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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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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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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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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23

작성
23.03.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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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잡종 똥개

DUMMY

[워싱턴 DC]


제리코가 급한 듯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가 눈짓을 하자 알렉스 킴은 같이 일을 하던 알바생들을 내보냈다. 정부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과 뉴욕 증권거래위원회 자료를 통해 검색하고 분석하기 위해 인근 조지워싱턴 대학원생들을 고용한 상황이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알렉스 킴에게 질문을 한다.


“뭐 좀 쓸만한 정보가 나왔나?”


알렉스 킴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하는 제리코.


“아마 내가 지금 가져온 정보가 더 쏠쏠할거야. 버나드 스트라우스. 이야. 이 사람 아주 나쁜 사람이더만.”


“국무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에 엔론에서 스톡옵션을 아주 거하게 받았어. 그런데 그걸 받아야하는 이유가 있었던거야. 들어봐. 아주 재밌어.”


“원래 몇년 간 자기 비서와 바람이 났었거든. 이 양반이. 부인이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었던건지 아니면 몰랐던건지 거의 10년을 그래왔더군. 그런데 스트라우스가 국무부로 가면서 거기서 또다른 여자를 사귄거야. 더 젊은 여자로.”


“하여간. 도대체 비결이 뭐길래. 노인네가 그리 힘이 남아도는지.”


“아무튼 그래서. 오리지날 불륜녀가 극대노한거지. 과거에 유산한 것까지 다 증거로 제출해서 법정까지 갔대. 스트라우스가 이길 수가 없는 게임이었지. 그래서 재판가기 전에 합의를 봤는데 뭐 사랑이 식으면 남는게 뭐겠어. 돈이지.”


윙크를 하며 돈 세는 시늉을 한다.


“합의금이 무려 2천만 달러! 아무리 스트라우스가 부자라지만 당장 현금으로 그런 돈은 없지. 그것도 부인 몰래 쓸 수 있는.”


“자신의 개인적인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결국 엔론 이사회 팔을 비틀어서 받아내고 그걸 처분한 돈을 깔끔하게 과거의 연인에게 모두 바치고 합의를 본거지. 으아. 이런게 진정한 사랑아니겠어.”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제리코를 보며 알렉스 킴이 웃는다.


“스트라우스의 부인이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없지만. 만약에 내 와이프였으면 난 고문을 받으며 죽었을거야.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인생선배로서 내가 충고하는데··· 자넨 결혼하지마.”


“그리고 말이야. 또다른 정보도 있어. 이건 확실한 정보는 아니고 떠도는 루머인데...”


제리코가 갑자기 수염을 다듬으며 정색을 하고 말한다. 알렉스 킴은 지금 말하려는 것이 그가 오늘 온 진짜 이유라는 것을 직감했다.


“개디스가 요즘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 시스템을 한국에 팔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 알고 있나? 그가 록히드 마틴과 살가운 사이라는 것은 워싱턴 정가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지. 다만 최근에 문제가 생겼어. 이전 국무부 장관이던 테리 그랜트와 개디스는 아주 친했거든. 그 둘이서 쿵짝이 맞아서 이지스 시스템을 한국에 파는 것은 이미 다된 밥이었지. 그런데 알다시피 장관이 스트라우스로 바뀌면서 일이 꼬인거야. 스트라우스가 제동을 걸었어. 이유는 알 수 없어. 자신에게도 떡고물을 달라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제리코가 알렉스 킴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개디스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뭔가 일을 벌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나는 그 개인적인 일이라는게···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단 말이지.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혹시 김태석이라는 한국에서 온 놈을 개디스가 언급한 적이 있었나? 그놈을 엮어넣으라고 했었어?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건 한국 측에서 요청했다더군. 한국 측의 어떤 인사가 강력하게 요청을 했대. 뭐 개디스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 아닐 터, 그렇게 했겠지. 김태석이란 자를 알고 있나?”


알렉스 킴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훈련된 반응. 알아도 모른 척.


