젠버그는 창밖을 보며 플랜 B를 생각했다.


‘일단 회사에서 내보내고 외부 프로젝트를 주는 방향으로 일을 구상해야겠군.’


어느덧 리무진은 레이건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이제 다음주부터 뉴욕지검이 일을 터뜨릴 겁니다. 보안유지 철저히 해주시고. 어디 휴가라도 떠나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조만간 또 봅시다 칼.”


“그래요 제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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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3-금융범죄 - 아메리칸 스타일 23.04.17 142 2 11쪽
78 3-스탠튼의 기행 23.04.15 151 2 12쪽
77 3-뉴욕생명보험 23.04.14 169 2 13쪽
76 3-수상한 투자 23.04.13 183 1 12쪽
»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6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30 2 12쪽
68 3-스칼렛 23.04.04 21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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