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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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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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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3.29 08:20
조회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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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어찌됐든 이번 퀘스트는 성공

DUMMY

누런 이를 드러내며 더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어깨를 으쓱한다. 멋쩍은 표정. 뒤에서 그를 말없이 노려보는 동양인 요원의 눈빛을 느낀 것이다.


멈칮하더니 결국은 내 앞에 앉으며 생수병을 열어 내게 먹여주려고 한다. 그 순간 동양인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치지 말고 그냥 수갑 풀어줘. 저놈이 뭘 하겠어. 이 상황에서.”


이놈은 나에게 물을 제대로 먹여주지 않고 장난치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이놈이 생수병을 들며 옆에 서있던 백인 요원과 뭔가 교활한 표정의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분명히 봤다.


흑인요원이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우리 직원을 죽인 놈인데···”


“풀어주라고. 소렌슨. 내말 안들려. 우리 직원 크랜쇼는 낡은 아파트에서 자기가 잘못해서 떨어져 죽은거야. 저놈은 그냥 운이 좋았던거고.”


‘내 아파트에서 죽은 그놈 이름이 크랜쇼였군.’


동양인이 화를 내며 재차 명령하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수갑을 풀어준다. 풀린 내 팔목엔 벌써 피부가 벗겨져 상처가 나있고 피가 맺혀 있었다.


‘아. 내 팔목. 이 새끼들 나중에 맨하탄탄에서 제일 비싼 변호사를 써서 모조리 고소해버려야겠어.’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난 지금 고소같은 것을 생각할 편안한 상황에 있는 것것이 아니었다.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동양인이 백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료를 받아내면 이놈을 어떻게 해야하지? 난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시받은 것이 없는데.”


그동안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백인이 입을 열었다.


“죽여야지. 명령이 없었다면 재량껏 처리하면 되니까.”


백인이 자신의 베레타 총을 꺼내더니 내게 다가온다. 내 관자놀이에 총구를 댔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


‘아이 씨x. 그냥 죽여라. 이게 오늘만 벌써 몇번째야.’


“셋을 세겠다. 화일 어디 있는지 말해.”


“하나.”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 모르겠지. 그럼 뭐 기다릴 필요도 없겠군. 둘!”


동양인이 소리를 질렀다.


“아직 화일을 찾지 못했잖아! 기다리라고!”


“내가 한번 심문해볼께.”


동양인이 총을 꺼내더니 내게 다가온다.


하지만 백인은 요원은 기다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시끄러 알렉스. 지금부턴 내가 명령한다. 오늘 아침 개디스의 명령을 직접 받았어. 이놈은 내가 직접 죽···”


총을 내게 겨누며 걸어오던 동양인 요원이 그대로 두 발을 갈긴다.


– 탕. 타앙!


동양인이 꺼내들어 쏜 총은 그대로 백인의 가슴에 명중했다. 두 발. 그는 바로 즉사했다.


‘이건 또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야!’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을 본 흑인은 놀라운 순간 판단력과 속도로 총을 꺼내면서 정원으로 난 통유리를 그대로 깨고 뛰쳐 나갔다. 그리고 밖에서 바로 총을 쏴댄다.


–타탕. 피잉! 피잉!


동양인도 응사하면서 바 테이블이 있는 뒤로 숨어 들었다.


양쪽에서 쏴대는 총알에 거실의 모든 것들이 깨지고 파편이 튀었다. 이태리제 가구, 대리석 테이블, 조각품, 그림 등등 수억원에 달할 비싼 것들이 모조리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양쪽 방향에서 날아드는 총알이 집안을 헤집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있던 난 잽싸게 엎드려 소파 밑으로 숨었다. 그 순간 내 귓가로 총알이 스쳐갔다.


‘휴. 죽을 뻔 했다. 근데 저 새끼들은 왜 지들끼리 싸우고 지랄이야. 아무튼 땡큐다.’


소파밑에 엎드리니 죽은 백인의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왠 떡이야.’


총을 쥐고 소파 밑에서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둘중에 한놈이 죽을 때까지.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 놈이 왜 날 구해줬지?’


일단은 권총부터 챙겼다. 총알이 있는건지, 안전스위치가 풀려 있는지 확인했다.


