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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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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9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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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04 08:15
조회
217
추천
3
글자
11쪽

3-스칼렛

DUMMY

“아 반갑습니다. 스칼렛.”


갈색머리에 구릿빛 피부. 균형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있거나 골프 등 다른 운동을 열심히 할 듯 한 체형이었다. 얼굴은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기품이 있었고, 귀족같은 아우라를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내가 손정민이었을 당시 재벌가 여인들에게서 느끼던 그런 것. 살면서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몸에 베인 자신감과 여유로움이었다. 나이를 속일 수는 없어 웃을때 입가에 주름이 살짝 보이긴 하지만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다른 매력이 그 자리를 채운 느낌이다.


스탠튼과 비슷한 40대 초반 또는 중반의 나이로 보인다.


“평소에 요트를 자주 타보셨셨나요? 오늘은 날씨도 좋고 파도도 높지 않아서 요트타기 완벽한 날이에요.”


바른대로 대답했다.


“아니요. 사실 오늘 처음입니다.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집안에 들어오자 이제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그보다 조금 어린 딸이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같이 앉아 있는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오늘 하루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온 베이비시터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조셉은 어디있습니까?”


“위층에서 샤워하고 있을거에요. 어제 일이 늦게 끝나서 새벽에야 들어왔어요. 돈 버는게 뭐가 그리 좋은지 저렇게 몸을 혹사한다니까요. 이제 젊은 나이도 아닌데.”


‘어제 일찍 퇴근했는데. 다른 약속이 있었나보네.’


스칼렛을 따라 거실로 들어가니 1800년대 풍의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여러명의 백인 남자들 초상화였다. 그중 한명의 얼굴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윌리엄 카길.


‘아 이거였구나!’


스칼렛은 다국적 곡물회사 카길 가문에 속해있었다. 스칼렛의 결혼전 이름은 스칼렛 카길.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조셉 스탠튼이 월가에서도 이름난 뛰어난 투자가이며 아이젠버그 의 오른팔이라고 하지만 지금 나이에 이 정도의 재산을 모을 수는 없었다. 그 비결은 바로 결혼이었다. 카길 가문의 사위.


“역시 부모빨은 못이기지. 출생 로또에서 실패했으면 패자부활전이라도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는데 그걸 스칼렛이 들었다.


“뭐라고 했어요? 못들었는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이 말해봐요. 분명히 뭐라고 했었는데.”


스칼렛이 웃으며 내 팔을 꼬집는다.


“아니··· 그냥 집이 너무 크고 좋아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바로 눈치챈 듯 했다. 눈치가 빠르거나 아니면 이런 상황을 여러번 겪었거나 둘중 하나다. 후자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맞아요. 조셉이 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아니죠. 이건 제 아버지가 결혼선물로 준 집이에요. 조셉은 이 집 정문을 들어올 때마다 장인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나쁘다고 말하곤 하죠.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이곳 이스트 햄튼은 부자들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지 직접 살지는 않는다는 말도 들은 듯 하다. 헬기로 출퇴근하지 않는다면 맨하탄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스칼렛의 얼굴에 살짝 어두운 기색이 보였다. 내가 보기엔 모든 걸 가진 스탠튼과 스칼렛이지만 그들 위엔 더 큰 부자들이 있고 가족간에도 문제가 많아 보였다.


‘하긴 김상건이 가문도 평탄하진 않았지.’


“제 아버지는 애초에 우리 결혼을 반대했었지요. 이 집을 준 것도 일부러 그런거에요. 뭐랄까. 너 따위는 가질 수 없는 이런 것들을 매일 보고 느껴. 이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절대 선의의 선물은 아니었지요.”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을 느낀 스칼렛이 다시 표정을 고쳐 활짝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우린 이렇게 잘 살고 있답니다. 사는게 뭐 있나요.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거지. 하하하. 아차 내 정신좀 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주방으로 갈까요? 요트에서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스터 킴이 도와줄 것이 있어요.”


‘뭐지? 나 요리 못하는데.’