그리고 생각했다. 제리코는 개디스가 김태석을 죽이라고 살인지령을 내린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엮어서 한국으로 추방하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재수없게 걸렸구나. 이유도 모르고 죽게 생겼어. 나랑 성이 같은 김씨를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그가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스파이 활동을 할 당시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봤었다. 독재자들은 종종 해외세력의 힘을 빌어 흔적이 남지 않게 정적들을 처리하기도 했다. 일을 처리해준 국가에 약점이 잡히고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지만 대개 독재자들은 그런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 국내에서 꼬리잡히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


‘결국 그런 것이었나?’


알렉스 킴은 또다시 술잔을 들었다. 빈속에 흘러내리는 파트롱 테킬라가 뜨겁게 속을 후벼팠다. 요즘 혼자 술마시는 일이 잦아져 마시던 보드카는 모두 비우고 새로 사온 술.


사람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는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제리코가 보내준 짧은 동영상 CD. 화질은 별로였지만 목소리는 잘 들렸다. 도청은 따로 한 듯.


동영상 속의 인물은 2명. 개디스와 함께 어딘가 낯이 익은 동양인. 한국인이었다. 웃고 있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자신감이 배인 절제있는 행동이 그가 범상치않은 사람임을 보여줬다. 배경은 싱가포르의 한 호텔.


알렉스 킴은 같은 동영상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틀고 있었다.


“스트라우스 그 자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졌소. 이미 다 얘기가 된 계약을 이런 식으로 뒤집어 버리다니··· 우린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일부러 록히드 마틴의 비싼 무기를 수입하는거요. 개디스 장군의 명성과 회사의 기술을 믿고.”


– 끄으응


순간 개디스가 언짢은 듯한 신음소리는 내는 것이 들린다. 기분이 안좋을 때 내는 그 만의 독특한 소리다. 오랫동안 그를 보좌했던 알렉스 킴만이 알 수 있는 그 표정과 소리.


그 이유가 있었다. 개디스는 앞의 한국인이 자신과 거래를 하는 이유가 그가 받을 한국돈으로 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리베이트때문이란 걸 알고 있다.


이 한국인이 대놓고 자신의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을 개디스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한국인도 자신이 한 말이 어색했는지 침묵이 잠시 흘렀다. 한국인이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조치를 취하신다고 했으니 난 개디스 장군을 믿고 있소.”


개디스가 웃으며 건너편의 한국인을 안심시킨다.


“하하하. 걱정마시오. 내 장담컨대 스트라우스 그 놈은 내가 확실히 끝내 버릴 수 있소.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알렉스 킴. 이번에 다른 동영상을 튼다.


다른 장소지만 등장인물은 같다. 박승완과 개디스.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소. 잘하면 그 거추장스러웠던 대통령도 이참에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고. 미스터 박에게 감사하고 싶소. 그 김태석이라는 놈이 생각보다 집요한 놈이더군. 그놈이 모든 걸 다 헤집어 놔서 일이 아주 잘 쉽게 돌아갔더군. 덕분에 우리는 손에 피도 묻히지 않고 스트라우스를 잡을 수 있게 됐구려. 그 김태석이란 놈은 일을.하는 걸 보니 죽이기엔 좀 아까운데 잘 구슬려서 내가···”


“절대 안됩니다. 꼭 죽여야 합니다!”


갑자기 흥분한 듯 얼굴을 붉히는 한국인의 기세에 놀란 개디스.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허허. 알겠소. 미스터 박. 미스터 박이 이렇게 흥분하는 건 나도 처음 보는군. 내 그 점 확실히 해두리다.”


김태석이라는 인물의 재능에 대해서는 알렉스 킴도 개디스와 같은 생각이었다. 김태석이라는 이 또다른 한국인은 놀랍게도 지금 자신의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을 꿰뚫고 바로 핵심에 접근하고 있었다. 관찰하는 내내 거침없는 행동력과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명석한 의사결정 능력을 보여줬다.


‘항상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한발씩 빠르게 행동해. 어쩌면 이 자는 내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스트라우스의 비리 증거도도 이미 가지고 있을 지도 몰라.’


동영상을 끈 후 한 시간 이상을 생각에 잠겨있던 알렉스 킴이 결정을 내린 듯 자신의 책상에서 일어나 술잔을 치운다.


