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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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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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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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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혼돈

DUMMY

데이비드,


어제 프리젠테이션은 놀라웠습니다. 왜 월가에서 당신을 전설이라고 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이사회는 골드만삭스를 파마메드의 자문사로 선정했습니다···

···귀사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읽고 있는 순간 손이 떨려 책상 위에 놓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우리 탈락이잖아. 아니 이 영감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야!”


나에게 줬던 파마메드에서 받았다는 자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무지 데이비드가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최근 내게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 그리고 며칠 전 봤던 데이비드의 밀려 있던 고지서들도 생각이 났다.


내 주변에,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내에 해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따로따로 떨어진 이상한 일들이 결국 하나의 목적이나 결과로 엮일 것 같은데 아직은 그 가닥을 잡지 못하겠다.


‘그냥 보면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는 사건들인데···‘


‘그렇다고 데이비드 마이어가 사기꾼일 수는 없어. 십수년 간 그의 행적은 사실이고 언론에도 자주 나온 사람인데···’


‘그럼 이 사람이 혹시 가짜 데이비드 마이어가 아닐까? 실제 인물은 죽었고...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하긴 어려워.’


하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은 데이비드 마이어는 나를 속였다는 점이다.


‘왜일까? 자존심 때문에? 이 사람은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찾은 성격인데···게다가 이건 얼마 가지 않아 탄로날 일이잖아.’


내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그의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남의 소지품을 뒤지는 것이 탐탁치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질 순간이 아니다.


‘그가 먼저 나를 속였어.’


그래도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조심 그의 서재를 뒤졌다. 서류를 이것저것 꺼내서 살펴보다보니 살짝 처음과 다른 티가 조금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모를거야.”


이것저것 잡다한 서류중에 눈에 띄는 편지가 하나 있었다. 꾸깃꾸깃했고 찢어진 것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보관한 것이었다. 중요한 서류임이 분명했다.


제시카 마이어의 법률대리인이라고 되어 있었다.


“부인이잖아. 죽었다는.”


유산이나 이런 것들 관련한 것일라 생각하고 대충 넘어가려다가 다시 한번 편지를 보게 됐다.


“다른 사람 것인가?”


미국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두번 세번씩 이혼하고 재혼하고 하니 혹시 그 전전부인인가 확인까지 해봤다.


편지 내용에 나타난 결혼 기간을 보니 사별한 부인과의 것이 맞고 확실히 이혼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이건 뭐야. 그렇게 사랑했다더니. 사고로 부인을 잃은 게 아니라 이혼? 아닌가? 이혼절차를 밟는 와중에 사고로 죽었다는건가? 사고는 맞을까? 그나저나 도대체 데이비드 이 사람. 어디까지가 사실인거야?”


서류 뒤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라 이건 뭐야.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구나.’


생명보험 보험금 청구서. 그리고 보험수령인은 데이비드 마이어.


“뭐 수령금액이 3천만 달러?”


그 외에도 수상한 것이 하나 더 나왔다. 트럼프 타워 아파트 전자키와 고지서. 일반 전자식 키였지만 트럼프 로고가 떡하니 크게 박혀 있어 알 수 있었다. 호수는 48-K. 48층이었다.


“트럼프 타워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었나?”


트럼프 타워 하니 바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에밀리.’


지난 번에 사립탐정인가 하는 놈이 알려준 아파트 호수는 그 당시 적어는 놓았지만 메모장을 집에 두고 왔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았지만 같아 보였다.


‘내 메모에 적혀있는 건 확인할 필요도 없지. 그냥 48 K를 가서 확인해보면 답이 나오니까.’


데이비드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데이비드의 서재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일단 데이비드의 책상을 정리했다. 내가 뒤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기억을 더듬어 원래 있던대로 서류들을 쌓아놨다. 물론 트럼프 타워 전자키는 빼내어 챙겼다.


처음 있던 그대로는 아니지만 얼추 비슷했다.


“이 정도면 됐어.”


데이비드의 아파트를 나오는 기분이 착잡했다. 지금의 상황도 너무 혼란스럽고 무엇보다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사실로 믿고 그것에 기반해 움직였던 세상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 기분이다.


