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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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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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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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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상한 투자

DUMMY

목요일 저녁. 올리비아와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다. 데니스 왕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는 것을 피해 전화로 서로 약속을 했다.


난 급하게 스테이크 집을 찾았다. 맨하탄의 올드홈스테드 라는 나름 전통있는 스테이크집. 회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회사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적은 곳.


올리비아와 회사일이 아닌 개인적인 약속으로 밖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데이트같은 느낌이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10분 늦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별이 빛나듯 눈에 띄었다. 다른 남자들이 길을 비켜주며 다들 쳐다본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와인을 마시며 회사일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다. 빈속일텐데도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잘 마시는 걸 보니 술이 센것이 분명했다.


“자넷을 본 적이 있어요?”


“면접을 할 때 인사는 했었어요. 괜찮은 사람 같아 보였는데.”


“좋은 사람이었어요. 일도 잘 했고. 왜 그만 뒀는지 알 수 없네.”


서로 자신이 맡은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데니스 왕이 올리비아에게 그렇게 찝적댄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일정을 묻고 일이 끝난 후에도 뭘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하아. 왕서방 녀석.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올리비아는 데니스 왕이 조금만 더 나가면 당장 스탠튼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오늘 만나는 걸 알면 나에게 엄청 삐질지 몰라요.”


‘만난다고? 우리가 사귀는건가?’


서로 웃었지만 난 조금 걱정됐다. 올리비아는 그 놈을 그저 괴짜로 생각하지 그놈이 얼마나 치졸하고 비열한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놈이 저지른 일들을 다 얘기하자니 남 험담이나 하는 놈 같아 보이고 말이야.’


“아직도 우린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렇죠. 궁금한 것 물어보세요.”


“그러죠. 우선. 어떻게 아이젠버그를 알고 지원하셨어요?”


“저는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을 받았어요. 캘리포니아에서 일이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했었거든요. 좀더 큰 물에서 놀아보고 싶었어요. 그럼 저도 질문 하나하죠. 살고 계시는 집이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던데요. 게다가 아무리 아이젠버그가 돈을 많이 준다지만 그 나이에 그런 집을 소유하는 건 힘들텐데. 원래 금수저신가요?”


“뭐 금수저는 아니지만. 부모님께 받은 재산이 조금 있어요. 부모님은 돌아가셨구요.”


“아아. 그렇군요. 질문 하나 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으세요?”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 있었지만.”


“알겠어요. 태석의 전 여자친구에 대한 것은 알고 싶지 않아요.”


올리비아가 삐진 표정을 했다.


“하하하. 지금 현재가 중요한 거죠.”


식사를 마치고 내 아파트까지 걸어왔다. 아파트 발코니 경관이 마음에 든다고 또 보고싶다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성격이 잘 맞는 것인지 얘기를 할수록 친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올리비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우릴 경쟁시켜 1년 후 둘 중 하나는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도 쿨하게 반응했다.


“어차피 우리 둘이 좀 더 가까워진다면 회사에서 내버려두지 않을걸요. 신경쓰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태석씨도 그런 것 같던데요 뭘.”


내가 그동안 조금 껄끄럽게 생각하던 회사 이야기를 꺼내봤다.


“조셉의 집에 갔을 때 말이에요. 수상한 전화를 받았었어요. 조셉이 다른 전화를 하나 더 가지고 있더군요. 자동차 글로브 박스에 있던 것인데 마침 울려서 제가 받았죠.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숨겨야할 정보였던 것 같은데 그게 뉴욕생명보험 주식과 관련된 것 같아요.”


“뉴욕생명보험이요?”


“그 회사에 대해 뭐 아는게 있어요?”


“아뇨. 뭐 딱히 특별한 건 없어요.”


뭔가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표정. 캐묻지는 않았다.


“조셉이 내게 그 회사 주식을 사라고 지시를 했는데 그게 좀 마음에 걸리네요. 말로 지시를 내린 것 외에는 아무 증거가 없어요. 메모를 남겼지만 정확한 주식수와 가격 이런 걸 일부러 빼놓고 메모를 작성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거야 원래 메모를 쓰면서 정보가 남에게 넘어갈까봐 그렇게 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런 경우가 많기는 했다. 보안을 위해 그렇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뭔가 냄새가 나는데··· 정확히 집어내질 못하겠군.’