스칼렛을 따라 들어간 주방 역시 거대했다. 내가 본 주방중에 가장 컸다. 가정용이 아니라 요리사와 보조들이 들어와 일을 하는 업소용 주방 수준이었다.


“제가 만들 요리에 넣을 이태리산 앤초비가 필요하거든요. 우리 조셉은 그게 아니면 짜다고 먹질 않는데 마침 그게 다 떨어졌어요. 오시는 길에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로사리오라는 이탈리안 마켓이 하나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그걸 좀 사다 주실 수 있죠? 원하시면 저 차로 갔다오세요.”


람보르기니 열쇠를 준다. 냉큼 받았다.


오는 길에 미국 국기와 이태리 국기를 걸어놓은 상점을 봤었다. 못봤어도 봤었다고 했을 것이다.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차를 운전해볼 생각에 흥분한 나를 보며 스칼렛이 윙크를 한다.


“자 여기 쇼핑 리스트. 가게에 가서 세르지오에게 이 리스트를 주세요. 그럼 알아서 모두 챙겨줄거에요. 계산은 제가 나중에 할 거에요.”


“그리고. 그 차를 즐기시는 건 좋지만 너무 달리진 마세요. 뭐 살짝 과속은 괜찮아요. 이곳 경찰들은 조셉이 다 아니까. 다만 사고만 내지 마세요. 조셉이 정말로 아끼는 차거든요.”


차는 상상했었던 그대로였다. 낮게 깔리는 것 같은 승차감과 코너링. 비행기를 탄 것처럼 몸을 시트에 꽂아넣는 가속력.


“으하하하 바로 이거야! 자동차가 이 정도는 되어야 몰아볼 맛이 나지! 이얏호!”


혼자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운전했다.


신기하게도 스틱 기어를 넣고 조작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예전에 운전면허를 딸 때 이외에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건만 내 몸이 아닌 김태석의 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평일 오전 아무도 없는 롱아일랜드의 1차선 길. 시속 120 마일, 대략 190 킬로로 달렸다. 더 빨리 달리고 싶었지만 새가슴. 참았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일부러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꼈다.


가끔씩 사실은 내가 죽어 있는데 혼자 상상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 순간만은 살아 있음을 느꼈다.


“굿투비 얼라이브!”


스피드를 즐기다 보니 벌써 스칼렛이 말한 그 가게에 도착해 버렸다.


“에이씨. 벌써 나와버렸네. 갈때는 먼길로 돌아서 가야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위해 들어가자 노인 부부가 자동차의 굉음에 놀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왠 동양인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듯.


“그러거나 말거나.”


엔진 시동을 끄려는 순간 전화벨 진동이 어디선가 울렸다. 내 전화는 아니었다.


“뭐지? 전화기가 어디 떨어져 있나?”


시동을 끄고 시트 바닥을 여기저기 손으로 휘저어 보니 조수석 바닥에 전화기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이 손에 잡힌다. 블랙베리 옛날 모델이었다.


“이거였구나. 시끄러운 놈이.”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셉! 전화를 받았군. 맥스일세. 전화받아서 정말 다행이야. 십년 감수했네. 이봐. 뉴욕···치지지직··· 말이야. 어제 내가 줬던 정보는 헛정보였어. 라파엘이 확인해줬네. 절대 사용하지 말고 폐기처분분해. 뭔가 다른 세력이 끼어든것 같아. 알겠지? 자세히 설명하려면 얘기가 길어져. 아무튼 오늘은 어려울테고 내일 만나서 얘기합시다.”


“조셉! 듣고 있나? 조셉?”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썅. 뭐야 이건. 잘못 돌렸나?”


욕지거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끊어졌다.


“이 자식이. 욕을 하고 그래.”


‘조셉이 전화를 빠뜨리고 간 것 같은데 그냥 여기 글로브 박스에 넣어둘까?’


글로브 박스를 열자 노란 포스트잇 메모지가 한장 떨어져 나온다.


– 뉴욕생명보험 , 에코 인더스트리


“뭐지?”