믿고 사랑한다 생각했던 에밀리가 죽었다. 그 죽었다는 것조차 불분명하다. 게다가 잠깐이나마 내가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따르려했던 데이비드도 내가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지난 6개월여 간의 생활이 최근 2주 사이에 다시 혼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곤 포스트잇 메모지에 반듯하게 메모를 남겨 서재의 문에 붙여 뒀다. 손이 떨려 글씨가 잘 써지지 않았다.


– 데이비드, 잠깐 밖에 편의점에 다녀오겠습니다. 금방 다시 올거에요.


“속전속결. 트럼프 타워에 가보자.” 걷기에도 그리 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일하는 방식이 다른 곳과 차이나는 점을 찾자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빠른 일처리다. 결정이 나는 즉시에 일을 해결한다.


트럼프 타워. 무엇보다도 지금 내게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중 제일 중요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사건을 풀어나가려면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에밀리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도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10분 정도 걸었다.


웅장해보이는 트럼프 타워가 금빛 장식을 뽐내며 서있었다.


트럼프 타워의 경비는 내가 사는 아파트처럼 허술하지 않았다. 이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건물내에 관광객과 외부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이어서 입주자와 외부인의 공간을 철저히 구분했다.


오늘도 건물 입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자유로운 관광객들. 하지만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었다. 입주자용 출입문에는 경찰인지 경호원인지 구분하기 힘든 절도있는 행동의 경비원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키고 서있었다. 내가 출입용 키를 가지고 있지 않았았다면 바로 저지했을 것이다.


조금 긴장됐지만 자연스럽게 경비원에게 인사를 하고 키로 문을 열고 아파트 거주자 공간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더 호화로웠다. 로비에는 수십대의 TV에 각각 다른 채널의 방송이 흘러나왔고 가운데에는 시원한 분수가 있었다. 3층까지 천장이 트여 있어 더욱 시원시원했다.


막상 들어왔지만 집안에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 에밀리와 관련없는 사람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혹시나 데이비드가 안에 있기라도 한다면 더 곤란해진다.


고민하다가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우선 이렇게 하자.”


일단 우편물들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아파트의 우편함을 찾아갔다.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지하에 있었다.


“48K는 어디에 있나···”


여기 저기 두리번 거렸지만 바로 나오지 않았다.


“찾았다!”


하지만 우편함의 열쇠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출입문용 전자키를 가져다 대봤지만 열릴리가 없었다. 문 사이의 틈을 이용해서 고리를 잡아당겨봤다. 삐걱거리면서 열릴 듯도 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려는 순간.


“어이 거기 뭐하는거야! 당신 누구야!”


작업복을 입은 흑인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멀리서 봐도 육중한 체격. 가까이오니 2 미터는 되어 보이는 키였다. 작업중이었던 듯 기름과 먼지가 묻은 손에는 몽키스패너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태연하게 말했다.


“오 잘 왔소. 내가 이 아파트 주민인데 우편함 열쇠를 잃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지금 아주 중요한 우편물을 받을 것이 있어서 그래요.”


내가 봐도 훌륭한 연기였다. 이 흑인이 안 넘어갈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고 있었다.


하지만 흑인은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들고 있던 몽키 스패너를 휘두르기라도 할 듯 올리며 나를 내려다 봤다.


“이 꼬맹이 자식이 내가 핫바지로 보이나. 너 누구야!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앗. 들켰나. 어떻게 알았지?’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나는 에밀리의 친구에요.”


“에밀리? 에밀리가 누군데?”


“48-K에 사는 에밀리 말입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이게 거짓말하고 있네. 48-K에는 에밀리라는 사람이 살지 않아. 그 대신 나타샤가 살고 있지. 지금 하와이로 놀러갔는데 무슨 소리하고 있는거야. 나한테 우편물을 부탁했어.”


“나타샤라고요?”


“그래 나타샤.”


“언제 하와이로 떠났지요?”


“언제? 으음. 월요일이었지. 나를 직접 찾아왔으니까.”


머리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 친구였다.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요?”


그제서야 느낀 바가 있는 지 화를 낸다.


“그런데 내가 왜 당신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지?”


“답을 해야할 이유는 이거죠.”


내 지갑에 있던 20 달러 지폐를 하나 꺼내 손에 쥐어줬다. 그리곤 지갑에서 에밀리의 사진을 꺼내보여줬다.


“이 여자가 맞나요? 저 한텐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녀석이 잔머리를 굴린다. 팔짱을 끼더니 삐딱하게 말한다.