“정 긍금했다면 조셉에게 전화연락을 해서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니었나요?”


그 말이 일리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했었다.


‘왜 그 순간 전화를 안했지?’


지레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에게 털어놓고 반응을 듣다보니 이제야 내가 바보같은 실수를 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은 내가 이상하게 분위기에 휩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조셉 스탠튼과 데니스 왕이 번갈아 좋은 형사, 나쁜 형사 역할을 해대면서 나를 흔들었었다.


‘분위기에 휘둘려 결국 의심가는 메모를 받고도 확인을 하지 않고 행동해버렸어.’


‘이거 영 거시기하네.’


우리가 서있는 발코니 아래로는 아직도 자동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딘가 길목에 정체가 있었는지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크락션 소리. 엔진 소리가 시끄러웠다. 분명 땅 위에서 같은 소리를 들었다면 불쾌한 도시의 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위에서는 불쾌감이 덜 했다. 그냥 자연스런 화이트 노이즈처럼 들렸다.


내가 딴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올리비아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해줬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찌되던 간에 앞으로 몇주 내에 뉴욕생명보험에 아무 일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것 아니에요. 그 회사는 나도 얼핏 리서치 자료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따분한 회사에요. 아무 일도 없을 가능성이 더 커요.”


“제발 그래야 할텐데요.”


그 순간 눈이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갔다.


* * *


내 기대(?)와 달리 올리비아는 오늘은 내 집에서 자지 않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올리비아가 떠난 후 뒤척이며 잠을 잘 수 없었다.


바로 선잠이 들었지만 악몽을 꾼 후 깨어났다. 예전에 억울하게 감옥에서 죽던 그 상황.


마음이 불안했다. 그 당시의 일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뭔가 꺼림직 했다. 당장은 아무 위험도 없어보이지만 안개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포위하고 옥죄어 가는 그런 기분.


악몽에서 깨어 잠에 다시 들 수 없었다. 일어나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뉴스들을 뒤지다가 충격적인 뉴스를 발견했다.


“내가 악몽을 꾼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보다.”


지역 뉴스를 많이 다루는 뉴욕포스트 기사들 한 구석에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넷의 행방에 관한 뉴스.


자넷이 발견됐다. 브롱스 지역의 쓰레기처리장에서 시신으로.


이 사건이 왠지 나와도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에이 잠자긴 글렀네. 그냥 일어나자.”


– 2:14 AM


회사로 갔다.


경비원은 자리를 비웠고 카드키를 이용해 안으로 들어갔다. 텅빈 트레이딩 룸은 여전히 밝게 불을 켜놓은 상태. 원래 이렇게 해둔다.


‘역시 아메리카. 풍요로운 나라야. 전기료가 싸니. 걱정이 없구만.’


하지만 왠지 을씨년스러웠다. 낮과 비교가 되서 그런 듯. 낮에는 수십 명의 트레이더들이 전화기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에너지가 넘치던 장소지만 지금은 무덤처럼 고요하다.


트레이딩 룸을 지나 사무실 내 책상에 앉았다. 자넷의 책상은 아직도 비워지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뉴욕생명보험과 클로비스 헬스에 관한 뉴스가 있는지 검색해봤다. 당장은 아무 뉴스도 없었다.


‘아무 일이 없이 주가가 하락하면 내 실적에 도움도 안되고. 아니 나한테 덮어씌우겠지. 주식을 잘못 샀다고. 그런데 설마 이게 합병하거나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그러면 딱 의심받기 십상인데. 에휴. 그때 스탠튼의 람보르기니에서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야.’


누군가 인기척이 들렸다.


“우와 미스터 킴. 마이 보스. 아직도 퇴근을 안한건가요? 미스터 스탠튼은 전생에 노예부리던 농장주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이 시간까지 부하를 굴리다니.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는 겁니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페드로 곤잘레스. 경리부서 사원이다.