총싸움이 멈췄다. 흑인이 있던 정원 쪽에서는 총알이 간간히 날아들었지만 어쩐 일인지 이 안쪽에서는 총알이 날아가지 않고 있었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 놈이 총에 맞았나. 그래도 날 구해준 놈인데···’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이상하게 그 동양인의 안위가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이쪽 바 테이블 밑으로 숨었었는데.”


내 움직임을 눈치챈 흑인이 총을 난사했지만 총알은 모두 내 머리위로 날아다녔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무모하게 움직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시킨 듯, 뭔가에 홀린 듯 그 동양인을 찾아갔다.


역시나. 동양인은 오른쪽 어깨와 왼쪽 팔꿈치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양팔을 모두 쓰지 못하는 부상이었다. 오른쪽 팔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왼쪽팔은 팔꿈치 밑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듯 덜렁거리고 있었다. 권총을 손에 쥐는 것도 힘겨워 했다.


피가 흥건히 젖은 셔츠를 보니 출혈도 꽤 있었던 듯했고 그로 인해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의 양복 자켓을 벗겼다. 반항하지 않고 내게 몸을 맡긴다.


옆에 떨어진 깨진 병조각을 이용해 바로 옷을 찢어 붕대를 만들어 그의 어깨 상처쪽을 동여맺다. 지혈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있는 힘을 다해 묶었다.


‘설마 나중에 옷 물어내라 하지는 않겠지.’


바깥쪽 흑인이 이쪽 상황을 눈치챈 것 같았다. 조심스런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들린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더니 그놈이 집안이 쩌렁쩌렁 울릴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알렉스 킴! 총알이 떨어졌나? 하하하. 이 동양놈 새끼. 그동안 건방지게 굴더니 오늘 제삿날이구나. 크루거는 내 친구였다. 난 복수를 안할 수가 없어. 원래 개디스에게 지시받은 명령이기도 하고. 니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건 사실이지만 마음에 들었어도 널 죽일 수 밖에 없다. 크흐흐. 기쁜 마음으로 말이야.”


이쪽이 조용히 있으니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도자기 병을 이쪽으로 던졌다.


– 쨍그랑.


깨진 파편을 보니 언젠가 데이비드가 자랑하던 송나라 도자기였던 것 같다.


“허허허. 뭐야. 벌써 죽은거야? 이러면 재미없는데.”


이번엔 총알세례다.


– 탕. 탕. 탕.


흑인이 총을 쏴댔지만 우리가 있는 테이블 바 뒤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번엔 좀더 대담해졌다. 이젠 발소리도 죽이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 테이블 뒤에 숨어 등을 바닥에 대고 천장쪽을 보고 있었다. 내 옆의 동양인은 의식이 흐려져 가는지 벽에 기댄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의 총까지 이미 거뒀지만 저항하지도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 .


가만히 밑에서 보니 바 테이블 위로 흑인의 곱슬머리가 움직이는 것이 살짝 살짝 보였다.


드디어 눈앞까지 가까이 다가온 흑인이 피를 흘려며 쓰러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동양인의 상태를 이제 확실히히 확인한 듯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턱턱밑에 있는 나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씨익 웃는 그의 얼굴이 테이블 위에 달처럼 떠올랐다.


“커허허허. 알렉스 킴 이 쪼그만 동양···”



내가 밑에 있으리라는 상상도 못하고 있는 턱밑에서 정확히 놈의 머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 타앙! 타앙! 타앙!


내 바램과 달리 첫번째 총알은 빗나가 천장에 박혔다. 하지만 두번째··· 아니면 세번째 총알이 그의 턱밑을 뚫고 들어갔다. 뒤통수 뒤로 피가 스프레이처럼 퍼지는 것이 보였다. 총을 떨어뜨리며 뒤로 넘어가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고목이 쓰러지는 것 같았다.


– 쿠웅.


그 순간의 모든 장면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흘러갔다.


벌떡 일어서서 쓰러져 있는 놈을 보고 한마디 했다.


“시끄러 이 새끼야. 남자놈이 뭔 말이 그리 많아.”


죽은 자는 이제 말이 없었다.