“너에겐 딱 20불 어치만큼만 중요한 것 같은데.”


‘허. 욕심은 많아가지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냈다.


그러자 다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여자 맞아. 몸매는 더 죽여줬지. 전신 사진은 없나? 어디 모델 출신인거 같던데. 하와이에는 촬영하러 간거겠지?”


녀석이 입맛을 다시며 물어본다.


‘나타샤··· 하와이···’


더 이상 알아볼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기름칠은 더 해둘 필요가 있었다. 다시 이 아파트에 와봐야 할 것이 확실했다. 백불 짜리 지폐를 하나 더 꺼냈다.


“만나서 반가와요. 이름이 뭐죠?”


“조나단.”


“조나단. 나중에 또 봐요. 지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타샤를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나타샤도 나중에 조나단에게 고마와할겁니다.”


돈을 받아든 조나단이 흡족해 한다.


“나중에 또 봐요.”


“껄껄껄. 그럽시다. 친구.”


***


트럼프 타워에서 나온 후 급히 전화를 해 모건스탠리에 다니고 있는 동창과 약속을 잡았다. 마침 모건 스탠리 글로벌 헤드쿼터에 근무하고 있다.


에릭 레비. 유태인이다. 학교다닐 당시엔 친하지 않았지만 뉴욕 하버드 동창회 모임에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비즈니스 스쿨 출신.


네트웍이 중요한 월스트리트이기에 낯익은 얼굴을 모른 척 할 이유가 없었다.


만나보니 대화하기 편한 스타일이고 성격도 좋아 몇 번 만나 술을 마시고 클럽에 간 적도 있었다. 물론 난 술을 마시지 않고 술값만 내줬다.


“요. 태석 마이 맨! 마침 집에 들어가긴 싫고 그렇다고 밀려있는 회사 일도 하기 싫고, 뭘 하면서 시간을 죽일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네가 전화를 해줬네. 태석. 넌 참 도움이 되는 놈이야.”


예전에 윈스턴에게 꾸며냈던 거짓말을 다시 했다.


“하하하 그걸 이제야 알았나. 자아. 그건 그렇고. 내가 프레드릭 윈스턴 이사하고 만났거든. 우리가 채용하려던 여직원이 직전에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고 해서 그에 대해 물어보려 했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


“여직원? 누군데?”


“에밀리 크로스비.”


“하아. 그 에밀리 크로스비.”



그 이름을 듣자 갑자기 날 쳐다보는 눈빛이 묘해진다.


“뭔가? 그 야시꾸리한 눈빛은?”


“태석. 너 혹시 최근에 하와이 놀러갔다왔나?”


“아니. 하와이는 갑자기 왜?”


“정말 하와이 안갔다왔어? 흐음. 아무튼. 에밀리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유명한 스트립 댄서였어.”


에밀리에 관한 비슷한 답은 예상했지만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스트립 댄서라니. 내가 에밀리를 유명한 가문의 상속녀로 알고 있었던 사실은 도저히 창피해서 에릭에게 말하지 않고 넌지시 돌려 물어봤다.


“에밀리 크로스비라면 원래 유명인 아니었나? 그 부동산쪽 재벌 가문아닌가 말이야.”


“그 크로스비 가문? 그렇지. 그런데 그 에밀리 크로스비는 죽었을걸. 정확한 건 나도 모르겠지만 비행기 사고로 유럽에서 죽었다고 들은 것 같아. 뉴욕타임즈 에서 기자하는 친구에게 들었던 거야. 아마 인터넷에서도 그 정보를 못찾을거야. 크로스비 가문에서 모든 걸 동원해서 언론을 틀어 막았으니까. 마약 이런 것이 관련되어있다고도 하고. 온갖 루머가 있었지. 이제 아무도 에밀리 크로스비의 얼굴도 몰라. 아무튼 지금 말하는 에밀리는 재벌가문 에밀리 크로스비와는 상관없는 동명이인이고.”


“그래서 이 스트립 댄서 에밀리 크로스비가 말이야···들어봐 이거 골때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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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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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3-첫 테스트 23.03.31 261 3 12쪽
64 3-행동주의 펀드 23.03.30 2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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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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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하와이 +2 23.03.21 287 3 12쪽
» 2-혼돈 23.03.20 30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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