“대통령을 보호한다는 건 개소리였어. 이건 정말 아니잖아. 개디스를 직접 만나봐야 겠다.”


* * *


[콘래드 호텔, 워싱턴 DC]


개디스가 비밀스런 모임을 위해 마련해둔 방이 따로 있다. 물론 알렉스 킴은 로비에서 그가 오기까지 기다려야만 같이 들어갈 수 있다.


호텔 로비로 들어오는 앤드류 개디스의 비대한 몸이 알렉스 킴의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아도 기분이 안좋아 보였다. 사실 개디스는 요즘 알렉스 킴의 보고태도에서 보이는 미묘한 변화를 이미 감지했다. 자신의 명령에 대해 절대적으로 복종하던 알렉스 킴이 딴지를 걸기 시작한 것을 느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조사관? 그렇지않아도 요즘 자네가 여기저기 시키지 않은 일까지 한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뭐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라도 했나? 자네 요즘 일처리가 너무 늦어.”


알렉스 킴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개디스를 빤히 쳐다봤다. 개디스도 뭔가 달라진 알렉스 킴의 태도를 느낀 듯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일을 더 진행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개디스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분노했을 때 나오는 습관이다.


“뭐라고? 지금 내 명령을 확인하겠다는건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기라도 하려는 듯 테이블 위의 음료수를 벌컥 들이킨 개디스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말해봐. 확인할 것이 뭔지.”


“제게 이 일을 맡긴 진짜 이유가 뭡니까? 이미 말하신 것 말고 제게 말해주시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장군님 밑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일의 맥락을 알면 더 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말로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왜 그 증거를 확보하는데 모든 것을 쏟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김태석이라는 한국인을 끌어들인 것도 스트라우스가 막고 있는 무기사업과 관련이 있더군요. 한국쪽 카운터파트가 강력하게 주장한 요청했다는데. 우리 대통령의 일을 하는데 일개 한국 정치인까지 끼워져 있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에잇. 이런!”


– 쨍그랑.


개디스가 컵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개디스의 경호원이 잠시 들어와 웨이터를 불러 깨진 유리를 치우게 하고는 다시 나갔다.


개디스가 테이블을 한 손으로 잡고 일어나 검지손가락으로 알렉스 킴의 이마를 수차례 찌르며 말한다.


“잘들어. 이 잡종 똥개녀석아. 넌 내가 일을 시키면 그냥 하면 돼. 그게 잡종똥개가 하는 일이야. 여지껏 키워준 은혜를 잊고 네가 감히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달아? 이 배은망덕한 놈.”


개디스의 분노가 그의 붉어진 얼굴에 이미 확연히 나타났다. 하지만 알렉스 킴의 분노 역시 그에 못지 않았다. 단지 나타내지 않았을 뿐. 알렉스 킴은 묵묵히 개디스의 분노에 찬 손가락질을 그대로 받아 들이며 분노를 삼켰다.


“다시 한번 이런 일로 나를 불러내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널 빼버리겠어. 아니다. 이젠 그럴 일도 없겠군. 넌 이미 오래전에 콴타나모 포로수용소에서 간수일이나 하며 지내야 했는데 여지껏 내가 지켜준거야. 이번 일이 끝나면 그리로 발령낼 거야. 거기서 은퇴하게 될것이네.”


개디스가 알렉스 킴을 당장 자르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스트라우스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었다. 스트라우스의 비밀 트러스트 펀드와 해외계좌, 비밀계약서 등. 이런 증거자료에 가장 근접해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알렉스 킴이었다. 다른 요원을 대체해 찾으려면 다시 1년 이상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개디스가 다시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


“가봐. 그리고 스트라우스에 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찾기 전까지는 나에게 연락하지 말고. 섣불리 이상한 짓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 내가 소렌슨과 크루거를 내일 아침 사무실로 보낼테니 그들과 함께 행동해.”


개디스가 떠난 후에도 알렉스 킴은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벌게진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잡종 똥개라··· 잡종 똥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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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 2-잡종 똥개 23.03.24 311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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