이제서야 멀리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안도의 숨을 쉬며 어쨌거나 나를 살려준 그 동양인의 상태를 보려 바 테이블 뒤로 돌아왔다.


“이봐요. 정신이 들어··· 허엌! 이 사람 어디갔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가 기대앉아 있던 곳에 남아 있는 핏자국이 아니었다면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냥 증발하듯 사라졌다.


* * *


[2개월 후]


엔론은 파산했다. 아더 앤더슨의 크리스토퍼 러셀과 고든 맥브라이드는 법의 심판을 받았으며 그 회계법인도 망해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나를 화나게 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이런 일이 한창 벌어질 당시 IMF와 미국 언론들은 한국기업의 분식회계관행을 언급하며 후진적인 행태라는 식으로 보도하곤 했었다.


이들이 우리를 훈계하고 있던 그 당시 엔론 등 미국 기업들도 똑같이, 아니 더 교묘한 방식으로 주주와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었다.


“하여간 똥 묻은 것들이···”


나는 그 후 거의 매일 경찰과 FBI의 조사를 받으며 지냈다.


미리 숨겨놨던 엔론과 스트라우스의 거래에 관한 자료들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고 내가 고용한 변호사가 일처리를 확실히 해 나는 누명에서 벗어났지만 그래도 그 절차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맨하탄 남부 FBI사무실에 출두해야 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점도 있었다.


FBI측에 따르면 내가 증거로 제출한 자료중 스트라우스의 개인비리에 관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증거자료를 숨겨둔 개인창고에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이 발견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무장관 스트라우스는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사임한다는 애매모호한 이유를 대며 국무부를 떠났다. 그가 사임함에 따라 결국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이지스 전투체계 사업에는 개디스가 밀고 있던 미국의 그 군수업체가 선정됐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는 한국의 방위사업청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치인이 박승완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개디스가 모든 일을 조종했지만 그의 뒤에서 그를 이용해 나를 이 일에 말려들게 한 사람은 바로 박승완이었다.


그리고 마이크 한 역시 그의 하수인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박승완은 김태석,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이쁜 여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것을 알고 마이크 한과 함께 에밀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섭외해 일을 꾸민 것이었다.


박승완은 이 일이 있고서도 멀쩡했지만 개디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처음엔 스트라우스가 사퇴하고 개디스가 승리한 것으로 보였지만 몇 개월 뒤, 개디스는 국가반역죄로 긴급체포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익명의 보내준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 익명의 제보자는 스트라우스의 비리에 관한 자료와 함께 개디스의 비리도 모두 폭로했다는 소문이다.


그 뉴스를 접한 순간 바로 익명의 제보자가 누군지 감이 왔다.


“그 놈이구만. 알렉세이 뭐시기. 아직 살아 있었네.”


알렉스 킴. 이 사람과의 인연이 나중에 길게 이어지리라고는 이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 이후로도 내 목숨을 여러번 구해줬다.


데이비드 마이어 역시 내부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실형이 선고될 예정이다. 그를 비호하던 정치인들이 아직도 꽤 있어서 5년 이상 실형을 받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현직 검사인 필 뉴마크가 벼르고 있어 앞으로 순탄치는 않아보인다고 한다.


“그 영감. 인간성 자체는 나쁜 것 같지 않았는데.”


그렇게 나의 월 스트리트 첫 직장과의 인연은 피투성이로 끝났다.


“참나. 월가에 내 이름을 조금씩 알리려 했었는데.. 아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어서 알려버렸네. 아무튼 이번 퀘스트는 성공이다. 방법은 좀 이상했지만 목표였던 월가에 이름알리기는 성공했으니. 헤헤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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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5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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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3-첫 테스트 23.03.31 261 3 12쪽
64 3-행동주의 펀드 23.03.30 265 3 12쪽
» 2-어찌됐든 이번 퀘스트는 성공 23.03.29 282 4 12쪽
62 2-난데없는 총싸움 23.03.28 267 5 11쪽
61 2-결정적인 증거 23.03.27 293 6 12쪽
60 2-엔론의 수법 23.03.25 297 4 12쪽
59 2-잡종 똥개 23.03.24 310 4 13쪽
58 2-맞춰지는 퍼즐 23.03.23 31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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