두툼한 봉투를 들고 있었다. 페드로는 사내의 자금이체를 관리하고 감독한다. 해외투자도 많고 미국내에서도 지역별 시차가 있어 근무시간이 길다. 일반 시간과 야간 시간 직원이 따로 있다. 페드로는 야간 팀. 틈틈히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야근을 하고 있으면 가끔 중급회계 문제를 가져와 내게 묻곤 했었다.


“페드로! 내 친구.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군. 오늘은 꽤 늦었네. 무슨 일로 회사에 남은거야?”


보통은 12시쯤 퇴근하는 페드로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아. 미스터 왕에게 이 서류들만 전달하고 퇴근하려고요. 회사에서 나가는 투자금들에 결재서류인데 이것만 미스턴 왕의 싸인이 없어서요. 까먹으셨나.”


“그래? 데니스가 그런 일도 했었나?”


“예. 회사에서 앤젤투자방식으로 투자하는 업체들은 미스터 왕이 관리하지요. 금액은 적지만 자잘한 회사들이 꽤 많아요. 이건 통신회사네요.”


“통신회사에도 투자하는 것이 있었어? 여기 뉴욕시에?”


“아니요. 이건 네바다에 있는 회사요. 한웨이라고”


“거참. 아이젠버그 같은 헤지펀드가 네바다에 있는 작은 통신사까지 소유하고 있는 줄을 몰랐네.”


하품을 하던 페드로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게요. 저야 뭐 시키는 일만 하니 이유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미스터 왕이 이 한웨이라는 회사의 CFO까지 맡고 있더라구요. 네바다 출장도 자주 가고.”


“아. 지난 주에도 그래서 자리에 없었나?”


“그건 그렇고 회계사 시험은 언제봐?”


“아. 그거요. 아직 경영학 수업을 모두 이수하지 못해서 기다려야 합니다. 오전에 뉴욕시립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요.”


미국 회계사 시험은 경영학 관련 수업을 이수한 후에 볼 수 있다.


“그렇군. 어려운 거 있으면 얘기해.”


“네. 감사합니다.”


내가 그 당시 왜 그랬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다. 악몽 때문에 그랬었는지 아니면 그저 그 놈이 싫어서 그랬었는지.


페드로가 나간 주변을 둘러본 후 자연스런 모습으로 데니스 왕의 책상으로 갔다. 천장에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작동을 하는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조심했다. 책상 서랍을 열어봤다. 뭔가를 찾고 있는 척.


손에 잡히는 느낌이 조금 전 페드로가 가져다 놓은 봉투인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그 봉투를 집어들고 내 자리로 왔다.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내용물을 꺼내 봤다.


자금이체를 받는 회사는 한웨이 라는 회사였다. 주소지는 카슨시티, 네바다. 액수는 9백만 달러.


“뭐 9백만 달러? 무슨 실리콘 밸리 회사도 아니고 이 시골 촌구석 통신회사가 9백만 달러? 한화로 치면 90억이 넘잖아? 이게 말이 돼? 네바다 사막에서 뭐 외계인과 통신이라도 성공했다는건가? ”


황당했다. 이 정도 펀딩을 받는 벤처기업 이라면 뉴스에 나와야 한다. 게다가 조금 전 페드로가 한 말에 따르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했다.


아이젠버그 엔트프라이즈 이름으로 나가는 수표가 보내지는 주소를 적어뒀다.


– 2333 Carlson St. Carlson City Nevada 98701


“거 참. 네바다 시골에 뭐가 있다고 회사주소가 이래.”


메모지에 적어 놓은 주소를 컴퓨터에 치려는 순간 인기척이 들린다.


그리고 고요했던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무척이나 화가 난 갈라진 목소리였다.


“야아 이 개새끼야. 너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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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3-뉴욕생명보험 23.04.14 1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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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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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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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하와이 +2 23.03.21 287 3 12쪽
55 2-혼돈 23.03.20 300 3 13쪽
54 2-예지몽 23.03.18 316 4 13쪽
53 2-제리코 23.03.17 31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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