별것 아닌 것 같아 전화기를 다시 글로브박스에 전화와 함께 넣어두고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사람은 세르지오라는 이태리에서 온 지 1년이 채 안됐다는 노인이었다. 검은 콧수염을 기른 키 작은 노인이 이미 종이봉투에 음식들을 챙겨 놓고 있었다.


“차오! 잘가시오. 이방인"


‘뭐래. 발음들어보니 지도 여기 온지 얼마 안됐으면서.’


“헤브 어 굿 원.”


음식 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와 주차장을 향하려는데 검은 SUV가 도로를 질주하여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어. 저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스탠트의 집앞에 세워져 있던 포르쉐 카이엔. 스탠튼이 타고 있었다. 바로 내 앞에까지 와서 차를 세우더니 창문을 내린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이 뭔가 불안해하는 표정.


말을 돌리지만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있었다.


“그 차는 어때?”


“아주 좋은데요. 부럽습니다.”


“그렇지. 내가 스칼렛에게 자네가 타보도록 하라고 말했지. 자네의 회사 컴퓨터 스크린보호기에도 이 차 사진이 있더군.”


“그런데 여기 왜 오셨습니까?”


내 말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 당황한 눈치를 보였다.


“아··· 여기. 어··· 내가 스칼렛에게 샹그리아를 만들 토닉워터를 같이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그것도 없더라구. 마누라라고 있는 것이 영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살아.”


“...”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아니. 그럼 그냥 저에게 전화를 하지 그러셨어요. 여기까지 운전해서 오실 필요도 없었는데. 제 전화도 있고 여기 전화도 놓고 가셨더라구요.”


그말에 갑자기 놀란다.


“뭐! 무슨 전화기!”


차안 글로브 박스안의 전화기를 꺼내 건네줬다.


“왜 남의 전화기를 허락없이 들고 다니나? 아니. 전화기는 도대체 어떻게 찾았어?”


난데없이 화를 냈다. 화를 냈다기 보다는 당황함을 숨기려는 의도가 보였다.


“차 밑에 떨어져 있던 전화가 갑자기 울리길래 받았을 뿐입니다.”


“뭐어어! 전화를 받았다고!”


별것 아닌 일로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네. 저에게 전화를 하신 걸로 알았습니다.”


“누가 전화를 했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잘못된 정보를 줬다면서 나중에 보자고 하더니 끊어 버리더군요. 조금 이상한 전화였습니다.”


내 말을 듣는 내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을 하고 나서도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더니 조금 지나 표정을 풀고 내게 다정한 척을 했다.


“그랬군. 잘 했어. 그 사람은 아마 내가 요즘 만나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일거야. 내가 요즘 뉴저지쪽에 상업용 건물을 하나 알아보고 있는데 부탁을 했었거든. 일급정보가 있다는 둥 허풍을 치는 것 같았는데, 아마 그 얘기인 것 같아.”


“자 키 내놓게.”


“네?”


“그 차 키 달라고. 내가 몰고 집에 갈거야.”


람보르기니 열쇠를 주고 포르쉐 열쇠를 받았다.


“그건 자네가 몰고 와. 어떻게 오는지 알지? 모르면 나를 쫓아와.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 이따 봄세~”


– 부르릉 부응


“아니 토닉 워터 사러 왔다며?”


황당하게도 스탠튼은 그냥 집으로 가버렸다. 나는 그것이 나에게 토닉워터를 사오라는 의미인 줄 알고 다시 가게에 들어가 토닉워터를 사갔다. 얼마하지도 않아 내 돈으로 샀다.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아저씨도 정상은 아닌거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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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3-뉴욕생명보험 23.04.14 168 2 13쪽
76 3-수상한 투자 23.04.13 182 1 12쪽
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5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6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8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4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69 3-부자놀이 23.04.05 229 2 12쪽
» 3-스칼렛 23.04.04 218 3 11쪽
67 3-이스트 햄튼으로의 초대 23.04.03 234 3 12쪽
66 3-동료이자 경쟁자 23.04.01 251 3 12쪽
65 3-첫 테스트 23.03.31 26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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